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이번 발리 여행을 하면서 딱 투어를 두 개 신청했다. 요즘 핫하다는 발리의 명소만 다니는 인스타그램 투어와 바투르 화산에서 일출 보기 투어, 2개만 신청했다. 전부 프라이빗 투어로 신청했더니 투어 비용만 얼추 30만원이 나갔다. 포스트 코로나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단체로 하는 여행은 부담스러웠기에 투어는 개인 투어로 신청했다. 클룩에서 검색을 하다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면 투어 이름이 인스타그램 포토 스폿 여행일까.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핫하다는 곳만 꼭 찍어서 떠나는 여행이기에 이 투어만 갔다 오면 발리의 핫스폿은 다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누군가 발리 어디가 좋다고 물어본다면 어깨에 힘을 주고 대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나도 거기 가봤다고. 

 
 

인스타그램 투어는 새벽에 시작되었다. 투어 출발 며칠 전 기사에게 왓츠앱으로 문자가 왔다. 그래서 지내고 있는 숙소와 시간을 확인한 후 당일 새벽 3~4시 사이 숙소로 픽업을 왔다. 새벽부터 시작하는 투어라 부담이 되었다. 아빠와 나는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밤새 잠을 설치다 일어나서 투어를 나갈 준비를 했다. 이번 투어는 한국어가 가능한 기사를 선택했는데 가격은 영어 투어보다 조금 더 비쌌지만 완전히 만족스러웠다. 

 
 

쿠타에서 렘푸양 사원까지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기사가 최대한 빨리 가야 한다고 해서 중간에 한번 쉬고 어둠 속을 달렸다. 무슨 투어를 3~4시에 시작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원에 빨리 도착해야 했다. 렘푸양 사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가이드가 잽싸게 입장권을 사러 갔다. 입장권과 함께 번호표를 주었는데 이 번호표가 제일 중요했다. 이 번호표 대로 인생 샷을 찍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입장권을 늦게 받을수록 사진 찍는 순서가 밀리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곱절로 늘었다. 

 

서두른 탓에 11번을 받을 수 있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아궁산이 어슴푸레 보였다. 렘푸양 사원 주차장에서 셔틀 카를 타고 렘푸양 사원 입구까지 와서 나머지는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오르막길을 오르다 뒤를 돌아 보았는데 순간 아궁산의 위엄에 나 자신이 압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순간적인 느낌이었지만 마음속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 산을 보고 멋지다 크다는 느낌은 가끔 받지만 이렇게 마음을 짓누르듯 훅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가이드가 한국말을 엄청 잘했다. 어디서 한국말을 배웠냐고 물어보니 한국어 학원 1년을 다녔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가이드 일을 하면서 한국어 연습을 계속할 수 있어서 한국어가 계속 늘었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 한국어 연습을 많이 못 해서 많이 잊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하루 종일 가이드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한국어를 구사했다. 운전하면서 설명도 해주고 잠시 담배를 피우면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하루 종일 한국어를 사용해서 이야기하는데 너무 편했다. 

 
 

아궁산은 항상 멀리서 보기만 했지 이렇게 가까이 바라본 것은 처음이었다. 가이드도 딱 한 번 아궁산 위에 올라가 봤다고 한다. 위에 올라가면 멋진데 올라가기 힘들고 춥다고 했다. 그렇게 맑은 날만 가득하다 투어를 간 날 구름이 잔뜩 끼었는지는 모르겠다. 구름은 아궁산 정상 부분만 살짝 가렸다. 

 
 

해가 뜨기 전이라 사원은 어두컴컴했지만 조명을 받은 사원의 조형물은 신비스럽게 보였다. 

 

가이드는 사람이 없을 때 빨리 사진을 찍자며 빨리 포즈를 취하라고 했다. 사람이 많아지면 찍고 싶어도 독사진을 못 찍는다며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을 인도네시아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약간의 조잡함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곳의 풍경이 주는 느낌 때문에 조잡함마저 신비하게 느껴졌다. 

 
 
 
 

계단 위 문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사원의 스님께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스님께 사진 한 장을 부탁하니 흔쾌히 같이 사진을 찍어 주셨다. 계단 위로 올라오면 사원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고소 공포증이 있으면 내려다보기 조금 무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절내도 다 보이고 아직 사람도 많지 않아서 좋은데 아궁산의 정상만 구름이 끼어서 보이지 않았다. 가이드는 우기에 저 정도만 보여도 나쁘지 않은 거라고 했다. 어떤 경우에는 사진 찍기 전까지는 날씨가 맑았다가 사진 찍기 시작하니 아궁산이 안 보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인지. 우리가 사진 찍을 때는 짠하고 아궁산의 정상이 보였으면 했다. 

 
 

매번 아빠와 함께 찍는 사진이 없는데 이번에는 가이드가 옆에 붙어 있으면서 계속 사진을 찍어주었다. 가이드와 같이 다녀서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항상 우리가 필요할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서 도와주어서 고맙기도 했다. 

 

전날 블로그를 검색하면서 다양한 포즈를 생각하고 연습하고 오기는 했는데 막상 사진을 찍으려니 생각이 나지 않고, 그리고 어색했다. 

 
 

가이드와도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말소리만 들으면 거의 한국인이나 다름없는 가이드였다. 오히려 대화를 하는데 나보다 더 어려운 한자어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듣고는 깜짝 놀라기도 했다. 

 

가이드는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바닥에는 딱정벌레(?)가 지나가기에 사진을 찍었다. 곤충을 보니 뭔가 조금 더 정글에 온 느낌이랄까. 발리에서 도마뱀은 너무 흔하게 볼 수 있기에 이제 벽에 붙어 있는 도마뱀은 그저 친구 같았다. 곤충은 정말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사원의 촬영 명소에서는 사진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해가 떠올랐지만 아궁산에 걸쳐있는 구름은 전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순번이 불리기 전까지 사원의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한무리의 단체관광객이 올 때마다 사원이 북적였다. 우리는 대기번호 11번인데도 대략 4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사람들마다 인스타 핫스폿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기대감과 함께 새벽잠을 설쳐가며 이곳에 왔기에 피로감이 보였다. 사진은 사진 기사 둘에 의해 촬영이 이루어지는데 두 분이 번갈아가면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사진 촬영 요금은 따로 없고 마음에 들면 팁 박스에 팁을 넣으면 되는 것 같았다. 대부분은 팁 박스에 1,000원~2,000원 정도의 돈을 넣었다. 

 

아침잠을 못 자고 와서 그런지 조금 돌아다녔는데 피곤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이게 뭔 짓인가라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발리에 왔다면 한 번쯤은 와봐야 발리 여행 좀 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피곤함을 나중에 찍게 될 사진을 생각하며 참았다. 

 

이곳은 힌두교 사원이기에 사롱을 걸쳐야 했다. 너무 무난한 색보다는 원색이 강한 게 사진을 찍었을 때 이쁘게 나온다는 글을 보아서 보색의 느낌이 강한 사롱을 선택했다. 

 

사원 곳곳에 떠돌이 개들이 많았다. 개들이 사납지는 않지만 만지려고 하면 문다고 가이드가 알려주었다. 난 이런 떠돌이 개들이 무섭기에 눈도 마주칠 수 없었다. 그저 개들이 무서워 개들과 눈이 마주칠까 무서워 땅만 바라보았다. 

 

드디어 방송으로 '넘버 일레븐'이라는 말이 들렸다. 팁 박스에 팁을 넣으며 핸드폰을 촬영기사에게 넘겼다. 그리고 문까지 걸어가는 장면은 녹화해 달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아빠와 내가 같이 나오는 단체 사진을 찍었다. 

 

한 컷 한 컷 찍을 때마다 촬영기사가 '어나더 포즈'라고 말해주었다. 생각보다 이곳에 서서 어떤 포즈를 취해야지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블로그에서 사람들이 사전에 포즈를 몇 개 정해 놓으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막상 이곳에 서는 순간 머리가 하애졌다. 

 
 

이것저것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으니 촬영기사가 이번에는 점프샷을 찍자고 했다. 난 무릎 수술 이후 뛸 수 없기에 폴짝 뛰는 흉내만 했다.

 

단체사진을 찍은 후 다음에는 개인 사진 촬영을 했다. 아빠는 평소대로 이 포즈 저 포즈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으셨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사진을 생각보다 꽤 멀리서 찍기에 얼굴 표정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나 포즈, 색감이 중요했다. 여기서는 내가 눈을 감았는지 찡그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풍경과 내가 어떻게 어우러져 보이느냐가 제일 중요했다. 

 
 

내 사진 촬영 차례가 되었는데 사진을 찍기만 했진 내가 찍힌 적이 많이 없었기에 이 순간이 민망하고 어색했다. 포즈를 취하는데 이 순간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포즈 하나하나 왜 그렇게 어색하고 이상한지 모르겠다. 아무튼 포즈 3~4개를 하고 나니 우리의 차례가 끝나고 12번 사람들이 나와서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을 찍고 나니 왜 그렇게 후련한지. 숙제를 하나 마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과물의 좋고 나쁨보다는 이곳에 와서 사진을 찍어봤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남들보다 빨리 이곳에 도착해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더 만족스러웠다. 가이드도 생각보다 빠른 순번으로 받아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고 했다. 

 

천국의 문 뒤쪽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천국의 문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사진 찍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사원의 문에 서서 찍는 것보다는 느낌은 덜하지만 아궁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산을 덮은 구름은 아궁산의 정상을 보여줬다 감췄다를 반복했다. 오늘은 정상을 못 보겠다 생각하면 아주 조금 보여주다 다시 구름으로 산 정상을 덮어 버렸다. 

 
 

사원에는 점점 사람들이 많아져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없었는데 천국의 문 아래쪽에서는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어디 가나 이곳도 개판이었다. 천국의 문에도 개가 많고 아래에도 많았다. 아마 발리 어디를 가나 개가 있었던 것 같다.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조금 움찔움찔하며 발리를 여행할 것 같다. 

 
 

다른 여행객을 배경으로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계단 아래에서 찍으면 다른 사람의 사진촬영에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 

 

계단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없으면 멍하니 아궁산을 바라볼 수 있을 텐데 워낙 유명 관광지다 보니 그렇게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다. 

 
 

모닝커피 한 잔을 마시고자 렘푸양 사원 아래쪽에 있는 또 다른 발리 명소로 갔다. 천국의 문에서 걸어서 2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입장료가 있지만 한화로 1,000원 정도였다. 

 
 

대신 1,000원을 내면 아궁산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오히려 렘푸양사원보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더 사진이 이쁜 것 같았다. 

 
 

촬영해 주시는 분이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취하라고 하는데 난 어색하기만 했다. 

 

렘푸양 사원에서보다 아궁산을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이곳도 렘푸양 사원처럼 거울을 이용해 반영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단순히 거울 하나만 카메라 밑에 두었을 뿐인데 다른 느낌의 사진으로 촬영되었다. 

 

아궁산과 인물을 둘 다 잡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렘푸양 사원에서 대기시간이 길다면 이곳에서 먼저 사진을 찍고 천국의 문에서 사진을 찍으면 좋을 것 같았다.

 
 
 

세 군데의 포토 스폿이 있는데 반영을 이용한 사진과 일반적인 사진 두 가지로 찍어 주었다. 

 
 

반영을 이용하게 되면 분위기가 묘해지며 물 위에 떠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원래는 이렇게 아래쪽이 지저분한데 거울을 카메라 밑에 놓는 순간 마법 장면으로 찍혔다. 

 
 
 

이곳엔 작은 가게가 있어서 커피도 마실 수 있었다. 아빠는 인스턴트 믹스 커피를 주문하고 나는 발리식 커피를 주문했다. 

 
 

가이드가 있으니 내가 직접 해야 할 부분이 없어서 너무 편했다. 특히 현지어와 한국어를 둘 다 구사할 수 있으니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청할 수 있어서 편했다. 렘푸양 사원의 천국의 문에서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어서 이곳에 앉아서 편하게 모닝커피를 즐길 수 있었던 점이 너무 좋았다. 

 
 

아궁산도 제주도의 한라산같이 화산 주변으로 기생화산들이 보였다. 멀리서 보았을 땐 아궁산만 눈에 들어왔는데 가까이서 아궁을 바라보니 아궁산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너무 투어를 새벽부터 시작해서 처음에 엄청 투덜거리고 투어를 신청해야 하나 망설였는데 투어를 신청해서 오기를 잘한 것 같았다. 딱 한 번이었기에 힘들었지만 참을 수 있었고 딱 한 번이었기에 이 시간과 순간이 소중했다. 이곳에서 잠심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물의 정원으로 향했다.

반응형
728x90
반응형
728x90
반응형

발리에 온 지 3일째, 숙소가 쿠타에 있지만 쿠타 비치로 걸어가 보질 못해서 이날은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다.

 

예전에 비해 애스턴 쿠타 호텔의 서비스의 질이 낮아진 것일지 그전에 지냈던 호텔이 너무 좋아서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는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보다 서비스가 떨어지긴 한 것 같았다.

 

오픈 레스토랑이라 밥 먹기 덥다고 느껴졌지만 이게 발리가 아닐까. 식사 후 잠깐 쉰 후 호텔 밖으로 나왔다.

 

나오니 자카르타와는 다른 익숙한 이 느낌. 익숙해서 신기한 맛은 없지만 편안했다. 원래부터 살던 동네 같은 느낌이랄까.

 

해변으로 가기 위해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더웠다.

 
 

인도네시아 담배가격은 어떨지 궁금해서 말보로를 구매했다. 대략 한국 돈으로 4천 원 정도 주었다. 편의점에서 샀는데 발리에서 몇 번 담배를 구매했는데 가게마다 가격이 조금씩 달라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차량 번호판은 검은색이었다. DK는 발리주 약자라고 일일투어 때 가이드가 알려주었다. 그리고 문자 밑에 있는 숫자가 세금(?) 내는 날짜라고 했다.

 

숙소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기운이 빠졌다.

 
 

작은 골목의 담벼락이 아름다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콘크리트의 삭막한 벽에 식물들이 자라니 무미건조한 공간이 살아있는 식물이 자라니 아름다운 갤러리가 되었다.

 
 

너무너무 더워서 리포몰 스타벅스로 들어왔다. 이 더위가 너무 그리워 발리에 왔는데 더위가 참을 수 없어서 다시 에어컨 밑을 찾아서 왔다.

 

쌉싸름한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마시니 정신이 번쩍 들어졌다. 밖으로 나가긴 해야 하는데 습하고 더운 곳으로 나가려니 망설여졌다.

내 과거의 기억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아니면 진짜 발리의 물가가 많이 오른 것일까.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하니 대략 7-8천 원이었다. 한국과 가격이 그다지 차이 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쉬었으니 가던 길을 다시 걸었다. 그래도 차가운 음료를 마시고 왔더니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목에는 작은 점포들이 많았다. 가끔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개들 때문에 온몸이 긴장되기도 했지만 개들이 공격적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좁은 도로에 가끔씩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차가 지나다녀서 인도로 올라가야 했지만 메인 도로를 빠져나와 골목을 걸으면 조용하고 한적했다.

 

희부연한 하늘과 회색빛 건물을 보다 발리로 오니 날은 덥지만 눈은 시원했다.

 
 

가끔씩 구글 지도로 가는 곳이 맞는지 확인을 하기도 했지만 기억에 의존해 해변으로 걸었다.

 

다행히 내 기억이 맞아서 해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은 엄밀히 말하면 쿠타 해변은 아니지만 이 해변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쿠타 해변에 닿을 수 있었다.

 

날이 더운 만큼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했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었다. 발리에서 항상 아쉬운 부분은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파도가 세기 때문에 수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주로 즐긴다.

 

발리 공항이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비행기를 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발리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발리는 어떤 곳으로 마음속에 남아 있을까.

 

물속에 뛰어들고 싶을 만큼 푸른 바다.

 

해변이 깨끗하지 않지만 바다색만은 파랬다.

 
 

파도가 힘차게 육지로 밀려왔고 힘차게 육지와 멀어지며 바닷모래를 끌고 나갔다.

 

파도가 남긴 물 흔적을 보며 걷는데 바다와 밀당하는 것 같았다. 바다는 우리가 언제 바닷물에 빠지나 기다리는 것 같아 보였다.

 
 

3년 동안 사람들에게 시달리지 않은 바다는 코로나 이전 보다 깨끗했다. 해변은 정리가 되지 않아 지저분했지만 바다색만은 아름다웠다.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이라 덥긴 덥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끈적한 바람은 더위를 아주 조금 식혀주었다.

 
 

어디서 밀려온 나무일까. 장난기가 발동한 아빠는 나무 위에 올라가셨다. 그런데 갑자기 밀려온 파도는 아빠의 정신을 쏙 빼버렸다.

 
 

이런 건 역시 그냥 보는 게 더 아름답다.

 
 

이쪽 바다에는 사람이 없어서 너무 좋다. 며칠 뒤 진짜 쿠타 해변까지 걸어갔다, 멘붕이 왔다.

 
 

사람들이 없으니 조급한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이 나무들은 왜 이곳에 있을까. 누가 가져다 놓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원래 여기 있었던 나무였던 것 같이 이곳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또다시 장난기가 발동하신 아빠는 나무 위에 올라가셨다, 자연의 장난 앞에 또 나무 위에 고립되셨다.

 
 

쉴 곳이 없어서 계속 걸어야 했지만 조용한 이곳은 언제나 봐도 질리지 않았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오고 우리도 끊임없이 걸어야 했다.

 

언제 만들었는지 해변 끝에는 그네가 있었다. 그네 하나가 밋밋한 바다 풍경을 이 해변을 발리 풍경으로 바꿔주었다.

 

난 구조물이 있으면 왜 그렇게 사진 찍는 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인스타그램의 사진처럼 멋지게 찍고 싶었는데 내 사진은 그저 밋밋한 인증 사진이 되어버렸다. 머릿속의 이미지와 현실의 사진은 너무 다르게 느껴졌다.

 

비치를 지나면 바닷가를 따라 난 도보를 만날 수 있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헬기 소리에 바다를 보았다. 럭셔리한 여행을 하는 누군가가 헬기를 타고 발리의 바다를 느끼고 있었다.

 

현재의 기억과 과거의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가 서로 내 마음속에 살아 있었다.

 

게으른 강태공은 낚싯대만 놓고 어디론가 갔다.

 

저 멀리 보이는 쿠타 해변.

 

어느 호텔의 낮은 담장에 앉아 잠시 다리를 쉬었다.

 
 

얼굴과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우리도 저런 바다가 보이는 숙소로 정할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하루 숙박비를 보고 바로 마음을 접었다.

 
 

호텔 입구도 느낌이 있었다. 우린 투숙객이 아니기에 호텔 안에는 들어가지 못해서 아쉬웠다. 안에서 밖을 보면 어떠 모습일까. 렘푸양 사원 같은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용기를 내서 안에 들어가 볼 걸이라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

 
 

바다에서 밀려온 것 같은 나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 바다는 방금 전에 본 바다보다 깊고 무섭게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해변을 지나는 외국인이 부러웠다. 걷는 것보다 자전거가 편해 보였다.

 

걷다 보니 디스커버리 몰까지 왔다. 예전에는 쿠타의 메카로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너무 없었다. 아빠 말로는 태풍에 피해를 입어서 보수 공사 중이라고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깔끔한 상점들이 있었다. 특히 에어컨을 틀어 놓아서 우린 이곳이 천국과 같이 느껴졌다.

 

폴로 매장에 가서 저렴하면 뭐라도 하나 살까 생각했는데 은근 가격이 비쌌다. 그냥 눈으로만 구경했다. 인도네시아 폴로는 미국식과 인도네시아식 두 개가 있는데 이곳은 인도네시아식 폴로 매장 같았다. 일일투어를 할 때 투어 기사에게 부탁해서 우붓 부근에 있는 폴로 매장에서 플렉스를 했다. 우붓에 갔을 때 폴로 랄프 로렌이라 적힌 상품이 미국식이라는 설명을 직원에게 들을 수 있었다.

 
 

디스커버리 몰에서 허시파피에서 티와 좌판에서 파는 폴로티를 구매했다.

 

디스커버리 몰에서 점심을 먹고 싶었지만 딱히 먹을만한 곳이 없어서 리포 몰로 갔다.

 
 

3년 전 발리를 떠나기 전 지냈던 에덴 호텔 앞을 지났다. 옛 기억에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작은 상점들에서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었다. 티셔츠를 사려고 가게로 들어갔는데 점원이 가격을 너무 뻥튀기해서 불렀다. 결국엔 깎고 깎아서 티 하나에 만 원을 주고 샀다. 물건을 사고 나면 왜 그렇게 더 좋은 물건이 많이 보이는지. 티 하나에 만 원을 주고 산 것이 또다시 난 호갱님이 된 것 같아서 짜증 났다.

 

길가에 핀 꽃도 이뻤다.

 

리포몰에 왔는데 이곳도 딱히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처음으로 사 먹은 인도네시아식 음식이었다.

 

인도네시아에 왔으니 나시고렝과 미고렝으로 점심을 먹었다. 음식이 많이 짰지만 흘린 땀을 생각하니 이 정도로 음식이 짜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빠는 길가에 놓인 꽃과 향이 지저분하다고 싫어하셨지만 난 이것도 발리의 느낌이라 좋았다. 발리엔 신이 많다고 한다. 나쁜 기운을 가진 신들을 달래기 위해 몇 시간에 한 번씩 꽃을 놓고 향을 피운다고 한다.

내가 동남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용과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단지 빨간 용과를 먹으면 응가도 빨개지는 건 좀 싫었다. 그래서 빨간 용과보다는 흰 용과 가 더 좋다.

 
 

은근 비싼 발리의 물가에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가성비가 좋은 곳임은 맞는 것 같다.

반응형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