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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할슈타트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거의 기차만 7시간 가까이 타고 이동을 했다. 아침에 출발했는데, 프랑크푸르트에 도착을 하니 저녁이 되었다. 기차만 탔을 뿐인데 너무 피곤했다. 이동하면서 사진을 찍을만도 한데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찾아보니 할슈타트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이동할 때 찍은 사진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로 넘갈까 한다.

교통의 중심지 답게 프랑크푸르트역은 뮌헨역보다 훨씬 더 큰 것 같았다. 이곳에서는 프랑스 파리, 네델란드, 벨기에, 독일 각지로 가는 고속열차 및 일반열차가 있었다. 특히 기차 기술의 집약체인 ICE를 종류별로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앞이 동그란 최신형 ICE는 너무 귀여웠다. 우리나라가 고속철을 선택할 때 프랑스의 TGV와 독일의 ICE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다가 그 당시 독일 고속철 탈선 사고가 나는 바람에 TGV로 많이 기울어서 지금의 KTX가 생겼다고 들었다.

오늘 여행지는 로텐부르크로 독일 중세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독일의 소도시였다. 그런데 가는 법이 쉽지 않았다. 기차를 2번이나 갈아타고 가야 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뷔르츠부르크까지 고속전철을 타고 간 후, 뷔르츠부르크에서 슈타이나흐까지 완행열차를 탄 후, 슈타이나흐에서 다시 한번 더 완행열차를 갈아 타서 로텐부르크 옵 데어 타우버 중앙역에 내리면 되었다. ICE의 경우 예약을 하지 않고 탑승할 수 있는 기차가 많기 유레일 패스에 출발지와 목적지만 적고, 오늘 날짜를 입력하고 바로 기차에 탑승하면 되었다. 그런데 빈자리가 생각보다 없었다. 프랑크푸르트를 지나는 구간이 출장을 가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대부분 양복입은 셀러리맨들이 기차에 많았다. 그래서 차장에게 물어봐 겨우 빈자리를 찾아서 앉을 수 있었다. 빈자리가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몇 년뒤 다시 독일을 여행하게 되었는데, 주말에 프랑크푸르트에서 본, 하이델베르크 등을 방문했다. 주말에는 빈자리가 많았는데, 주중이 오히려 빈자리 찾기가 힘들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뷔르츠부르크까지는 한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음 기차까지 시간이 남아서 기차역 앞을 구경했다.

작은 소도시 같았다. 여행책자에도 나와있지 않는 소도시 같아 보였다.

기차역은 현대식으로 깔끔했고 기차역 앞 공원의 꽃들은 딱딱해보이는 기차역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독일의 역들은 다른 유럽의 역과는 달리 현대식의 건물이 많았다. 몇몇 중앙역의 경우 예전 역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 같지만 많은 역들이 새로 지은 것 같은 느낌이 났다.

로텐부르크 odT라는 표지판을 보고 플랫홈 5번으로 갔다. 가는 길이 쉽지 않기에 그만큼 기대감도 컸다. 가는 방법이 너무 복잡한 것 같아서 로텐부르크에 갈까말까 고민을 했었다. 여러 블로그를 보니 가을에 꼭 가봐야 하는 독일의 명소이자, 중세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말들이 많았기에 조금 가는 과정이 복잡하지만 포기하자니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아침부터 날이 흐렸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언젠가 비를 퍼부울 것 같아 보였다.

완행열차다 보니 지나는 모든 역에서 정차를 했다. 빠르게 빠르게 익숙한 우리들에게 가끔 이렇게 느리게 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아 보였다. 기차가 천천히 시골마을을 지나가니 더 자세히 주변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마음 속에는 더 오래 남아 있을 것 같았다.

프랑크푸르크에서 출발한지 3시간 만에 로텐부르크 odT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부분 로텐부르크라고 부르는데 로텐부르크라는 이름을 가진 역이 많기에 꼭 검색을 할때는 로텐부르크 옵 데어 타우버 또는 로텐부르크 odT로 검색을 해야 한다. 처음에 뭔 역의 이름이 이렇게 길어라고 생각해서 로텐부르크로만 검색을 하니 우리가 가려고 하는 역이 나오지 않았다. 기억에는 로텐부르크 odT역이 종착역이였던 것 같다. 기차는 모든 손님을 이곳에 내려주고 다시 슈타이나흐로 돌아가기 위해 잠시 로텐부르크역에 정차를 했다.

로텐부르크 odT역에 내린 사람들은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이 많았다. 그래서 관광객을 따라 걸었다.

십여분 정도 걸었을까? 반지의 제왕 느낌이 나는 건물입구에 도착했다. 다리를 건너 들어가면 중세 독일마을이 나타났다.

현대적인 옷만 입지 않는다면 완전히 중세시대로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집들은 그때 그당시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았다. 도로에 세워진 차와 현대적인 복장을 한 사람만 없다면 2000년대 일까라는 착각이 들정도였다.

알록달록하게 칠을한 건물들이 인상적이였다.

그리고 나무 기둥의 느낌이 그대로 느껴지는 건물의 모습에서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가평 프랑스마을에 가도 이와 비슷한 집들을 볼 수 있는데, 확실히 찐이란 뭐가 다른지 알 수 있었다. 기차를 타고오면서 비가 조금씩 내릴까봐 걱정이 되었는데, 마을에 들어와서 걸어다니니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사진도 찍어야 하고 우산쓰는 것을 워낙 귀찮아 하는 편이라 우산 없이 걸어 다녔는데,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 때문에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닥이 돌이라 비가 내리니 꽤 미끄러웠다. 잘못하면 쭈욱하고 미끄러질 것 같았다.

비가 오다 보니 마을이 칙칙한게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까 기차에서 내렸던 관광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많이 내린 것 같은데 그 많은 사람들이 전부 사라져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디 들어가서 따뜻한 차한잔 마시고 싶은데 막상 카페로 가려고 하니 망설여졌다.

기차역에서 지도라도 한장 가지고 왔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방법은 어떻게 어떻게 알아서 오기는 했는데, 이곳에 뭐가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이곳까지 왔다. 블로거들이 올린 사진에 홀려서 이곳에 오기는 왔는데, 너무 아는 것 없이 온 것 같았다. 그래도 마을 구경이기에 튼튼한 다리만 있으면 되기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 이곳에 대한 기본 정보가 있었다면 조금 더 알차게 여행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건물마다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의 건물들은 똑같지는 않았다. 어릴적 보았던 동화책의 배경을 눈앞에서 보고 있으니, 신기하면서도 생소했다.

이곳에 살면 어떤 느낌일까? 우리가 한국의 풍경에 너무 익숙해서 별로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듯이 이곳 사람들도 그런 느낌일까? 우리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기에 모든 것이 새롭고 생소하지만 이곳에 산다면 마을 풍경은 원래 그런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중세 영화의 무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이였다.

비를 맞아서 그런가 날이 무지무지 쌀쌀하게 느껴졌다. 귀여운 인형이 서있는 상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마 크리스마스 상점이였던 것 같다. 이곳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제품들이 있었다. 진짜 제품들을 보고 있으면 스쿠루지라도 지갑을 열것 같은 느낌의 아기자기한 제품들이 많았다. 우리도 상점을 돌면서 나도 모르게 여러 상품에 홀려서 마지막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용 양말과 그외 이것저것 구매를 했다. 지금도 집 벽에 크리스마스 양말을 사시사철 걸어두고 있다. 이곳에서 크리스마스인 겨울이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실내에 있다 보니 잠시 추위를 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커피 사마실 돈으로 크리스마스 용품을 샀으니, 이제 또 열심히 걸어다니며 마을을 구경해야 했다.

비가 오고 나니 날이 쌀쌀했다. 진짜 가을 날씨 같은 느낌이였다.

걷다보니 마을 끝에 도착했다. 이곳은 어디일까? 길가 양옆에는 노오란 낙옆이 쌓여 있고 아치형의 입구는 동화책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모습이였다. 비가 와서 그런지 녹색의 잎들은 더 녹색으로 노란잎은 더 노랗게 보였다.

아주 오래전에는 저곳에 문지기가 살고 있지 않았을까? 집모양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해그리드 아저씨의 집같이 생겼었다.

마을로 다시 돌아와 마을 외곽쪽으로 향하니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을 볼 수 있었다. 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곳은 성벽 안에 있는 마을이였다. 영화에서 보던 그런 마을이였다. 반지의 제왕같은 영화가 생각나는 곳이였다.

성벽을 보고 있으니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떠오르는게 많지 않았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성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렇게 성벽 안에 있는 마을은 생각보다 많이 보기 힘든 것 같다.

비를 맞은 돌길은 미끌미끌했다. 넘어질까봐 걸을 때마다 조심해야 했다.

중세시대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지금은 깔끔한 거리와 아름다운 모습의 집들을 볼 수 있지만 그시대에도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이 곳은 몇 백년 동안 그대로 있지만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만 바뀌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뭔가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갠 후 길거리에는 관광객이 보이기 시작했다. 구름낀 하늘도 다시 맑아졌다. 하늘이 새파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마음도 한층 더 밝아진 것 같았다.

역시 비오는 마을보다는 맑을 때 걸어다니는게 발걸음도 가볍고 기분이 좋았다. 비가 그치니 마을도 서서히 활기를 찾는 것 같았다.

저 모퉁이에 있는 건물은 로텐부르크 팜플렛이나 여행책자에 나오는 건물이였다. 사진으로 볼 때가 훨씬 더 멋진 것 같아 보였다. 그냥 지나가다가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마을이 끝나는 또 다른 곳에 오니 이번에는 성벽에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있었다. 성벽을 따라 걸으며 로텐부르크 마을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만약 이곳까지 귀찮아서 걸어오지 않았다면 이런 풍경을 보지 못했을 것 같다.

마을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풍경은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그리고 탑에 올라가 볼 수 있었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이 아닐까? 창밖으로 로텐부르크의 전경을 볼 수 있었다. 빨간색 지붕이 인상적이였다. 아래에서 걸어다닐 때 보이지 않던 지붕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을 주변으로는 전부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런 풍경을 언제 또 볼까? 오스트리아와 독일이 뭔가 비슷한 것 같지만 또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성안으로 마을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 모습을 눈에 영원히 담아두고 싶었다.

탑 안에는 마을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데 꼬부랑 글씨를 읽기 귀찮아서 조금 읽다가 말았다. 방문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점심을 먹는 것도 잊은채 마을을 걸어다녔다. 얼마 걷지 않은 것 같은데 스마트폰의 만보계는 벌써 만보를 넘었다고 알리고 있었다.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려면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다시 돌아가는데 넉넉히 3시간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였다.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마을을 떠나 다시 기차역으로 향했다. 뭔가 모르게 아쉬웠다.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가슴이 쓸쓸했다.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니 플랫홈으로 기차가 들어왔다. 오후 늦게 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꽤 있었다. 우리는 이 기차를 타고 슈타인나흐로 갔다. 거기서 다시 기차를 갈아타야 했다.

날이 제법 쌀쌀해진 것 같다. 비가 한번 오고 나니 바로 가을이 되어 버렸다. 우리 맞은편 자리의 빨간색 신발과 목도리로 깔맞춤한 아저씨가 보였다. 안경테마저도 빨간색이였다. 저 나이에도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는 길 뷔르츠부르크에 잠시 들리기로 했다. 로텐부르크에서 슈타인나흐, 뷔르츠부르크까지 이동하는 것 기차가 많지 않아 힘든 편이나, 뷔르츠부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로의 이동은 정차하하는 고속열차가 많아서 쉬운 편이기에, 어차피 뷔르츠부르크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하기에 잠시 뷔르츠부르크를 구경하고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기로 했다.

A. Rothenburg ob der Tauber Central Station Bahnhofstraße, 91541 Rothenburg ob der Tauber, 독일
B. German Christmas Museum Herrngasse 1, 91541 Rothenburg ob der Tauber,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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