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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의 시간이 후다닥 지나갔다. 뭐 하루도 안되는 시간이였지만 알차게 홍콩을 구경했다. 매번 갔던 곳을 갔었지만, 매번 가도 기분이 좋은 곳들이였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기 위에 일찍 일어나서 식당으로 갔다. 밥먹고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12시간 정도 타고 가야 뉴질랜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찍왔다고 생각했는데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분주했다. 항상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나는 겨우 일어나서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 식당으로 내려왔는데, 사람들은 아침부터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대단하게 느껴진다.

 

밥을 먹은 후 체크아웃까지 시간이 남았다. 시내구경을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방안에 있기는 싫어서 운동하러 헬스장으로 내려왔다. 겨울이라 수영장은 운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려면 열심히 땀을 쫙 뽑아놔야 피곤해서 비행기에서 잠을 잘 것 같았다.

 

운동을 마친 후 짐을 챙겨서 체크아웃을 했다. 공항으로 갈 때는 호텔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갔다. 짐을 끌고 계단을 내려가기 싫어서 숙소 근처에서 공항버스를 탔다. 시간이 공항전철보다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저렴하고 편하게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대략 한 시간이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1층에 캐리어를 놓을 수 있었다. 1층에 캐리어를 놓고 2층으로 올라갔다. 대부분 공항으로 가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짐에 대해서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들 짐이 무거우니 뭐 훔쳐가면 훔쳐간 사람만 힘들테닌까 말이다.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2층으로 올라왔다. 2층에 올라와 자리에 앉았다. 버스가 시내를 지날 때는 건물에 부딪칠 것 같이 아슬아슬하게 보였다. 해리포터 3편에 나오는 버스 같은 느낌이였다. 홍콩 도심을 신나게 달리 후 버스는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접어 들었다. 한쪽에는 높은 산이 보이고 다른 한쪽에는 바다와 끊임없이 이륙하는 비행기가 보였다.

 

 

버스에서 내린 후 출발층까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공항전철은 바로 내리면 도착층이 나오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바로 공항 안으로 이동할 수 있었는데, 버스를 타고 오니 조금 이동거리가 길어졌다.

 

캐리어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필요해서 가져온 캐리어지만 가지고 다니면 항상 짐같이 느껴진다.

 

 

면세구역에 왔는데 할게 별로 없었다. 면세품을 사면 짐이 될 것이고, 뉴질랜드와 호주 담배 면세 인정 범위는 그당시 2.5갑이였다. 인당 50개비였다. 아빠를 졸라서 내가 가지고 있는 구름과자를 반반 나눠서 가방에 담았다. 그래봤자 다섯갑이였다. 일단 5갑을 아끼고 아껴서 펴야할 것 같다.

 

비행시간이 얼마남지 않아서 그런가 초초했다. 이제 진짜 가는가 보다. 가서 잘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장거리 비행전 의식을 치르듯이 흡연실을 들락날락 거렸다. 그런데 우리가 탑승할 게이트에서 흡연실까지는 왜 그렇게 먼지 한번 갔다오면 살이 1키로씩 쭉쭉 빠지는 것 같았다.

 

 

아빠도 심심하신지 평소 잘 안보시던 여행책자를 훑어 보셨다. 주변에서 들리는 원어민들의 영어 억양이 마음을 긴장시켰다.

 

 

드디어 탑승이 시작되었다. 이제 뭔 도망도 못가니 즐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데 비행기까지 왜 그렇게 멀은지, 김포공항에도 이렇게 먼 거리를 걷게 하는 보딩브릿지가 있기는 한데, 이것도 만만치 않게 길었다.

 

 

새로 도입된 A350기종이였다. 매끈하게 잘 빠진 비행기가 긴장되는 마음을 살짝 진정 시켜주었다.

 

 

사전에 어플을 통해 좌석을 지정하기는 했지만, 이날 만석이였단 보다 맨 뒷자리라 우리 옆에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비행기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3-3-3좌석 스타일이였다. 에어버스가 좋은게 2-4-2의 좌석 배치가 많아서 장거리 여행 때 화장실 가기 편했는데, 이제 열 몇시간 동안 옆사람 눈치가 보여서 화장실 가는 것도 잘 조절해 봐야 할 것 같다.

 

 

완전히 지구의 남반구로 향하는 비행기였다. 비행기는 필리핀을 지나 파푸아뉴기니, 호주 주변을 지나 오클랜드로 가는 것 같았다.

 

 

비행정보를 보니 남은 시간까지는 대략 10시간이였다. 출발지 현지 시각은 오후 5시였다. 비행기는 밤새 비행을 해서 새벽7시 반에 오클랜드에 도착할 예정이였다.

 

비행기는 이륙 후 남동쪽으로 비행을 했다. 거의 항로의 변화 없이 계속 남동쪽으로 전진했다. 이때까지 여행은 한국보다 항상 시간이 느린 나라로 여행을 했는데, 이번 여행은 한국보다 몇 시간씩 빠른 나라들이였다. 뉴질랜드는 한국보다 3시간 빠르고 시드니는 한국보다 1시간 빨랐다. 퍼스나 울루루가 있는 주같은 경우는 한국보다 시간이 느리거나 조금 빨랐다. 아무튼 한국보다 시간이 빠른 나라로 여행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3시간 당겨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잡스러운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가 비행기의 오른쪽에 앉아서 그런지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 비행기 아래로는 수많은 필리핀의 섬들이 석양을 받으며 펼쳐져 있었다.

 

 

이곳은 필리핀 어느 섬쯤 되는 것 같다. 열대지방이라 그런지 구름이 높았다. 그리고 격렬했다. 고고도로 순항중인데도 가끔씩 터블런스가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 옆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구름을 볼 수 있었다.

 

기내식이 나왔다. 뉴질랜드 시간으로 하면 야식이고 홍콩시간으로 하면 저녁식사였다. 전반적으로 간이 강하기는 했지만 비행기에서 주는 것이면 고무라도 씹어 먹을 먹성을 가지고 있기에 버리는 음식없이 깨끗이 먹었다.

 

 

잠을 자야하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책을 보다 멍 때리다 얼마쯤 왔나 확인하고, 밤이라 보이는 것은 없고,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옆사람 눈치가 보여서 참았다가 갔다. 한번 화장실에 가면 한동안 서있다, 자리로 돌아왔다.

밤을 새웠다. 정신도 몽롱했다. 항상 장거리 비행을 하면 이렇게 잠을 잘 못자서 피하고 싶다. 여행기간 중 하루를 이동에 소모하더라도 낮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 더 나에게 맞는 것 같았다. 앉아만 있어서 소화도 잘 안되고 또 갤리에서 이것저것 가져다 먹었더니 배가 더부룩했다. 그러나 도착전 아침식사가 제공되었다. 일단 주는 건 다먹어야지라는 긍정정인 마인드로 받아든 아침을 싹싹 다 먹었다. 아빠는 옆에서 계속 돼지, 돼지라고 하셨다.

 

계속 밤이라서 비행기 외부 전경을 볼 수 없었지만, 해가 뜨고 있는 쪽으로 가고 있으니 비행기 앞쪽은 환했다.

 

비행기는 계속 남동쪽으로 날고 있었다. 우리쪽 하늘은 조금씩 밝아 오는 것 같았다.

 

 

하늘에서 보는 여명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야간비행을 자주 안타다 보니 이렇게 아름다운 일출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우리가 지상으로 부터 11키로미터 상공에 떠 있기에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종실에서 저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아니면 도착이 얼마 안남아서 정신이 없을까? 아무튼 우리는 경치에 취해서 창문에서 눈을 땔 수 없었다.

 

 

비행기는 이제 착륙준비를 하려고 하나보다. 속소를 줄이기 위해 스피드 브레이크를 사용하고 점점 고도를 낮추었다. 양털구름이 넓게 깔려서 남태평양의 푸른 바다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비행기는 구름을 뚫고 고도를 계속 낮췄다.

 

 

구름층을 뜷고 나오니 푸른 초지가 눈에 들어왔다. 저런 곳에서 소가 자라는 것일까? 왜 뉴질랜드하면 소와 양밖에 생각이 안나는지 모르겠다. 하나더 생각난 것이 반지의 제왕과 호빗 정도 였다.

 

착륙하는 모습을 외부전경 카메라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조종사의 시선은 아니겠지만, 이렇게라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 만족스러웠다. 착륙하는 모습을 우리들도 화면을 통해서 볼 수 있으니, 창문이 없는 쪽에 앉은 승객들에게 답답함을 덜어주는 것 같았다.

 

오클랜드 시내일까? 위에서 내려다 보니 단층의 집들이 빼곡히 붙어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초록초록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비행기는 살짝 예상시간보다 빨리 도착했다. 같은 시간에 대한항공도 도착한 것 같았다. 한국을 떠난지 이틀밖에 안되었는데 왜그렇게 반가운지 모르겠다. 뉴질랜드 입국심사는 그렇게 오래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세관이 문제였다. 농업, 축산업이 산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라서 외국에서 들어오는 음식물이나 약물에 대해서 민감했다. 장기간 여행이다 보니 아빠도 이것저것 음식을 챙겨 오셨었다. 세관원이 가방 하나하나를 검사했다. 그렇게 심하게 검사를 하는 것 같지 않지만, 의심이 듣다 싶으면 바로 엑스레이 기기로 가방을 보냈다. 아빠가 가지고 온 음식에 대해 영어로 설명하던 중 일부 음식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버벅거리니 세관원이 우리 캐리어를 옆에 있는 엑스레이 기계로 보내버렸다. 다행히 엑스레이 촬영에서 별다른 특이점을 찾지 못해서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만약 가지고 간 비상약이랑 매일 복용하는 약에 대해 뭐라고 할 것 같아서, 약은 약의 성분을 알 수 있게 박스를 뜯지 않은 상태로 가지고 갔고, 병원 처방약은 영문 처방전을 사전에 발부 받아서 챙겨갔다. 아빠도 평소에 드시는 고혈압이랑 고지혈증 약에 대한 처방전을 한국에서 영문으로 발급 받아 가셨다.

 

 

소름이 도는 세관검사가 끝나서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어디서 타는지 잘몰라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진짜 초스피드의 속도로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너무 자세히 설명해 주어서 고맙기는 했지만, 듣기평가의 2배 속도로 말을 하니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이날 이 영어를 들은 후 영어에 대한 주눅이 들어서 일주일은 영어로 말하는 것이 무서웠다. 일단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 밖에 없으니 필요할 때는 내가 영어로 말을 했지만, 그외에는 말이 하고 싶지 않아졌다.

A. Auckland Airport (AKL) Ray Emery Drive 뉴질랜드 2022, Auckland, Māngere, Ray Emery Dr, 오클랜드 공항 (AKL)

B. 서프 앤 스노우 백팩커스 102 Albert Street, Auckland CBD, Auckland 1010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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