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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시내를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조금 까마득한 느낌이 들었다. 난 옛날 여행자이기에 한국에서 인도네시아 여행책자를 사서 본 후 인도네시아로 출발하고 싶었는데 인도네시아 여행책은 발리나 롬복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러 블로그를 뒤적여 보았는데 퍼즐 조각 맞추기 같아서 정리가 안되었다. 그래서 클룩 등에서 시내 투어를 해볼까 생각했는데 가격이 예상외로 비쌌다. 호텔에 시내 관광 맵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로비에 비치된 것도 딱히 없었다. 그래서 일단 숙소에서 가까운 모나스로 향했다.

 

호텔에서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시큐리티를 통과해야 했다. 호텔이 무슨 성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길거리와는 분리되어 담장이 쳐져 있었다. 이곳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나스로 가는 길에 본 빌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검문을 어느 곳에서나 거쳐야 했다.

 
 

시큐리티를 지나 대로로 나오니 호텔 안과는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수많은 차와 오토바이로 정신이 없었다.

 

숙소 앞에는 버스정류장도 있고 지하철역도 있었다. 새로 개통한 지하철은 다음날 타보기로 하고 모나스로 걸었다.

 

그래도 분다라 하이 역 앞은 대로가 넓어서 걷기 편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더운 날씨이지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고 있었다.

 

아직까지 마스크를 벗는 것이 너무 어색해서 마스크를 쓰고 걸었다.

 

적도 아래의 남반구에 위치해 있기에 이곳은 여름이고 우기였다. 아직 이렇게 뜨거운 열기와 습함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마스크를 벗는 것은 더 익숙하지 않았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길들여진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대로를 달리는 수많은 오토바이들. 나중에 발리 여행을 하며 현지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오토바이는 대부분 고등학생 때부터 타고 다닌다고 한다. 삶에 녹아든 운전습관이라 그런지 이 전쟁터 같은 도로에서 접촉사고 없이 물 흐르듯이 잘 달렸다.

 

길가의 모든 것이 낯설었다. 인도네시아 여행, 솔직히 발리 여행이라고 해야겠다. 이번까지 합쳐서 인도네시아는 네 번째인데 이곳은 발리와 또 다른 느낌이라 같은 나라에 온 것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점점 걸을수록 인도의 폭이 좁아들더니 몇몇 곳은 아예 인도가 없어 찻길로 걸어야 했다. 인도네시아가 아닌 인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제 건너야 될지 모르겠는 횡단보도 앞에 서서 운전자들과 눈치게임을 벌여야 했다.

 

드디어 숙소에서 대략 1킬로미터 떨어진 자카르타의 중심부인 모나스에 도착했다. 큰 공원 가운데 있는 탑은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기념관이라고 한다.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는 탑이었다.

 

높이가 130여 미터 되는 거대한 탑이었다.

 

심플한 디자인으로 이거 하나 보기 위해 험한 길을 걸어왔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자카르타에서 처음 온 관광지였다.

 

탑이 가운데 있고 주변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아빠와 나 둘 다 웃고는 있지만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꼭 이런 곳에 오면 반사적으로 재미있는 사진을 찍게 된다.

 

아빠의 시그니처인 점프샷도 찍어보았다. 발리가 좀 프리 한 느낌의 인도네시아라면 이곳 자카르타는 뭔가 자유가 정제된 절제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종교 차이 때문일까. 발리는 힌두교를 믿는 신자가 많아서 그런지 이슬람교의 느낌을 크게 받지 못하는 반면 이곳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 많아서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매시간마다 울리는 경전 소리가 내가 이슬람 국가에 와있다는 것을 다시금 알려주었고, 길가의 여성들이 쓴 히잡을 통해 너희는 이슬람 국가에 와있으니 몸가짐을 조심하라고 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공원 한가운데 휑하니 있는 주탑이 썰렁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자카르타에서 뭔가 하나를 보았다는 것이 뿌듯했다.

 
 
 

우리가 걸어온 빌딩 숲을 밖에서 바라보니 이곳과 너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빌딩 숲 사이와 녹지공간. 서로 대비되는 공간이지만 어색하지 않게 서로 공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빌딩 숲에서 느껴졌던 압도감은 사라지고 마음은 편했다.

 
 

날이 더워 계속 걷는 것이 힘들었다. 아빠는 사이즈가 작은 예전 크록스를 신고 오셔서 발에 물집이 생기셨다. 그래서 내 크록스와 서로 바꾸어 신었다. 나머지 시간 동안 내가 아빠 신발을 신고 다녔는데 그날 저녁 내 발도 물집으로 도배가 되었다.

 
 

코끼리열차 같은 셔틀버스가 공원 안을 돌아다녔다.

 
 

진짜 그리웠던 동남아의 더위. 그런데 막상 더위에 노출되어 있으니 이제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생각났다. 사람 마음의 간사함이란.

 

이 더운 날씨에도 잡초를 자르고 있는 사람들이 존경스러웠다. 자카르타를 며칠 있으면서 참 이곳은 사람이 많구나. 특히 도시 곳곳에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나스 자체가 상징적인 장소이기에 와보았지만 이거 하나 보러 오기엔 약간 시시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대신 우리의 눈길을 더 많이 사로잡은 것은 정원의 나무와 열대 식물들이었다.

 

사람이 한 번에 안을 수 없을 만큼 큰 나무들. 나무의 끝을 보기 위해서는 허리가 부러질 때까지 뒤로 쭉 젖혀야 했다.

 
 

별것 아니 열대 식물에서 이국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코끼리 열차는 손님을 내려주고 또 새로운 손님을 싣고 다시 길을 떠났다.

 
 

너무 더워 숙소로 돌아가 기려 했다.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저 횡단보도는 어떻게 건너야 할지. 죽기야 하겠어란 생각을 가지고 수많은 오토바이와 차를 비켜서 걸어갔다.

 

숙소로 가는 길에 마주친 스타벅스에서 당보충과 카페인 보충을 했다. 자카르타 시내를 걷다 보면 은근히 먹을 수 있는 식당과 카페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카페나 식당은 쇼핑센터 안에 위치해 있어서 길을 걷다 목말라서 커피 한잔해야지 생각하고 걷다가는 그냥 숙소까지 가야 할 것이다.

 

일단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너무 행복했고 달달한 게 들어가니 살 것 같았다. 실내는 금연이고 스타벅스 테라스에서는 흡연이 가능했다. 테라스에는 재떨이도 놓여 있었다. 자카르타 스타벅스 가격은 한국보다 저렴한 것 같았다. 오히려 발리 스타벅스가 자카르타보다 조금 더 비싼 것 같다.

 

시원하고 달달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들어오니 식도를 타고 온몸에 찬기가 쫙 퍼져나갔다.

 

커피의 쓴맛이 살짝 강해서 그런지 달콤한 케이크와 잘 어울렸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이 갑자기 폭우가 내렸다. 진짜 한순간에 퍼부었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 같이 억수로 쏟아졌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쇼핑몰에 들려 숙소에서 먹을 음료와 간식을 사러 갔다. 아직 이곳 시내버스에는 차장이 있었다. 모든 버스에 차장이 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본 버스에서 차장이 내려서 손님을 태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버스 출입구가 엄청 높았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내리면 골절상을 입기 충분해 보였다.

 

비가 오고 나니 뜨거운 아스팔트의 열기가 어느 정도 식었고 잿빛 하늘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숙소 바로 앞에 플라자 인도네시아라는 몰이 있는데 자카르타에서 한두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럭셔리한 몰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보안검색을 마치고 1층에 들어서면 루이비통, 샤넬, 롤렉스 등의 명품 매장이 들어서 있었다. 평소 한국에서도 명품 매장을 안 가는데 이런 곳에 보게 된다는 것이 신기했고, 내가 또 편견을 가지고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역시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나 보다. 아무튼 1층에 들어서자마자 기가 팍 꺾였다.

 
 

중국 문화의 영향일까? 이곳에서도 차이니스 뉴이어를 맞이하는 행사나 데커레이션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한류가 더 커지면 나중에 한국과 중국 문화가 혼합된 형태의 장식이 생기지 않을까.

 

지하 코너로 내려가니 뚜레쥬르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매장으로 들어가 보았다.

 

빵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다. 그냥 한국에서 사는 거나 별 차이가 없이 느껴졌다. 그래도 이곳에서 사 먹으면 외국 브랜드이니까. 저녁에 먹을 빵 몇 개(?)를 계산했다.

 
 
 

지하 1층에는 식당과 잡화점, 슈퍼마켓이 있었다.

 
 

한국산 딸기의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고급 슈퍼마켓이라 그런지 제품도 다양하고 신선해 보였다.

 

특히 한국 제품이 꽤 많다는 점이 놀라웠다.

 

매번 동남아에 올 때마다 사던 피셔맨 캔디 가격을 보았다. 그사이 몇 백원이 더 올라 있었다.

 

그리고 주류는 주류 백화점에서 구매가 가능했다. 소주는 대략 한 병에 8000원 정도 했다. 우리는 딱 한 병만 구매를 했다. 소주를 부직포 쇼핑백에 넣어 주는데 왜 그렇게 어색한지. 고급 위스키 한 병을 사서 가는 것 같았다.

쇼핑을 마친 후 밖으로 나가는데 중국(?) 악기 연주를 하고 있었다. 

 

우리 숙소는 자카르타 시내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고급 쇼핑센터 앞에.

 
 
 

지불한 돈이 많아서 엄청 많이 샀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산 물건이 많지 않았다. 이곳의 물가에 대해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있는 이곳이 엄청 비싼 동네라는 것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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