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짐을 풀고 장을 보러 아라팰리스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이마트로 향했다. 제주에 이마트가 몇 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는 탑동공원 근처에 위치해 있었다. 가방에 장바구나 하나를 넣고 바다가 보이는 탑동공원으로 향했다. 탑동에서 노을을 본 후 이마트를 들려 2주간 먹을 장을 볼 예정이였다.
12월에 미리 아라팰리스호텔에서 숙박을 했기에 대략적인 지리는 익히고 갔기에 탑동공원까지 가는 길이 어렵지 않았다. 그냥 큰길로 나가서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되었다. 제주 구시가지의 집들은 1980년대 분위기를 자아냈다. 어릴적 뛰어 놀던 골목이 생각났다. 마당이 있는 집을 오랜만에 이곳에서 볼 수 있었다.
15분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역시 제주에 왔다는게 느껴지는 것 중 하나는 푸른 바다가 아닐까? 특히 주변에 작은 섬 하나 없기에 세상에 이곳만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서쪽하늘은 벌써 노랗게 하늘이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행기들은 쉼없이 제주공항에서 이륙을 했다. 방금 비행기를 타고 왔지만, 또 비행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비행기를 타지는 않지만,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해안길을 따라 걷기만해도 좋았다. 이날 제주의 날씨는 너무 포근하다고 느껴졌다. 여독이 심하지 않은 날이면 매일 운동삼아 저녁마다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들은 다 어디로 갈까? 해안길을 따라 걷고 있으니 계속해서 비행기가 노을의 부드러운 빛을 받으면 꿈같이 하늘 높이 사라져 버렸다. 아마 내가 제주에 살고 싶다면, 아름다운 자연환경 때문이 아닌 어느 곳에서든지 비행기를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기 때문일 것 같다. 착륙하는 비행기를 보고 있으면 순식간에 내 앞에서 사라지는 비행기의 모습에 홀려서 눈을 땔 수가 없지만, 이륙하는 비행기에서는 뭔가 설레임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왜 그렇게 아쉬움이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노을빛과 푸른빛의 경계가 아직 뚜렸하게 느껴졌다. 노을을 볼 수 있는 시간은 항상 아주 짧기에 강렬하고 더 보고 싶은 것 같다.
해안길이 꺾이는 지점까지만 걷기로 했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용두암도 가고 카페거리도 간다.
해녀들이 이용하는 계단을 이용해 잠시 방파제 위로 올라가 보았다. 테트라포드들이 겹겹이 쌓여있는데, 그 밑이 얼마나 깊은지 모르기에 안전한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출렁이는 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이기에 미끄러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했다. 저 앞에 보이는 방파제가 없다면 남해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고스란히 맞지 않을까? 저 방파제 때문에 바다를 보는 시야가 가려지기는 하지만 또 필요한 방파제였다.
바닥에 해조류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이제 어둠이 많이 찾아 왔기에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보고 이마트로 향했다.
2주동안 뭐가 필요할까를 생각하며 이것저것 카트에 담았다. 소금도 사고, 간장도, 라면도 이것저것 사다보니 카트를 가득채웠다.
또 지나가다가 판매하는 아주머니의 꼬득임에 넘어가 흑돼지 족발도 하나 구매를 했다. 아무튼 첫날이라 모든게 새롭고 즐겁게만 느껴졌다. 이걸 들고 숙소까지 갈 생각은 이때까지는 하지 않았다. 계산을 하고 장바구니에 산 물건을 넣었다. 제주 이마트는 박스같은 것을 제공하지 않기에 마트에 갈 때는 장바구니는 필수였다.
오! 생각보다 산 물건들이 너무 무거웠다. 택시를 타고 갈 것 후회가 되었다. 너무 무거워서 몇 번을 쉬었다 가야했다.
발리에서 장볼 때 산 쇼핑백인데 튼튼해서 여러번 사용해도 망가지지가 않았다.
국민은행(?) 앞을 지나는데 광해군 유배지라고 써있는 안내문을 볼 수 있었다. 카카오맵이 광해군 유배지가 이 근처에 있다고 알려주기는 했는데, 이렇게 비석만 있을지는 몰랐다. 아무튼 역사적인 상상력을 필요로 했다.
숙소에 돌아와서 오늘 산 음식 중 냉장고에 넣을 것은 넣고 바로 저녁에 먹을 수 있는 것은 식탁 위에 놓았다. 첫날이니 조금 거하게 먹은 것 같다. 아무튼 보름 밖에 이곳에서 지내지 않지만, 장도 보고 오니 진짜로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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