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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의 첫날은 숙소에서 쉬며 시간을 보냈다. 여름 여행이니 당연히 해변을 가야 하지 않을까. 원래는 제주여행의 대부분을 협재해수욕장에서 보내려고 했는데 숙소를 여행 출발 몇 주 전에 변경하면서 협재해수욕장에 한가로이 해수욕을 하는 상상을 접어야 했다. 

 

숙소에서 가까운 유명한 해수욕장을 찾아보니 30분 거리에 표선 해수욕장이 있었다. 아침에 산 귤 모자를 쓰고 표선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작년에는 함덕 해수욕장 바로 앞 숙소를 잡아서 매일 수영을 하러 갔는데, 이번에는 해수욕장은 표선 밖에 가지 못해서 아쉬웠다. 

 

표선 해수욕장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주차장이 곳곳에 있어서 주차하기가 수월했다.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려다 지나쳐서 여름에만 잠깐 운영되는 임시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물건을 비치 백에 주섬주섬 넣은 후 백사장으로 향했다. 

 

해변 주변에는 파라솔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오래 놀지는 않을 예정이기에 파라솔은 빌리지 않았다. 가족단위 여행객은 파라솔을 빌려서 사용하는 것 같았다. 

 

뒤로 보이는 해변은 물이 너무 많이 빠져서 드넓은 흰모래를 드러냈다. 

 
 

이곳에도 진로 두꺼비가 있었다. 유명한 관광지마다 한 번씩 보는 것 같다. 해운대에서도 전에 봤었는데 이곳에서 두꺼비를 보니 반가웠다. 

 
 
 

어디에 짐을 두면 좋을까 생각하며 짐을 둘 장소를 물색했다. 물이 많이 빠져서 그냥 바위 위에 두어도 될 것 같았다. 해외를 여행하면 물건 분실 때문에 항상 신경 쓰였는데 그래도 우리나라는 타인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기에 다른 사람들의 양심을 믿고 카메라랑 차 키 등을 두고 바다로 향했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수건 등으로 가려두기는 했지만. 

 
 

아빠는 전에 사용하던 바람이 새는 8자 튜브를 가지고 오셨다. 어쩐지 아무리 바람을 빵빵하게 넣어도 금방 튜브가 말랑거렸다. 

 

모래사장을 한참 걷다 튜브를 다시 놓고 와야 할 것 같아서 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물이 빠진 해수욕장은 물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려면 한참 걸렸다. 사막을 걷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튜브를 두고 맨몸으로 다시 바다로 향했다. 모래사장의 모래는 울퉁불퉁했다. 파도와 바람이 만든 자연의 예술품을 발로 밟으며 걸었다. 

 
 
 

아빠의 눈에는 저런 해초들이 왜 그렇게 잘 보이는지 모르겠다. 아빠는 백사장 한가운데 있는 미역줄기 비슷한 것을 주우셨다.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해초들은 아빠의 레이더에는 딱하고 걸렸다. 먹어도 될까 말까 고민을 하시다 내가 먹지 말라고 하셔서 바닥에 해초를 두고 다시 바다로 향했다.

 

구름이 얇게 하늘에 깔려 있었으나 날이 더웠다. 연일 뉴스에서 연일 폭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받았다고 나오는데 이곳은 비가 올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속에 들어가니 물이 미지근했다. 바다가 깊지 않아서 그런가 바닷물이 몸에 닿는데 미지근한 물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밖에 있는 것보다 물속에 있는 것이 훨씬 좋았지만 말이다. 

 

서해, 동해, 남해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드는 제주의 바다이다. 날이 좋았으면 에메랄드빛의 바다를 볼 수 있었는데 구름이 끼어서 바닷물이 살짝 탁하게 보였다. 

 
 

우리도 튜브가 있으면 둥둥 떠다니면서 놀았을 텐데 튜브가 없으니 살짝 재미가 떨어졌다. 다시 빌리러 가자니 튜브 빌리는 곳까지 걸어가기엔 너무 귀찮았다. 

 
 

튜브가 없지만 그래서 아빠는 개헤엄을 치며 수영을 하셨다. 나는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어서 헤엄을 자유롭게 칠 수 없었다. 

 
 
 

파도가 세지 않아서 헤엄치고 놀기 좋았다. 

 

물도 생각보다 깊지 않아서 아이들이 놀기 좋을 것 같았다. 해상구조요원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관광객이 위험한 장소로 가면 호각을 불어 위험성을 알려주었다. 

 

바다 위에 밧줄로 선을 그어 놓았기에 수영을 하다 안전요원의 호루라기 소리를 들으면 다시 되돌아갔다. 

 
 
 

바닷물도 잔잔하고 물도 그렇게 깊지 않기에 바다에서 수영을 하지만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물속이 크리스털처럼 투명하지는 않지만 물을 내려다보면 물속이 훤하게 보였다. 가끔 지나가는 작은 물고기 떼도 보였다. 

 
 
 

몸은 물속에 있어서 시원한데 머리는 끈적이고 더웠다. 이럴 줄 알았면 핸드폰을 방수팩에 넣어서 올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변에서 특별히 하는 것은 없지만 그냥 퐁당퐁당 물에서 노는 것 자체가 재미가 있었다. 

 
 

아침에 산 귤 모자가 아빠에게 잘 어울렸다.

 

아빠가 수영을 하시다 힘들어하셔서 내가 손을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집에 있는 새 튜브도 생각나고 또한 거대한 백조도 생각났다. 백조를 띄워놓고 둥둥 떠있으며 일광욕을 학고 싶었다. 

 
 

이곳에는 안전 줄이 두 줄이 쳐져 있었는데 낮 시간대에 물이 계속 빠져서 우리는 두 번째 안전라인까지 가야 물이 가슴 정도까지 왔다. 함덕, 이호테우 해변 등 생각보다 제주 해변의 물이 많이 빠졌다. 이곳도 물이 빠지는 시간에는 물이 생각보다 많이 빠져서 해안가에서 바다까지 한참을 걷고, 깊이도 낮았다. 

 
 

아빠는 또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해초를 찾으셨다. 아빠 눈에는 이런 해초가 눈에 왜 그렇게 잘 띄는지 모르겠다. 아빠는 해초를 들고 무당 흉내를 내셨다. 

 
 

또 먹어도 될까 말까 고민을 하시다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다. 

 

바다 쪽만 봐서 심심했다면 해안가를 보면 또 멋진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라산에 구름이 끼었다면 안 보였을 텐데, 이날은 한라산이 그림과 같이 그곳에 있었다. 

 
 
 

어느 정도 깊은 곳까지 오니 아빠는 키가 작은 편이라 조금 깊다고 느껴지셨고 나도 물이 가슴까지 찼다. 

 
 

물이 어느 정도 찬 부분에 오니 수영하기 수월했다. 

 
 
 

왜 그렇게 아빠 눈에는 이런 것만 보이는 것일까. 신기하다. 

 
 

안전요원분들이 교대로 물속에서 관광객이 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안전선 근처에서 지키고 계셨다. 몇 시간씩 물속에 저렇게 둥둥 떠있는 것도 심심할 것 같이 느껴졌다. 우리야 그분들 때문에 안전함을 느낄 수 있지만.

 
 
 
 
 
 

모래를 집어서 만져보았다. 부드러웠다. 진흙 같은 느낌이랄까. 터키 커피를 마시고 나면 남는 아주 고운 커피가루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디서 또 흘러 들어온 해초일까. 아니면 방금 전 주웠던 그 해초일까. 

 
 

방파제 안쪽이지만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수상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원하게 바다를 질주하는 바나나 보트를 보니 나도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옆에 놀던 아이가 아빠의 실수로 공을 멀리 보내버렸다. 아이 아빠는 찾으러 가려고 했으나 안전요원이 가도 못 잡는다고 포기하라고 하였다. 아이는 아빠 탓이라며 아빠에게 계속 핀잔을 주었다. 생각보다 빨리 공은 해안가로부터 멀어져 갔다. 

 
 

한 시간 정도 놀았을까. 물에서 노니 체력이 금방 소진되었다. 한 시간 전만 해도 1차 안전라인까지도 물속 깊이가 꽤 되었는데 1차 안전선의 물은 이제 무릎 정도 밖에 오지 않았다. 

 
 
 
 

물이 더 빠진 해변에서는 광활한 백사장밖에 보이지 않았다. 제주의 해변 특히 함덕, 표선은 물이 빠지면 백사장이 넓게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물 빠진 모래사장에 그늘막을 치고 쉬는 사람도 있고, 의자를 가져다 놓고 쉬는 사람들도 있었다. 

 
 
 

잔잔한 파도는 끊임없이 해안으로 밀려왔으나 물은 점점 뒤로 밀려나가는 것 같이 느껴졌다. 

 
 
 

사람들도 점점 해안선 먼 곳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물속에 있다 물 밖으로 나오니 더웠다. 밀려오는 바닷물도 미지근했다.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밖에 있다 안으로 들어오니 살 것 같았다. 물속에만 있으면 천국 같았다. 

 

아침을 먹은 후 아무것도 안 먹고 물놀이만 했기에 배도 고프고 힘도 들었다. 

 
 

그래서 다시 물 밖으로 나왔다. 물기로 촉촉했던 모래사장은 물기가 증발되어 모래는 푸석거렸다. 열을 받아 모래는 따끈따끈했다. 

 

물결이 만든 모래의 흔적은 걸을 때마다 바닥의 울퉁불퉁함이 느껴졌다. 

 
 

모래 위에는 게가 만든 작은 구멍들이 많이 보였다. 지나가던 개를 잡아 손 위에 얹어 사진을 찍어 보았다. 모래색과 비슷해 게가 모래 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짐을 찾은 후 몸을 씻기 위해 샤워장으로 갔다. 두 시간 정도 해변에서 놀았을까. 얼굴이 벌써 까맣게 탄 것 같았다. 여름에 제주까지 왔는데 해변에서 놀지 못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제주 여행 동안 해변에 1번 밖에 오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2022년 8월의 여름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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