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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세우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이 호텔이었다. 고급 리조트로 가자니 시내에서 멀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대신 휴양지의 느낌을 가득 느낄 수 있지만. 그래서 처음에는 한강 근처에 있는 숙소인 힐튼 다낭을 예약했다. 다낭에 왔으면 바다 옆이 좋을 것 같아서 쉐라톤 계열의 포 포인트 호텔로 예약을 바꿨다. 그러다 여행을 두주 정도 남기고 힐튼 가든 인으로 최종 숙소를 정했다. 수영장이 마음에 확 들었다. 그런 후 어떤 방으로 하는 게 좋을까 고민을 하다 일반 룸 타입과 파노라믹 룸의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 파노라믹 룸으로 예약을 했다.

 
 

최대한 고층을 배정받고 싶었는데 총 27층 건물에서 중간인 15층을 배정받았다. 파노라믹 룸이 이 호텔에서 방이 20개 정도밖에 없기에 층은 완전 랜덤 같았다.

 

모퉁이에 위치해 있기에 미케 비치와 시티뷰를 둘 다 감상할 수 있었다.

 

커튼을 열면 창문 너머로 미케 비치가 한눈에 들어왔다. 단 가운데 티브이가 위치해 있어서 티브이를 안 보는 사람에게는 풍경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았다.

 

마루면 좋았을 텐데 침대가 있는 부분은 카펫으로 되어 있었다.

 
 

책상과 옷장은 침대 뒤에 위치해 있었다.

 

욕실과 화장실에서는 시티뷰와 오션뷰를 한 번에 감상할 수 있었다. 테라스가 완전히 유리로 되어 있지 않아서 욕조 안에서는 바다만 보였다. 새로 생긴 호텔이라 전반적으로 호텔이 깨끗했다. 그리고 나처럼 덩치가 좀 있는 사람에게는 욕조가 좀 작았다. 누웠을 때 어깨가 껴서 불변했다.

 
 

욕조 옆으로 세면대와 화장실, 샤워실이 분리되어 있어서 좋았다.

 

테라스로 나가면 뻥 뚫린 바다가 보였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졌다.

 

그리고 1인용 의자가 놓여 있는데 날이 뜨거워 낮에는 의자를 수영복 말리는 용도로 사용했다. 밤에는 밖에서 맥주 한 잔 마시기 딱 좋았다.

 

룸키는 나무 재질로 되어 있어서 수영할 때 젖지 않게 빼놓았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지 한국어로 된 안내 카드가 룸키와 함께 들어 있었다. 이곳에서 며칠 있으니 대부분 한국인 패키지 이거나 중국인 패키지가 많은 것 같아 보였다.

 

호텔은 크지 않으나 날씬하게 높았다.

 

해가 졌지만 아직까지 덥고 습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부산 해운대가 생각났다.

 
 

해수욕장은 그 길이가 가늠이 안될 정도로 길었다. 구글 지도로 확인해 보니 저 해수욕장 끝은 호이안이었다.

 
 

싱가포르를 지나 다낭까지 오느라 거의 하루가 걸렸다. 그래서 눈은 천근만근 무겁고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 같이 피곤했다. 밖에 나가긴 귀찮아서 첫날 저녁은 수영장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는 게 괜찮을 것 같아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26층 수영장으로 갔다.

 

다음날인지 그다음 날인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보름에 가까우니 달이 동그랗게 떠올라 있었다.

 

둥근 달과 바다, 구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블로그에서 보았던 것보다 인피니티 풀에서 찍은 사진이 멋있었다.

 

26층에다 바다 쪽으로 아무것도 없으니 수영장이 진짜 바다와 연결된 것 같이 느껴졌다.

 
 

달은 어두운 바다를 환하게 비추었다.

 
 

호텔 옆 산의 구름은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었다.

 
 

개별 여행자보다는 패키지여행 투숙객이 많아서 그런가 수영장을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흔한 구름마저 예술처럼 보였다. 엄청난 크기의 구름이 떠있어 비가 올까 걱정이 되었지만 4박 5일있는 동안 마지막 날 하루, 공항 가는 날에만 비가 내렸다.

 

달이 너무 밝고 환하게 떠 있어 수영장 가장 자리에 기대어 달을 바라보는 것도 하나의 행복이었다.

 
 

바다 위에 떠있는 배의 불빛도 아름다웠다.

 

첫날이라 그런지 마음도 들떠 있어서 그럴까. 내가 생각했던 인피니티 풀이라 수영장에 있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이렇게 멋진데 왜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한국인 한 가족이 잠깐 이곳을 들려서 사진을 찍고 내려갔다.

 
 

수영장이 크지는 않지만 수영장에서 보는 풍경이 너무 좋았다. 내일은 튜브까지 가져와 노래나 들으며 물에 둥둥 떠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장 한 쪽에는 월풀같이 물이 보글보글 나왔다.

 
 

어떻게 보면 해운대 같았다. 영화 '타짜'에서 조승우와 김혜수가 BMW를 타고 해운대 해수욕장 앞 도로를 달리는 게 생각났다. 몇 년 뒤 이곳에 오면 한국의 해운대처럼 변해 있을 것 같았다. 한국에는 해운대가, 베트남에는 미케 비치가.

 
 

밤이 되었지만 한국에 비해 아직은 덥고 습했다. 어른용 풀이 170 정도 되는 사람에게 물이 가슴 정도까지 올라왔고 그 옆에는 유리로 둘러싸인 유아용 풀이 있었다.

 

수영장에서 논 후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저번 여행에 산 아이스 와인을 마셨다. 모르고 와인 오프너를 안 가지고 왔기에 5층 식당에 내려가서 와인을 열어가지고 왔다.

 

달달한 아이스 와인 한 모금에 속이 쏴해졌다. 이곳까지 오는데 남들보다 몇 배 힘들게 왔지만 미케 비치의 야경이 모든 것을 사르르 녹여주었다. 첫날은 고구마 깡에 아이스 와인을 한 잔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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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시간동안 두통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뜨거운 태양볕 때문인지 호텔 침대랑 베개가 맞지 않아서인지 아침부터 두통에 시달렸다. 약먹고 숙소에서 한숨자고 나니 그래도 머리가 개운해졌다.

 

둘쨋날이자 마지막 날 저녁날이었다. 저녁이 되니 낮보다는 선선해져서 돌아나니기 수월했다.

 
 

자고나니 한결 머리가 시원했다. 마지막 저녁이니 이것저것도 살겸 다시 호안끼엠 호수로 향했다.

 

오전에 비해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베트남의 무슨 기념일일까. 호수 주변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호수 주변을 구경하는 전동카트에서 한무리의 한국인 관광객이 내렸다.

 

오전에 들렸던 옷가게로 갔다. 오전에 이것저것 못사서 아쉬웠는데 다시 와서 이것저것 구매를 했다.

 

아빠한테는 맞는 사이즈의 옷이 많은 반면 나같은 뚱들이 입을만한 사이즈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인에게 기념선물로 줄 바람막이만 몇 개 구매했다.

 

옷을 사고 나니 다시 가방이 두툼해졌다. 면세점에서 젤리를 사면 비싸기에 전날 지나다 본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호수 주변에는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음악은 만국 공통어가 아닌가. 가사는 알 수 없지만 멜로디를 들으며 이 시간을 즐겼다.

 
 

노래를 듣고 슈퍼마켓으로 다시 향했다. 선물로 줄 젤리 등을 샀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안끼엠 호수로 다시 왔다.

 

베트남 국기가 프린팅된 옷을 입은 중년의 여성들이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고 계셨다.

 
 
 

오늘 보는 호수의 야경이 이 여행의 마지막 야경이라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쇼핑백이 무거워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낮과 다른 매력을 지닌 호수의 야경은 이틀간 보았지만 질리지가 않았다. 한국에 가면 오히려 더 그리울 것 같았다.

 

잠깐 동안의 석양은 빠르게 사라지고 금새 어둠이 이곳을 잠식해 갔다.

 
 

상점과 음식점에는 불이 들어오고 호수 주변의 가로등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로 향하는 길은 오늘도 휘황찬란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호수쪽으로 걸어갔다. 우린 물살을 거스르는 연어같이 인파를 가르고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긴 막대가 보이기에 뭔가 싶어 자세히 보니 키와 몸무게를 재는 기계였다. 손님은 많을까? 나도 한번 키랑 몸무게 재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 포기했다.

 

이 더운 동남아에서 탈을 쓰고 하는 알바는 얼마나 힘들까.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먹고 사는 것은 쉽지 않은가 보다.

 

또 다른 길거리 공연을 잠시 보았다. 시각장애인의 공연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연주를 잘하는지 궁금했다.

 

이번 여행은 평소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평소 숙소를 정하는 호수 반대쪽으로 예약을 했다. 이 거리를 걷고 있으면 여행자가 많은 거리와는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무슨 축제에 온 것 같았다.

 
 

무슨 날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도 이들처럼 분위기에 같이 잠시 취해 보았다. 그런데 슈퍼마켓에서 산 물건이 너무 무거웠다.

 

통제 구간의 끝은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었다. 바리케이트 밖은 차와 오토바이로 가득찬 무법지대 같이 보였다,

 

가족들의 발이 되어주는 오토바이들. 주차를 꽤 빼곡하게 했다. 주차는 하겠는데 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자기가 주차한 오토바이는 찾을 수나 있을까.

 
 

오페라 하우스 앞의 교통은 언제나 지옥인 것 같다. 오늘은 그냥 멀리서 바라만 보고 호텔로 갔다.

 

내 편견이겠지. 이곳도 부자가 있고 가난한 사람, 중산층있는데 프라다 매장이 어색하게 다가왔다. 3박 4실의 짧은 여행이라 하노이를 맛만보고 떠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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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서의 셋째 날이 되었다. 첫날은 너무 늦게 도착해서 아무것도 못 보고 하루를 그냥 날려 보냈다. 그래서 이튿날 호안끼엠 주변을 돌며 오래간만에 하노이의 정취를 느끼고 적응할 수 있었다.

 

오늘도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우기로 들어가는 시기라 아침마다 비가 내리는 것 같다. 그래서 호텔에 비치된 우산을 들고나갔다. 오늘은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며 또 호안끼엠 호수 쪽으로 걸어갔다. 실질적으로 오늘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어제 여행을 시작했는데 벌써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3박 4일의 여행이라 가는 날 오는 날을 빼고 나니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은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숙소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비가 그쳤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이 쓸모가 있었는데 비가 그치니 애물단지로 바뀌었다.

 

일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번화가의 아침도 한산하게 느껴졌다. 관광객이 빠진 이곳은 평온했다.

 

시클로를 한번 타볼까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베트남에 여러 번 와봤는데 시클로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느낌이 어떨지 궁금했다. 전에 인도에서 오토릭샤가 답답해서 일반 자전거인 릭샤를 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릭샤 운전수가 아빠와 나 둘을 태우고 바라나시역까지 데려다주는데 어찌나 미안한지, 그 후로는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에는 거부감이 들었었다. 이번엔 과연 시클로를 탈 수 있을 것인가.

 

비가 그치니 호안끼엠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호안끼엠 주변 도로를 전부 통제하고 사람만 걸어 다닐 수 있었다.

 

비가 그치니 점점 날씨가 더워졌다. 동남아 특유의 후끈거림이 느껴졌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는 저렴한 옷 가게가 많다. 자세히 보면 다 우리가 알만한 상표를 가진 옷과 액세서리를 팔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보다 가게 수가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곳의 시그니처로서 많은 상점에서 의류와 잡화를 팔고 있었다. 어떤 상점에서 파격 세일을 하고 있기에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쇼핑이 은근 힘든 것 같다. 상점 몇 곳을 돌았더니 벌써 어지러웠다. 비온 후 갑자기 더워진 날씨 때문에 두통이 와서 조금 힘들었다. 그래서 카페에 가서 쉬려고 호안끼엠 로터리에 있는 럭셔리한 분위기가 나는 카페로 들어갔는데 가격은 가격대로 비싸고 실내가 너무 더워서 그냥 나왔다.

 

하이랜드 커피는 어제 갔기에 걷다가 길가에 있는 카파 카페로 들어왔다. 베트남 특유의 카페였다.

 

1층에 앉으면 낮은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 같았다. 대신 오픈된 카페다 보니 1층은 에어컨이 없어 보였다.

 

우리는 2층으로 올라와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뭐가 유명한지 몰라서 메뉴판을 읽어 본 후 맛있어 보일 것 같은 커피로 주문을 했다.

 

한 잔에 2500원 정도로 양도 많고 시원했다. 맛은 옛날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맛이 났는데 더운 날씨에 에너지를 불어 넣어 주기 딱 좋은 것 같았다.

 

창문만 열어 놓고 있는데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시원했다. 우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습함은 어쩔 수 없지만 바람이 부니 더운 느낌은 많이 사라졌다.

 

밀폐된 공간이 아니다 보니 우리 테이블 옆 손님은 계속해서 담배를 피웠다. 걷다 보면 베트남 로컬 카페의 경우 대부분 자유롭게 흡연을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담배 연기가 싫으신 분은 체인점 카페인 하이랜드 같은 곳을 가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때 갑자기 찾아온 두통 때문에 아빠한테 괜히 짜증을 부렸다. 아프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올라왔다. 마음과 반대로 행동을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미안해서 카메라만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분주한 거리를 바라보았다.

 
 

아빠한테 찍은 사진을 보내고 멍하니 밖만 응시했다.

 

처음에는 로컬 카페가 더워서 들어오기 싫었는데 와서 있다 보니 괜찮은 것 같았다. 내가 머리가 아파서 표정이 안 좋았는데 아빠는 내가 카페에 들어오기 싫은데 아빠 때문에 억지로 들어와서 화가 난 것이라 생각하셨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싫었으나 가격도 저렴하고 카페의 분위기도 편해서 좋았는데 말이다.

 
 

이렇게 정신없는 거리에서 사고가 없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오전에 산 옷이 생각보다 무겁고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카페에서 나왔다. 오후가 되니 확실히 햇살이 강해졌다.

 
 

어제 두 번이나 왔던 호안끼엠 호수인데 질리는 느낌이 없었다. 아마 여행이 짧았기 때문일까. 특별한 일정 없이 진행되는 여행이기 때문에 그냥 일상과 같이 보내는 이런 평범한 것 같은 하루가 좋았다.

 
 
 

오후가 되니 거리 이곳저곳에 사람이 많아졌다.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호안끼엠 주변 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곳곳에서 한국어가 들렸다.

 

매번 걷던 길인데도 걸을 때마다 새로운 모습들이 우리의 가던 길을 멈추게 했다.

 
 

이 나무는 이곳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자라고 있는 것일까. 나무의 뿌리는 보도블록쯤은 문제가 아니라는 듯 자신의 세력을 펼쳐 나가는 것 같았다.

 
 

어제 하루 이곳을 걷다 보니 이제 숙소로 가는 길도 익숙해지고 이곳의 풍경도 눈에 익은 것 같았다.

 

숙소 주변에 관공서가 있는 것 같았다. 경비들도 꽤 보이기도 하고 주변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담장을 자란 식물에는 꽃이 피었는데 이 꽃이 걸어가던 아빠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하늘은 파랗고 꽃은 빨갛고 마음은 살랑살랑거렸다. 아빠는 매일매일 꽃을 보고 지내고 싶다고 하시는데 우리나라는 긴 겨울이 있으니 꽃이 한철만 피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담장에 핀 꽃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고 갔다.

 

빨간 꽃 옆으로 핀 노란 꽃. 이름이 무엇일까. 파스텔 톤 노란 건물이 꽃과 잘 어우러졌다.

 
 

우린 숙소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뜨거운 태양볕을 받으며 꽃 사진을 찍었다.

 

아빠 개인적으로 카카오 스토리에 올리시는 사진을 찍는 동안 나도 사진을 찍어 보았다.

 

하는 것 없이 한량처럼 여행 와서 매일 같은 곳을 다니지만 매일매일이 새롭게 다가온다. 낮 시간 동안은 너무 덥기에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 다시 숙소로 들어갔다.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고 에어컨 밑에 있으니 이곳이 천국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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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은 너무 늦게 하노이에 도착하는 바람에 하노이의 아름다운 야경을 못 보았다. 자정이 지난 하노이는 약간 으스스하다고 해야 할까. 오랜만에 하노이에 와서 정신이 없는데 숙소 주변이 너무 깜깜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동안 하노이의 공기에 익숙해지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다시 용기가 났다. 여행의 꽃은 언제나 야경이 아닐까. 우리가 유럽의 야경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눈을 아프게 하는 네온사인의 빛이 강하지 않기에 우리는 유럽의 야경을 그리워하고 또 보고 싶어 한다. 하노이의 야경은 어떨까. 몇 년의 시간이라는 공백이 있기는 하지만 하노이의 야경은 언제나 활기차서 흥겨웠다.

 

그리운 야경을 보기 위해 너무 뜨거운 낮 시간에는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예전과는 달리 숙소를 오페라 하우스 근처로 정했기에 저녁 분위기가 성요셉 성당이 있는 곳과는 사뭇 달랐다. 성요셉 성당 주변의 숙소는 언제나 여행자로 활기를 띤다면 이곳은 조용했다. 번잡한 곳이 싫은 여행자에게는 이쪽 숙소들이 좋을 것 같다.

 
 

하노이를 몇 번을 왔지만 한 번도 못 본 오페라 하우스를 보러 갔다. 숙소에서 직진 방향이라 찾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오페라 하우스로 가는 길 본 웅장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 권위와 무게가 느껴지는 건물이었다. 건물 이름을 보니 우리나라 한국은행 같은 곳이었다. 하노이의 건물들이 전반적으로 유럽풍의 느낌이 많이 나는데 이 건물만은 유럽적인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멀리서 딱 봐도 관공서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사진을 찍어도 될까라는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지만 경비원이 없기에 소심하게 건물 계단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기에 핸드폰의 광각 렌즈로 찍어야 건물이 전부 사진에 들어왔다.

 
 

여행사와 여행자가 즐비한 호안끼엠 로터리 주변보다는 훨씬 더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인도도 오토바이로 가득 차 있지만 걸을 수 있는 길을 남겨두어 다른 길에 비해 걷는 것이 훨씬 더 수월했다.

 
 

넓은 인도를 걷다 보니 고급 호텔을 지나고 또한 명품 숍 앞을 지났다. 우리가 생각하는 하노이의 모습이 아닌 것 같은 어색함이 들었다. 고급스러운 건물에 자리 잡은 프라다가 이곳이 어떤 곳임을 어떤 동네임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오페라 하우스 앞 로터리는 그야말로 전쟁터 같았다. 길을 건너는 것 자체만으로도 목숨을 내놓고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한쪽에서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오토바이와 차로 인해 언제 건너야 할지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망설일 뿐이었다.

 
 

사진에서 본 것보다는 규모가 작아서 약간 실망했다. 유럽에서 본 오페라 하우스나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의 규모를 생각했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오페라 하우스라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크기를 떠올렸다.

 
 

나 혼자만의 상상으로 규모에 실망하기는 했지만 오페라 하우스의 색감이 마음에 들었다. 방금 본 은행 건물과는 반대로 정감 어린 파스텔 톤의 색감에 매료되었다.

 

오페라 하우스 앞에 계단에는 사람들이 앉아 쉬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또한 관광객은 시티 버스를 타고 우르르 이곳에 내려서 인증숏을 찍고 또 우르르 이곳을 떠났다.

 

오페라 하우스 앞은 현지인에게도 관광객에게도 인기 있는 핫스폿이었다. 오페라 하우스 앞 도로를 건너려고 하는데 또다시 길 건너기 위해 도전 정신을 발휘해야 했다. 신호등이 있었던 것 같으나 신호등은 신호등일 뿐 이곳은 이곳만의 교통 규칙으로 차와 인간이 공존하는 것 같았다. 일단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현지인들을 찾았다. 그들이 언제 건너는지 유심히 보다 우리도 함께 길을 건넜다.

 

이 혼잡한 도로에서도 시클로는 자신만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길을 건너니 마음 한편이 편해졌다. 미뤄둔 숙제를 한 것 마냥 왜 그렇게 마음이 편했는지. 길 건너는 것 하나까지 어쩔 때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었다.

 

어둠이 짙게 찾아왔지만 오페라 하우스 앞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매일 이런 일상이라면 나는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 이전 여행은 어떻게 했던 것일까. 이곳보다 더 힘든 인도에서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 하우스 앞 럭셔리한 골목을 걸었다. 우리가 평소에 못 보던 하노이의 모습에 아빠와 나는 놀랬다.

 
 

휘황찬란한 길거리를 걷다 보니 다시 호안끼엠 호수로 이어지는 길과 이어졌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의 모습이 이렇게도 달랐던가. 한쪽에는 여행자로 가득 차 있고 저렴한 물건을 파는 상점과 음식점이 즐비한데 이곳은 럭셔리한 매장으로 가득했다.

 
 

럭셔리한 거리가 끝나니 우리에게 익숙한 그런 거리가 다시 나타났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그런 거리. 무슨 기념일인지 호안끼엠 호수 주변 도로를 막아 두어서 사람들이 차도로 걸을 수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걷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치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낮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던 거리는 밤이 되니 더 많은 인파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아빠는 아이들이 비눗방울 만드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부러우셨는지 계속 아이들이 들고 있는 장난감에 눈이 가셨다. 그래서 길거리 상점에서 비눗방울 장난감을 하나 구매했다. 아주머니가 어찌나 열심히 베트남어로 작동 방법을 설명하시는지, 안사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빠는 비눗방울 장난감을 사셔서 기분이 좋아지신 것 같다. 계속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으셨다.

 
 

어떻게 하면 비눗방울이 사진에 많이 나올지 고민을 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비눗방울을 계속 쏘고 있으니 민폐가 되는 것 같아서 호수 한쪽으로 와서 연습을 했다.

 
 

바람을 등지고 해야 비눗방울이 멀리 퍼져 나갔다.

 
 
 

단 돈 몇 천 원으로 아빠와 나 둘 다 웃을 수 있고 행복해졌다.

 

처음에는 연사로 촬영을 하다 비디오로 촬영하면서 영상 캡처를 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 비해 서늘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습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람이 없는 곳이면 다시 비눗방울 장난감의 버튼을 눌러 불빛에 반짝이는 비누거품을 만들었다.

 

오늘 하루 종일 호수 주변만 돌은 것 같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빠는 어린아이같이 신이 나서 장난감의 버튼을 신나게 누르셨다.

 
 
 
 

얼마 하지도 않는데 낮에 하나 사서 들고 다닐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와 나, 둘은 나이에 비해 가끔은 철없이 행동할 때가 있다. 서로 가끔은 철없는 행동에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떤 마음인지 알기에 서로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몇 천 원에 이런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소확행. 아빠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작은 것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그 어떤 행복보다도 강하고 크게 다가왔다.

 
 
 

장난감이 정교하지 않기에 사용할수록 손은 비눗물로 범벅이 되었다.

 
 

지나가는 어린아이들은 아빠가 만든 비눗방울에 관심을 보였다. 가끔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기에, 현재의 느낌을 미래에는 느낄 수 없음을 알기에 크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 또한 아무런 핀잔을 주지 않았다.

 
 
 

거품 장난감에는 거품 통이 2개 있었는데 이날 거의 한 통을 다 쓴 것 같았다.

 
 
 

어떻게 찍으면 사진이 몽환적으로 나올까. 어디서 본 것은 많아서 아빠한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요구를 하는데 내가 생각한 그런 느낌이 나오지 않았다. 사진도 공부와 연습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하노이의 밤은 화려했다. 특히 차도를 가득 매운 사람들로 인해 우리의 마음도 들썩였다.

 
 
 

조명을 받은 나무들은 낮에 비해 밤에 더 장엄하고 웅장하게 느껴졌다. 나뭇가지 하나도 예술처럼 느껴졌다.

 

걷다 보니 짝퉁(?) 물건과 저렴한 음식점이 많은 거리까지 걸어왔다. 오페라 하우스 쪽의 럭셔리함보다는 이런 구질구질함이 훨씬 더 마음에 편했다. 우리 수준에 딱 맞는 분위기였다.

 
 

놀면서 걷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숙소로 향했다. 그래도 다행인 게 낮에도 걸었던 길이라 길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낮과 밤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 건물 앞 문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숙소에서 2분 정도 거리에 편의점이 있기에 숙소로 들어가기 전 편의점을 들렸다. 전날 밤에 봤을 때는 무섭게 느껴졌던 거리가 하루 만에 정겹게 느껴졌다. 이곳에 벌써 익숙해진 것 같다.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샀다. 편의점에서는 카드 사용이 수월해서 트레블 월렛에 충전해 놓은 베트남 동으로 결제를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환전을 전부 현금으로 하지 않고 현금은 비상용으로 조금 하고 나머지는 트레블 월렛으로 환전해서 카드 결제를 한다고 한다. MZ 세대가 여행의 메인으로 떠오르니 여행의 방법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베트남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고 김치 라면을 사서 숙소로 왔다. 오랜만에 온 하노이라 정신이 없고 어색했던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역시 온몸 하나하나가 기억하고 있기에 금세 이곳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일정이 없는 여행, 계획이 없는 것이 계획인 여행이기에 느긋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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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아침을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너무 힘이 들어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잠을 잔 후 일어나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우산을 챙겨오지 않았는데 다행히 호텔에 우산이 비치되어 있어서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갔다. 가볍게 호안끼엠 호수 주변만 돌다 올 생각이었다. 호텔에 비치된 우산이 꽤 커서 두 명이 같이 쓰고 가도 충분했다.

 
 

비가 와서 그런가 주변 사물의 색깔이 더 원색으로 빛이 나 보였다. 특히 호텔에서 가지고 나온 우산은 푸릇푸릇 한 하노이 시내에 붉은 점 하나를 찍은 것 같이 튀어 보였다.

 

우기로 접어드는 기간이라 그런지 공기도 깨끗했다. 비가 와서 그런가 거리는 한산했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며 호안끼엠 호수 쪽으로 걸었다. 이쪽에서 가는 것은 처음이라 지도를 확인하며 걸어야 했다.

 
 

주말에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지내는 3일 동안 호안끼엠 호수로 가는 길은 차량이 통제되었다. 호안끼엠 주변 도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정신이 없는 곳인데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없으니 산책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멈추었다. 밤새 바람이 심하게 불었는지 바닥에는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과 씨앗 같은 것들이 떨어져 있었다.

 

비가 와서 나무들은 더 푸르게 나왔다.

 

나는 아직까지 피로가 가시지 않았는지 걸으면서 졸리고 몸이 축축 처졌다. 전날 숙소에 12시가 넘어 도착을 했고 잠은 한 시 넘어 잔 것 같다. 평소에도 한 시 넘어 자는 경우가 많은데 4시간의 비행이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노이의 아침은 비가 와서 공기는 신선하게 느껴지고 생각 외로 덥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내릴 것 같이 구름이 덥혀 있었다. 비가 와서 의자는 다 젖어 있었다.

 

3년 만에 다시 온 하노이인데 크게 변하게 없어 보였다. 여전히 호안끼엠 호수는 고요하고 주변의 나무는 크고 호수 주변에는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호수 주변의 나무들이 너무 크고 가지가 뻗어 있는 모습이 예술 작품 같아 보였다. 아빠는 호수 주변 나무들에 푹 빠져서 신기한 모습으로 자라는 나무를 볼 때마다 사진을 찍으셨다.

 
 

나무들이 호수 쪽으로 가지를 뻗고 있었다. 호수를 향해 경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푸름 속의 빨간 다리는 두드러지게 보였다. 아침이지만 다리 위에는 관광객이 많이 보였다.

 

호수 주변에 난간이 없어서 걸을 때 불안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떤 나무는 가지가 물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호수 안 작은 섬에는 붉은색 바탕에 노란 별 하나가 그려진 베트남 국기가 바람에 펄럭였다.

 

남들은 쓰윽 하고 지나가는 호수이지만 아빠는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나무 하나 꽃 한 송이에 시선을 빼앗기셨다.

 
 

새로 산 렌즈로 찍어 보니 나 또한 설레었다. 이 여행을 오기 며칠 전 중고로 시그마 아트 렌즈 30mm를 구매했다. 단 초점 렌즈는 화각이 고정되어 불편해 사용을 안 했는데 한번 이용해 보고 싶어서 구매를 했다. 이번 여행이 첫 출사라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전반적으로 원색을 부드럽게 잘 표현해 주었다. 화각이 고정되어 사용감이 불편했지만 찍고 난 후 결과물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선선했지만 비가 온 직후라 그런지 습하고 눅눅했다. 그러나 눈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사원 안에 들어가 볼까 생각하고 빨간 다리가 인상적인 사원으로 갔다. 입장료는 그렇게 비싸지 않은데 사람이 많아서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이번에도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이 사원 앞을 몇 번을 왔는데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이번에는 들어가 볼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그냥 이렇게 넘어갔다.

 

사원 앞에서 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아빠의 샌들이 이상했다. 밑창이 떨어져 나갔다. 작년에 사준 크록스를 가지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 크록스가 부피가 커서 가져오기 싫었다고 하신다. 어쩔 수 없이 신발부터 사러 가야 할 것 같았다. 내가 맨날 하는 말이 '아끼면 똥 된다.' 있을 때 그냥 신고 다니라고. 이 신발도 이쁘다고 아끼고 아끼다 오래간만에 가지고 왔더니 베트남에서 유명을 달리하셨다.

 

예전 기억을 떠올려 신발 매장이 많은 거리로 걸었다. 숙소를 호안끼엠 근처로 정한 이유 중 하나가 이것저것 살 수 있는 상점이 많아서였다. 그런데 신발은 살 생각이 없었는데 신발부터 사러 가야 했다.

 

언제나 사람과 차, 오토바이로 북적이는 도로인데 오늘 아침엔 유난히 한산했다. 이런 여유로움이 좋았다. 베트남에 오면 언제나 스트레스 받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정신없는 오토바이였기 때문이다.

 

이쁜 슬리퍼는 대부분 여성용이라 어쩔 수 없이 밋밋한 슬리퍼로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온 김에 다른 상점도 들려서 여름 옷을 구매했다.

 
 

신발을 사고 옷도 한두 벌 샀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어느새 날씨는 좋아졌다. 그리고 태양볕이 뜨겁게 내리쬐기 시작했다.

 
 

호안끼엠의 메인 로터리는 차량이 통제되어 사람만 걸어갈 수 있었다.

 

날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니 잠시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할 필요가 있어서 하이랜드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베트남의 로컬 카페의 경우 에어컨이 없거나 안 틀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체인점 카페의 경우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기에 로컬 카페보다는 체인점 카페를 선택하게 된다.

 
 

베트남은 커피 생산국답게 커피 가격이 의외로 저렴했다. 커피 종류가 많아서 뭘 주문할 까 고민하다 난 아메리카노로 아빠는 달달한 캐러멜 마키아토로 선택하고 케이크의 가격도 저렴해서 두 개나 주문했다.

 

작지만 달달한 게 더운 날씨로 지친 몸에 에너지를 넣어주었다.

 

매일 마시던 커피 말고 다른 종류로 선택하고 싶었지만 뭐가 좋은지 모르기에 습관적으로 한국에서와 같은 음료를 주문했다.

 

야외에 나가서 먹을까 생각이 들다가도 더울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서 그냥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찍은 사진을 아빠에게 보내고 우리는 SNS에 사진을 올리느라 한동안 말없이 자신의 할 일을 할 뿐이었다.

 

한 시간 정도 카페에서 쉰 것 같다. 시원한 카페에 있다 보니 밖으로 나오기 싫어졌다. 어느새 시간은 정오를 지났다. 비가 그치고 나니 이제는 날이 푹푹 찌기 시작했다. 아침의 습함은 많이 사라졌지만 이제는 머리 뒤통수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날은 덥지만 이게 하노이 날씨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날씨가 더우니 다시 그늘로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 피신하고 싶었다. 살이 찌고 난 후부터 땀을 유독 많이 흘렸다. 그래서 여벌의 옷을 챙겨가지고 왔지만 어차피 옷을 갈아입고 나가도 5분 만에 옷이 땀에 다 젖어 버리니 매일 같은 옷만 입고 다녔다.

 

우산을 괜히 들고나온 것일까, 작으면 가방에 넣으면 되지만 우산이 너무 커서 들고 다녀야 했다.

 
 
 

오후 시간이 되니 호수 주변에 사람이 많아졌다. 조용했던 아침은 사라지고 이제부터 호수 주변은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젖어 있던 벤치들은 어느새 말라서 앉을 빈자리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앉아서 호수만 바라보고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녹음이 울창한 거리를 걷는 기분은 상쾌했다. 무슨 국경일일까. 길거리에는 베트남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은 것 같다. 생동감 넘치고 개구지고. 차가 다니지 않는 차도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노는 아이들이 귀여웠다.

 

호수 주변을 걸으니 마지막에 왔던 2019년 12월의 하노이가 생각났다. 이렇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발이 묶여 버릴 줄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지만 미지근한 바람만 불 뿐이었다.

 

호수 주변에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바닥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갔다. 바닥은 어느새 바짝 말라서 아침에 비가 온 것이 거짓말같이 느껴질 뿐이었다.

 
 

날이 더워지니 살짝 머리가 어지러웠다. 해가 날 때와 안날 때의 온도차가 극명했다.

 
 

고풍스러운 건물에 있는 '신한은행'은 매번 지날 때마다 한 번씩 쳐다보게 된다.

 
 
 

호수 주변에는 유럽풍의 고급스러운 건물들이 꽤 있었다. 사무실이나 식당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 같았다. 베트남에서 느끼는 유럽이었다.

 
 

베트남 풍과 유럽 풍의 조화가 느껴졌다.

 

호안끼엠 호수를 벗어나 하노이 성요셉 성당으로 향했다. 호수를 벗어나니 길거리는 북적이고 정신이 없었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오토바이와 보도에 세워진 오토바이 때문에 걷는 게 쉽지 않았다.

 
 

아시아의 노트르담 성당이라고 해야 할까. 노트르담 성당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 것 같았다. 규모가 노트르담 성당에 비해 많이 작기는 하지만 외관만 두고 보면 똑같이 생겼다.

 

하노이의 관광명소답게 언제나 사람으로 북적였다.

 

성당 앞으로는 성당에 들어갈 수 없게 펜스가 쳐져 있었다. 성당을 한 화면에 담을 수 없어서 아이폰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왜곡되기는 하지만 왜곡된 화면에서 성당이 실제보다 크게 나왔다.

 
 

아침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오늘은 맑은 하늘은 다 봤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구름은 사라지고 푸른 하늘만이 보였다.

 
 
 

성당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성당에 들어오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경건해졌다. 사진도 조용히, 말도 조용히 할 수밖에 없었다. 성당에 왔으니 잠시 기도를 했다. 성당에 오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기도를 하게 된다. 이유는 모르겠다. 마음이 왠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기도를 마친 후 조용히 성당 주변을 한 번 더 돌아 보았다.

 

성당 밖으로 나왔다. 역시 유명한 관광지라 시클로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트남에 와서 한 번도 타보지 않은 것이 시클로였다. 전에 인도에서 릭샤를 탄 적이 있었는데 내가 체중이 많이 나가다 보니 릭샤꾼이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원래 줘야 할 돈보다 두 배 넘게 더 주고 내린 기억이 있었다. 그 후로는 사람의 힘으로 운행하는 것은 왠지 꺼려졌다. 시클로를 타보고 싶기는 했지만 내 몸무게는 그때보다 훨씬 더 늘었기에 선뜻 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골목을 걸으니 로컬의 냄새가 짙게 났다. 큰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베트남만의 향기랄까.

 

뿌리가 신기하게 자란 나무들이며 나무에 주렁주렁 장신같이 달린 것 같은 나무들까지 길가의 가로수지만 예사롭지 않았다.

 

다시 호수로 돌아왔다. 숙소로 가기 위해서는 호수를 지나야 했기 때문이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아까 가지 않았던 남은 거리를 돌아서 갔다.

 

이곳은 처음 와본 것 같다. 호수를 한 바퀴 다 돌아본 적이 없어서 항상 반절만 왔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동선이 한 바퀴를 돌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항상 차가 다니는 길이라 걷고 싶은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았는데 차가 없으니 가볍게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기 편했다.

 

날이 맑아지니 로컬 식당들은 야외용 테이블과 의자를 펼쳐 놓았다. 길가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보였다.

 

무슨 기념일일까? 아님 연휴일까? 베트남 가족들이 거리에 많았다.

 
 

어린이들을 위한 세상이었다. 무슨 기념일인 것일까.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은 것일까. 아빠는 사람이 많아지니 기분이 같이 업이 되셨다.

 

화단에는 붉은 꽃이 심어져 있었다. 호수를 한 바퀴 도니 슬슬 다리가 아파졌다. 덥기도 덥지만 다리가 조금씩 뻐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꽃 사진은 포기할 수 없기에 마지막 힘까지 짜서 사진을 찍었다.

 
 

어린아이들은 비눗방울 장난감으로 비눗방울 만들었다. 집에 비눗방울 만드는 장난감이 있는데 가져오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나무가 어떻게 저렇게 휘어서 자랄 수 있는 것일까. 나무가 누워서 호수를 향해 자라고 있었다.

 

이 나무는 아예 물속으로 들어가려는 것 같아 보였다.

 

구글 맵을 중간중간 확인하며 숙소 쪽으로 걸어갔다. 하노이 어린이 궁 전 앞 동상에는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사람이 많았다. 아마 어디선가 대여를 해주는 것 같았다.

 

베트남도 중국의 영향을 받은 지역이다 보니 세워진 동상의 사람은 중국풍의 의상을 입고 있었으며 장식도 중국스러운 느낌이 났다.

숙소로 가는 길 세워진 오토바이를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자기 오토바이를 어떻게 찾을까. 오토바이를 꺼낼 수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온 하노이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특별한 계획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그냥 숙소 근처 호수 주변을 걷는 게 이번 여행의 계획이라고 해야 할까. 몇 시간 동안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돌고 숙소로 갔다. 숙소에서 조금 쉰 후 저녁에 다시 호수 야경을 보기 위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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