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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글을 쓸 때마다 코로나 때문이라는 말이 입에 붙어 버린 것 같다. 보통때라면 1월이면 해외로 나갔을 시기인데, 어쩌다 보니 2021년 1월은 국내에 같혀 버리게 되었다. 페북에서는 7년전, 6년전, 5년전 등등 내가 몇년 전 어디를 갔는지 매일같이 상기시켜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의 평범한 일상이 더 그리워지는 것 같았다.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자동으로 알려주니 나도 모르게 더욱더 우울해졌다.

이번 여행은 2020년 징글징글하게 갔던 또 제주였다. 기존의 여행처럼 2박3일, 3박4일이 아닌 14박 15일의 나름 제주살이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큰 캐리어도 꺼내고 보름간 살러가기 때문에 어떤 옷을 가져가야 할지 또 뭐가 필요할지 몰라서 손에 닿는대로 큰 캐리어에 막 집어 넣었다.

큰 캐리어를 오랜만에 끌고 가니 불편하기도 했고 이런 시기에 너무 대놓고 여행가는것 같아서 사람들의 시선도 너무 의식이 되었다. 그리고 전날 폭설이 내려서 캐리어를 질질 끌고가기 너무 짜증났다.

 

 

한강을 지나는데 강추위로 인해서 강이 얼어버렸다. 겨울에 한국에 몇년동안 없어서 그런가, 이렇게 얼어버린 한강을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아마 얼었어도 맨날 전철에서 핸드폰만 하다 보니 못봤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공항은 벌써 봄이 온 것만 같았다. 멀리서 봤을 땐 조화겠지 생각했는데, 진짜 꽃나무가 세워져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여행관련된 직종은 겨울의 기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래도 자연만은 2020년을 보내고 다시 2021년을 맞이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일년내내 겨울이였던 것 같다.

 

 

평일날 국내선 비행기를 처음 타본 것 같다. 금요일 오후나 연휴에 공항에 자주 오다 보니 이렇게 공항에 승객이 없는게 익숙하지 않았다. 우수회원 줄에 서서 체크인 받으나 일반석 줄에 서나 별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래도 이럴 때나 아시아나항공 많이 탄거 티낼 수 있으니, 그냥 우수회원 줄에서 체크인을 기다렸다. 오랜만에 수화물 택도 받아 보았다.

 

 

3층으로 올라서 바로 보안검색대로 갔다. 워낙 사람이 없다 보니 보안검색을 지나는 것도 1~2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빠는 항상 보안검색대만 지나면 외국에 오셨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내가 몇번을 말해도 아빠는 검색대만 지나시면 여기는 외국이라고 생각을 하신다. 뭐 이렇게라도 외국가는 느낌을 받는 것도 나쁘지는 않기에 더 이상 아빠에게 말을하지는 않았다.

 

참 1년이라는 시간동안 국내선 아시아나항공 라운지에 익숙해진 것 같다. 이글을 쓰기 며칠 전 국제선 관광비행을 다녀왔었다. 딱 일년만에 인천공항 국제선 아시아나항공 동측 라운지를 갔었는데, 2020년 이전에는 인천공항 라운지가 나와 아빠에게는 꽤 익숙한 공간이였는데, 일년만에 가니 뭔가 생소하고 불편하다고 느껴졌다. 사람은 참 빨리 적응하고 쉽게 과거의 느낌을 잊어 버리는 것 같다. 2020년 한해 동안 국내선 라운지를 자주 오다 보니 오히려 이곳이 더욱더 편하게 느껴졌다.

 

 

며칠 전에도 왔던 곳이라 딱히 변한 것은 없었다. 카스테라, 과자 등이 있고, 할리스 커피가 있고, 쥬스와 물이 있고 간단하게 카페처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탑승시간까지 시간도 남고 해서 노트를 꺼내서 커피와 과자를 그려보았다. 아빠는 과자 그림을 보더니 새알을 왜 그려놓았냐고 핀잔을 주었다.

OZ8957편은 12시 35분 부터 탑승이기에 시간에 맞춰서 라운지에서 나갔다. 십여분 정도 시간 여유를 두고 게이트 앞으로 이동을 했다. 김포공항 내부에는 흡연실이 없기에 굳이 담배를 피기 위해 서둘러 나갈 필요가 없었다.

 

여유시간을 두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10분정도 빨리 탑승이 시작되었다. 뒤로 가서 줄을 설까 고민을 하다 직원에게 우수회원 탑승 어디서 하냐고 물어보니 바로 티켓을 확인하고 바로 탑승을 할 수 있었다.

 

뭔가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작은 기종의 비행기라 탑승하는데 복도에 서서 앞에 서있는 승객이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조종실에 앉아 계신 조종사 분들은 오늘 몇 번째 제주로 가는 걸까 궁금했다.

 

앞 세열은 비즈니스석이고 뒤로는 이코노미 좌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내선 좌석은 한달 전에 좌석을 지정할 수 있기에 한달이 딱 되는날 잽싸게 들어가서 비즈니스석으로 미리 좌석을 지정해 놓았다. 한시간 남짓 밖에 안되는 시간이지만 그래도 비즈니스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국제선 같은 경우 가격이 곱에 곱으로 비쌀텐데 이코노미석 가격으로 비즈니스석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의 허영심을 채워주기는 충분했다.

 

체크인 할 때는 승객이 별로 없는 것 같더니, 탑승이 시작되니 만석에 가까웠다. 평일인데도 제주를 가는 사람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뒤로 비행기 엔진이 보였다. 그리고 뒤로 꺾인 윙렛의 그림자는 전투기의 날개 처럼 앞을 향해 있었다.

 

 

한해동안 참 많이 탄 기종 같다, A321. 비즈니스석이라 앞뒤 간격이 충분했다. 그러나 이륙하고 나면 다들 뒤로 젓히니 약간 답답하다고 느껴졌다. 한시간 밖에 안가는데, 10시간 비행하듯 뒤로 미시는 분이 많으신 것 같다. 우등고석 좌석답게 등뒤로 미는 버튼과 무릎받침대 조작 버턴 등 총 3가지 밖에 없었다.

 

전날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계류장과 활주로에는 전날 눈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땐 살얼음이 낀 것 같은데 비행기는 미끄러워 보이는 구간도 안전하게 코너를 돌며 활주로로 향했다.

 

드디어 14L활주로까지 와서 정렬을 한 후, 비행기는 급가속을 하기 시작했다. 창문을 통해 엔진을 보니 활주로 위에 있던 작은 눈들은 엔진의 강한 힘에 힘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활주로를 엔진이 청소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비행기는 사뿐히 이륙하니, 대한항공 격납고가 보였다. 그리고 맑은 날씨 덕분에 저 멀리 북한산까지 보였다.

 

그리고 한강을 왼쪽에 끼고 기수를 남쪽으로 돌려서 서울 남쪽으로 향했다. 서울에는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살고 있다는게 위에서 보니 느껴졌다. 그런데 저중에 내집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우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 집은 없지만 그래도 후지게는 살지 말자 한번 사는 인생 매일매일 즐겁게 살자! 내가 선택한 인생에 후회하지 말자라고 마음속으로 되세겼다.

 

 

전날 많은 눈이 내렸기에 세상 곳곳이 하얗게 보였다.

 

 

산에 소복히 내린 눈은 한우의 마블링을 연상시켰다.

 

비행기는 7000미터 정도의 고도를 유지하며 남쪽을 향해서 내려갔다. 눈덮힌 산과 들은 땅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희열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비행루트를 보고 싶었는데, 야속한 스무원은 저스트 포 레프, 개그를 틀어 주었다. 난 이 비행기가 어디쯤가고 있고 몇 미터에 얼마의 속도로 날고 있는지가 궁금한데, 작은 화면에서는 캐나다식 개그가 나왔다.

 

 

 

녹색으로 보이는 산도 멋지지만, 눈이 내리니 더 몽환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새파랗게 파란 하늘은 땅의 흰색과 대조를 이루어서 더욱더 땅과 하늘의 구분이 느껴졌다.

 

구름낀 하늘도 매력은 있지만, 이렇게 땅이 보이는 쨍한날 비행하는 건 더 매력적인 일인 것 같다. 이런 일을 매일하는 조종사에게 약간의 질투심이 느껴졌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뷰를 가진 사무실에서 일하는 조종사가 부러웠다.

 

 

광주쯤 온 것 같다. 대략 왠지 이쯤이 광주 같다고 생각했는데, 시내 중앙에 활주로가 보이는 모습을 통해 광주를 지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삼각형 모양의 바다가 보이는 만이 보이는 것을 보아 강진을 지나고 있는 것 같았다. 강진을 지나 완도를 지나니 비행기는 조금씩 착륙준비를 위해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완도를 지나니 이제 망망대해의 바다가 나왔다.

완도를 지난 지행기는 계속해서 남쪽으로 향했다. 착륙을 위해 오른쪽으로 돌지 왼쪽으로 돌지 궁금했다. 방향에 따라 한라산을 보느냐, 바다를 보느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오른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기수를 돌리니 저 멀리 한라산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리고 한라산 정상에 눈이 소복히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애월쪽으로 향한 비행기는 다시 왼쪽으로 꺾어서 착륙을 위해 고도를 더 낮추었다. 제주도 특유의 밭모양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드디어 보름간의 제주살이의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름간 어디를 갈까? 렌트를 하지 않고 버스로만 여행할 계획였다. 그래서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날그날 제주터미널에서 어디를 갈지 정하였다.

 

날이 좋아서 비행기는 사뿐히 착륙을 했다.

 

서울의 날씨가 영하일 때 이곳의 날씨는 봄날 같이 따스했다. 두껍게 입고온 나는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안에 입은 티셔츠가 땀으로 젖었다.

 

 

내린 게이트에서 수화물 찾는 곳까지 거리가 꽤 되었다. 걸어도 걸어도 도착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지나가며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들을 볼 수 있었다. 제주공항은 이점이 너무 좋은 것 같다. 공항이 작기에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다. 제주에서 지내면서 너무 좋은 것 중 하나는 매일매일 비행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였다. 제주시내에서 조금 높은 곳에만 가면 뜨고 지는 비행기를 실컷 볼 수 있었다.

 

 

게이트에서 수화물 찾는 곳까지 거리가 꽤 되서 그런지 짐을 찾는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다이아몬드 이상은 수화물 처리 시 비즈니스석 손님과 같이 나오기에 수화물을 찾을 때 오래기다리지 않아서 좋은 것 같았다. 이맛에 악착같이 마일리지 모으고 탑승횟수를 채우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자격 유지를 위해 20번 더 탑승해야 하니 눈앞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여기는 과연 대한민국이 맞을까?! 서울과는 너무 날씨가 달랐다. 바람만 불지 않으면 홍콩이나 대만 같은 날씨였다. 아무튼 이제 보름간 즐거울지 아니면 힘들지 모를 제주살이가 시작되었다. 하루에 한군데만 가는게 목표이니, 거북이 같이 느리게 여행을 할 마음에 설레임과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youtu.be/6-Rav8r6g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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