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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시내에 도착했다. 숙소는 스카이 타워 근처에 있는 서프 앤 스노우 백팩커스 호스텔이였다. 오클랜드 숙박비가 미친듯이 비쌌기에 최대한 저렴한 곳으로 잡다보니 호스텔로 숙소를 예약했다. 원래는 화장실이 있는 방으로 예약했는데 방이 없어서 더블룸인데 공용화장실과 샤워실을 사용하라고 한다. 관리하는 직원이 한국인이였는데, 인상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돈을 더 내고 화장실 달린 방을 예약했는데 말이 되냐고 따지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완전 어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쪽 지리도 모르고 아는게 없으니 우리가 약자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기분이 나빴지만 어쩔 수 없이 화장실 없는 방으로 갔다. 대신 무선인터넷을 추가로 더 사용하게 해준다고 했다. 보통 다른 나라의 호스텔은 무선 인터넷의 경우는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했는데, 이곳은 한명당 이용할 수 있는 용량이 정해져 있고, 필요하면 리셉션에서 돈을 주고 아이디와 비번을 매번 받아야 했다. 침대는 쿠션이 없어서 침대라고 볼 수 없었다. 아무튼 저렴해서 왔는데 기분도 저렴해져 버렸다.

 

기분이 안 좋아서 힘들었지만 숙소에서 대강 씻고 밖으로 나왔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에 왔는데 흥이 많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숙소에서 가까운 항구로 왔다.

 

 

항구에서 다운타운 방면을 바라보니 도심의 스카이 라인이 보이고 오클랜드의 상징 스카이 타워가 보였다.

 

 

날이 흐렸지만, 공기도 깨끗하고 도시가 녹색 빛을 띠는 것 같았다. 사람들도 서두르는 것 없이 여유로워 보였다.

 

 

 

예전에도 지금도 항구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항구의 일부분을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게 문화공간이나 산책할 수 있는 시설들로 만들어 놓았다.

 

항구를 걸으며 쳐진 마음을 달래 보았다. 예전에는 이곳에 기차도 다녔었나 보다. 바닥에는 철로가 깔려 있었다. 기찻길을 철거하기 보다는 이렇게 놔두니 이것도 볼거리가 되는 것 같다.

 

 

월요일이었던 것 같다. 도심이지만 서울과 같은 번잡함은 느낄 수 없었다. 도시를 걷다보면 녹색의 공간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래서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 뉴질랜드로 이민을 많이 오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를 걷다보면 영국인들이 만든 것 같은 건축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간간히 영국식 건물도 보였고, 홍콩처럼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초고층 빌딩은 아니지만, 나름 오클랜드에서 높은 건물 같아 보였다. 생각해보니 홍콩, 뉴질랜드, 호주 전부 과거에 영국의 식민지였다.

 

 

밤새 비행기를 타고 왔더니 피곤해서 일찍 호스텔어 들어가서 쉬었다. 그러다 잠이 들었고, 깨보니 저녁이였다. 1월은 뉴질랜드의 여름이였고, 해는 저녁 9시가 넘어야 조금씩 어두운 기운이 하늘을 덮었다. 며칠 뒤 차를 타고 남섬으로 넘어가니 해가 저녁 10시가 넘어서 까지 하늘에 떠있었다. 말로만 듣던 백야 같았다.

 

 

밤이 되니 길에는 사람이 낮보다 더 없었다. 낮에는 그래도 근처에 일하는 회사원들로 거리가 분주했지만 퇴근시간이 지나니 큰 거리는 몇몇 관광객들만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사람이 많지 않은 거리를 걷고 있으니 도시엔 우리만 있는 것 같았다.

 

낮에 즐기지 못한 오클랜드를 저녁이 되서야 느끼고 즐길 수 있었

 

시차가 3시간 밖에 되지 않지만 아직까지 내몸은 한국에 시간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았다. 호스텔 키친에서 대강 아침을 해먹고 밖으로 나왔다. 잠을 자긴 했는데 누가 나를 밤새 두들겨 팬 것 같이 온몸이 쑤셨다.

 

오늘은 걸어서 에덴 분화구까지 갈 생각이였다. 가는 길에 볼만한 곳이 있으면 잠깐씩 들렸다 갔다.

 

숙소 근처에 있는 공원에 갔다. 근데 나무 사이즈가 보통의 공원과는 달랐다. 도심 안 공원에 이런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반지의 제왕을 찍은 나라 답게 나무의 스케일도 남달랐다. 나무정령이 살아서 움직일 것 같았다.

 

나무 옆에 서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진짜 사람이 한없이 작아 보였다. 아이들도 나무에 오르고 내리면서 자연을 벗삼아 놀고 있었다.

 

 

공원의 다른 곳으로 가니 또 다른 나무정령들이 있었다.

 

곰돌이 푸가 살 것 같은 나무도 있었다. 나무 안에 직을 짓고 살아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공원의 한쪽은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잔디에 들어가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우린 여행 온 이순간도 너무나 바쁘게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무들만 구경해도 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알버트 공원 옆은 오클랜드 대학이였다. 이곳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해서 오클랜드 대학에 가보았다.

 

대학에 담장이 없는 것이 신기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로 학교 이곳저곳은활기찼다.

 

대학 부속 건물은 이동네 이곳저곳 흩어져 있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캠퍼스 구조였다.

 

대학 구경이 아닌 산책삼아서 캠퍼스를 걷기 좋았다. 나도 이런 곳에서 한 이삼년 유학와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곳에서 공부하면 영어도 쑥쑥 늘고 공부에도 집중이 잘될 것 같았다.

 

 

걷다 다리가 아프면 잠쉬 쉬면서 벤치에 앉아서 간식을 먹었다.

 

걷다보니 또 유럽풍의 건물이 보였다. 간간히 보이는 유럽식 건물들이 어색해 보였다. 단지 과거 영국의 통치를 받았다는 것을 건물을 통해서 알 수 있었을 뿐이였다.

 

 

오클랜드 대학을 나와 고속도로 같은 곳을 지나 오클랜드 도메인(도멩)으로 갔다. 마운트 에덴으로 가던 길에 있기에 공원을 질러서 갔다

 

찻길을 건널 땐 저버튼을 누르면 신호가 빨리 바뀌었던 것 같다.

 

이렇게 나무가 크고 무성한 곳에 사람이 많지 않으니 으스스한 느낌도 들었다.

 

나무도 많고 곳곳에 꽃도 피어 있고, 아빠는 많이 걸어서 힘드실 텐데 꽃과 나무를 보니 저절로 기운이 나신다고 하셨다.

 

 

도심 안에 이렇게 큰 공원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거기서 자라는 식물들의 규모도 상상 이상이였다. 무슨 쥬라기 공원에나 나오는 식물들 같았다.

 

 

 

뉴질랜드의 상징인 고사리 나무도 보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고사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어릴적 고사리가 죽으면 화석이 되서 석탄이 된다고 들었는데, 한국에서 자라는 고사리만 봤을 땐 이게 고사리가 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큰 고사리를 보니 드디어 이해가 되었다. 차를 타고 지방을 달리다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고사리 나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잔디밭에는 오리가 사람들도 무서워 하지 않고 놀고 있었다.

 

동물도 좋아하는 아빠는 발걸음을 멈추고 동물들에게 말을 걸었다. 난 한국말로 말하닌까 동물들이 못 알아 듣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곳의 식물들은 진짜 사이즈 면에서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었다.

 

 

 

잠시 잔디에 앉아서 쉬었다. 그리고 또 걸었다.

 

이상한 공장지대(?) 같은 곳을 지나 마운트 에덴에 도착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계단이 우리를 반겼다.

 

 

뉴질랜드는 북섬과 남섬으로 나뉘는데, 각각의 섬들은 모습이 달랐다. 북섬에서는 화산활동의 결과 만들어진 자연을 볼 수 있었고, 남섬은 빙하, 피오르드 같은 자연환경을 볼 수 있었다. 북섬은 북섬대로 매력이 있고, 남섬은 남섬대로 아름다웠다.

 

가파르지 않은 등산이였다. 마운튼 에덴은, 제주도 산굼부리 같은 곳으로 예전에 분화를 했던 기생화산 같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오르는 길에 보이는 주변 풀들이 이국적이였다.

 

 

중간쯤 올라와 주변을 보니 오클랜드의 모습이 보였다.

 

 

제주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집만 서양식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제주도에 있는 오름에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정상에 오르니 움푹 들어간 분화구를 볼 수 있었다. 지금은 활동하고 있지 않기에 분화구는 풀로 덮혀 있었다.

 

 

 

그래도 뭔가 해낸 것 같은 뿌듯함이 온몸을 감쌌다.

 

 

 

오늘 하루 이곳에 오려고 걸어 왔는데, 오늘 여행의 목표치를 채운 것 같아서 뿌듯했다.

 

 

두껍게 깔린 구름 사이로 아주 조금 하늘이 보였다. 너무나 파란하늘이었다. 남태평양의 푸른 바다를 하늘에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이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갔다. 올때는 설레여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걸었지만, 돌아가는 길에는 피로감이 몰려왔다.

 

돌아가는 길은 왔던 길로 가지 않고 다른 길로 걸어 갔다.

 

숙소에 들어오기 전 마트에서 소고기를 샀다. 뉴질랜드에 왔으니 소고기는 한번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뚜벅이로 여행하다 보니 멀리 가지는 못하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만 다녀왔다. 다음 날에는 영화 호빗을 찍은 호빗톤을 갈 예정이었다.

A. Surf 'N' Snow Backpackers Albert Street 102 Albert Street, Auckland CBD, Auckland 1010 뉴질랜드

B. Viaduct Basin 뉴질랜드 1010 오클랜드 오클랜드 CBD 비아덕 베이슨

C. Albert Park Albert Park, Auckland 1010 뉴질랜드

D. Auckland Domain Auckland Domain, Auckland 1010 뉴질랜드

E. 에덴 산 도메인 250 Mount Eden Road, Mount Eden, Auckland 1024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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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의 시간이 후다닥 지나갔다. 뭐 하루도 안되는 시간이였지만 알차게 홍콩을 구경했다. 매번 갔던 곳을 갔었지만, 매번 가도 기분이 좋은 곳들이였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기 위에 일찍 일어나서 식당으로 갔다. 밥먹고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12시간 정도 타고 가야 뉴질랜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찍왔다고 생각했는데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분주했다. 항상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나는 겨우 일어나서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 식당으로 내려왔는데, 사람들은 아침부터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대단하게 느껴진다.

 

밥을 먹은 후 체크아웃까지 시간이 남았다. 시내구경을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방안에 있기는 싫어서 운동하러 헬스장으로 내려왔다. 겨울이라 수영장은 운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려면 열심히 땀을 쫙 뽑아놔야 피곤해서 비행기에서 잠을 잘 것 같았다.

 

운동을 마친 후 짐을 챙겨서 체크아웃을 했다. 공항으로 갈 때는 호텔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갔다. 짐을 끌고 계단을 내려가기 싫어서 숙소 근처에서 공항버스를 탔다. 시간이 공항전철보다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저렴하고 편하게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대략 한 시간이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1층에 캐리어를 놓을 수 있었다. 1층에 캐리어를 놓고 2층으로 올라갔다. 대부분 공항으로 가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짐에 대해서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들 짐이 무거우니 뭐 훔쳐가면 훔쳐간 사람만 힘들테닌까 말이다.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2층으로 올라왔다. 2층에 올라와 자리에 앉았다. 버스가 시내를 지날 때는 건물에 부딪칠 것 같이 아슬아슬하게 보였다. 해리포터 3편에 나오는 버스 같은 느낌이였다. 홍콩 도심을 신나게 달리 후 버스는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접어 들었다. 한쪽에는 높은 산이 보이고 다른 한쪽에는 바다와 끊임없이 이륙하는 비행기가 보였다.

 

 

버스에서 내린 후 출발층까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공항전철은 바로 내리면 도착층이 나오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바로 공항 안으로 이동할 수 있었는데, 버스를 타고 오니 조금 이동거리가 길어졌다.

 

캐리어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필요해서 가져온 캐리어지만 가지고 다니면 항상 짐같이 느껴진다.

 

 

면세구역에 왔는데 할게 별로 없었다. 면세품을 사면 짐이 될 것이고, 뉴질랜드와 호주 담배 면세 인정 범위는 그당시 2.5갑이였다. 인당 50개비였다. 아빠를 졸라서 내가 가지고 있는 구름과자를 반반 나눠서 가방에 담았다. 그래봤자 다섯갑이였다. 일단 5갑을 아끼고 아껴서 펴야할 것 같다.

 

비행시간이 얼마남지 않아서 그런가 초초했다. 이제 진짜 가는가 보다. 가서 잘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장거리 비행전 의식을 치르듯이 흡연실을 들락날락 거렸다. 그런데 우리가 탑승할 게이트에서 흡연실까지는 왜 그렇게 먼지 한번 갔다오면 살이 1키로씩 쭉쭉 빠지는 것 같았다.

 

 

아빠도 심심하신지 평소 잘 안보시던 여행책자를 훑어 보셨다. 주변에서 들리는 원어민들의 영어 억양이 마음을 긴장시켰다.

 

 

드디어 탑승이 시작되었다. 이제 뭔 도망도 못가니 즐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데 비행기까지 왜 그렇게 멀은지, 김포공항에도 이렇게 먼 거리를 걷게 하는 보딩브릿지가 있기는 한데, 이것도 만만치 않게 길었다.

 

 

새로 도입된 A350기종이였다. 매끈하게 잘 빠진 비행기가 긴장되는 마음을 살짝 진정 시켜주었다.

 

 

사전에 어플을 통해 좌석을 지정하기는 했지만, 이날 만석이였단 보다 맨 뒷자리라 우리 옆에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비행기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3-3-3좌석 스타일이였다. 에어버스가 좋은게 2-4-2의 좌석 배치가 많아서 장거리 여행 때 화장실 가기 편했는데, 이제 열 몇시간 동안 옆사람 눈치가 보여서 화장실 가는 것도 잘 조절해 봐야 할 것 같다.

 

 

완전히 지구의 남반구로 향하는 비행기였다. 비행기는 필리핀을 지나 파푸아뉴기니, 호주 주변을 지나 오클랜드로 가는 것 같았다.

 

 

비행정보를 보니 남은 시간까지는 대략 10시간이였다. 출발지 현지 시각은 오후 5시였다. 비행기는 밤새 비행을 해서 새벽7시 반에 오클랜드에 도착할 예정이였다.

 

비행기는 이륙 후 남동쪽으로 비행을 했다. 거의 항로의 변화 없이 계속 남동쪽으로 전진했다. 이때까지 여행은 한국보다 항상 시간이 느린 나라로 여행을 했는데, 이번 여행은 한국보다 몇 시간씩 빠른 나라들이였다. 뉴질랜드는 한국보다 3시간 빠르고 시드니는 한국보다 1시간 빨랐다. 퍼스나 울루루가 있는 주같은 경우는 한국보다 시간이 느리거나 조금 빨랐다. 아무튼 한국보다 시간이 빠른 나라로 여행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3시간 당겨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잡스러운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가 비행기의 오른쪽에 앉아서 그런지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 비행기 아래로는 수많은 필리핀의 섬들이 석양을 받으며 펼쳐져 있었다.

 

 

이곳은 필리핀 어느 섬쯤 되는 것 같다. 열대지방이라 그런지 구름이 높았다. 그리고 격렬했다. 고고도로 순항중인데도 가끔씩 터블런스가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 옆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구름을 볼 수 있었다.

 

기내식이 나왔다. 뉴질랜드 시간으로 하면 야식이고 홍콩시간으로 하면 저녁식사였다. 전반적으로 간이 강하기는 했지만 비행기에서 주는 것이면 고무라도 씹어 먹을 먹성을 가지고 있기에 버리는 음식없이 깨끗이 먹었다.

 

 

잠을 자야하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책을 보다 멍 때리다 얼마쯤 왔나 확인하고, 밤이라 보이는 것은 없고,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옆사람 눈치가 보여서 참았다가 갔다. 한번 화장실에 가면 한동안 서있다, 자리로 돌아왔다.

밤을 새웠다. 정신도 몽롱했다. 항상 장거리 비행을 하면 이렇게 잠을 잘 못자서 피하고 싶다. 여행기간 중 하루를 이동에 소모하더라도 낮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 더 나에게 맞는 것 같았다. 앉아만 있어서 소화도 잘 안되고 또 갤리에서 이것저것 가져다 먹었더니 배가 더부룩했다. 그러나 도착전 아침식사가 제공되었다. 일단 주는 건 다먹어야지라는 긍정정인 마인드로 받아든 아침을 싹싹 다 먹었다. 아빠는 옆에서 계속 돼지, 돼지라고 하셨다.

 

계속 밤이라서 비행기 외부 전경을 볼 수 없었지만, 해가 뜨고 있는 쪽으로 가고 있으니 비행기 앞쪽은 환했다.

 

비행기는 계속 남동쪽으로 날고 있었다. 우리쪽 하늘은 조금씩 밝아 오는 것 같았다.

 

 

하늘에서 보는 여명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야간비행을 자주 안타다 보니 이렇게 아름다운 일출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우리가 지상으로 부터 11키로미터 상공에 떠 있기에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종실에서 저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아니면 도착이 얼마 안남아서 정신이 없을까? 아무튼 우리는 경치에 취해서 창문에서 눈을 땔 수 없었다.

 

 

비행기는 이제 착륙준비를 하려고 하나보다. 속소를 줄이기 위해 스피드 브레이크를 사용하고 점점 고도를 낮추었다. 양털구름이 넓게 깔려서 남태평양의 푸른 바다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비행기는 구름을 뚫고 고도를 계속 낮췄다.

 

 

구름층을 뜷고 나오니 푸른 초지가 눈에 들어왔다. 저런 곳에서 소가 자라는 것일까? 왜 뉴질랜드하면 소와 양밖에 생각이 안나는지 모르겠다. 하나더 생각난 것이 반지의 제왕과 호빗 정도 였다.

 

착륙하는 모습을 외부전경 카메라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조종사의 시선은 아니겠지만, 이렇게라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 만족스러웠다. 착륙하는 모습을 우리들도 화면을 통해서 볼 수 있으니, 창문이 없는 쪽에 앉은 승객들에게 답답함을 덜어주는 것 같았다.

 

오클랜드 시내일까? 위에서 내려다 보니 단층의 집들이 빼곡히 붙어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초록초록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비행기는 살짝 예상시간보다 빨리 도착했다. 같은 시간에 대한항공도 도착한 것 같았다. 한국을 떠난지 이틀밖에 안되었는데 왜그렇게 반가운지 모르겠다. 뉴질랜드 입국심사는 그렇게 오래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세관이 문제였다. 농업, 축산업이 산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라서 외국에서 들어오는 음식물이나 약물에 대해서 민감했다. 장기간 여행이다 보니 아빠도 이것저것 음식을 챙겨 오셨었다. 세관원이 가방 하나하나를 검사했다. 그렇게 심하게 검사를 하는 것 같지 않지만, 의심이 듣다 싶으면 바로 엑스레이 기기로 가방을 보냈다. 아빠가 가지고 온 음식에 대해 영어로 설명하던 중 일부 음식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버벅거리니 세관원이 우리 캐리어를 옆에 있는 엑스레이 기계로 보내버렸다. 다행히 엑스레이 촬영에서 별다른 특이점을 찾지 못해서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만약 가지고 간 비상약이랑 매일 복용하는 약에 대해 뭐라고 할 것 같아서, 약은 약의 성분을 알 수 있게 박스를 뜯지 않은 상태로 가지고 갔고, 병원 처방약은 영문 처방전을 사전에 발부 받아서 챙겨갔다. 아빠도 평소에 드시는 고혈압이랑 고지혈증 약에 대한 처방전을 한국에서 영문으로 발급 받아 가셨다.

 

 

소름이 도는 세관검사가 끝나서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어디서 타는지 잘몰라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진짜 초스피드의 속도로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너무 자세히 설명해 주어서 고맙기는 했지만, 듣기평가의 2배 속도로 말을 하니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이날 이 영어를 들은 후 영어에 대한 주눅이 들어서 일주일은 영어로 말하는 것이 무서웠다. 일단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 밖에 없으니 필요할 때는 내가 영어로 말을 했지만, 그외에는 말이 하고 싶지 않아졌다.

A. Auckland Airport (AKL) Ray Emery Drive 뉴질랜드 2022, Auckland, Māngere, Ray Emery Dr, 오클랜드 공항 (AKL)

B. 서프 앤 스노우 백팩커스 102 Albert Street, Auckland CBD, Auckland 1010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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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매일 듣고 공부하고 가끔은 일때문에 일년내내 영어를 사용할 때도 있지만, 영어권 나라로 여행가는 것은 항상 부담되었다. 영어학원도 주말마다 몇년을 다니고, 원어민과 3년 가까이 일을 했지만, 이놈의 영어 하면 할수록 장벽이 느껴졌다. 그래서 영어권 나라로 여행할 생각은 잘 안하게 되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번 여행은 영어권 나라인 뉴질랜드와 호주로 계획을 잡았다.

거의 한달간 뉴질랜드와 호주를 여행하기 위해서 렌트카도 알아보고, 사전에 뉴질랜드내 국내선 및 뉴질랜드, 호주 간 이동을 위한 국제선 예약, 그리고 호주내 국내선 예약까지 한달 여행치고는 준비가 많이 필요했다. 그리고 최대한 저렴한 티켓을 찾는데 어학연수 기간이라 인천에서 뉴질랜드로 가는 티켓은 거의 200만원에 가까웠다. 그래서 케세이 퍼시픽을 이용해 홍콩을 경유해서 가는 것이 그나마 저렴했다. 그래도 140만원이였다. 인천-홍콩-오클랜드-시드니-홍콩-인천행 티켓으로 발권을 했다.

 

 

한달간 여행이라 캐리어에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겨서 공항으로 갔다. 지금은 느낄 수 없지만, 공항으로 가는 길은 항상 즐거웠다. 다시 이런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렌트카를 뉴질랜드에서 빌릴 예정이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심칩을 미리 구매해서 공항에서 받았다.

 

오랜만에 타는 아침 비행기라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첫번째 비행은 인천에서 홍콩으로 가는 비행편이였다. 홍코에서 대략 20시간 경유 후 다음날 오클랜드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했다. 처음가는 홍콩은 아니지만 케세이 퍼시픽을 타고 가는 홍콩은 출발 전부터 홍콩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당시 유행하던 어플인 스노우 어플로 다양한 사진을 찍으며 여행의 설레임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솔직히 설레임도 컸지만 나에게는 부담도 컸었다. 일단 영어권이라는 점이 가장 부담되었고, 이번 여행에서는 10일간 렌트를 해야하는데 아무런 사고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홍콩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은 2000키로미터 안팎으로, 대략 3시간 정도 걸렸다.

 

탑승은 얼추 끝난 것 같은데 수화물은 계속해서 비행기에 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설레임을 안고 비행기는 출발을 했다.

 

이번 여행내내 우리의 동반자가 되어준 콘을 가방에서 꺼내 사진을 찍었다.

 

비행기는 힘차게 이륙을 하고 기수를 남쪽으로 향했다.

 

 

서해안을 따라 남으로 남으로 내려갔다.

 

 

 

이렇게 하늘에서 내려다본 육지의 모습은 항상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역시 비행기를 타면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기내식을 먹는 시간이 아닐까? 뭐 별거없는 이코노미석의 기내식이지만, 3만피트 상공에서 먹는 기내식은 항상 꿀맛인 것 같다.

 

기내식을 먹은 후 이제 소소한 일을 하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 비즈니스석은 먹다보면 비행시간이 다 지나가 버리는데, 이코노미석은 간단히 빨리 먹고 나니 도착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뉴질랜드 여행책을 보며 어떻게 여행을 해야할지 고민을 해보았지만 가본적이 없으니 어떻게 여행을 풀어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부딪혀 봐야 알 것 같았다.

 

 

비행도 그림자가 생기는게 신기했다. 비행기에서 비행기 그림자를 넋을 놓고 바라 보았다.

 

 

처음 온 홍콩은 아니지만, 항상 처음 온 것 같은 설레임이 있는 도시이다. 공항에 도착하면 첨밀밀에서 나왔던 OST들이 자동적으로 머릿 속에서 플레이 되었다.

 

 

역시 비싸긴 하지만 시내까지 가장 빨리 가는 법은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30여분 만에 홍콩역에 도착했다. 20여시간 경유였지만 짐을 공항에서 찾아서 왔다. 다음날 체크인 때 다시 짐을 부칠 생각이였다.

 

노보텔 센츄리 홍콩에서 숙박을 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지하철도 타기 편하고 버스나 페리도 타기 편한 곤에 위치해 있어서 홍콩에 갈 때마다 가격이 저렴할 경우 이용하는 호텔이다.

 

추운 한국에 있다 따뜻한 남쪽나라로 오니 덥게 느껴졌다. 긴팔 옷은 캐리어에 넣어두고 반팔로 갈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캐리어를 홍콩에서 찾은 이유는 뉴질랜드와 호주가 여름이라 반팔로 갈아 입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일부러 홍콩에서 짐을 찾았다.

 

여러번 오지만 질리지 않는 도시인 것 같다.

 

숙소 근처에 있는 스타페리 선착장에서 침사추이 쪽으로 가기 위해 배를 탔다. 집에 있던 옥토퍼스 카드를 챙겨오길 잘한 것 같다. 저번 여행에 남은 금액이 있어서 충전을 하지 않고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침사추이로 가도 되지만, 배를 타고 가면서 홍콩섬과 침사추이를 보고 싶어서 스타페리를 이용해 구룡반도로 넘어갔다.

 

처음 홍콩에 왔을 때 보았던 저 스카이라인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것 같다.

 

 

순식간에 홍콩섬 반대편인 침사추이에 배가 도착했다. 예전 기차역이 있던 시계탑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번에 왔을 때 스타페리 선착장 주변에 공사를 하는 것 같더니 공사가 끝났나 보다.

 

2층으로 된 전망대가 새로 생긴 것 같았다. 전에도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홍코에 왔을 때 이풍경을 안보고 떠나면 뭔가 허전했다.

 

 

매번 다니던 루트로 동네마실가듯이 침사추이 일대를 돌아다녔다.

 

페니슐라 호텔은 여전히 그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와 상관없는 가본적 없는 호텔이지만, 영화 첨밀밀에서 계속 언급되던 호텔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이 호텔 앞을 지나면 한번더 시선이 갔다.

 

아빠랑 처음 같이 여행 온 곳이 홍콩이였다. 2013년 1월이였다. 그때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아빠는 귀신같이 생긴 나무를 보시곤 신기해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예전에 같이 갔던 곳을 가보았다.

 

몇몇 곳은 바뀐 것 같기도 했지만 그대로였다. 공원도 그대로 있었다. 단지 그때와 지금의 나만 바뀐 것 같았다.

 

 

홍콩을 여행하며 너무 좋은 점은 어디가나 곳곳에 공원이 많아서 쉬었다 가기 좋았다.

 

그리고 홍콩이란 도시는 평면의 도시가 아닌 입체적이 도시 같았다. 건물과 건물이 연결되어 있고, 또 육교와 육교로 길이 연결되어 있었다. 어떤 곳은 비한방울 맞지 않고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걸었다. 그래봤자 홍콩이닌까. 걷다 길을 잃으면 가까운 지하철역을 찾으면 되닌까. 나에겐 든든한 옥포퍼스 카드가 있으니 홍콩 어디를 가던지 든든했다.

 

저녁 해살을 받은 금빛 건물은 더욱더 금빛을 자랑했다.

 

이렇게 홍콩에서의 짧은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홍콩의 야경을 보지 않았다면 홍콩을 반밖에 보고 왔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낮에 보이지 않았던 이 도시의 진가는 밤이 되니 보이기 시작했다.

 

 

스타페리 터미널 근처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다시 나뭇잎 모양의 배를 타고 홍콩섬으로 넘어 갔다.

 

흔들리는 배를 타고 홍콩의 야경에 취해 보았다.

 

 

질리지 않는 이 야경. 한국에 가면 항상 그리운 야경이였다.

 

 

 

짧은 야경을 배 안에서 구경한 후 선착장에 도착했다.

 

퇴근시간이라 길거리에는 차들로 가득했다.

 

지금은 가지고 다니지 않는 라면포트로 야식을 먹었다. 다음날 있을 장거리 비행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A. Novotel Century Hong Kong 238 Jaffe Rd, Wan Chai, 홍콩

B. Wan Chai Ferry Pier

C. Tsim Sha Tsui 홍콩 젠사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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