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누르는 우붓에 비해 참 조용한 곳 같았다. 길거리의 차도 우붓보다 분주하지 않고 걸어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조용했다. 사람으로 북적이는 느낌이 없으니 작은 소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도네시아의 인도는 두 사람이 걷기에는 폭이 좁았다. 그러다 보니 맞은편에 사람이 오면 한쪽에서 몸을 틀어주어야 어깨를 부딪히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들 어디로 갔을까. 일몰을 보기 위해 해변으로 가는데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해변으로 가기 위해 들어선 골목은 우리나라 평창동 같은 느낌을 주었다. 고급스러운 집들과 높은 담장. 왠지 주눅이 들었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들도 벤츠, BMW 등의 고급 차였다.
담장이 성벽같이 높게 느껴졌다.
골목의 끝에 도착하니 해변이 나왔다. 오토바이가 워낙 많은 곳이다 보니 오토바이만 주차하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발리의 해변은 우리가 생각하는 동남아의 깨끗한 해변과는 달랐다. 그래서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보다는 파도가 센 곳이기에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다. 건기라 그런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저 멀리 있는 아궁산이 선명하게 보였다.
해발고도가 3000미터가 넘는 화산으로 발리에 있다 보면 어디서든 보이기에 친구같이 느껴졌다.
노을빛을 받은 구름과 산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는 흰 포말을 만들며 거친 파도를 일으키며 해안으로 밀려왔다. 파도가 세서 그런가 해안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방파제가 있는 것 같았다. 거침없이 밀려온 파도는 해안과 가까운 바다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곳까지 파도가 밀려오지 않기에 해변은 고요하고 조용했다. 다만 희미하게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시시각각 아궁산 주변 하늘이 변해갔다. 바다에서 밀려온 구름이 아궁산에 부딪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구름은 힘겹게 산을 넘고 있었다.
사람들은 바닥에 앉아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먼 곳에서 무서운 소리를 내며 파도가 밀려왔지만 그 기세는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고 아궁산은 산의 반절이 구름에 덮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은 지상과 하늘을 선명하게 구분 짓기를 하고 있었다.
아빠는 바닥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계셨고 나는 구름에 점령당한 아궁산이 신기해 카메라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산의 모습도 조금씩 어둠에 사라지고 있었다. 사누르 해변이 동쪽에 있기에 노을은 해변 뒤쪽으로 지고 있었다. 해변은 노을빛을 받은 아름다운 빛을 반사하고 있을 뿐이었다.
바다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있지만 등을 도니 해변 뒤로는 아직 해가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아주 잔잔하고 조용하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쿠타 해변과 모래는 비슷한 것 같지만 쿠타보다는 더 깨끗한 것 같았다.
금빛의 고운 모래가 아니라 조금 아쉬웠다. 발리에 있다 보면 가끔 길리 섬의 아름다운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발리라는 곳은 휴양하고 즐기기 참 좋은 곳인데 가끔 포카리스웨트에 나오는 그런 깨끗한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아빠는 아직도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지 않으셨는지 조금 밖에 움직이지 않았는데 피곤해 하셨다.
저녁이 되니 날이 더 선선해졌다. 쿠타보다 사누르 해변은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낮에는 더워 해변에 사람이 적으나 해가질 무렵이 되니 해변에는 현지인으로 해변이 낮보다 더 활기차게 보였다.
산책로에의 가로등에는 불이 들어왔다. 평범한 해변이 가로등 불빛을 받으니 황홀한 길로 만들어 주었다.
하루 종일 한 것이라고는 우붓에서 사누르로 이동하고 호텔에서 운동한 것 밖에 없는데 저녁이 되니 몸이 노곤노곤 피곤해졌다.
해변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서 걷기 좋았다. 아침 또는 저녁에 산책 삼아 걷기 좋은 길이었다.
바다에서는 끈적이는 바람이 불어왔다. 그래도 우기 여행에 비하면 건기 여행은 쾌적한 편이었다.
동쪽 하늘은 빠르게 어두워졌고 사람들도 해변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숙소로 바로 들어갈까. 아니면 약속 시간까지 더 있다 들어갈지 고민이 되었다.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이 황홀했다. 하늘이 어쩜 이렇게 이쁠 수가 있을까.
높다란 담장이 위압적으로 느껴졌지만 보랏빛 하늘만은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같은 하늘이지만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또 하루가 이렇게 지나감이 아쉬웠다.
약속시간까지는 시간이 비어서 일단 숙소에 들렸다 나가려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데 카드 결제가 안된다고 해서 순간 당황했다. 주머니 속에 있는 현금을 주섬주섬 꺼내서 돈을 냈다.
숙소로 벌써 어둠이 졌다. 밝음에서 어둠으로 넘어가는 순간은 한순간이었다. 리조트에는 밝게 조명이 들어왔다.
수영장이 호텔 가운데 있다 보니 수영장 사용시간 마감이 빠른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저녁엔 리조트가 조용했지만 저녁 늦은 시간까지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쉬다 나왔더니 다시 기분도 업이 되고 에너지도 넘치는 것 같았다.
저녁 8시에 바투 짐바르 앞에서 지인을 만났다. 지인도 우리와 같이 여러 번 발리에 왔는데 이번에는 우연히 일정이 하루가 맞아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 몇 년을 같이 일해서 같은 직장에서 보다 여행 와서 만나니 더 반가웠다.
반가운 만남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여행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헤어지기 전 아쉽기에 같이 사진을 찍었다. 사누르에서의 첫날, 처음 오는 곳이라 긴장되고 떨렸다. 한편으로는 복잡한 우붓을 떠나 조용한 사누르가 마음에 들었다.
https://youtu.be/wRIH1DaOJkM?si=DIXVHajsN-9Xd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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