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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 주말에 요즘 가을꽃으로 핫하다는 강원도 철원 고석정 꽃밭에 다녀왔다. 인스타나 페이스북에 가을에 가기 좋은 장소로 소개되는 곳 중 하나였다. 고석정은 여러 번 가봤지만 고석정 옆에 이렇게 큰 꽃밭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보지 못했다. 이곳은 예전에 군의 사격장이었는데 이제는 민간으로 반환되어 드넓은 꽃밭으로 변화되었다.

 

고석정으로 떠나기 전 스타벅스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오래간만에 허세 좀 부려보았다. 오래간만에 스벅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시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온몸에 카페인이 갑자기 확 퍼지니 쳐졌던 몸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외곽으로 나오니 주말을 이용해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가을이라 날도 너무 시원해서 라이딩하기 너무 좋은 날씨였다. 이제 또 한 달만 지나면 야외활동을 하기 추워지니 나도 주말을 이용해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 그런데 몇 주 안 탔다고 또다시 게을러진 것 같다. 몇 주 동안 실외 자전거를 안 타서 그런가 자전거를 타러 가는 것이 약간 어색해졌다.

 

 

한적한 국도를 달리니 가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들판은 이제 노란 물결로 일렁이고 있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고석정 꽃밭 무료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고석정 주차장(유료)에 차를 주차했다. 고석정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고석정 꽃밭으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정도였는데 주차장은 빈자리가 많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단체 관광버스도 버스 주차장에 여러 대 주차해 있었다. 고석정 주차장에서 꽃밭으로 가는 길도 가을꽃의 향연이었다.

 

아직 본격적인 꽃밭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눈이 휘둥글해졌다.

 

사람들도 핑크빛 꽃밭에 반해서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사진을 찍고 꽃밭으로 갔다.

 

고석정 꽃밭으로 가는 입구는 두 곳이었다. 한 곳은 고석정 주차장에서 들어가는 입구였고, 다른 한쪽은 고석정 꽃밭 주차장 쪽과 연결된 입구였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꽃밭의 모습이 보였다. 멀리서 보았지만 규모가 상당히 큰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한 이상으로 꽃밭이 넓어 보였다. 그리고 입구로 향하는 길에 코스모스가 피어있었다. 추석 무렵 일주일 동안 부산에서 지냈었다. 그곳에서 있다 보니 가을이 왔음을 잊고 있었다. 남쪽 지방은 아직도 여름의 기운이 남아서 그런가 더웠었다. 그러나 수도권 지역은 이제 아침, 저녁으로 쌀쌀함이 느껴졌다.

 

꽃밭 입구로 들어가기 전 안심콜 전화를 해서 입구에 서있는 직원들에게 통화를 했음을 보여주어야 했다. 그리고 체온을 체크한 후, 소독 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입구를 통과하니 꽃의 세상이 펼쳐졌다.

 

워낙 꽃밭이 넓다 보니 많은 관광객이 방문했지만 사람들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었다.

 

 

 

 

아빠는 꽃밭을 보시곤 예전에 여행 갔던 일본 홋카이도 여행이 생각난다고 하셨다.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홋카이도 사계채 언덕과 같은 곳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나도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사계채 언덕이 생각났다. 노란 꽃, 빨간 꽃이 한 줄씩 심어져 있는 것이 이국적이었다.

 

이번 여행에는 전날 택배로 받은 팬탁스 K3 실버 에디션을 가지고 갔다. 전에 사용하던 K10은 너무 구형이라 사진이 어둡고 요즘 추세의 사진이 나오지 않아서 사진을 찍은 후 보정을 하기 위해 손이 많이 갔다. 그러나 K3는 2013년에 나온 버전이라 기존의 카메라보다 색감도 좋고 더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사진 편집을 하는데 새로 찍은 사진이 익숙하지 않아서 어떤 사진은 너무 밝고, 색감이 무너진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내가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사진으로 찍을 수 없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짜증이 났다. 그렇지만 전보다 좋은 성능의 카메라를 사용하니 사진 찍는 재미가 있었다.

 

새로운 신발을 신으면 계속 신고 싶은 것처럼 새로운 카메라를 사용하니 촬영 버튼에서 손을 땔 수가 없었다.

 

 

이곳저곳 사람들이 먼저 들어갔던 흔적들이 있어서 그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되도록이면 꽃을 다치지 않으며 이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종류별로 다른 꽃들을 심어 놓아 이곳에서 사진 찍다 질리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아빤 꽃이 너무 많아서 기분이 좋았고, 나는 중고이기는 하지만 새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이번에는 이 카메라와 오랫동안 지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꽃만 있는 것이 아니라 꽃밭 중간마다 조형물도 있었다. 풍차가 이곳을 프랑스의 프로방스 같은 느낌으로, 오두막은 이곳을 알프스의 초원지대같이 보이게 했다.

 

 

다른 곳과는 달리 워낙 넓다 보니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짧아서 너무 좋았다.

 

사방이 꽃이지만 질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꽃밭에서는 어떻게 사진이 찍힐까. 저곳에서는 어떤 사진이 나올까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뿔난 장승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유치하지만 이런 사진들이 가장 기억에 남지 않을까?!

 

그리고 다른 꽃밭에 비해 가장 사진이 잘 나오는 꽃밭에 도착했다. 다른 꽃밭에서의 사진들도 너무 이쁘게 나오지만 이곳은 다른 곳들보다 더 이국적인 감성을 지니고 있는 곳이었다.

 

전체 풍경을 찍어 보기도 하고 화각을 좁혀서 인물을 위주로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다. 어떻게 찍던지 화사한 느낌의 꽃들이 마음도 화사하게 물든 것 같았다.

 

 

자줏빛, 핑크빛의 꽃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 주었다.

 

 

길가에 코스모스도 너무 이뻤지만 가을의 주인공인 코스모스들이 오히려 이곳에서는 들러리가 된 것 같았다.

 

카메라의 채도를 너무 높여서 찍은 것일까? 아니면 보정을 할 때 너무 채도를 높인 것일까? 코스모스 사진이 아닌 코스모스 그림이 되어 버렸다.

 

 

철원을 대표하는 인물이 궁예인가 보다. 궁예와 함께 철원에 왔다는 인증샷을 같이 찍었다.

 

 

아빠는 화사한 꽃들과 함께 가을 남자가 되었다. 아침에 출발할 때 빨간 옷을 입을지 노란 옷을 입을지 고민했었는데, 노란 옷을 입고 오기 잘한 것 같다. 자주색, 분홍색, 붉은색 꽃들이 많다 보니 붉은색 옷을 입고 왔으면 꽃들에 묻힐 뻔한 사진이 나왔을 것 같다.

 

 

 

너무 채도가 높은 꽃만 찍으면 심심할 것 같아서 뒤에 있는 나무를 넣어 넓게 찍어 보았다.

 

 

그리고 인물이 꽃 속에 푹 파묻힌 것처럼 화각을 좁혀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어느 것을 찍어도 꽤 만족스러운 사진이 찍혔다. 사진기가 좋은 것인지, 꽃밭이 워낙 이뻐서 그런 것인지. 막 찍어도, 어느 곳을 찍어도 작품이 되었다.

 

알록달록한 꽃에 취해 있다 보니 기분이 좋았다. 걸어가는데 어떤 아저씨께서 재미가 없으신지 '기분좋다!철원'이라는 글을 보신 후, 뭐가 좋냐고 부인에게 투덜거리면서 지나가셨다. 그런데 아빠와 나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꽃밭의 한편에는 푸른 들판도 있었다. 채도가 높은 알록달록한 꽃만 보니 눈이 살짝 아른아른 아파오는 것 같았는데, 녹색의 물결을 보고 있으니 눈이 편안해졌다.

 

 

 

 

녹색의 들판을 보고 있으니 대관령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왜 대관령이 생각났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대관령 같아 보였다.

 

다시 꽃밭으로 돌아와 사진을 찍었다. 2021년의 가을은 한 번밖에 없기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카메라를 쉬지 않고 계속 찍어서 그런지 손가락 마디마디가 조금 아파왔다.

 

 

 

 

 

아빠도 조금 힘드신 것 같아 보이셨다. 모델 역할이 힘든 것은 알지만 작가의 입장에서 이것저것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집에 가서 사진을 덜 찍었다고 후회하기는 싫었다. 힘들지만 최대한 많이 찍고 후회를 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좋기 때문이다.

 

핑크빛 물결을 지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도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핑크빛 꽃을 배경으로 계속 사진을 찍었다.

 

 

이곳을 걷다 보니 DSLR 또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중년분들이 많았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무거운 카메라가 매력이 없어 보여서 그런지 젊은 사람들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카메라의 매력을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겁고 힘들지만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계셨다. 나도 원래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 한동안 핸드폰으로만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마음속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시 카메라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핸드폰은 편하고 좋지만 가벼운 느낌이 있었다. 카메라의 촬영 버튼을 누를 때 미러가 올라가며 나는 찰칵 소리가 너무 좋았다. 이 맛에 무겁지만 DSLR로 다시 돌아온 것 같다.

 

 

 

 

저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어떻게 기억될지, 어떤 사진들로 남겨질지 궁금했다. 같은 공간에서의 사진이지만 각자의 사진은 다 다른 이야기를 지니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은 이곳을 어떤 이야기로 채워갈지 궁금했다.

 

 

꽃밭을 지나 푸르름이 가득한 들판으로 왔다. 억새풀일까? 갈색의 붉은색의 풀에서 가을을 느낄 수가 있었다.

 

메밀꽃 가득한 들판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그림과 같이 보였다.

 

 

 

 

이곳에서는 눈을 힐링하는 느낌이었다. 너무 화려한 색에만 취해있다 보니 눈이 약간 얼얼했는데, 푸른빛을 보니 눈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이 그렇게 많은데 사람들이 다 어디로 흩어졌을까! 꽃밭이 너무 넓어서 사람들에 치이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대신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없어서 끊임없이 걸어야 하는 부분이 힘들었다. 코로나 때문일까?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서 오두막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쉬고 있었다.

 

 

이 꽃밭의 일부분이 한탄강 둘레길의 일부분인지 못난이 장승이 이 길이 어떤 길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전국에 사진쟁이(?)들은 이곳에 다 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최근 들어 이렇게 많이 사진기를 든 사람들은 못 본 것 같다. 2주 전 부산으로 가기 전 고창 선운사를 들렸었다. 선운사는 꽃무릎이 한창 피어 있었다. 그때보다 오늘, 카메라를 더 많이 보았다. 카메라를 든 사람을 보면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저 사람은 어떤 기종을 쓰는지, 어떤 렌즈를 사용하는지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11시에 도착해서 거의 2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힘들다는 느낌도 들면서 어느 정도 질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빠와 나는 어느 곳을 가든지 딱 2시간이 적당한 것 같았다. 지루한 느낌이 드니 피곤함이 밀려왔다. 처음의 에너지 넘침은 어디로 갔는지 한걸음 한 걸음이 이제는 무겁게 느껴졌다.

 

 

 

아빠도 내가 이제 힘들어하는 것을 눈치채셨는지 처음보다 사진 찍는 횟수는 줄이고 바로바로 이동하셨다.

 

 

 

빨리빨리 사진을 찍었지만 그래도 귀찮다고 풍경 하나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보라색 꽃은 처음이기에 이곳에서는 공을 들여 사진을 찍었다.

 

눈으로 보았을 때보다 꽃이 너무 뭉개지게 나와서 아쉬웠다. 그런데 다시 찍기는 너무 귀찮았다.

 

 

 

처음에 들어올 때 보았던 풍차가 있던 곳으로 왔다. 통나무집 안에는 어린 왕자가 꽃밭을 바라보고 있었다.

 

 

통나무집 옆에는 풍차가 있었다. 풍차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남들은 이런 구조물을 이용해 사진을 잘 찍는데, 나는 구조물을 넣어 사진을 찍으면 왜 내가 생각한 대로 사진이 나오지 않는지 모르겠다. 나도 남들처럼 구조물을 넣어 멋들어진 사진을 찍고 싶은데, 구조물을 넣는 순간 사진이 평균 이하로 찍히는 것 같았다.

 

거대한 지게를 지났다. 어떤 아빠가 아이에게 아빠 어릴 적에 저런 물지게를 지고 물을 날랐다고 하는 대화를 들었다. 아빠의 나이를 보니 나와 비슷해 보였다. 이야기를 듣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꽃밭에는 연못도 있었다. 연못엔 연잎이 가득했다. 황포돛배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데 앞에 사람이 너무 오래 사진을 찍어서 기다리다 지쳐 돛배와 사진 찍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서 멀리서 돛배를 살짝 넣어서 사진만 찍었다.

 

어떻게 이렇게 넓은 곳에 꽃밭을 만들었을까! 홋카이도의 사계채와 이곳의 넓이가 비슷할까? 체감상으로는 더 넓게 느껴졌다. 그곳보다 이곳이 훨씬 더 꽃도 다양했다. 다만 사계채가 색감이 좋은 꽃들을 체계적으로 심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은 들었다. 이곳도 시간이 지나면 사계채보다 훨씬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한여름 해바라기가 흐드러졌을 해바라기 들판도 있었다. 해바라기가 다 져서 파란 들판만 보여서 아쉬웠다.

 

이제 체력도 이 꽃밭 여행도 막바지로 가고 있었다. 어떤 분이 밀짚모자에 장화를 신고 계서서 직원분인가 생각했는데, 카메라로 꽃 사진을 찍고 계셨다. 뭔가 외모에서 고수의 면모가 느껴졌다.

 

 

 

이제 꽃밭을 나가기 위해 출구로 향하던 중 한 번 더 핑크 꽃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말로는 귀찮아 지겨워 빨리 나가자 그랬지만 이 꽃밭을 나가면 왠지 계속 생각날 것 같았다.

 

 

출구로 나가던 중 들어올 때 미처 지나쳤던 부분을 들렸다. 오후 2시가 다 되어 가니 입구에서는 사람들이 물밀려 오듯 밀려 들어왔다.

 

 

공룡모양의 분재도 보고 아빠랑 비슷하게 생긴 피노키오랑도 사진도 찍었다.

 

 

내가 비행기를 좋아하다 보니 아빠도 비행기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나무로 만든 비행기라 어디로 날아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특이하게 생긴 식물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돌 위를 뚫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의 신기한 식물이었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 코스인 곳으로 왔다. 작년에는 양주 나리공원에서 이 식물을 보았었다. 작년 나리공원에서 보았던 식물은 알록달록해서 신기했었는데, 이곳은 푸르뎅뎅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눈까지 붙여주니 식물이 살아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아빠의 심술궂은 표정과 식물에 꽃아둔 눈의 모습이 꼭 닮아 보였다.

 

이곳을 구경하다 보면 어디선가 라디오 DJ의 멘트와 노래를 들을 수 있는데, 고석정 꽃밭 라이브 스튜디오가 있어서 사연 및 신청곡을 접수 받는 것 같았다.

 

 

 

꽃밭을 구경하는데 3시간가량 걸린 것 같다. 워낙 넓다 보니 생각한 것보다 오래 걸렸다.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없다 보니 쉬지 않고 걸어야 하는 것이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이 시간만큼은 꽃에 취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너무 좋았다. 이 가을이 가기 전 고석정 꽃밭에서 하루만큼은 하루 종일 꽃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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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메인에 올라온 요즘 핫한 커피숍 중 수도권에 있는 카페 중 마장호수에 있다는 '레드브릿지'에 가기 위해 마장호수로 왔다. 주말이라 그런지 차를 주차하는게 쉽지는 않았다. 아빠집에서 출발해서 그런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마장호수가 있었다. 파주와 양주 경계에 있는 호수로 양주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이곳이 이렇게 유명한지 모르고 집에서 오후 2시쯤 늦장을 부리다 가장 혼잡할 시간에 호수에 도착했다. 그래서 주차장을 찾아 1주차장부터 빈자리를 찾아 호수를 따라 돌고 있으니 그래도 7주차장쯤 가니 빈자리가 있었다. 1주차장에 하나 7, 8주차장에 하나 호수로 연결되는 길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보니 5, 6주차장이 좋은 것 같았다. 7주차장은 조금 걸어야 호수에 닿을 수 있었고, 5, 6주차장은 주자창이 바로 호수 옆에 있어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주차장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찾으면 빈자리는 있었다. 레드브릿지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고 싶었지만 레드브릿지 주변은 만차라 주차를 할 수 없었다. 운동삼아 호수 주변을 걷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7주차장에 주차를 했지만, 주차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7주차장에서는 바로 호수로 연결되는 길이 없어서 6주차장으로 거슬러 올라가거나 살짝 걸어서 맞은 편에 보이는 버스 회차로가 있는 주차장으로 이동 후, 하늘계단을 이용해 호수에 닿을 수 있었다. 진짜 계단을 오르다 하늘을 볼뻔했지만, 올라가면서 보는 풍경이 나쁘지 않았다.

7주차장 옆에 있는, 하늘계단이 있는 주차장은 유료인 것 같았다. 유료 때문인지 다른 주자창에 비해 빈자리가 많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광역버스가 정차를 하는 것 같았다. 차를 이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차를 기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외국인이었지만.

호수까지 이렇게 높은 계단을 올라가면 되었다. 생각보다 계단이 많았고 가파른 편이었다.

그래도 오르기 전에 작은 화단이 있었는데, 이렇게 해바라기도 있고, 코스모스도 있고, 뭔가 위안이 되는 것 같았다.

여름의 코스모스라 생소하기는 했지만, 아빠는 호수보다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때문에 이곳이 멋진 곳이라 하셨다. 아빠는 꽃이 없는 곳은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시는 편이다. 그리고 여행을 갔다 오면 그곳에 어떤 꽃이 있는지로 여행지를 기억하시는 편이다. 종종 꽃이 없는 여행지인 경우 잘 기억을 못하시기도 한다. 그러나 하늘계단에 오르기 전 이렇게 작은 화단이 있고, 거기에 꽃도 있으니 아빠의 기억 속에는 출렁다리나 호수의 모습 보다는 꽃이 더 강렬하게 남아 계신 것 같았다. 사람마다 장소를 기억하는 방법이 다 다른데, 어떤 사람은 그곳의 냄새로 장소를 기억한다고 하고, 아빠처럼 누군가는 그곳의 식물로 여행지를 기억한다. 나는 그냥 다 기억하는 것 같다. 한번 간 곳은 그대로 머릿 속에 남는다. 가끔 아빠랑 대화를 할 때, 여행간 곳에 대한 설명을 하면 아빠가 기억을 못하셔서 그곳에서 본 식물로 말을 하면 바로 기억을 하신다. 그래서 아빠랑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그때 본 식물을 어떻게든 생각해 내려고 노력한다.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몇 계단 안올랐을 때는 자신감에 차서 힘차게 올랐으나 점점 정상에 가까워 올 수록 급속도로 체력이 떨어졌다.

뒤를 돌아보니 G7111버스가 버스 정류장 앞에 서있었다. 2층 버스를 타고 이곳에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대신 여름에는 조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G7111버스는 파주에서 서울까지 가는 버스로 이곳에 들리지 않는데, 왜 이곳에 저 버스가 서 있는지 궁금해 졌다. 카카오 버스로 노선을 찾아보니 주말에는 7500번 버스가 다니고, 평일에는 313-1번을 타면 된다고 나오는데, 아무튼 그냥 자차로 가는게 가장 편한 것 같기는 하다.

하늘계단에 오르니 호수가 훤하게 보였다. 뭔가 마음이 뻥하고 뚫리는 것 같았다.

저 멀리 보이는 곳에는 여유롭게 땡볕에서 수상레져를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출렁다리도 보였다.

걷다보니 호수 한쪽에서는 수량을 조절하기 위한 수로와 둑이 보였다. 전날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물을 조금 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주엔 더 많은 비가 내릴 예정인라 그런지 수량을 더 낮게 유지하기 위해 많은 물을 빼고 있었다.

이곳이 6주차장으로 주차장에서 바로 호수로 연결되어 있었다.

느낌은 산정호수 같았다. 이 호수도 산 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수주변을 돌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걸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 계단으로 된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계단이 없는 길이라, 아이를 데리고 오거나 장애인도 쉽게 어느 구간은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울창한 나무가 한쪽에 있고 시원한 바람이 호수에서 불어오니 걷는데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거리를 유지하고 다니기는 쉽지가 않았다.

길가에 핀 루드베키아와 후라이꽃에 잠시 빠졌다. 이시기에 루드베키아가 많이 피기에 어디를 가든지 볼 수 있는 흔한 꽃이지만, 루드베키아를 보면 여름이구나, 비가 오는 시기이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20년전 박카스국토 대장정에 참가자로 참여했을 때, 항상 길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꽃이였다. 스탭을 했을 때는 이꽃을 꺾어서 참가자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인생에서 인연이 없을 것 같은 꽃이지만, 나에게는 초여름하면 생각나는 꽃이고, 대장정하면 같이 떠오르는 꽃이기도 하다.

물이 생각보다 깨끗해서 에메랄드 빛을 띠었다.

작은 분수 위의 아이 동상이 브루셀의 '오줌싸개 동상'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오줌사개 분수를 액자에 넣어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앞의 가족이 이 액자에서 사진을 한참을 찍어서 오래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생뚱맞게 이런 초가집도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지나가면 신기한지 좋아하는 것 같았다.

우리도 수상레저를 즐겨볼까 했지만, 왠지 나혼자 노를 저어야 하거나 패달을 돌려야 할 것 같아서 보는 것으로만 만족했다.

그리고 출렁다리 근처로 오니 커피숍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연주회도 열렸는데, 연주회가 열린 장소가 땡볕이라 너무 더웠다.

그리고 119 건물도 있었는데, 색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119건물 유리창이 거울처럼 비치길래 사진도 한장 찍었다.

그리고 '레드브릿지'에 도착을 했다. 사람이 많아서 그냥 지나쳐 갈까 생각을 했지만, 이곳에 온 것도 이 카페때문인데 왠지 그냥 가버리면 서운할 것 같아서 일단 가보기로 했다. 레드브릿지이야기는 다음편에서 올리겠다.

레드브릿지에서 진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산책을 하기 위해 나왔다.

생각보다 수상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나가다 얼핏 들어보니 대기 줄이 긴 것 같았다.

원지 시원해 보였다. 그런데 저 패달을 돌리려면 엄청 힘든 것을 알기에 보기에만 좋았다. 앉아 있는 사람은 등에 땀이 쪼로록 흐르고 있을 것 같았다.

호수주변을 걸으니 드디어 출렁다리 근처에 도착했다. 그런데 레드브릿지에서 나와서 전망대 쪽으로 걸어갔으면 바로 출렁다리로 갈 수 있는데, 우리는 잘못해서 호수가로 내려와서 다시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을 따라 출렁다리로 갈 수 있었다.

그래도 대신 다리 밑에서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다리 위에 매달리는 장면이랑, 다리를 받치고 있는 장면을 찍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안나왔다.

그냥 평범하게 찍는게 더 나은 것 같았다.

아래에서 출렁다리를 보니 다리가 축쳐진게 끊어지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많이 아래로 쳐져 있었다.

계단을 통해 다시 전망대로 올라갔다. 살이 찐 후로 조금만 움직여도 왜 그리 힘이드는지 모르겠다. 코로나 때문에 수영장을 못간지 벌써 6개월이 다되어 간다. 그리고 정형외과 약을 장기적으로 먹으면 살이 찐다고 하는데, 매년 정형외과 약을 몇 달씩 먹다보니 그때마다 5~10키로씩 계속 살이 쪄왔다. 유독 이번 년도가 급속도로 살이 찐 것 같다.

출렁다리 위로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바로 올 수 있는 길을 결국에는 돌아서 왔다.

출렁다리 초반에는 약간 계단처럼 놓아져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 부분은 철망으로 되어 있었다. 밑이 보이는 다리라 재미가 있었다.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조금 무서울 수 있을 것 같다.

아래에서 봤을 땐 출렁다리라고 출렁출렁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다리 위로 올라오니 걸을 때 마다 다리가 울렁울렁 거렸다. 누군가 다리를 한번 크게 흔들면 튕겨나가는게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다리 위에서 주변을 보니 물색도 에메랄드 빛으로 보이고 하늘은 파랗고, 녹색의 산들이 외국의 풍경에 뒤지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다리의 중간 부분은 유리로 되어 있었다. 뒤에서 어떤 분이 중국 장가계에 갔을 때 걸어던 잔도보다 덜 무섭다며 자신의 여행담을 풀고 있었다. 안듣는척하며 그분의 무용담을 열심히 들으며 다리를 걸었다. 다리가 무섭긴 보다는 핸드폰 떨구면, 저 아래로 빠질 생각에, 핸드폰을 잃어버릴 생각을 하는데 더 무서워서 핸드폰을 꼭 쥐고 걸었다.

사람들이 무서워서 앞으로 빨리 걷는 것 같았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리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에 밀려서 나도 모르게 계속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간간히 사람이 없는 구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드디어 출렁다리 반대쪽에 도달하였다. 기념삼아 출렁다리라는 간판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리가 있는 곳에서 내려와 호수에서 다리를 보니 축 쳐진 다리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다리 위를 걸으며 본 호수의 모습도 멋지지만 역시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더 멋졌다.

평온해 보이지만 저 위는 아비규환이겠지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호수의 남은 반절을 다시 돌아가야 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대략 3.5키로미터를 걸었다.

예전에 나무가 있던 곳이었는데 나무를 다 잘라 버렸다. 느낌은 대만 또는 홋카이도 여행 때 본 풍경과 흡사했다. 나무를 자르지 말고 자연상태로 놔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호수의 반바퀴를 돌아 하늘계단이 있는 곳으로 왔다.

아쉬운 마음에 한번 더 사진을 찍었다. 처음 왔던 그자리에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아이들이 놀고 있어서 그냥 함께 사진을 찍었다. 여자아이도 있었는데, 잽싸게 도망가는 바람에 멍하게 앉아 있던 남자아이랑 아빠랑 같이 사진을 찍게 되었다.

다시 계단을 내려가는데 왜 그리 다리가 후덜후덜 거리던지 넘어지면 진짜 하늘로 갈 것 같아서 난간을 꽉 잡았다. 해가 뉘엇뉘엇 지기 시작하려는지 하늘이 아주 살짝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 찍은 해바라기 사진이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다시 한번 사진을 찍었다.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사진이 너무 잘 나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는 사람이 뜸한 평일에 오고 싶은데 평일에 올 수 있을지?! 아무튼 서울 근교라 쉽게 올 수 있고, 멋진 풍경까지 덤으로 볼 수 있어서 나중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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