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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서의 셋째 날이 되었다. 첫날은 너무 늦게 도착해서 아무것도 못 보고 하루를 그냥 날려 보냈다. 그래서 이튿날 호안끼엠 주변을 돌며 오래간만에 하노이의 정취를 느끼고 적응할 수 있었다.

 

오늘도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우기로 들어가는 시기라 아침마다 비가 내리는 것 같다. 그래서 호텔에 비치된 우산을 들고나갔다. 오늘은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며 또 호안끼엠 호수 쪽으로 걸어갔다. 실질적으로 오늘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어제 여행을 시작했는데 벌써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3박 4일의 여행이라 가는 날 오는 날을 빼고 나니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은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숙소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비가 그쳤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이 쓸모가 있었는데 비가 그치니 애물단지로 바뀌었다.

 

일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번화가의 아침도 한산하게 느껴졌다. 관광객이 빠진 이곳은 평온했다.

 

시클로를 한번 타볼까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베트남에 여러 번 와봤는데 시클로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느낌이 어떨지 궁금했다. 전에 인도에서 오토릭샤가 답답해서 일반 자전거인 릭샤를 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릭샤 운전수가 아빠와 나 둘을 태우고 바라나시역까지 데려다주는데 어찌나 미안한지, 그 후로는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에는 거부감이 들었었다. 이번엔 과연 시클로를 탈 수 있을 것인가.

 

비가 그치니 호안끼엠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호안끼엠 주변 도로를 전부 통제하고 사람만 걸어 다닐 수 있었다.

 

비가 그치니 점점 날씨가 더워졌다. 동남아 특유의 후끈거림이 느껴졌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는 저렴한 옷 가게가 많다. 자세히 보면 다 우리가 알만한 상표를 가진 옷과 액세서리를 팔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보다 가게 수가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곳의 시그니처로서 많은 상점에서 의류와 잡화를 팔고 있었다. 어떤 상점에서 파격 세일을 하고 있기에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쇼핑이 은근 힘든 것 같다. 상점 몇 곳을 돌았더니 벌써 어지러웠다. 비온 후 갑자기 더워진 날씨 때문에 두통이 와서 조금 힘들었다. 그래서 카페에 가서 쉬려고 호안끼엠 로터리에 있는 럭셔리한 분위기가 나는 카페로 들어갔는데 가격은 가격대로 비싸고 실내가 너무 더워서 그냥 나왔다.

 

하이랜드 커피는 어제 갔기에 걷다가 길가에 있는 카파 카페로 들어왔다. 베트남 특유의 카페였다.

 

1층에 앉으면 낮은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 같았다. 대신 오픈된 카페다 보니 1층은 에어컨이 없어 보였다.

 

우리는 2층으로 올라와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뭐가 유명한지 몰라서 메뉴판을 읽어 본 후 맛있어 보일 것 같은 커피로 주문을 했다.

 

한 잔에 2500원 정도로 양도 많고 시원했다. 맛은 옛날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맛이 났는데 더운 날씨에 에너지를 불어 넣어 주기 딱 좋은 것 같았다.

 

창문만 열어 놓고 있는데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시원했다. 우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습함은 어쩔 수 없지만 바람이 부니 더운 느낌은 많이 사라졌다.

 

밀폐된 공간이 아니다 보니 우리 테이블 옆 손님은 계속해서 담배를 피웠다. 걷다 보면 베트남 로컬 카페의 경우 대부분 자유롭게 흡연을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담배 연기가 싫으신 분은 체인점 카페인 하이랜드 같은 곳을 가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때 갑자기 찾아온 두통 때문에 아빠한테 괜히 짜증을 부렸다. 아프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올라왔다. 마음과 반대로 행동을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미안해서 카메라만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분주한 거리를 바라보았다.

 
 

아빠한테 찍은 사진을 보내고 멍하니 밖만 응시했다.

 

처음에는 로컬 카페가 더워서 들어오기 싫었는데 와서 있다 보니 괜찮은 것 같았다. 내가 머리가 아파서 표정이 안 좋았는데 아빠는 내가 카페에 들어오기 싫은데 아빠 때문에 억지로 들어와서 화가 난 것이라 생각하셨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싫었으나 가격도 저렴하고 카페의 분위기도 편해서 좋았는데 말이다.

 
 

이렇게 정신없는 거리에서 사고가 없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오전에 산 옷이 생각보다 무겁고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카페에서 나왔다. 오후가 되니 확실히 햇살이 강해졌다.

 
 

어제 두 번이나 왔던 호안끼엠 호수인데 질리는 느낌이 없었다. 아마 여행이 짧았기 때문일까. 특별한 일정 없이 진행되는 여행이기 때문에 그냥 일상과 같이 보내는 이런 평범한 것 같은 하루가 좋았다.

 
 
 

오후가 되니 거리 이곳저곳에 사람이 많아졌다.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호안끼엠 주변 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곳곳에서 한국어가 들렸다.

 

매번 걷던 길인데도 걸을 때마다 새로운 모습들이 우리의 가던 길을 멈추게 했다.

 
 

이 나무는 이곳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자라고 있는 것일까. 나무의 뿌리는 보도블록쯤은 문제가 아니라는 듯 자신의 세력을 펼쳐 나가는 것 같았다.

 
 

어제 하루 이곳을 걷다 보니 이제 숙소로 가는 길도 익숙해지고 이곳의 풍경도 눈에 익은 것 같았다.

 

숙소 주변에 관공서가 있는 것 같았다. 경비들도 꽤 보이기도 하고 주변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담장을 자란 식물에는 꽃이 피었는데 이 꽃이 걸어가던 아빠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하늘은 파랗고 꽃은 빨갛고 마음은 살랑살랑거렸다. 아빠는 매일매일 꽃을 보고 지내고 싶다고 하시는데 우리나라는 긴 겨울이 있으니 꽃이 한철만 피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담장에 핀 꽃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고 갔다.

 

빨간 꽃 옆으로 핀 노란 꽃. 이름이 무엇일까. 파스텔 톤 노란 건물이 꽃과 잘 어우러졌다.

 
 

우린 숙소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뜨거운 태양볕을 받으며 꽃 사진을 찍었다.

 

아빠 개인적으로 카카오 스토리에 올리시는 사진을 찍는 동안 나도 사진을 찍어 보았다.

 

하는 것 없이 한량처럼 여행 와서 매일 같은 곳을 다니지만 매일매일이 새롭게 다가온다. 낮 시간 동안은 너무 덥기에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 다시 숙소로 들어갔다.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고 에어컨 밑에 있으니 이곳이 천국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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