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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은 너무 늦게 하노이에 도착하는 바람에 하노이의 아름다운 야경을 못 보았다. 자정이 지난 하노이는 약간 으스스하다고 해야 할까. 오랜만에 하노이에 와서 정신이 없는데 숙소 주변이 너무 깜깜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동안 하노이의 공기에 익숙해지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다시 용기가 났다. 여행의 꽃은 언제나 야경이 아닐까. 우리가 유럽의 야경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눈을 아프게 하는 네온사인의 빛이 강하지 않기에 우리는 유럽의 야경을 그리워하고 또 보고 싶어 한다. 하노이의 야경은 어떨까. 몇 년의 시간이라는 공백이 있기는 하지만 하노이의 야경은 언제나 활기차서 흥겨웠다.

 

그리운 야경을 보기 위해 너무 뜨거운 낮 시간에는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예전과는 달리 숙소를 오페라 하우스 근처로 정했기에 저녁 분위기가 성요셉 성당이 있는 곳과는 사뭇 달랐다. 성요셉 성당 주변의 숙소는 언제나 여행자로 활기를 띤다면 이곳은 조용했다. 번잡한 곳이 싫은 여행자에게는 이쪽 숙소들이 좋을 것 같다.

 
 

하노이를 몇 번을 왔지만 한 번도 못 본 오페라 하우스를 보러 갔다. 숙소에서 직진 방향이라 찾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오페라 하우스로 가는 길 본 웅장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 권위와 무게가 느껴지는 건물이었다. 건물 이름을 보니 우리나라 한국은행 같은 곳이었다. 하노이의 건물들이 전반적으로 유럽풍의 느낌이 많이 나는데 이 건물만은 유럽적인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멀리서 딱 봐도 관공서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사진을 찍어도 될까라는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지만 경비원이 없기에 소심하게 건물 계단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기에 핸드폰의 광각 렌즈로 찍어야 건물이 전부 사진에 들어왔다.

 
 

여행사와 여행자가 즐비한 호안끼엠 로터리 주변보다는 훨씬 더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인도도 오토바이로 가득 차 있지만 걸을 수 있는 길을 남겨두어 다른 길에 비해 걷는 것이 훨씬 더 수월했다.

 
 

넓은 인도를 걷다 보니 고급 호텔을 지나고 또한 명품 숍 앞을 지났다. 우리가 생각하는 하노이의 모습이 아닌 것 같은 어색함이 들었다. 고급스러운 건물에 자리 잡은 프라다가 이곳이 어떤 곳임을 어떤 동네임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오페라 하우스 앞 로터리는 그야말로 전쟁터 같았다. 길을 건너는 것 자체만으로도 목숨을 내놓고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한쪽에서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오토바이와 차로 인해 언제 건너야 할지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망설일 뿐이었다.

 
 

사진에서 본 것보다는 규모가 작아서 약간 실망했다. 유럽에서 본 오페라 하우스나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의 규모를 생각했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오페라 하우스라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크기를 떠올렸다.

 
 

나 혼자만의 상상으로 규모에 실망하기는 했지만 오페라 하우스의 색감이 마음에 들었다. 방금 본 은행 건물과는 반대로 정감 어린 파스텔 톤의 색감에 매료되었다.

 

오페라 하우스 앞에 계단에는 사람들이 앉아 쉬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또한 관광객은 시티 버스를 타고 우르르 이곳에 내려서 인증숏을 찍고 또 우르르 이곳을 떠났다.

 

오페라 하우스 앞은 현지인에게도 관광객에게도 인기 있는 핫스폿이었다. 오페라 하우스 앞 도로를 건너려고 하는데 또다시 길 건너기 위해 도전 정신을 발휘해야 했다. 신호등이 있었던 것 같으나 신호등은 신호등일 뿐 이곳은 이곳만의 교통 규칙으로 차와 인간이 공존하는 것 같았다. 일단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현지인들을 찾았다. 그들이 언제 건너는지 유심히 보다 우리도 함께 길을 건넜다.

 

이 혼잡한 도로에서도 시클로는 자신만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길을 건너니 마음 한편이 편해졌다. 미뤄둔 숙제를 한 것 마냥 왜 그렇게 마음이 편했는지. 길 건너는 것 하나까지 어쩔 때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었다.

 

어둠이 짙게 찾아왔지만 오페라 하우스 앞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매일 이런 일상이라면 나는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 이전 여행은 어떻게 했던 것일까. 이곳보다 더 힘든 인도에서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 하우스 앞 럭셔리한 골목을 걸었다. 우리가 평소에 못 보던 하노이의 모습에 아빠와 나는 놀랬다.

 
 

휘황찬란한 길거리를 걷다 보니 다시 호안끼엠 호수로 이어지는 길과 이어졌다. 호안끼엠 호수 주변의 모습이 이렇게도 달랐던가. 한쪽에는 여행자로 가득 차 있고 저렴한 물건을 파는 상점과 음식점이 즐비한데 이곳은 럭셔리한 매장으로 가득했다.

 
 

럭셔리한 거리가 끝나니 우리에게 익숙한 그런 거리가 다시 나타났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그런 거리. 무슨 기념일인지 호안끼엠 호수 주변 도로를 막아 두어서 사람들이 차도로 걸을 수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걷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치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낮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던 거리는 밤이 되니 더 많은 인파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아빠는 아이들이 비눗방울 만드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부러우셨는지 계속 아이들이 들고 있는 장난감에 눈이 가셨다. 그래서 길거리 상점에서 비눗방울 장난감을 하나 구매했다. 아주머니가 어찌나 열심히 베트남어로 작동 방법을 설명하시는지, 안사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빠는 비눗방울 장난감을 사셔서 기분이 좋아지신 것 같다. 계속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으셨다.

 
 

어떻게 하면 비눗방울이 사진에 많이 나올지 고민을 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비눗방울을 계속 쏘고 있으니 민폐가 되는 것 같아서 호수 한쪽으로 와서 연습을 했다.

 
 

바람을 등지고 해야 비눗방울이 멀리 퍼져 나갔다.

 
 
 

단 돈 몇 천 원으로 아빠와 나 둘 다 웃을 수 있고 행복해졌다.

 

처음에는 연사로 촬영을 하다 비디오로 촬영하면서 영상 캡처를 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 비해 서늘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습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람이 없는 곳이면 다시 비눗방울 장난감의 버튼을 눌러 불빛에 반짝이는 비누거품을 만들었다.

 

오늘 하루 종일 호수 주변만 돌은 것 같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빠는 어린아이같이 신이 나서 장난감의 버튼을 신나게 누르셨다.

 
 
 
 

얼마 하지도 않는데 낮에 하나 사서 들고 다닐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와 나, 둘은 나이에 비해 가끔은 철없이 행동할 때가 있다. 서로 가끔은 철없는 행동에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떤 마음인지 알기에 서로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몇 천 원에 이런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소확행. 아빠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작은 것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그 어떤 행복보다도 강하고 크게 다가왔다.

 
 
 

장난감이 정교하지 않기에 사용할수록 손은 비눗물로 범벅이 되었다.

 
 

지나가는 어린아이들은 아빠가 만든 비눗방울에 관심을 보였다. 가끔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기에, 현재의 느낌을 미래에는 느낄 수 없음을 알기에 크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 또한 아무런 핀잔을 주지 않았다.

 
 
 

거품 장난감에는 거품 통이 2개 있었는데 이날 거의 한 통을 다 쓴 것 같았다.

 
 
 

어떻게 찍으면 사진이 몽환적으로 나올까. 어디서 본 것은 많아서 아빠한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요구를 하는데 내가 생각한 그런 느낌이 나오지 않았다. 사진도 공부와 연습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하노이의 밤은 화려했다. 특히 차도를 가득 매운 사람들로 인해 우리의 마음도 들썩였다.

 
 
 

조명을 받은 나무들은 낮에 비해 밤에 더 장엄하고 웅장하게 느껴졌다. 나뭇가지 하나도 예술처럼 느껴졌다.

 

걷다 보니 짝퉁(?) 물건과 저렴한 음식점이 많은 거리까지 걸어왔다. 오페라 하우스 쪽의 럭셔리함보다는 이런 구질구질함이 훨씬 더 마음에 편했다. 우리 수준에 딱 맞는 분위기였다.

 
 

놀면서 걷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숙소로 향했다. 그래도 다행인 게 낮에도 걸었던 길이라 길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낮과 밤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 건물 앞 문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숙소에서 2분 정도 거리에 편의점이 있기에 숙소로 들어가기 전 편의점을 들렸다. 전날 밤에 봤을 때는 무섭게 느껴졌던 거리가 하루 만에 정겹게 느껴졌다. 이곳에 벌써 익숙해진 것 같다.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샀다. 편의점에서는 카드 사용이 수월해서 트레블 월렛에 충전해 놓은 베트남 동으로 결제를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환전을 전부 현금으로 하지 않고 현금은 비상용으로 조금 하고 나머지는 트레블 월렛으로 환전해서 카드 결제를 한다고 한다. MZ 세대가 여행의 메인으로 떠오르니 여행의 방법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베트남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고 김치 라면을 사서 숙소로 왔다. 오랜만에 온 하노이라 정신이 없고 어색했던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역시 온몸 하나하나가 기억하고 있기에 금세 이곳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일정이 없는 여행, 계획이 없는 것이 계획인 여행이기에 느긋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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