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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에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기에 숙소를 찍은 사진을 잘 찍지는 않았다. 블로그를 하기 시작한 것은 무릎 수술을 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너무 심심해서 지나온 여행이나 정리할 겸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벌써 3년이 넘어가고 있다. 하다보니 뭔가 욕심도 생기고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그곳에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밤늦게 숙소인 마이스테이 삿포로점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다. 너무 피곤해서 씻고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그러나 다음날 늦잠을 잘 수 없었다. 바로 아침에 비에이 일대를 구경하는 일일투어를 예약해 두었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조식을 먹으러 갔다. 일본식 조식, 내입맛에 딱 맞았다. 초딩입맛이라 그런가 튀기고 볶은건 다 맛있는 것 같다. 아무튼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일일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삿포로 오도리 공원으로 갔다. 길가에는 눈이 다 녹았지만 길가가 아닌 부분에는 눈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한국인 회사에서 운영하는 일일투어로 비에이 일대를 둘러보는 투어였다. 점심은 따로 포함되지 않아서 점심은 개인적으로 사먹어야 했다. 삿포로를 출발한 버스는 고속도로에 접어 들었다. 삿포로를 빠져 나오니 설국이였다. 고속도로 옆으로 보이는 모든 것은 눈덮힌 세상이였다.

 

 

날이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눈 때문인지 흐린 날씨마저 운치있게 느껴졌다. 가끔 하늘에서 굵은 눈발이 내렸다.

 

 

고속도로를 한참을 달리다, 지방의 작은 도시로 버스는 빠져 나왔다. 삿포로에서는 그렇게 많은 눈을 볼 수 없었는데, 소도시로 오니 눈이 내키만큼 쌓여 있었다. 눈이 많이 오다 보니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을 보기 힘들었다. 훗카이도의 신호등은 빨, 주, 녹 신호가 세로로 세워져 있는데,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다 보니 눈이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세로로 세워 놓았다고 가이드가 말을 해주었다.

 

눈이 많이 와서 차는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느리게 이동하기는 했지만, 주변 풍경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았다.

 

소도시를 빠져나와 다시 시골로 향했다. 길가에 세워진 화살표 표시가 눈길을 끌었다. 눈이 많이 오게 되면 도로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기에 화살표로 도로끝부분을 표시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곳은 워낙 눈이 많이 오다 보니 모든 장비나 시설들이 눈을 고려해서 만든 것 같았다.

 

 

드디어 첫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길가에 버스를 세운 후 사진을 찍기 위해 내렸다. 기억에는 아마 나홀로 나무인 것 같다. 혼자 서있ㄴ느 나무가 인상적이였다. 담배 광고인지 자동차 광고인지에 나와서 이곳이 유명해졌다고 했다. 여름에도 이곳에 왔을 때와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그때는 초원에 나무가 서있는 느낌이었는데, 눈이 온세상을 덮으니 나무가 더욱더 외롭게 보였다.

 

 

평소에 사용하던 카메라가 아닌 다른 카메라를 가지고 갔더니 사진들이 전부 어둡게 나왔다. 선글라스 없이 바라본 눈은 눈이 아플 정도로 하얗게 보였다. 해가 나지 않는 날이였지만, 자외선이 강했는지 아빠의 안경이 까맣게 변했다.

 

 

이렇게 하얗게 눈덮힌 세상은 본적이 없어서 그냥 마음만 설레였다.

 

 

눈발이 날리기는 했지만 강하게 내리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한곳에 있다가는 내가 눈사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은 내 발목을 넘어 쌓여 있었다. 눈길을 걷는 것이라 그런지 조심스러웠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바로 또 다시 무릎 수술을 할 것 같아서 되도록이면 서두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도로끝을 알리는 기둥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길게 한줄로 심어진 자작나무는 이곳을 더욱더 이국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곳이 일본이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차도 자주 다니는 길이 아닌지 간간히 차가 지나갔다.

 

도로 옆에 심어진 자작나무는 흰눈에 의해 가지가 더 붉게 보였다.

 

이런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눈때문에 종종 미끄러운 부분이 있어서 조심해야 했지만 이런 모습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내가 생각했던 크리스마스의 모습이였다. 역시 크리스마스에 눈이 빠지면 서운한 것 같다.

 

점심을 먹기 위해 인근 도시로 왔다. 점심시간이 한시간 밖에 안되었기에 아빠와 나는 식당에 가기보다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점심은 편의점이나 빵집에서 간단하게 사서 먹기로 했다.

 

한 칸짜리 기차는 출발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는지, 이곳에서 출발하는 열차인지, 문을 열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차선이 없는 이곳의 기차는 디젤로 움직이나 보다, 기차의 배기구에서 검은색 구름이 흰색바탕화면을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시골마을이지만 여행자의 눈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게 보였다.

 

도로의 눈은 길가로 밀어 놓아 담처럼 쌓여있었다. 모든 곳이 눈으로 덮혀있기에 앉아서 잠시 쉴만한 공간이 없어서 계속해서 걸어야 했다.

 

눈 위에 누워보았다. 눈이 보드랍게 사람을 감싸주었다.

 

 

작은 마을에 일일투어 여행객만 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적막감이 감도는 마을에 이방인들만 이곳을 거닐고 있었다.

 

 

여름 홋카이도의 모습과 겨울의 모습은 너무 달랐다. 여름에 왔을 때 홋카이도는 약간 알프스의 느낌이 났다면, 지금은 북극지방에 온 것 같은 느낌이였다. 역시 같은 지역이라도 계절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에 왔던 곳도 여러번 올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한번 간 곳을 왜 또가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한번 갔던 곳도 계절에 따라 내 상황에 따라 모든게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한번 갔어도 다음에 그 다음에 가면 또 다르게 느껴지고, 또 다른 그곳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빵가게가 보여서 차에서 먹을 빵을 샀다. 빵냄새가 너무 좋았다. 특히 아빠가 좋아하는 단팥빵을 팔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빵을 사고 빵가게에 앉아서 허기를 달랠 겸, 빵을 하나 꺼내서 먹었다.

 

눈이 조금씩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모이기로 한 시간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았기에 이번에는 기차역으로 들어가 보았다(기억에는 기차역에 들어갔던 것 같다, 아니면 근처 육교 같기도 하다). 눈이 많이 내렸지만 선로만은 선명하게 보였다. 건물의 지붕마다 카스테라를 얹어 놓은 것 같이 두껍게 눈이 쌓여있었다.

 

 

 

이 마을에 우리만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였다. 눈을 밟아 놓으면 또 눈이 내려서 우리의 흔적을 지워버렸다.

 

크리스마스 트리같이 생긴 나무도 서 있었다.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왔나보다. 저 자전거는 눈에 같혀 버렸는데 주인은 자전거를 빼려면 애를 먹을 것 같았다. 그래도 운치있는 풍경이 너무 좋았다.

 

 

저렇게 눈이 쌓일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아마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 본 것 같다. 저 눈이 다 녹으면 이곳은 물바다가 될 것 같아 보였다.

 

 

계속 밖에 있었더니 다리가 아파서 앉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다녔다. 다행히 기차역 및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아픈다리를 쉴 수 있었다. 무한으로 걸어야 해서 다리는 아프고 배는 고팠지만, 이런 광경을 또 볼 수 없기에 눈에 많이 담기 위해 계속 밖을 돌아다녔다.

 

점심 시간 한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일본어를 읽지 못하기에 안내판이 있지만 뭐라고 써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곳도 자작나무가 아름다운 곳이 였다는 기억밖에 없다.

 

 

오전에는 계속 눈발이 내리더니 오후가 되니 눈이 잦아 들고 날이 맑아졌다. 구름이 사라진 하늘은 새파랬다.

 

 

눈이 따가울 정도로 땅과 하늘의 밝았다. 들판 위에 심어진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있었다. 나무 그림자가 길게 눈위에 그려졌다.

 

 

 

아빠가 눈 위에 나라며 돼지 그림을 그리셨다. 그래도 귀엽게 그려서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 박물관이 있는데 사람들은 이곳 풍경에 홀려서 박물관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다.

 

 

자작나무가 심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눈덮힌 길과 흰색의 자작나무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붉은색의 가지까지 이 모든 것이 이곳을 그림처럼 보이게 했다.

 

자작나무들이 신경세포같이 느껴졌다. 점점 가지끝이 저 먼곳까지 뻗어가는 것 같았다. 아래에서 올려다 본 자작나무들은 살아서 움직이는 것 처럼 보였다.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구경하는 시간보다 이동하는 시간이 더 많은 여행이였다. 렌트카로 개별적으로 여행을 와도 좋기는 한데, 눈이 너무 많이 내리다 보니 겨울에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이렇게 일일투어로 여행하는 것이 안전상 좋을 것 같다. 여름에는 개별적으로 렌트카를 빌려서 삿포로 외곽을 방문하는 것이 더 좋다. 날도 좋고 길도 그렇게 험하지 않은데, 초행 길인 여행자들은 겨울에 이곳을 여행할 때는 되도록이면 개별여행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차에서 내린 후 조금 걸어서 폭포로 갔다. 여름에 이곳에 왔을 때 약간 실망했었다. 티비에서는 멋진 화면으로 잡고 뽀샾하고 특수효과를 넣고 해서 그런가 뭔가 아름다워 보였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이게 다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실망을 크게 했었다.

 

그런데 겨울에 본 폭포의 모습은 여름의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아! 이 폭포는 겨울에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것인데, 여름에 본 모습만 생각하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폭포의 일부 물줄기는 얼어버렸다. 그리고 하앟게 내리는 물줄기는 흰수염 고래의 수염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많이 추웠다. 오래 볼 수가 없었다. 마음 속에는 감동으로 따뜻했지만, 계곡의 찬바람이 피부는 시리도록 차갑게 했다.

 

감동만을 간직한 채 다시 버스로 돌아갔다. 일본이 서울보다 동쪽에 있어서 항상 해가 30분정도 일찍 저무는데, 이곳은 일본에서도 가장 동쪽이자 북쪽에 위치해 있기에 다른 곳보다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것 같아 보였다. 어둠이 일찍 찾아오는 곳이다 보니 하루가 더 짧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닝구르 테라스였다. 이곳이 가장 크리스마스에 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였다. 여름에 왔을 땐 숲 속의 요정마을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그래서 겨울의 모습이 궁금했다.

 

 

닝구르테라스에 도착하니 조금씩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닝구르테라스의 건물들은 불을 켜놓고 있었다.

 

 

목조건물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백열등의 부드러움은 이곳을 동화 속의 나라로 만들었다.

 

 

아기자기한 작은 공방들이 위치해있었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였다.

 

 

여름보다 확실히 겨울의 느낌이 더 좋았다. 하룻밤 이곳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일일투어이기 때문에 분위기만 느껴야 했다.

 

추울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춥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나무가 빽백하게 심어져서 그런가 바람도 불지 않았다.

 

 

여름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겨울에는 이런 행사도 진행하나 보다.

 

 

크리스마스 부근이라 산타할아버지에게 사탕선물도 받았다. 그리고 얼음으로 만든 바도 뒤에 보였다.

 

엉덩이가 시려울까봐 얼음의자 위에 두꺼운 방석 같은 것을 깔아 놓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음 바의 조명색이 바뀌었다. 추울 것 같긴 한데, 추운 것을 알콜로 이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개썰매를 타는 것도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멀리서 덩치가 큰 개들을 보기만 했다.

 

닝구르테라스는 프린스 그랜드 리조트 스키장에 있다는 것을 안내판을 보고 처음 알았다. 처음 왔을 땐 아무 생각없이 따라 와서 그런지 이곳이 스키장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단지 닝구르테라스 근처에 큰 호텔이 있네 정도라고 생각했을 뿐이였다.

 

눈이 얼마나 많이 내려야 이렇게 눈으로 담장을 만들 수 있을까? 진짜 비에이 지역을 하루종일 여행하면서 눈은 실컷보고 가는 것 같았다. 몇년 동안 볼 눈을 하루만에 다 보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년도인 2016년에는 하루만에 1미터가 넘는 눈이 내려서 비행기가 지연, 결항되었는데, 이렇게 쌓여 있는 눈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하루동안 빡시게 비에이 지역을 돌아보고 다시 삿포로로 돌아갔다.

A.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조 Shirogane 일본 〒071-0235 홋카이도 Kamikawa District, 비에이조 시로가네

B.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조 本町1 Chome−1 일본 〒071-0208 Hokkaido, Kamikawa District, Biei, Motomachi, 1-chōme−1, 비에이 역

C. 일본 홋카이도 후라노시 Nakagoryō 일본 〒076-8511 홋카이도 후라노시 나카고료

D. 삿포로역 4 Chome Kita 6 Jonishi, Kita Ward, Sapporo, Hokkaido 060-0806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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