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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정이 없어도 제주에 있다는 것 자체로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전날 늦게 도착해서 주변을 볼 수 없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여니 짙은 구름이 하늘을 두껍게 덮고 있었다. 

 
 

숙소 아래는 공원 같았다. 공원 사이로 강인지 시냇물인지가 보이는데 이 물이 천지연 폭포가 되는 것 같았다. 날이 맑으면 좋을 텐데 아침부터 빗방울이 날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바람까지 부니 체감온도는 더 떨어지게 느껴졌다. 

 

어디로 가야 할까? 비가 오기 시작하니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일단 아빠가 보고 싶으시다는 허브동산 쪽으로 갔다. 비바람이 부는 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동호회를 지나쳐갔다. 힘들어 보이지만 저 열정과 에너지가 부러웠다. 

 

허브동산을 가려다 빗방울이 더 굵어지기에 한화 아쿠아 플라넷 구경이 좋을 것 같았다. 큰 도로에서 나와 해안 도로로 접어들었다. 비를 맞으며 걷는 두 사람. 우리도 아빠와 나 둘이서 이 길을 몇 년 전에 걸었던 기억이 났다. 그날도 이렇게 비가 내렸다. 

 

한 번은 다시 이곳에 와보고 싶었다. 아침에 올레 1코스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걷기 중간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며 걷다 보니 이곳 올레 2코스가 끝나고 3코스가 시작되는 온평포구까지 왔었다. 비를 맞아 힘도 들고 배도 고파서 따스한 국물이 생각나 해물라면을 먹었었는데 아직도 그 맛이 어제 일처럼 선하다.

 

오늘도 그날처럼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바다는 잔뜩 성이 나있었다. 

 

차를 길가에 세워둔 후 포구로 걸어갔다. 새로 산 16-50mm 조리개 값 2.8렌즈로 처음 찍어 보는 거라 어떤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설레었다. 

 

그때도 이런 모습이었을까? 

 
 
 

작은 포구의 방파제는 저 바다에서 무섭게 밀려오는 파도를 막아내고 있었다. 

 

날씨가 맑았으면 에메랄드의 푸른 바다를 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곳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포구엔 다양한 석상이 세워져 있었다.

 
 

아빠와 함께 이곳을 함께 걸었던 이야기를 하느라 한동안 포구 위를 떠나지 않았다. 

 

예전에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그 해물라면집은 어디에 있을까. 분명히 근처 같은데 어디에 있을까. 올레 2코스가 끝나고 3코스가 시작되는 이곳에 오랜만에 다시 오니 기분이 묘했다. 

 

포구 옆 베트남 음식점에서는 쌀국수 냄새가 진하게 느껴졌다. 구수한 육수 향기에 배가 고파졌다.

 

아침을 대충 컵라면과 고구마만 먹어서 그런지 국수 향이 너무 좋게 느껴졌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렸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베트남 음식인지. 평소에 잘 먹지 않는 고수까지 주문했다. 따스한 국물이 배 안으로 들어가니 따스한 게 온몸이 노곤노곤해지고 기분도 사르륵 녹아내리는 것 같이 느껴졌다. 점심을 먹은 후 다시 한화 아쿠아 플라넷으로 향했다.

 
 

빗방울은 잦아들고 있었다. 

 

길가 공터에 차를 잠시 세운 후 바다를 보았다. 

 

손에 잡힐 것만 같은 곳에 성산 일출봉이 있었다.

 
 

한화 아쿠아 플라넷으로 가던 중 오랜만에 섭지코지나 지나가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네비의 목적지를 섭지코지 주차장으로 변경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이지만 주차장은 차량으로 가득했다. 주차를 한 후 사람들을 따라 걸었다. 초입에서 만난 거북이 돌. 거북이가 바다로 헤엄치려고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망망대해에서 밀려온 바다는 섭지코지에 도착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졌다.

 

바람이 차가우며 상쾌했다.

 
 
 

현재의 모습과 기억의 모습을 떠올리며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바다쪽으로 훅 튀어나온 지형. 보고 있는 풍경에 답답함이 없었다. 이 바람을 따라 모든 근심과 걱정이 날아가버렸으면 좋겠는데.

 

요즘 드라마 올인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2000년대초 드라마이니 벌써 20년이 지난 것 같다. 과거의 추억은 희미하게 사라지고 드라마 세트장인 성당도 사람들의 기억과 함께 사라져가고 있었다. 원래 이곳에 있었던 성당처럼 20년동안 성당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잔뜩 흐린 하늘.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구름이 하늘을 살짝 덥고 있을 뿐인데 하늘과 땅의 색은 천지 차이였다.

 
 
 

멀리서 보았을 땐 들판과 조화를 이루는 성당의 모습이 아름답지만 기까이서 보니 이곳저곳 망가진 곳 투성이었다.

 
 
 
 

성당을 지나 계속 걸으면 등대가 나왔다.

 

그리고 저 뒤로 보이는 성산일출봉. 모든 풍경이 그림같다.

 
 
 

이 느낌, 이 풍경이 보고 싶었다. 성산일출봉의 묵직함과 가을을 맞이한 들판까지, 제주에서 가을의 완연함을 느낄 수 있었다.

 
 

등대가 있는데 오르막이라 귀찮았다. 사람들은 가파른 길을 따라 등대에 올랐다. 갔다 내려오면 진이 빠질 것 같아 우린 멀리서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만 찍었다.

 
 
 

심플한 디자인의 건물은 주변 풍경과 잘 조화를 이루는 것 같았다.

 
 
 
 

카페에 앉아 따스한 커피 한잔이 마시고 싶었다. 오랜만에 새 카메라 렌즈를 사용해서 그런지 비바람이 불어도 신이 났다.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어디를 바라봐도 이국적인 풍경이 좋았다. 좀 더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멋진 풍경이 앞에 놓여있고 또한 벤치까지 비어 있으니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글래스 하우스 쪽으로 걸어가니 그네가 있었다. 제주 감성일까? 아님 발리 감성일까?

 
 

그네에 앉으면 성산일출봉이 원 안에 쏙 하고 들어왔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사진을 찍기 수월했다.

 
 

멀리서 보았을 땐 일자로 된 건물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각도에서 보니 건물이 X자 모양이었다.

 

바람때문에 나무들이 육지쪽으로 가지를 뻗고 있었다. 바람맏아 굳어진 내 머리처럼.

 
 
 

그 많던 관광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걷다보니 다리가 아파왔다. 이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곳도 제주 걷는 코스의 일부인가 보다. 비담길, 이름이 이쁘다.

 
 
 

다시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뒤를 힐끔힐끔 바라 보았다. 뭔가 아쉬웠다.

 
 
 

날이 서서히 좋아졌다. 여기서 숙소까지는 십분정도 걸리는 것 같았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잔뜩 받아 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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