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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에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기에 숙소를 찍은 사진을 잘 찍지는 않았다. 블로그를 하기 시작한 것은 무릎 수술을 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너무 심심해서 지나온 여행이나 정리할 겸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벌써 3년이 넘어가고 있다. 하다보니 뭔가 욕심도 생기고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그곳에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밤늦게 숙소인 마이스테이 삿포로점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다. 너무 피곤해서 씻고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그러나 다음날 늦잠을 잘 수 없었다. 바로 아침에 비에이 일대를 구경하는 일일투어를 예약해 두었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조식을 먹으러 갔다. 일본식 조식, 내입맛에 딱 맞았다. 초딩입맛이라 그런가 튀기고 볶은건 다 맛있는 것 같다. 아무튼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일일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삿포로 오도리 공원으로 갔다. 길가에는 눈이 다 녹았지만 길가가 아닌 부분에는 눈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한국인 회사에서 운영하는 일일투어로 비에이 일대를 둘러보는 투어였다. 점심은 따로 포함되지 않아서 점심은 개인적으로 사먹어야 했다. 삿포로를 출발한 버스는 고속도로에 접어 들었다. 삿포로를 빠져 나오니 설국이였다. 고속도로 옆으로 보이는 모든 것은 눈덮힌 세상이였다.

 

 

날이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눈 때문인지 흐린 날씨마저 운치있게 느껴졌다. 가끔 하늘에서 굵은 눈발이 내렸다.

 

 

고속도로를 한참을 달리다, 지방의 작은 도시로 버스는 빠져 나왔다. 삿포로에서는 그렇게 많은 눈을 볼 수 없었는데, 소도시로 오니 눈이 내키만큼 쌓여 있었다. 눈이 많이 오다 보니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을 보기 힘들었다. 훗카이도의 신호등은 빨, 주, 녹 신호가 세로로 세워져 있는데,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다 보니 눈이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세로로 세워 놓았다고 가이드가 말을 해주었다.

 

눈이 많이 와서 차는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느리게 이동하기는 했지만, 주변 풍경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았다.

 

소도시를 빠져나와 다시 시골로 향했다. 길가에 세워진 화살표 표시가 눈길을 끌었다. 눈이 많이 오게 되면 도로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기에 화살표로 도로끝부분을 표시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곳은 워낙 눈이 많이 오다 보니 모든 장비나 시설들이 눈을 고려해서 만든 것 같았다.

 

 

드디어 첫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길가에 버스를 세운 후 사진을 찍기 위해 내렸다. 기억에는 아마 나홀로 나무인 것 같다. 혼자 서있ㄴ느 나무가 인상적이였다. 담배 광고인지 자동차 광고인지에 나와서 이곳이 유명해졌다고 했다. 여름에도 이곳에 왔을 때와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그때는 초원에 나무가 서있는 느낌이었는데, 눈이 온세상을 덮으니 나무가 더욱더 외롭게 보였다.

 

 

평소에 사용하던 카메라가 아닌 다른 카메라를 가지고 갔더니 사진들이 전부 어둡게 나왔다. 선글라스 없이 바라본 눈은 눈이 아플 정도로 하얗게 보였다. 해가 나지 않는 날이였지만, 자외선이 강했는지 아빠의 안경이 까맣게 변했다.

 

 

이렇게 하얗게 눈덮힌 세상은 본적이 없어서 그냥 마음만 설레였다.

 

 

눈발이 날리기는 했지만 강하게 내리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한곳에 있다가는 내가 눈사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은 내 발목을 넘어 쌓여 있었다. 눈길을 걷는 것이라 그런지 조심스러웠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바로 또 다시 무릎 수술을 할 것 같아서 되도록이면 서두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도로끝을 알리는 기둥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길게 한줄로 심어진 자작나무는 이곳을 더욱더 이국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곳이 일본이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차도 자주 다니는 길이 아닌지 간간히 차가 지나갔다.

 

도로 옆에 심어진 자작나무는 흰눈에 의해 가지가 더 붉게 보였다.

 

이런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눈때문에 종종 미끄러운 부분이 있어서 조심해야 했지만 이런 모습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내가 생각했던 크리스마스의 모습이였다. 역시 크리스마스에 눈이 빠지면 서운한 것 같다.

 

점심을 먹기 위해 인근 도시로 왔다. 점심시간이 한시간 밖에 안되었기에 아빠와 나는 식당에 가기보다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점심은 편의점이나 빵집에서 간단하게 사서 먹기로 했다.

 

한 칸짜리 기차는 출발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는지, 이곳에서 출발하는 열차인지, 문을 열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차선이 없는 이곳의 기차는 디젤로 움직이나 보다, 기차의 배기구에서 검은색 구름이 흰색바탕화면을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시골마을이지만 여행자의 눈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게 보였다.

 

도로의 눈은 길가로 밀어 놓아 담처럼 쌓여있었다. 모든 곳이 눈으로 덮혀있기에 앉아서 잠시 쉴만한 공간이 없어서 계속해서 걸어야 했다.

 

눈 위에 누워보았다. 눈이 보드랍게 사람을 감싸주었다.

 

 

작은 마을에 일일투어 여행객만 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적막감이 감도는 마을에 이방인들만 이곳을 거닐고 있었다.

 

 

여름 홋카이도의 모습과 겨울의 모습은 너무 달랐다. 여름에 왔을 때 홋카이도는 약간 알프스의 느낌이 났다면, 지금은 북극지방에 온 것 같은 느낌이였다. 역시 같은 지역이라도 계절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에 왔던 곳도 여러번 올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한번 간 곳을 왜 또가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한번 갔던 곳도 계절에 따라 내 상황에 따라 모든게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한번 갔어도 다음에 그 다음에 가면 또 다르게 느껴지고, 또 다른 그곳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빵가게가 보여서 차에서 먹을 빵을 샀다. 빵냄새가 너무 좋았다. 특히 아빠가 좋아하는 단팥빵을 팔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빵을 사고 빵가게에 앉아서 허기를 달랠 겸, 빵을 하나 꺼내서 먹었다.

 

눈이 조금씩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모이기로 한 시간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았기에 이번에는 기차역으로 들어가 보았다(기억에는 기차역에 들어갔던 것 같다, 아니면 근처 육교 같기도 하다). 눈이 많이 내렸지만 선로만은 선명하게 보였다. 건물의 지붕마다 카스테라를 얹어 놓은 것 같이 두껍게 눈이 쌓여있었다.

 

 

 

이 마을에 우리만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였다. 눈을 밟아 놓으면 또 눈이 내려서 우리의 흔적을 지워버렸다.

 

크리스마스 트리같이 생긴 나무도 서 있었다.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왔나보다. 저 자전거는 눈에 같혀 버렸는데 주인은 자전거를 빼려면 애를 먹을 것 같았다. 그래도 운치있는 풍경이 너무 좋았다.

 

 

저렇게 눈이 쌓일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아마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 본 것 같다. 저 눈이 다 녹으면 이곳은 물바다가 될 것 같아 보였다.

 

 

계속 밖에 있었더니 다리가 아파서 앉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다녔다. 다행히 기차역 및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아픈다리를 쉴 수 있었다. 무한으로 걸어야 해서 다리는 아프고 배는 고팠지만, 이런 광경을 또 볼 수 없기에 눈에 많이 담기 위해 계속 밖을 돌아다녔다.

 

점심 시간 한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일본어를 읽지 못하기에 안내판이 있지만 뭐라고 써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곳도 자작나무가 아름다운 곳이 였다는 기억밖에 없다.

 

 

오전에는 계속 눈발이 내리더니 오후가 되니 눈이 잦아 들고 날이 맑아졌다. 구름이 사라진 하늘은 새파랬다.

 

 

눈이 따가울 정도로 땅과 하늘의 밝았다. 들판 위에 심어진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있었다. 나무 그림자가 길게 눈위에 그려졌다.

 

 

 

아빠가 눈 위에 나라며 돼지 그림을 그리셨다. 그래도 귀엽게 그려서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 박물관이 있는데 사람들은 이곳 풍경에 홀려서 박물관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다.

 

 

자작나무가 심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눈덮힌 길과 흰색의 자작나무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붉은색의 가지까지 이 모든 것이 이곳을 그림처럼 보이게 했다.

 

자작나무들이 신경세포같이 느껴졌다. 점점 가지끝이 저 먼곳까지 뻗어가는 것 같았다. 아래에서 올려다 본 자작나무들은 살아서 움직이는 것 처럼 보였다.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구경하는 시간보다 이동하는 시간이 더 많은 여행이였다. 렌트카로 개별적으로 여행을 와도 좋기는 한데, 눈이 너무 많이 내리다 보니 겨울에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이렇게 일일투어로 여행하는 것이 안전상 좋을 것 같다. 여름에는 개별적으로 렌트카를 빌려서 삿포로 외곽을 방문하는 것이 더 좋다. 날도 좋고 길도 그렇게 험하지 않은데, 초행 길인 여행자들은 겨울에 이곳을 여행할 때는 되도록이면 개별여행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차에서 내린 후 조금 걸어서 폭포로 갔다. 여름에 이곳에 왔을 때 약간 실망했었다. 티비에서는 멋진 화면으로 잡고 뽀샾하고 특수효과를 넣고 해서 그런가 뭔가 아름다워 보였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이게 다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실망을 크게 했었다.

 

그런데 겨울에 본 폭포의 모습은 여름의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아! 이 폭포는 겨울에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것인데, 여름에 본 모습만 생각하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폭포의 일부 물줄기는 얼어버렸다. 그리고 하앟게 내리는 물줄기는 흰수염 고래의 수염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많이 추웠다. 오래 볼 수가 없었다. 마음 속에는 감동으로 따뜻했지만, 계곡의 찬바람이 피부는 시리도록 차갑게 했다.

 

감동만을 간직한 채 다시 버스로 돌아갔다. 일본이 서울보다 동쪽에 있어서 항상 해가 30분정도 일찍 저무는데, 이곳은 일본에서도 가장 동쪽이자 북쪽에 위치해 있기에 다른 곳보다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것 같아 보였다. 어둠이 일찍 찾아오는 곳이다 보니 하루가 더 짧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닝구르 테라스였다. 이곳이 가장 크리스마스에 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였다. 여름에 왔을 땐 숲 속의 요정마을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그래서 겨울의 모습이 궁금했다.

 

 

닝구르테라스에 도착하니 조금씩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닝구르테라스의 건물들은 불을 켜놓고 있었다.

 

 

목조건물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백열등의 부드러움은 이곳을 동화 속의 나라로 만들었다.

 

 

아기자기한 작은 공방들이 위치해있었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였다.

 

 

여름보다 확실히 겨울의 느낌이 더 좋았다. 하룻밤 이곳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일일투어이기 때문에 분위기만 느껴야 했다.

 

추울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춥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나무가 빽백하게 심어져서 그런가 바람도 불지 않았다.

 

 

여름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겨울에는 이런 행사도 진행하나 보다.

 

 

크리스마스 부근이라 산타할아버지에게 사탕선물도 받았다. 그리고 얼음으로 만든 바도 뒤에 보였다.

 

엉덩이가 시려울까봐 얼음의자 위에 두꺼운 방석 같은 것을 깔아 놓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음 바의 조명색이 바뀌었다. 추울 것 같긴 한데, 추운 것을 알콜로 이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개썰매를 타는 것도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멀리서 덩치가 큰 개들을 보기만 했다.

 

닝구르테라스는 프린스 그랜드 리조트 스키장에 있다는 것을 안내판을 보고 처음 알았다. 처음 왔을 땐 아무 생각없이 따라 와서 그런지 이곳이 스키장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단지 닝구르테라스 근처에 큰 호텔이 있네 정도라고 생각했을 뿐이였다.

 

눈이 얼마나 많이 내려야 이렇게 눈으로 담장을 만들 수 있을까? 진짜 비에이 지역을 하루종일 여행하면서 눈은 실컷보고 가는 것 같았다. 몇년 동안 볼 눈을 하루만에 다 보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년도인 2016년에는 하루만에 1미터가 넘는 눈이 내려서 비행기가 지연, 결항되었는데, 이렇게 쌓여 있는 눈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하루동안 빡시게 비에이 지역을 돌아보고 다시 삿포로로 돌아갔다.

A.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조 Shirogane 일본 〒071-0235 홋카이도 Kamikawa District, 비에이조 시로가네

B.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조 本町1 Chome−1 일본 〒071-0208 Hokkaido, Kamikawa District, Biei, Motomachi, 1-chōme−1, 비에이 역

C. 일본 홋카이도 후라노시 Nakagoryō 일본 〒076-8511 홋카이도 후라노시 나카고료

D. 삿포로역 4 Chome Kita 6 Jonishi, Kita Ward, Sapporo, Hokkaido 060-0806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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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또 오래 전 앨범에서 오래된 여행사진을 뒤적거렸다. 2017년에 다녀온 여행인데, 엄청 오래 전에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16년 겨울, 크리스마스를 삿포로에서 보내고 싶어서 삿포로행 항공권을 구매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기위해 인천공항으로 갔다. 그런데 몇 십년만에 내린 폭설로 삿포로로 가는 비행편이 전부 결항이 되었다. 폭설이 내리기 전 이륙한 비행기도 삿포로에 내리지 못하고 회항을 하거나 다른 공항에 착륙을 해야 했다. 공항에 도착할 무렵 문자를 받았다. 삿포로 폭설로 인해 비행기가 20시간 정도 뒤에 지연 이륙을 한다고 한다. 일단 몰라서 공항으로 가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일단 당일 비행기는 못 뜬다는 대답만 들었다. 그래서 갑자기 비행기 표와 숙박을 취소해야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다행히 손해를 보지 않고 항공권 및 숙박을 취소할 수 있었고, 집으로 돌아가기 허전해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국내선 항공권을 구매해서 제주도로 향했었다. 그러고 1년뒤 다시 삿포로에서 눈을 보며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어서 삿포로행 항공권을 구매했다. 그것도 비즈니스석으로 예약을 했다. 오기가 발동했었다.

 

 

전년도에 출발일 당일에 비행기가 지연, 취소되는 바람에 불안했다. 2017년 여름, 무릎수술 후 무릎 보조기를 착용하고 훗카이도 여행을 갔었기에 못가면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취소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공항으로 갔다.

 

이때는 대한항공이 아직 1터미널을 이용할 때라 공항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비즈니스석 체크인을 위해 비즈니스석 체크인 줄에 섰는데,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대한항공 승객들이 너무 많았다. 오히려 손님이 줄어드는 속도가 이코노미석보다 느린 것 같았다. 대한항공과는 뭔가 인연이 아닌가 보다. 대한항공만 타면 비행기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체크인도 넉넉하게 하기 위해 일찍 공항에 도착했는데, 크리스마스 성수기라 그런지 평소보다 시간이 곱에곱으로 더 걸리는 것 같았다. 겨우 티켓을 받고 라운지로 향했다.

 

지금의 아시아나항공 라운지 자리가 예전의 대한항공 KAL라운지 자리인 것 같다. 이것저것 먹으며 여유롭게 쉬고 싶은데, 계속해서 밀려오는 비즈니스석 승객들로 인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냥 정신을 쏙 빼앗기고 탑승장으로 향했다.

 

탑승장 안도 연말을 해외에서 보내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지금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였던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생활습관이 한순간에 바뀌게 되었는데,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여행이 아닐까? 이런 모습은 이제는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되어 버렸다.

 

겨울이라 그런지 일찍 해가 져버렸다. 해가 떠 있을 때 여행 한번 가고 싶은데 항상 이렇게 늦게 출발을 하니 여행 가는 길에 하루가 소비되어 버렸다. 그래도 이번에는 이렇게 떠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작은 비행기였다. 낮에 출발하는 비행편은 B777로 큰 기종이였으나, 저녁에 출발하는 비행편은 B737기종으로 작았다. 통로가 하나 밖에 없기에 탑승 후 자리에 앉아 있는데, 뭔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삿포로로 가는 비행기는 만석에 가까웠다. 사람들이 끊기지 않고 계속해서 탑승을 했다.

 

 

e티켓에 나온 시간은 서울에서 삿포로 신치토세까지 3시간으로 적혀 있었는데, 실제 비행시간은 두시간 반쯤 되는 것 같았다.

 

 

기내식 안내 팜플렛을 살펴보았다. 아빠는 한식인 비빔밥, 나는 양식으로 선택을 했다.

 

작은 기종의 비행기라 비즈니스석은 2-2로 되어 있었다. 의자는 우등고속버스 의자처럼 뒤로 제한적으로 누울 수 있었다. 비행시간이 2시간이 조금 넘기에 의자를 조금 뒤로 밀친 후 누웠다. 다시 밥 먹는다고 올리고, 잠시 누우니 착륙한다고 다시 올리라고 했다.

 

 

탑승이 완료된 후 드디어 이륙준비가 끝났다. 찰칵찰칵 사진을 계속 찍으니 주변사람들에게 미안했다. 뭔가 챙피함이 몰려왔다. 그래도 이 순간을 놓칠 수 없기에 부끄러움은 잠시 마음 속에 숨겨두고 사진을 찍었다.

 

비행기가 드디어 활주로를 향해서 달리니 이번에는 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비행기는 이륙 후 안정권에 들어섰다. 씻벨트 사인이 꺼지니 사람들이 하나둘 의자를 뒤로 밀었다. 앞뒤 공간이 충분하기에 앞사람이 의자를 뒤로 밀어도 그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비행기는 서울남부를 지나 원주부근을 거쳐 강릉을 통해 동해바다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일본 서쪽해안을 향해 날아갔다. 동해바다에는 오징어 배들로 바다가 대낮같이 환하게 보였다.

 

하늘에서 바라보니 하나하나 꽃이 핀 것 같이 느껴졌다.

 

비행시간이 길지 않다보니, 한 트레이에 제공되었다. 먼저 양식의 경우 샐러드와 빵이 제공되었다. 샐러드를 다 먹으면 메인요리를 가져다 주었다.

 

 

닭고기 요리에 면요리였는데, 면이 살짝 느끼했다. 아빠가 드시는 비빔밥이 훨씬 더 맛있게 보였다. 국수가 느끼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느끼하게 느껴졌다. 대한항공 비즈니스석 기내식을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버킷리스트에서 하나를 지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조금 쉬다 보니 벌써 비행기는 혼슈섬 북부인 아키타지역을 지나고 있었다. 오른쪽 창가로 일본이 보였다.

 

 

조금 더 북쪽으로 오른 비행기는 고도를 계속 낮추면서 착륙준비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신치토세 공항에 착륙을 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공항의 편의시설들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입국심사가 꽤 오래 걸린 것도 있지만, 출발할 때 살짝 지연된 부분이 있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늦은 시간에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했다.

 

다행히 삿포로역까지 바로 가는 열차는 남아 있어서 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대략 삿포로역까지는 한시간 정도 걸렸다. 열차에 탑승을 하니 기차 안이 후끈후끈하게 따뜻했다.

 

 

열차는 삿포로로 향했다. 밤이 깊어서 그런지 열차 밖의 풍경이 희미하게 보일 뿐이였다. 간간히 들려오는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으니 일본에 오기는 온게 맞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삿포로 여행의 첫날이 흘러갔다.

A. 일본 홋카이도 지토세시 Bibi 일본 〒066-0012 Hokkaido, Chitose, Bibi, 신치토세 공항

B. 삿포로역 4 Chome Kita 6 Jonishi, Kita Ward, Sapporo, Hokkaido 060-0806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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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일요일 아침에 제주항에서 배를 타고 추자도에 갈 예정이였다. 전날 바다 상태를 보았을 때 과연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배가 결항되었다는 문자가 오지 않아서 일단 일요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서 추자도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박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오늘 풍랑주의보로 인해 배가 결항되었다고 한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이렇게 연락을 받고나니 힘이 팍하고 풀려버렸다. 그래서 다시 침대 위에 누워있다 잠이 들었다.

 

제주시내의 날씨도 구름이 잔뜩 끼었다. 아빠가 나에게 가볼만한 곳을 찾아보라고 해서 부랴부랴 찾아 보았다. 인스타그램에서 최신 사진으로 검색을 하니 한라산 1100고지가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었다. 그래서 서프라이즈를 할 시간에 옷을 막 껴입고 제주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오늘의 한라산은 구름으로 덮여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구름으로 덮여 있으니, 지금 우리가 향하는 곳이 더욱더 기대가 되었다.

 

 

1100고지로 가기 위해서는 240번 버스를 타야했다. 240번의 배차간격이 너무 듬성듬성해서 한대를 놓치면 한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버스는 오후 3시 20분이였다.

 

240번 버스는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코스로 어리목입구, 1100고지, 영실매표소를 지나 서귀포 제주컨벤션까지 가는 버스였다. 제주터미널 매표소 윗부분에서 제주버스 노선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이렇게 붙여 놓아서 필요할 것 같아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그리고 잠깐 올레길을 걷는 여행자를 위한 올레꾼 짐보관소가 제주버스터미널에 있었다. 마스크 자판기는 처음보는 것 같다. 급하게 여분의 마스크가 필요한 경우 마스크 자판기를 이용하여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었다.

11시 30분 버스를 타기 위해 대합실에서 기다리다 답답해서 밖에서 기다렸다. 우리가240번 버스를 늦은 시간에 타는 편이라 사람이 별로 없겠지 생각했는데, 의외로 240번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버스가 신제주를 지날 때, 신제주에서 많은 사람들이 240번을 이용해 한라산으로 갔다.

 

 

버스는 11시 30분이 다되어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버스는 신제주를 지나 한라산으로 올라갔다. 240번 버스는 제주-한라수목원-1100고지-영실매표소-중문-컨벤션센터 까지 운행되는 버스로 제주 한라산을 가로지는 버스 노선이였다. 아마 중문으로 갈 때 편한 것 같은데, 배차시간이 한시간에 한 대이기 때문에 시간을 꼭 확인해야 한다.

 

 

대략 한시간 정도 탄 것 같다. 제주시내를 벗어나니 버스는 점점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서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주변으로 내 무릎보다 높게 쌓인 눈을 볼 수 있었다. 버스에서 주변에 쌓인 눈을 보니 점점 기대감이 높아져 갔다. 많은 승객들이 1100고지에서 하차를 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산같이 쌓여 있는 눈을 볼 수 있었다. 대신 눈이 얼음처럼 굳어서 매우 미끄러웠다.

 

 

화장실이 급해서 화장실로 가는데 내가 땅을 밟고 있는 것인지 빙하 위를 걷고 있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눈이 녹고 다시 어는 과정이 반복되어 빙하처럼 얼어버렸다.

 

 

나무는 눈코팅이 되어 있었다. 평소에 보던 나무 위에 쌓인 눈이 아닌 눈이 나무 전체를 코팅하듯이 덮어 버렸다. 솔잎의 가지가지마다 눈코팅이 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조금만 더 있으면 저기 있는 하루방도 눈에 덮여 버리지 않을까? 눈은 하늘에게 끊임없이 내렸다. 아침을 너무 일찍 먹었기에 배가 너무 고팠다. 그리고 눈과 바람이 부는 곳에 잠시 있었더니 체온이 갑자기 떨어져서 따뜻한 곳을 찾아 갔다. 1100고지 습지 전시관으로 올라가는 길이 너무 미끄럽기에 손이 시렵기는 했지만 난간을 잡고 넘어지지 않게 조심했다.

 

 

잠시 몸만 녹이러 들어 왔는데, 갑자기 음식냄새를 맡으니 배가 더욱더 심하게 고파졌다. 그래서 간단하게 먹으려고 떡국을 주문했다. 따뜻한 음식이 뱃속으로 들어가니 온몸이 한순간에 풀리는 것 같았다. 나가서 구경해야하는데, 밖이 너무 추워서 나가는 것이 망설여 졌다.

 

우리가 떡국을 먹는 사이 1100고지 휴게소 주차장은 눈꽃을 보기 위해 온 관광객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눈을 본 사람들은 어쩔줄 몰라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신이나서 막 뛰어다니는데, 어른들은 특히 운전하는 아빠들은 걱정이 커 보였다.

 

휴게소 주차장이 협소해서 주차장에 주차를 하지 못한 차들은 길가에 주차를 했다. 이곳이 눈때문에 차량이 뒤엉키고, 불법주차하는 차가 많아서 그런지 경찰차가 수시로 다니며 불법주차하는 차들은 단속하고 있었다. 이런 날은 되도록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여름이였던 것 같다. 습지의 푸릇푸릇함을 보았는데 이날은 온통 새하얀 눈밭을 볼 수 있었다.

 

 

평소라면 고산식물로 가득찬 습지를 볼 수 있는데, 눈이 쌓이니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가지만 앙상한 나무들은 눈잎을 입고 있어서 눈잎이 나무가지마다 매달려 있었다.

 

 

 

 

걷는 데크가 좁아서 두명 이상 걷기는 불편했다. 길의 가운데는 얼음이 있어서 잘못해서 얼음을 밟아서 몇 번 미끄러져서 넘어질 뻔 했다.

 

 

그래도 풍경이 너무 아름답기에 눈때문에 불편한 것은 참을 수 있었다.

 

 

고산지대다 보니 제주시내보다는 많이 추웠다. 거기에 바람까지 불어 오니 손은 점점 얼어가는 것 같았다.

 

 

거쎈 바람을 타고 눈까지 계속 내렸다. 그래서 안경을 닦고, 카메라 렌즈도 닦고, 고프로 렌즈도 수시로 물기를 닦아 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깨끗한 사진을 얻기 위해 부지런히 렌즈를 닦고 또 닦았다.

 

 

제주도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다. 책에서야 산에가면 온도가 낮아져서 춥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피상적인 지식이기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와서 보니 역시 배워서 버릴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특히 제주 시내와 이곳을 비교해보니 확실히 고도가 높을 수록 추워지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같은 제주도인데 이렇게 날씨가 다르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빠르게 이동하는 구름사이로 맑은 하늘이 가끔씩 보였다.

 

 

아빠는 어린아이처럼 신이나셨다. 아빠는 나에게 사진 이쁘게 잘 찍으라고 잔소리를 하셨다. 이런 날이 흔하지 않기에 특별한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하셨다.

 

 

예전에 왔던 기억을 더듬어 이곳의 여름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눈은 멈추지 않고 더욱 거세게 바람을 타고 내렸다. 나무 위에 내린 눈은 나무에 소복히 쌓이는 것이 아닌, 나무에 달라 붙어서 한몸과 같이 느껴졌다. 약간은 부침개를 하기 위해 소나무가지에 전분가루를 뭍혀 놓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나도 사진찍는게 신이 나서 손이 시려운 것도 참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아마 이날의 기억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1100고지도 이정도로 아름다운데, 한라산 정상은 어떨지 궁금했다. 구름이 너무 짙게 깔려서 한라산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한라산 등반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풍경을 볼지 궁금했다. 그래서 제주살이 동안 한라산 등반을 한번 정도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사진찍는 찰칵소리와 눈보라소리, 사람들의 탄성소리만이 이곳에 있었다.

 

바람이 너무 불어 모자를 쓸 수 없어서 나는 눈사람이 되어 갔다. 그리고 마스크로 인해 안경은 김이 셔렸다, 녹았다를 반복해서 안경표면의 물이 얼어버렸다.

 

 

 

이제 습지탐방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습지 위에 나홀로 서있는 것 같은 나무도 아름다웠다. 홋카이도의 나홀로 서나무도 아름답지만, 1100고지의 나홀로 나무가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

 

 

원래는 20분이면 휙하고 도는 습지탐방로인데, 눈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내 머리는 눈이 녹았다 얼어서 초강력 본드를 머리에 바른 것 같이 굳어 버렸다.

 

 

조금 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날도 너무 춥고 더 이상 구경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아서 다시 제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차들이 끊임없이 1100고지로 오고 있었다. 많은 눈으로 인해 차량들은 거북이 같이 지나갔다.

 

다행히 얼마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초강력으로 부는 바람을 피해 버스정류장 안에 서 있었다.

 

 

카카오 맵을 통해 버스가 영실매표소를 떠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버스정류장 밖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주차된 차량들을 피해 아주 느리게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마 영실매표소에서 많은 등산객을 태우고 오는지, 버스에는 빈자리가 많지 않았다. 다행히 아빠와 나는 같이 앉아 갈 수 있었다. 아마 구경한 시간은 두시간도 채 안되는 것 같았다. 짧지만 강렬한 기억으로 오래동안 남을 것 같다.

https://youtu.be/43HnUh3Ei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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