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가을에 갔던 할슈타트의 기억이 너무 좋아 다시 한번 할슈타트를 가고 싶었다. 할슈타트의 겨울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하루는 할슈타트에서 편하게 쉬고 싶었다. 그래서 비엔나에서 할슈타트를 거쳐 인스브루크로 향했다.


이비스 빈호프반호프(중앙역)의 조식은 꽤 괜찮았다. 동양인이 많이 오는지 밥도 나오고 미소 국도 나왔다. 된장국이 유럽식의 국이라 우리가 아는 맛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밥과 국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아침을 먹고 할슈타트로 가기 위해 빈 중앙역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우리가 탈 열차는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 기차로 인기 있는 구간이라 성수기에는 좌석이 빨리 없어지는 구간이었다.


빈 중앙역에는 많은 열차들이 들어왔다 빠져나갔다.



우리가 탈 열차는 레일젯으로 잘츠부르크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기차였다. 우리는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에 기차에서 내려 다른 기차로 갈아타야 했다.


기차에는 언제나 간단한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유럽 기차여행의 나름의 로망은 기차에서 먹는 음식과 커피가 아닐까.



일등석 기차라 그런지 이등석보다 자리도 넓고 사람도 적었다.



기차가 출발하자 커피를 한잔 주문했다. 기차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힘든 여행에 힘이 되어 주었다.



커피를 마시며 할슈타트로 향하니 피곤했던 몸과 마음도 조금 사라지는 것 같았다. 오늘은 준고속열차로 이동 후 다시 일반열차로 환승해서 한 시간 정도 가야 했다. 기차에서 내린 후 다시 배를 타고 할슈타트로 가야 했다.



인기 있는 구간인 열차지만 비수기라 그런지 많은 좌석이 비어서 갔다. 열차 안은 조용했다. 자리에 앉아 조용히 오스트리아의 풍경을 구경하며 갔다.



중간역에 내려 기차를 갈아탔다. 환승시간이 적어서 일반열차를 갈아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많은 승객들이 이 역에서 갈아타서 가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이제 일반 기차를 타고 한 시간가량 시골길을 따라갔다.


기차는 마을과 마을을 지나 산속으로 들어갔다.


눈 덮인 산골 마을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눈이 많이 오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우리는 할슈타트 역에서 내리기 위해 미리 일어나 짐을 꺼내고 내릴 준비를 했다. 친구는 한 정거장 더 간 후 내렸다. 여기서 하루 동안 친구와 헤어져 여행을 해야 했다. 친구의 숙소는 산장이라고 하는데 스키장 한복판에 있는 숙소라는 말을 다음날 들을 수 있었다.



할슈타트 역은 작지만 많은 승객들은 할슈타트 역에서 내렸다.


기차는 할슈타트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할슈타트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구름에 정상이 가려져 있었다.




우리는 다시 배를 타고 할슈타트 마을로 향했다. 표는 배에 타기 전 직원으로부터 왕복 티켓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왕복 티켓이기에 다음 날 또 배를 타야 하기에 지갑 속에 표를 잘 보관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나올 시간도 대략 봐 두었다. 배는 기차 시간에 맞춰 운행되었다.


배를 타고 십분 정도 갔다. 잔잔한 호수의 정박을 깨고 배는 할슈타트로 향했다.


구름이 짙게 깔려 햇빛 한 점이 없었다. 그리고 할슈타트를 둘러싼 고봉들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할슈타트에 도착하자마자 선착장 앞에 있는 헤리티지 호텔로 향했다. 체크인이 바로 되었으면 좋겠는데 아직 체크인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짐만 맡긴 후 밖으로 나왔다.



겨울이라 그런지 관광객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가을에 왔을 때 보다 한산했다. 마을도 활기를 잃은 것 같았다. 내가 알던 할슈타트가 아닌 것 같았다.



기억을 더듬어 가며 마을을 걸었다. 변한 것이 없었다. 코로나 전과 후의 모습이 같았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오스트리아 전통 모자와 다양한 모자들이 팔고 있었다. 아빠는 노란색 벙거지 모자가 마음에 드신다고 해서 모자를를 하나 샀다. 나는 오스트리아 전통 모자를 하나 사고 싶었는데 캐리어 안에 넣으며 모자가 다 구겨질 것 같아 사지는 못하고 눈으로만 구경했다.



눈이 쌓인 아름다운 동화 속에 나오는 모습의 마을을 생각했는데 내 생각은 단지 할슈타트에 대한 환상일 뿐이었다.


마을의 몇몇 곳은 공사를 하고 있었고 공사로 인해 길이 지저분했다.


예전에 있던 그 백조일까. 아니면 그 백조의 후손일까. 여전히 백조는 마을 선착장 주변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마을에는 길이 많지 않다. 특히 큰 길은 하나뿐이랄까. 큰 길을 따라 계속해서 걸었다.



비수기라 그런지 상점도 대부분 문이 닫혀 있었다. 저녁에 근사한 저녁을 하고 싶은데 딱히 먹을만한 음식점이 보이지 않았다.
아빠는 전에 갔던 곳을 나무나 식물로 기억을 하신다. 아빠가 이 집의 나무가 더 자란 것 같다고 하시며 집 앞에서 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나는 갔던 곳의 길과 건물로 그곳을 기억하는데 아빠는 식물로 그곳을 기억하시는 것이 신기했다.





할슈타트 마을 끝에 오니 차가 다니는 도로와 버스정류장이 나왔다. 이곳에서 찻길을 건너 소금광산 쪽으로 향했다.


할슈타트 마을을 빠져나오니 아기자기한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곳에서 살면 어떤 느낌이 들까 궁금하기도 했다.




전에 왔을 때는 소금광산 푸니쿨라 시간도 맞지 않았고 탑승료도 조금 비싸게 느껴져서 안 타고 앞에서 사진만 찍고 왔는데 이번에는 직접 푸니쿨라를 타고 전망대를 가보기로 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광산으로 여행하는 맛이 났다.


푸니 쿨라는 대략 15분 간격으로 운행 중이었다. 소금광산을 구경할 것은 아니어서 왕복 푸니쿨라만 구매를 했다.



푸니쿨라를 타기 위해 문 앞에서 기다리는데 뭔가 광산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되자 문이 열리고 푸니쿨라로 갈 수 있었다.



푸니쿨라는 정확한 시간에 출발을 했다. 급경사로 이루어진 길을 순식간에 올라갔다. 위로 올라갈수록 귀가 아팠다.



몇 분이 안 되는 사이 우리는 산 정상에 올라왔다. 산 정상에 오르니 할슈타트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산 정상에는 눈이 내려 하얀 세상이었다.


소금광산으로 걸어가는 사람보다는 전망대로 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높은 곳에서 할슈타트 마을을 내려다보니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마음속이 그저 시원했다.




우리가 타고 온 기차의 종착역도 전망대에 오르니 볼 수 있었다. 친구는 어디쯤 가고 있을지 궁금했다. 친구는 숙소로 가기 위해 케이블카를 두 번이나 타고 올라간다고 하는데 그곳은 어떨지 궁금했다.



전망대에는 사진 찍는 뷰포인트가 있었다. 뾰족하게 생긴 전망대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알프스와 할슈타트가 한눈에 들어왔다. 날씨가 더 맑았다면 알프스의 고봉들도 함께 찍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전망대 바로 아래로 할슈타트 마을이 보였다.



전망대에 오래 있으니 으슬으슬 추웠다. 전망대에 카페가 있어서 커피나 한 잔 마시고 갈려다가 체크인 시간도 다 된 것 같아 전망대 아래로 내려갔다.


헤리티지 호텔로 돌아와 체크인을 하는데 나는 본동으로 배정을 받고 싶은데 별관으로 배정을 받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별관이 2개 있는데 그것도 본동에서 가장 멀리 있는 곳으로 배정을 받았다.


직원이 카트에 짐을 싣고 별관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좁은 골목을 따라가다 보니 별관 건물이 나왔다. 아침에 밥 먹으러 가려면 꽤 걸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체크아웃을 할 때도 리셉션에 전화를 걸어 짐을 가지러 와달라고 부탁을 해야 했다.


다른 구성은 헤리티지 호텔과 같았다. 단지 별관이라는 점만 달랐다. 일박에 40만 원에 가까운 호텔인데 별관으로 배정을 받으니 뭔가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는 본관으로 배정을 받았었다.


창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가니 호수가 바로 보였다. 대신 숙소 앞에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어느덧 할슈타트에 어둠이 찾아왔다. 관광객들은 벌써 다 빠지고 없었다. 그저 스산함만이 골목골목에 남아 있었다.





투숙하면 좋은 점은 관광객들은 보지 못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할슈타트의 야경을 우리만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뭐 좀 사 먹을까 생각을 했는데 대부분의 식당은 문이 닫혀 있었다. 관광객이 빠지니 식당마저도 영업을 마친 것 같았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선착장 앞에 있는 케밥 가게였다. 이곳에서 케밥을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갔다.


밤이 되니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적막감만 길 곳곳에 남아 있었다.



우리만 이곳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구름이 걷히지 않아서 여전히 하늘을 두껍게 덥고 있었다.



아침을 먹으로 헤리티지 호텔 메인 건물로 걸어갔다. 아직 관광객이 들어오기 전이라 그런지 조용했다. 아니 고요했다.




어젯밤 북적이던 케밥 가게의 문은 닫혀 있었다.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았다. 단지 흐르는 물만이 시간이 정지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식당으로 가기 전 교회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사람이 없으니 우리가 이곳을 전세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식을 먹으러 왔는데 웬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아침부터 여기가 오스트리아인지 중국인지 헷갈렸다.



전에 왔을 때는 음식들이 고급스러웠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조금 퀄리티가 떨어진 것 같았다.


아침을 먹은 후 체크아웃을 위해 리셉션에 연락을 했다. 직원이 카트를 끌고 와서 우리 짐을 카트에 실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바로 배에 탑승을 했다.



배는 잔잔한 호수를 가르며 기차역 쪽으로 향했다. 내가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왠지 이번에 방문한 할슈타트는 아쉬움을 많이 주었다.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남겨 두었어야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할슈타트 기차역에 도착해 다시 일반 기차를 타고 간 후 레일 젯으로 갈아타야 했다. 오늘도 짧은 환승 시간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아쉬운 마음을 가득 남기고 할슈타트를 떠나 인스브루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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