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토요일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봄날인데 어디 갈 수 없어서 답답한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비가 하루종일 온 다음날 날이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화창해졌다. 벚꽃이 있는 어디론가 가고 싶어졌다. 한주 전에 경주에 갔다 왔기에 다시 멀리 여행을 가는 것은 부담이 되어, 부담이 되지 않는 서울에서 꽃구경을 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남산 벚꽃길을 걸을까 고민을 하다 마곡나루에 있는 서울 식물원을 가기로 했다. 서울역에서 공항전철로 갈아 탄 후 한강을 건너니 바로 마곡나루역에 도착했다. 마곡나루역 3, 4번 출구로 나가면 서울식물원으로 갈 수 있었다.

 

집에서 나올 때는 날이 쌀쌀해서 옷을 하나 더 입고 나왔으나, 전철에서 내리니 날이 너무 따뜻했다.

 

티몬 핫딜에 가끔 뜨는 코트야드 바이메리어트 호텔이 보였다. 객실이 식물원 정원 쪽을 향해 있는 것이 인상적이 였다. 호캉스 한번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스한 주말이라 그런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다. 동네 마실을 나온 사람들도 있고 우리처럼 타 지역에서 놀러온 사람도 있고, 여의도 윤중로로 갈 사람들이 봄날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흩어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긴지 얼마 안된 공원이라 그런지 새로 만든 느낌이 이곳저곳에서 묻어 났다. 길가에 심어놓은 알록달록한 튤립은 코로나로 인해 쳐져있던 무채색의 마음을 밝게 물들이는 것 같았다. 역시 겨울보다 봄이 되어야 사람들도 생기가 도는가 보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채도가 높은 튤립을 보고 있으니 봄은 봄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삼아 나온 사람들도 이쁜 튤립을 보고 다들 쭈그려 앉아 사진 한장씩 찍고 지나갔다.

 

 

역시 튤립은 붉은색이 강하고 이쁜 것 같다. 아직 화단의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지 않았지만, 그 빈자리를 아름다운 튤립들이 채우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공원이 넓었다. 공원을 둘러싸고 아파트와 대기업의 건물들이 있었다. 미래 도시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 공원이 십년이 지나고 이십년이 지나면 뉴욕 매하탄의 센트럴 파크같이 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화단의 꽃들이 듬성듬성 피어 있지만 그래도 무채색의 겨울을 지나 노오란 꽃을 피운 꽃들이 눈에 들어 왔다.

 

며칠 전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작년에 수선화를 보러 유기방 가옥에 갔던 것이 생각나서 이번 년도에도 다시 한번 가고 싶었다. 그러나 여의치 않아서 수선화를 못보나 아쉬워 했는데 이곳에 튤립 말고도 수줍움 가득한 수선화 단지도 조성되어 있어서 유기방 가옥을 못 간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역시 봄은 화려한 꽃들과 함께해야 마음도 봄과 같이 화사해지는 것 같다. 화단에는 눈이 아플정도로 화려한 꽃들이 피어 있었다.

 

 

사무실 한쪽에 이런 꽃밭을 조성하면 얼마나 좋을까?! 공원이 꽤 넓어서 조금 힘든 느낌이였는데 꽃들을 보고 나니 꽃으로 부터 좋은 에너지를 얻었는지 기운이 났다.

 

 

서울 식물원으로 가는 길에 유리창 넘어로 식물원을 구경하는 곰을 보았다. 분홍색의 곰이 눈의 확 들어왔다. 곰의 표정이 어찌나 짠하게 보이는지 왠지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는 마곡지구가 완전히 공사가 끝난 것이 아닌가 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보니 이곳저곳 공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새로 조성된 지역 치고는 건물의 높이가 꽤 낮았다. 마천루가 즐비한 신도시와 대조되는 느낌이였다. 건물이 낮아서 푸른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공항 근처에 조성된 지역이다 보니 건물을 높게 짓지 않는 것 같았다.

 

핑크곰과 헤어진 후 서울식물원 표를 사기 위해 입구로 갔다. 그런데 진짜 이 줄이 실화인지? 식물원에 들어가려고 이렇게 줄을 서있는 모습은 처음보는 것 같다. 대강 들어가는데까지 한시간 반정도 걸린다고 한다. 처음에 줄에 섰다가 이러다 오늘 안에 식물원 구경을 못할 것 같아서 줄 선지 오분만에 줄에서 나왔다.

 

뉴스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서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서 위기라고 나오는데, 이곳은 그런 뉴스는 다른 나라 이야기라는 듯이 다닥다닥 줄을 서서 식물원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인스타에서 요즘 싱가폴 가든스 바이더 베이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입소문을 타서 젊은 사람들의 방문이 크게 늘은 탓인 것 같았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니 많은 사람들이 해외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명소로 몰리는 것 같았다.

 

식물원을 보러 왔는데 식물원에 들어가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아서 식물원은 들어가지 못하고 식물원 바깥쪽에 위치한 상점이 위치한 편의시설 쪽으로 갔다.

 

 

식물원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서 식물원의 안을 바라볼 수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편의시설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들도 좋아할 것 같은 감성을 지니고 있었다.

 

꽃으로 꾸며진 파스텔 톤의 북카페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편의시설 안에 카페도 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테이크 아웃을 해서 가지고 나왔다.

 

다양한 작물의 수경재배 모습은 아빠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집에 저렇게 키우면 좋을 것 같은데 저렇게 키우면 전기세가 더 나와서 못 키울 것 같다고 하셨다.

 

 

북카페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갔다. 이곳저곳 전부 꽃과 식물로 장식되어 있어서 힐링이 되는 것 것 같았다.

 

사람들이 북카페를 많이 찾지 않아서 편하게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파란하늘 사이에 빨간 색종이를 풀어 놓은 것 같은 꽃비가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빠는 이 꽃을 보시고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가 생각나신다고 하셨다. 어떻게 보면 앙코르와트의 모습을 닮은 것 같았다. 앙코르와트는 색이 무채색이지만 아주 오래전 앙코르와트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아름다운 색은 잃어버리고 형체만 정글 속에 남아 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단에 심어진 다양한 꽃 사진을 찍으니 시간이 바람같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더 이쁘게 꽃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아무리 연습을 해도 사진 찍는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다. 예술적인 능력은 타고 나야 하는 것일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만의 감정을 담기 위해 열심히 버튼을 눌렀다.

 

 

이 건물은 지인분께서 자주 페이스 북에 올리셔서 눈에 익었었다. 그런데 이 건물이 이 곳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건물 앞에 핀 흰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칙칙해 보이는 건물이 조금 화사해 진 것 같았다.

 

작은 개울의 징검다리를 지나 반대편으로 갔다.

 

억새(?)숲 사이에 서 계시는 아빠를 확대해서 찍으니 억새풀들이 사자의 갈기처럼 나왔다. 찍은 사진을 보고 혼자 한참을 웃었다.

 

흰꽃과 노란색의 풀을 넣으니 더욱더 운치있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 같았다. 때마침 하늘도 자신의 역할을 하고 싶었는지 극적인 색을 표현하고 있었다.

 

 

식물원에 못가서 아쉽지만 다 본 것 같아서 다시 마곡나루역으로 향했다.

 

 

처음에 올 때는 식물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마음이 급해서 대강대강 사진을 찍었는데 돌아가는 길에는 정성을 들어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러나 역시 실력이 딱 여기까지 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고 나간 가방이 무거워서 다시 목디스크가 도질 것 같았다. 머리도 조금씩 아파오는 것 같았다. 평소에는 출퇴근 할 때 짧은 시간만 가방을 매고 다녀서 가방을 매고 걸으면 목이 심하게 아프다는 것을 느낄 수 없었는데, 오늘따라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다.

 

들어올 때 지나쳤던 물이 있는 정원도 지나가 보았다. 서울시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저 멀리서 선거 유세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야 서울시민이 아니기에 그냥 선거를 하나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넓게 펼쳐진 하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넓게 펼쳐진 하늘을 본 적이 언제일까? 공항 주변이다 보니 높은 건물이 없고, 산도 없고 뻥 뚫린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내마음도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코로나 이후로 무엇을 해도 해소되지 않는 느낌이 항상 마음 속에 남아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니 조금이나마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찜찜한 마음의 찌꺼기가 제거되는 것 같았다.

 

 

 

서울 식물원에서 온실 및 주제정원은 요금을 지불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온실로 들어가는 줄이 한시간 반이 넘게 걸린다고 하길래 방금전 포기하고 그냥 돌아서 왔다. 그러나 주제정원은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대신 온실은 시간 관계상 방문할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아빠는 65세 이상이라 무료이고 나만 5,000원을 지불했다. 표를 한번사면 온실과 주제정원 두곳을 입장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아직 겨울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는지 많은 꽃들이 활짝 피어 있지 않앗다. 그러나 나같이 성질급한 녀셕들은 꽃을 활짝 피웠다.

 

 

 

조성된지 얼마되지 않아서 약간 횡한 느낌이 들었다. 아빠도 조금 더 시간이 흘러야 정원이 더 아름다워질 것 같다고 생각보다 아쉽다고 하셨다.

 

 

꽃봉우리가 맺힌 나무들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 인내하고 있었다. 푸른하늘을 배경으로 그 아름다운 자태를 찍어 보았다.

 

 

 

 

 

아직은 조금 돈을 내고 들어오면 후회할 것 같았다. 시간이 더 흘러 정원이 더 풍성해지면 그때는 입장료가 덜 아까울 것 같았다. 아마 온실에라도 우리가 다녀왔으면 그런 생각이 덜 들었을 것 같은데 온실 입장을 못하고 주제정원만 구경하다 보니 입장료가 꽤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멀리서 보니 식물원의 모습이 싱카폴의 식물원과 비슷한 것 같아 보였다.

 

댄싱 가든에서 아빠는 댄서들과 같이 포즈를 취하셨다. 여러명의 댄서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이 느껴졌다.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의 의자을 앉지 못하게 줄을 쳐놔서 앉을 곳이 마땅하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걷기만을 했다. 컨디션은 조금씩 쳐지는 것 같았다. 뒷목도 점점 땡겨오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이제 아쉽지만 진짜 집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아빠에게 너무 힘들다고 말을 했다. 아빠도 정원을 거의다 본 것 같다며 더 아프기 전에 빨리 가자고 하셨다.

 

 

아빠도 말을 그렇게 하셨지만 뭔가 아쉬우셨는지 계속 꽃 앞에서 사진을 찍으셨다. 나도 나 때문에 일찍 돌아가는 것 같아서 아빠에게 미안했다.

 

 

저 고양이는 저기에 자리를 잡았나 보다. 사람이 뒤에서 쳐다봐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몸 상태가 더 않좋아지기 전에 전철역으로 향했다. 한번 두통이 오면 몇날 며칠을 두통에 시달리는 것을 알기에 초기에 입질이 올 때 빨리가서 쉬어야 했다.

 

몇년이 지나면 이곳도 벚꽃 터널이 될 것 같았다. 지금은 듬성듬성 화려한 벚꽃을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말이다.

 

 

뭔가 잘 보고 가는 것 같으면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나중에 한번 더 온실을 보기위해 오고 싶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꽃도 더 많고 더 푸르렀으면 좋겠다.

 

728x90
반응형
728x90
반응형

지금 미얀마랑 발리 여행 중이여서 포스팅하는게 계속 늦어지고 있어요. 문경여행기 후에 대만, 미얀마, 발리 여행기를 올리려고해요. 일본여행기는 올려야 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되네요. 

이번 2020년 신년 첫 여행의 마지작 방문지는 법주사예요.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학창시절 이후로는 방문한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아요. 아마 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여러번 방문해서 그런지 그렇게 궁금증이 일어나지 않는 관광지라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STX리조트 근처라서 가보고 싶은 것도 있지만, 너무 오랫동안 가보지 않아서 궁금하기도 했어요. 

서울에서는 눈을 볼 수가 없었는데 속리산국립공원에 들어서니 간간히 눈을 볼 수가 있었어요. 

최근 영화 "광대들"인가에서 정이품 소나무를 소재로 왜 정이품이 되었는지 희화화 하는 장면이 있는데, 어릴적 배운 내용이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장면만 생각나서 웃음이 났어요. 진짜 그런 일이 있을지 그당시로 돌아가서 그 상황을 보고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전설을 가진 나무라 그런지 한번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태풍으로 인해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소나무의 한쪽이 잘려나가서 아쉬웠어요. 양쪽으로 완만하게 펼쳐진 소나무의 모습은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었어요. 

예전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사진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정이품 소나무는 법주사 사하촌에 들어가기 전에 있기 때문에 잠시 사진 한 장 찍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속리산 법주사 주차장 이용료는 4천원이예요. 

주차 후 법주사를 가기 위해 주차장에서 부터 절까지는 조금 많이 걸어가야해요. 그래도 평지라서 산책삼아 걷기에 나쁘지 않았어요. 저희가 도착을 오후 늦은 시간에 해서 그런지 관광객이 많이 빠지고 난 후라 조용히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늦은 오후의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걸으니 몸과 마음이 따뜻해 지더라고요. 그리고 번잡하지 않아서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어서 너무 좋았어요. 

속리산은 충청도와 경상도에 걸처 있는데 법주사 방면 뿐만아니라 경상도 방면, 충정도의 다른 군에서도 탐방이 가능해요. 

문경보다 법주사가 조금더 따뜻했던 것 같아요. 문경새재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핸드폰을 꺼내기도 싫었거든요. 

입장료가 4천원이나 하더라고요. 3천원만 받아도 될 것 같은데.... 아무튼 입장료도 샀으니 절로 들어가 봐야죠. 

가는 길이 두가지가 있어요. 산책로인 세조길과 차도가 있는데, 뭐 같이 나란이 난 길이라 어디로 가던지 상관 없더라고요. 

차도보다는 그래도 산책로가 좋을 것 같아서 산책로로 진입을 했어요. 

산책로 옆길에 살짝 쌓인 눈을 보니 겨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해 첫날이라 가족단위 여행객이 여럿이 보였는데, 뒤에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보기가 좋더라고요. 무슨 이야기들을 하면서 걸을지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차도로 잠시 나왔는데, 차의 왕래가 많지 않은 곳이라 아직도 눈이 아주 얇게 쌓였더라고요. 

그리고 우람한 소나무와 함께 사진 한장도 찍었어요. 우리나라의 소나무는 곧은 것 같으면서도 살짝 구부정한 모습이 직선과 곡선의 미를 두루 갖춘 것 같아서 보기 좋더라고요. 너무 키가 큰 나무는 올려다 보느라 허리나 목이 부러질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나무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아담해서 좋아요. 

절 초입에 있는 문을 지나서 계속 절까지 걸어 갔어요. 

이곳은 서울보다 날이 추운지 개울 표면이 살짝 얼어 있었어요. 

문장대까지 한번 가보고 싶지만, 해가지려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법주사로만 향했어요. 

어릴적 기억에는 근 청동불상같은 것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데, 법주사가 생각보다 훨씬 절이 크더라고요. 

법주사는 신기하게 문을 두번 지나게 만들어졌어요. 보통은 이 문을 지날 때 무서운 사천왕 때문에 자연스럽게 눈을 못마주치게 되는데, 이곳의 첫번째 문의 조각들은 무서움보다는 귀엽다는 인상을 주더라고요. 

첫번째 문을 지나고 나오니 두그루의 나무가 엄청 인상적이었어요. 

장난삼아 이렇게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는데, 신성한 절에서 이렇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찍고나서 뭔가 부끄러움이 몰려 오더라고요.

우리나라의 절들이 보통 단층인 경우가 많은데, 이곳의 절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서, 많이 놀랐어요. 성인이 된 후 더 많은 곳이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아마 어릴적에는 크고 충격적이지 않으면 기억에 남지 않아서 그런 것 같더라고요. 

가장 놀랐던 것은 청동불상이 금불상으로 옷을 입었다는 것에 엄청 충격을 받았어요. 초중고 때 수학여행 왔을 때의 불상은 짙은 녹색을 띤 거무스르한 거대한 불상이었는데, 어느 순간 금빛 찬란한 불상으로 변모해 있었어요. 저 동상이 처음에 세워졌을 때도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당시 사람들은 얼마나 놀라고, 경이롭게 다가갔을지 상상이 되지 않더라고요. 

절을 새단장하기 위해 색을 다시 칠하는 것도 좋지만, 전 이렇게 바래서 나무의 느낌이 나는 절이 훨씬 더 정감이 가더라고요. 이런 바랜 색감에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낌 수 있으닌까요. 

그리고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가끔은 빠르게, 또는 은은하게 울리는 풍경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어요.

처마 끝에 서로 다른 풍경을 달아 놓은 것에서 우리 조상들의 옛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같은듯 하면서 서로 다름을 추구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너무 통일된 것에만 집중하고 살고 있는지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오랜된 절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진짜 귀중한 유물이 많아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법주사의 많은 부분들이 대부분 국보급이나 보물이더라고요. 타이틀 때문인지 하나하나 더 값지게 보이긴 했지만, 유물의 등급을 나눈다는 것도 참 주관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라고요. 어떤 것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누군가가 미리 정해 놓는 것 자체가 웃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년도에는 계획하고자 하는 바를 많이 이루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도도 잠시 했어요. 

해가 지기 시작하니 절에 노을이 쫙지는데 이모습을 카메라에 온전히 담을 수 없어서 아쉬웠어요. 

다양한 시각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서 이렇게도 찍어 봤어요. 

나름 금빛으로 빛나는 불상도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예전 청동의 느낌이 저는 훨씬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나무가 신기하면서 생명의 생존력에 감탄했어요. 

 

어른이 된 후 온 법주사는 어릴적 기억과는 너무 다르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서울에선 보지 못한 눈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았어요. 

 

 

언젠가 많은 시간이 흐르면 저 바위도 떨어져 나가겠죠.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로마의 대리석 작품들의 섬세함과는 달리, 화강암덩어리를 어떻게 저렇게 섬세하게 깎았는지 저걸 깎은이는 어떤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지며, 존경심이 절로 갔어요. 

 

 

낮은 담장에서 정겨움이 느껴졌어요. 

 

바위가 바람에 구르면 직사할 것 같은 무서움이 있었어요. 

 

멀리서 찍으니 진짜 누군가 조금만 건들면 그대로 엎어질 것 같더라고요. 

 

낮은 기와 담장에서 보일듯 말듯한, 우리 선조들의 환경과 주변 사람에 관한 인식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항상 높은 벽과 문에 둘러 쌓여 있다보니 오히려 현대의 우리에겐 이렇게 낮은 담이 더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요. 

 

 

 

절 안쪽으로는 스님분들께서 지내시는 공간이라 앞에만 스쳐지나갔어요.

 

작은 개울을 건너며 동심으로 돌아가 보기도 하고요. 

 

누군간의 정성이 돌에 담겨 있었어요. 

 

 

아쉬운 마음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주차장으로 향했어요.

 

 

하늘다람쥐가 있나봐요. 

A. 법주사,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 209

B. 정이품송,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 17-3

 

둘이서 음식을 세개나 주문했어요. 제가 많이 먹는 편이라서요. 

 

 

천안삼거리 휴게소에서 저녁을 간단히 뚝딱 먹었어요. 

 

 

휴게소에서 안경에 붙이는 선글래스도 하나 장만했어요. 

천안삼거리휴게소(서울방향),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삼룡동 155-1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