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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가 처음은 아니지만 매번 집에 갈 날이 다가오면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이번 여행은 거의 쉼을 가지는 시간이었다. 2주간 여행 중 투어도 하나밖에 하지 않았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보냈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흘러가는 게 너무나 아쉽기만 했다. 여행을 계획할 때는 2 주면 꽤 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행을 시작하니 2주라는 시간도 짧게만 느껴졌다. 2박 3일 여행이든 아니면 몇 달간 하는 여행이든 언제나 돌아가는 날은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며칠간 비슷한 조식을 먹다 보니 약간 음식이 물렸다. 그렇다고 게으른 내 성격에 아침부터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나가는 것도 귀찮으니, 조식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빠와 나에게는 가장 좋은 선택이기도 했다.

 
 

아침을 먹은 후 아빠는 다시 주무시고 나는 운동을 하러 피트니스센터로 왔다. 장비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내가 이용하는 것은 실내 자전거와 트레드 밀밖에 없으니 이 정도면 만족스러웠다.

 

아침 시간에 운동하는 게 내 나름대로의 로망이자 버킷리스트인데 여행을 왔을 때 만이라도 이렇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 행복했다.

 

아침에 2시간 정도 운동을 한 후 방으로 돌아오니 벌써 정오가 넘었다. 잠깐 방에서 미적거리다 이번에는 수영을 하기 위해 풀로 나왔다. 오늘은 어떤 일인지 선베드가 평소보다 많이 남았다. 특히 2인용인 동그란 선베드가 비어서 바로 수건을 던져 놓았다.

 

아빠는 피곤하시다며 썬 베드에 누워 계셨다.

 

수영장에 나오니 햇살은 뜨거웠지만 기분이 좋았다. 역시 사람은 햇빛을 어느 정도 보고 살아야 하나보다.

 

방수팩에 핸드폰을 넣고 작게 노래를 틀어 놓고 '8'자 튜브에 몸을 실었다.

 

둥둥둥 떠다니며 바닷속의 해초같이 수영장을 표류했다.

 

햇살은 따갑도록 강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서 그런지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꼭 때가 나오는 것 같아서 조금 창피했다.

 

아빠는 한 시간 정도 썬 베드에서 주무신 것 같다. 나 혼자 놀다가 수영장 밖을 바라보니 아빠가 잠이 덜 깬 상태로 멍하니 나를 보고 있었다.

 
 
 

아빠가 뜨거우시다며 물 안쪽으로 들어오셨다. 혼자 노는 것도 좋지만 둘이 노는 게 그래도 덜 심심한 것 같다.

 

수영장이 넓으니 놀기가 참 좋다. 그리고 깊이도 어느 정도되다 보니 물놀이하기 좋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하나하나가 다 그리울 것 같았다. 물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으면 안되니까, 질릴 때까지 물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수영장에서 놀다 방으로 돌아오니 힘들었다. 그래서 잠시 침대에 누워서 에너지를 충전했다. 마음은 24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데 마음만 앞서지 체력이 되지 않았다.

 
 

오늘은 리조트 앞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해변에서 노을을 볼 생각이었다.

 
 

숙소에서 걸어서 2~3분 거리인데 5일 동안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첫날 사누르에 왔을 때 스타벅스 앞에 있는 모나리자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었는데 스타벅스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한번은 가봐야지 생각하다 사누르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오게 되었다.

 

발리 곳곳의 스타벅스는 지점마다 각 특징 다른 것 같다. 이곳은 건물도 인상적이었지만 스타벅스 앞 뜰의 분위기가 숲속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실내보다 밖에서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이 더 많았다. 건기이다 보니 밖에 자리를 잡아도 덥지가 않았다.

 

이제 뜨거운 햇살이 한풀 꺾인 것 같았다. 바람이 불면 조금 쌀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타벅스의 녹색의 심벌과 마크, 간판이 없다면 개인이 운영하는 펜시한 카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의자 뒤에 있는 열대 식물의 줄기가 사방으로 뻗어 있는 모습이 꼭 공작새의 깃털 같기도 하고 왕좌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다 보니 시간은 일몰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빠는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또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 올리셨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누군가는 여기까지 와서 스타벅스에 오냐고 핀잔을 하기도 하지만 발리에 오면 나는 꼭 스타벅스에 가보라고 권한다. 우기에는 시원한 에어컨을 편하게 쐴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보던 스타벅스의 분위기와 발리의 분위기는 살짝 다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체인점이다 보니 기본적인 콘셉트는 한국이나 인도네시아나 비슷하지만 그래도 동남아 풍의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기에 스타벅스에 한 번쯤은 와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제 노을을 보기 위해 오늘도 사누르 해변으로 향했다.

 
 
 

어느 식당 앞 식물의 이파리가 사람보다 컸다. 이파리 앞에 서니 사람의 등에 날개가 달린 것 같이 보였다.

 

길거리 상점에는 하나둘 불이 들어오고 퇴근하는 사람들로 거리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정신이 없었다.

 

푸릇한 나무 사이에 핀 하얀 꽃은 무엇일까. 아빠는 빨리 가자고 발을 재촉하면서도 신기한 식물을 볼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셨다.

 
 
 

이제 몇 번을 다녀서 그런가 해변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이 익숙했다. 우리 동네를 걸어 다니고 있는 친근함이 들었다.

 

친근해지니 또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매일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다. 내가 이곳에 산다면 이 해변에 오는 것도 일상일 것이고 특별할 일도 없을 것 같지만 지금은 관광객이니 이곳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뭔가 허접해 보이는 포토 스폿 앞에서 서서 사진을 찍었다. 시간이 흐른 후 이 사진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촌스럽지만 사진을 보면서 행복해하지 않을까.

 
 

새털구름이 아주 얇게 하늘을 덮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가니 사람들이 해변으로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하늘의 한쪽은 아직 파랗고 한쪽은 보랏빛으로 조금씩 잠식되어 갔다.

 
 
 

모든 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눈에 보이는 풍경이 하나하나 특별해 보였다.

 

이제 이 길을 걷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처음엔 설렘으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익숙함으로 끝나는 것 같다. 익숙해서 편해지지만.

 
 

걷고 있는 사이 해가 완전히 져버렸다.

 

사누르에서 가장 큰 마트가 있는 곳으로 갔다. 매번 이 앞을 지나만 다녔지 한 번도 들어온 적은 없었다. 한국에 선물로 무엇을 사 가면 좋을까. 여행을 올 때마다 고민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열대지방에 왔으니 말린 망고나 사갈까 보니 가격이 그다지 저렴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망고에는 설탕이 뿌려져 있었다. 베트남이나 필리핀처럼 망고 그대로를 말린 것이 아닌 것 같다. 아무튼 말린 망고, 파인애플 등 한국에서 구매하면 가격이 비싼 것 위주로 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발리 기념 티셔츠도 구매를 했다.

 

마지막 날이라 생각되니 손에 너무 잡히는 대로 구매한 것 같았다. 갑자기 물건을 사려니 대강대강 필요한 것만큼 바구니에 담았었다. MBTI 'P'다 보니 이럴 때는 너무 계획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것 같다. 머릿속으로는 다 계획이 있었는데 막상 물건을 사면 계획해 놓은 게 생각나지 않는 게 이상했다.

물건을 구매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첫날 점심을 먹은 모나리자 레스토랑으로 갔다. 가격도 저렴하고 분위기도 괜찮은 편이었다. 그리고 맛도 중간 이상이라 만족스러웠다.

 

식사 전 빈탕 레들러가 나왔다. 달달한 음료수 같은 맛이 나는 레들러는 맥주라기보다는 탄산음료 같았다.

 
 

식사 전 애피타이저가 나오지 않는데 두 번째 왔다고 애피타이저를 서비스로 주었다. 이 식당의 단점이라면 음식 나오는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 나오기 전까지 많이 기다려야 했다.

 

햄버거와 돼지갈비가 먼저 나왔다.

 
 

햄버거는 5000원, 돼지갈비는 9000원 정도로 비주얼에 비해 가격이 저렴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볼로네이즈 파스타로 고기가 듬뿍 들어 있었다.

이것저것 많이 주문했는데 계산서는 가벼웠다. 주머니가 가벼운 우리 같은 여행자에게 어울리는 식당이었다. 이렇게 발리에서의 마지막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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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뜨거움은 한풀 꺾인 9월이지만 아직까지 여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발리 여행기도 아직 다 올리지 못했는데 지금 또 다른 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전날 투어가 힘들었던 것 같다. 특히 애증의 스노클링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다. 건기의 발리는 언제나 상쾌했다. 발리를 여러 번 왔지만 이런 날씨는 처음이라 순간순간 놀랬다.

 
 

조금 늦게 와서 레스토랑이 여유로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빈자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비워진 음식은 손님들의 먹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빈 그릇이 많았다.

 
 

창밖을 보니 동네 개가 아침부터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사누르에는 생각보다 개가 많았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발리 남자들이 개키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1인 1개 정도로. 그래서 바람난 개들 때문에 길거리에 개들이 많다고 했다.

 

식사를 한 후 난 운동을 하고 왔다. 아빠는 계속 체력이 올라오지 않으셔서 아침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셨다.

 

예전처럼 수영을 즐기지 않지만 수영장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빈 썬 베드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수영장에 가는 것이 좋았다.

 
 

다행히 남은 베드가 있어서 자리를 잡았다. 비치타월은 수영장 가운데 부스에서 방 번호를 적은 후 가지고 올 수 있었다. 쓰레기통과 레스토랑 테이블 사이에 있는 베드이기는 하지만 일단 자리를 잡으니 마음이 편했다.

 

베드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참 하늘이 맑고 깨끗했다.

 
 

물놀이를 왔으니 튜브에 바람을 넣고 수영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수영장은 위아래 총 2개였다.

 
 

레스토랑 쪽 수영장은 풀 바도 있었다. 풀 바에 앉아서 맥주나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보였다.

 

내 키가 172 정도인데 물은 쇄골뼈 있는 곳까지 오는 것 같았다.

 

수심이 얕은 수영장도 있어서 아이들이 놀 수 있었다.

 
 

사방이 건물로 막혀 있어 답답할 수도 있지만 수영장에 누우면 건물이 액자가 되고 하늘은 그림이 되었다.

 
 
 

햇살이 따가웠다. 따갑지만 후텁지근하지 않아서 한국의 여름보다 좋았다.

 

리셉션 앞쪽에 있는 선베드는 수영장 안에 있었다. 물 위에 떠 있는 느낌이랄까.

 

리셉션 앞쪽 수영장은 사각져서 수영을 하는 사람이라면 운동으로 수영하기 좋았다.

 
 
 
 
 
 

수영장 옆 선베드는 빈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이 많지만 물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우리가 수영장을 전세 낸 것 마냥 여유롭게 놀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스노클링보다 백만 배는 즐거웠다. 내 등은 남국의 따가운 태양에 또 붉게 익어갔다.

 

아빠가 힘들면 내가 튜브를 끌고 수영장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녔다.

 
 
 
 

어깨만 타는 것이 싫어서 위에 아무것도 안입고 수영했는데 어느새 온몸이 붉어지더니 나중에는 피부가 벗겨졌다.

 

코로나 때 시설관리가 제대로 대지 않아서 시설물이 고장 나 있거나 있는 곳들이 종종 보였다.

 
 

체크인 때 받은 무료 음료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풀 바로 왔다. 무료 음료는 선택할 수 없고 풀 바에서 제공하는 것만 마실 수 있었다.

 
 
 

보기엔 풀 맛 가득해 보였는데 막상 마시니 시원하고 상큼, 달달했다.

 
 

물에서 놀다 시원한 음료 한 잔을 마시니 갈증이 싹 사라졌다.

 
 

언제나 우리 여행과 함께하는 8자 모양의 튜브. 뒤로 누울 수도 있고 엎어져서 물 위에서 선탠도 할 수 있어 이래저래 용도가 좋은 튜브였다.

 
 
 

맨날 사람들이 풀에서 쉬거나 수영하는 모습만 보다 막상 풀에 와서 시간을 보내니 기분도 좋고 지루한 오후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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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누르는 우붓에 비해 참 조용한 곳 같았다. 길거리의 차도 우붓보다 분주하지 않고 걸어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조용했다. 사람으로 북적이는 느낌이 없으니 작은 소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도네시아의 인도는 두 사람이 걷기에는 폭이 좁았다. 그러다 보니 맞은편에 사람이 오면 한쪽에서 몸을 틀어주어야 어깨를 부딪히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들 어디로 갔을까. 일몰을 보기 위해 해변으로 가는데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해변으로 가기 위해 들어선 골목은 우리나라 평창동 같은 느낌을 주었다. 고급스러운 집들과 높은 담장. 왠지 주눅이 들었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들도 벤츠, BMW 등의 고급 차였다.

 
 

담장이 성벽같이 높게 느껴졌다.

 
 

골목의 끝에 도착하니 해변이 나왔다. 오토바이가 워낙 많은 곳이다 보니 오토바이만 주차하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발리의 해변은 우리가 생각하는 동남아의 깨끗한 해변과는 달랐다. 그래서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보다는 파도가 센 곳이기에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다. 건기라 그런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저 멀리 있는 아궁산이 선명하게 보였다.

 

해발고도가 3000미터가 넘는 화산으로 발리에 있다 보면 어디서든 보이기에 친구같이 느껴졌다.

 

노을빛을 받은 구름과 산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는 흰 포말을 만들며 거친 파도를 일으키며 해안으로 밀려왔다. 파도가 세서 그런가 해안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방파제가 있는 것 같았다. 거침없이 밀려온 파도는 해안과 가까운 바다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곳까지 파도가 밀려오지 않기에 해변은 고요하고 조용했다. 다만 희미하게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시시각각 아궁산 주변 하늘이 변해갔다. 바다에서 밀려온 구름이 아궁산에 부딪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구름은 힘겹게 산을 넘고 있었다.

 

 

 
 

사람들은 바닥에 앉아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먼 곳에서 무서운 소리를 내며 파도가 밀려왔지만 그 기세는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고 아궁산은 산의 반절이 구름에 덮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은 지상과 하늘을 선명하게 구분 짓기를 하고 있었다.

 
 

아빠는 바닥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계셨고 나는 구름에 점령당한 아궁산이 신기해 카메라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산의 모습도 조금씩 어둠에 사라지고 있었다. 사누르 해변이 동쪽에 있기에 노을은 해변 뒤쪽으로 지고 있었다. 해변은 노을빛을 받은 아름다운 빛을 반사하고 있을 뿐이었다.

 

바다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있지만 등을 도니 해변 뒤로는 아직 해가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아주 잔잔하고 조용하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쿠타 해변과 모래는 비슷한 것 같지만 쿠타보다는 더 깨끗한 것 같았다.

 
 

금빛의 고운 모래가 아니라 조금 아쉬웠다. 발리에 있다 보면 가끔 길리 섬의 아름다운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발리라는 곳은 휴양하고 즐기기 참 좋은 곳인데 가끔 포카리스웨트에 나오는 그런 깨끗한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아빠는 아직도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지 않으셨는지 조금 밖에 움직이지 않았는데 피곤해 하셨다.

 

저녁이 되니 날이 더 선선해졌다. 쿠타보다 사누르 해변은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낮에는 더워 해변에 사람이 적으나 해가질 무렵이 되니 해변에는 현지인으로 해변이 낮보다 더 활기차게 보였다.

 

산책로에의 가로등에는 불이 들어왔다. 평범한 해변이 가로등 불빛을 받으니 황홀한 길로 만들어 주었다.

 

하루 종일 한 것이라고는 우붓에서 사누르로 이동하고 호텔에서 운동한 것 밖에 없는데 저녁이 되니 몸이 노곤노곤 피곤해졌다.

 
 
 
 

해변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서 걷기 좋았다. 아침 또는 저녁에 산책 삼아 걷기 좋은 길이었다.

 

바다에서는 끈적이는 바람이 불어왔다. 그래도 우기 여행에 비하면 건기 여행은 쾌적한 편이었다.

 
 

동쪽 하늘은 빠르게 어두워졌고 사람들도 해변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숙소로 바로 들어갈까. 아니면 약속 시간까지 더 있다 들어갈지 고민이 되었다.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이 황홀했다. 하늘이 어쩜 이렇게 이쁠 수가 있을까.

 

높다란 담장이 위압적으로 느껴졌지만 보랏빛 하늘만은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같은 하늘이지만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또 하루가 이렇게 지나감이 아쉬웠다.

 
 
 

약속시간까지는 시간이 비어서 일단 숙소에 들렸다 나가려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데 카드 결제가 안된다고 해서 순간 당황했다. 주머니 속에 있는 현금을 주섬주섬 꺼내서 돈을 냈다.

 

숙소로 벌써 어둠이 졌다. 밝음에서 어둠으로 넘어가는 순간은 한순간이었다. 리조트에는 밝게 조명이 들어왔다.

 
 

수영장이 호텔 가운데 있다 보니 수영장 사용시간 마감이 빠른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저녁엔 리조트가 조용했지만 저녁 늦은 시간까지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쉬다 나왔더니 다시 기분도 업이 되고 에너지도 넘치는 것 같았다.

 

저녁 8시에 바투 짐바르 앞에서 지인을 만났다. 지인도 우리와 같이 여러 번 발리에 왔는데 이번에는 우연히 일정이 하루가 맞아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 몇 년을 같이 일해서 같은 직장에서 보다 여행 와서 만나니 더 반가웠다.

 

반가운 만남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여행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헤어지기 전 아쉽기에 같이 사진을 찍었다. 사누르에서의 첫날, 처음 오는 곳이라 긴장되고 떨렸다. 한편으로는 복잡한 우붓을 떠나 조용한 사누르가 마음에 들었다.

https://youtu.be/wRIH1DaOJkM?si=DIXVHajsN-9Xd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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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길지 않기에 딱 두 군데에서만 지내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우붓이고 나머지 한 곳은 사누르였다. 이번을 포함해 다섯 번째 발리 여행이었는데 사누르는 처음이었다. 익숙한 쿠타를 벗어나 사누르로 가려니 괜히 긴장이 되었다. 같은 발리이지만 그 느낌만은 달랐다.

 

우붓에서 사누르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오후 한 시간 넘어서 스위스 벨 리조트에 도착했다. 아직 방이 준비되지 않아서 체크인 시간인 3시까지 기다려야 했다.

 

일단 짐을 맡겨두고 점심을 먹을 겸 호텔 밖으로 나갔다. 우붓보다 거리가 조용했다.

 
 

이곳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기에 길을 걷다 조용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지난 후라 식당 자체는 조용했다. 아빠는 며칠 동안 아파서 못 본 일일 드라마를 몰아서 보고 계셨다.

 
 

햄버거 두 개와 샐러드를 주문했다. 맥도널드 같은 햄버거가 아니라서 햄버거가 컸다. 그러나 샐러드는 생각보다 채소량이 적었다. 우리는 샐러드 볼같이 풍성한 샐러드를 생각했었다. 발리에서는 채소가 비싼 것일까. 샐러드를 주문하면 뭔가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인스턴트가 아닌 점심은 오랜만에 사 먹는 것 같다.

 

음료에 햄버거, 샐러드까지 주문했는데 2만 원 정도 나왔다.

 

배가 부르니 기분이 좋아졌다. 길가에 핀 꽃이 이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지나가던 아저씨가 사쿠라라고 말해주었다. 벚꽃이라는 말이 더 널리 퍼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붓은 낮이든 밤이든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한데 여긴 조용했다. 관광객들은 어디로 갔을까.

 

호텔 체크인이 가능할 것 같아서 배부른 배를 이끌고 호텔로 갔다.

 

맑은 하늘에 비행기가 쉴 새 없이 지나갔다.

 
 

리셉션에 갔더니 아까 내 체크인을 도와주던 직원이 있었다. 나를 알아보고 바로 방 키를 주었다. 원래는 트윈침대인데 내가 잘 때 너무 뒹군다고 말했더니 트윈침대 두 개를 붙였다고 한다.

 
 

리조트의 구조가 익숙하지 않고 짐이 있어서 직원과 함께 방으로 갔다. 원래는 스위스 벨 리조트 앞 발리풍이 가득한 호텔로 예약했는데 막판에 스위스 벨 리조트가 저렴하게 나와 이곳으로 숙소를 바꿨다. 방에 들어오니 숙소를 잘 바꾼 것 같았다. 일단 방 자체가 넓었다. 방으로 오는 길 다른 방이 보여서 힐긋 보았는데 그 방들은 작아 보였는데 이 방은 아빠와 나, 둘이 사용하기 충분히 넓었다.

 
 
 

페트병 사용을 줄이고자 페트병 물 대신 유리병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복도 중간마다 정수기가 놓여 있었다.

 

여행 갔을 때 욕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여행의 질을 가끔 좌우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쉬는 여행일 경우 욕조는 필수인 것 같다. 오래된 숙소지만 욕조가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일회용 칫솔이 제공되기는 했는데 매일 새것으로 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오래된 느낌이 드는 객실이지만 있을 것은 다 있어서 불편하지 않았다.

 
 

테라스의 담장이 높아서 테라스 의자에 앉으면 하늘밖에 보이지 않아서 답답한 면이 있었으나 테라스에 서면 리조트가 다 보였다. 그리고 테라스 한편에 수영복을 말릴 수 있는 빨랫줄이 있었다.

 

문밖으로 나오면 사누르의 집들이 보였다.

 

붉은색의 지붕이 유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

 
 

1층은 G 층으로 G 층으로 내려오면 수영장과 로비로 갈 수 있었다.

테라스에서도 흡연이 가능했고 지정된 흡연 장소도 따로 있었다. 솔직히 발리에서는 금연장소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식당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빠가 쉬는 동안 혼자 헬스장에 갔다. 며칠 동안 운동을 안 했더니 피부에 뽀드락지도 나고 체중도 늘을 것 같았다.

 

헬스장은 크지 않으나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는 러닝머신과 자전거, 크로스컨트리 기구가 있었다. 운동을 하려고 애플워치를 운동 모드로 작동시켰는데 심박수가 작동하지 않았다. 애플워치 3으로 거의 7-8년 사용했으니 이제 시계와도 이별할 때가 된 것 같았다.

 
 

사누르 해변에서 노을을 보고자 해질녘 밖으로 나왔다.

 

높은 건물은 대부분 리조트 같았다.

 
 
 
 

사누르의 풍경이 이렇게 좋았던가. 조용했다. 우붓은 편하면서 번잡했다. 왜 사람들이 사누르를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로비에 앉아 잠깐 사진을 찍었다.

 

이 호텔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큰 수영장 때문이었다.

 
 

오늘은 수영장을 못 이용해서 아쉬웠다. 아직 첫날이고 시간이 많으니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 사누르를 떠나는 날 어떤 기억을 가지고 떠날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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