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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모나스탑을 다녀온 후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에서 보냈다. 아직 이곳은 지하철 노선이 없는 곳이 많기에 도보여행자에게는 그다지 관광하기 좋은 도시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여행객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기에 오늘도 어디를 갈까 이곳저곳을 검색해 보았다. 버스는 현지어로 되어 있기에 이용하기 불편할 것 같아서 택시를 타고 카페 바타비아로 향했다. 

 
 

블루버드 앱을 설치하고 인증을 받는데 인도네시아 유심을 사용하지 않고 한국에서 사용하던 번호를 입력해서 그런지 계속해서 인증 문자가 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호텔 컨시지어에 말해서 택시를 잡았다. 아침마다 호텔 앞에 손님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던 블루버드 택시들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막상 택시를 잡으려니 호텔 앞에 택시가 없었다.

 

우리가 탄 택시는 실버 버드로 공항 점보 택시같이 생겼었다. 내부도 깔끔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실버 버드가 블루버드보다 기본요금이 더 비쌌다.

 

택시 기사는 우리에게 시내를 통과해서 가면 차가 많이 막힌다고 고속도로를 타고 가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막히는 도로에 있는 것보다 빨리 도착하는 것이 나은 것 같아서 고속도로를 이용해 카페 바타비아로 갔다. 그런데 이곳은 택시에 탄 시간이 아닌 거리로 금액이 올라간 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고속도로를 달려 일반 도로로 나왔다. 내가 지내는 곳은 자카르타의 강남 같은 곳이라면, 이곳은 로컬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지역이었다. 잠깐 시내에서 벗어났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나 혼자 이곳에 있다면 꽤 무서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속도로를 타고 와서 그런지 차 막힘없이 편하게 왔으나, 택시비가 대략 2만원이나 나왔다. 자카르타에 와서 처음 타본 택시라 이 가격이 비싼지에 대해 감이 없었다. 택시에서 내리니 뜨거운 열기와 습함, 그리고 정신없는 교통 때문에 머리가 살짝 아프려고 했다.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블로그에서 보던 카페 바타비아가 나왔다.

 
 

카페 바타비아 앞에는 파타힐라 광장이 있었다. 이곳은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만들어진 광장으로 동남아 느낌에 유럽 감성을 섞어 놓은 건물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곳은 동인도 회사가 인도네시아를 지배하기 위해 건설한 곳이었다. 말레이시아의 말라가와 느낌이 비슷했다.

 

차가 없는 광장에 있으니 마음은 편했다. 자카르타 어디를 가나 오토바이와 차로 정신이 없는데 이곳은 차가 없는 곳이기에 차량으로 인한 소음 스트레스가 없었다.

 

광장 한 곳에 나무가 자라고 있고 사람들은 뜨거운 태양빛을 피하기 위해 그늘에 모여 있었다.

 
 

우리가 간 날이 주말이라 관광객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로 광장이 분주하고 복잡했다.

 
 
 

파타힐라 광장으로 들어오는 길의 분위기는 흡사 폐허의 도시로 들어가는 것 같은데 광장 안은 광장 밖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깔끔하게 정리된 관광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신 그늘이 거의 없기에 온몸으로 태양볕을 다 받아야 했다.

 
 
 

강렬한 원색의 자전거가 눈길을 끌었다. 빌려타는 자전거 인가 보다. 여기도 저기도 원색의 자전거가 광장을 돌아다녔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밝았다. 이 뜨거운 날씨에도 즐겁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니. 자전거를 빌려서 광장 안을 도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광장 구석에서 버스킹을 하기도 하며, 저마다 이 시간을 추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광장 안과 골목의 느낌이 조금 달랐다. 골목 안에서 구질구질한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그늘이 있는 골목이 더 좋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어디 가나 사람으로 넘쳐났다.

 

우와! 너무 덥다. 뭐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덥다고 느껴졌다.

 
 

광장을 나와 자카르타 코타 역 쪽으로 걸어갔다. 시끌시끌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무슨 행사를 하는지 사람들이 모여서 춤을 추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을 믿고 있는 이곳에서 이런 것도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미디어를 통해 본 이슬람 문화는 경직된 것 같이 보였는데 이곳에서 다시 한번 더 내 편견과 좁은 식견을 깰 수 있었다. 다양한 이슬람 문화가 존재하고 있는데 우리는 항상 미디어가 보여준 모습만을 믿고 신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반문해 보았다.

 

춤추는 사람들을 보니 우리도 덩달아 신이 났다. 외국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우연히 접한 춤판에 우리의 기분도 다시 업이 되었다.

 
 

자카르타 코타 역으로 가는 길 폐허가 된 옛 건물들을 볼 수 있었다. 외국인의 눈에는 이런 모습마저 신기하고 눈길이 갔다.

 

자카르타 코타 역 앞에는 자카르타라 쓰인 조형물이 있었다. 사람들이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딱히 기다리진 않은 것 같다. 서로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버스에서 내리고 기차역에서 나왔다.

 

기차역 안은 유럽풍과 동남아풍이 적절히 섞여있었다.

 

기차인지 전철인지를 타고 어디론가 우리도 떠날까 생각이 들었다. 객차는 일본에서 사용하던 열차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것 같았다.

 
 

역내에서는 끊임없이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내리는 승객과 타는 손님들로 기차역은 분주했다.

 

역내에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음식점이 있었다..

 
 

노선이 많지는 않았다. 내가 조금만 용기를 냈으면 한번 타고 갔다 왔을 것 같은데, 나는 소심한 여행자다 보니 이렇게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기차역 옆과는 달리 오히려 기차역 광장은 한산했다.

 
 
 
 

한산한 역 광장 앞에서 마차를 타고 가는 사람, 툭툭이 같은 세발 자동차를 타는 사람이 보였다.

 
 

다시 파타힐라 광장으로 가기 위해 광장 쪽으로 걸었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어색하고 불안했는데 이제 이 공간이 조금은 편하게 느껴졌다.

 

 
 

유럽적인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남아 느낌도 아닌 건물들. 정체성이 모호한 건물들은 아직도 어색하고 신기했다.

 

길바닥에는 선로가 깔려있었다. 예전에는 이곳을 통해 자원을 실어 나르지 않았을까.

 
 

잠깐 기차역에 다녀온 사이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길가의 카페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많이 걷지는 않았지만 날씨 때문인지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카페 바타비아를 가기 위해서였으니 급격히 떨어진 에너지를 보충하고자 카페로 향했다.

 

역시나 유명한 카페다 보니 카페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2층의 좁고 긴 동남아시아풍의 창문이 인상적이었다.

 
 

1층은 흡연석이기에 2층으로 올라갔다. 창가에 앉고 싶다고 하니 창가는 식사를 주문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 앉은 곳이 너무 어둡고 더워서 시원한 곳으로 옮겨달라고 직원에게 부탁하니 창가 근처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가격이 꽤 비쌌다. 선뜻 메뉴판에 손이 가지 않았다.

 

처음에 직원에게 식사를 하지 않고 커피만 마신다고 해서 뭔가 푸대접을 받은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서 식사를 하며 맥주를 마시기에 아빠는 맥주, 난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맥주 안주로 간단한 딤섬까지.

 

음료가 먼저 나왔다. 나도 맥주 한잔하고 싶었는데 알코올이 들어가면 두통이 오기에 맥주는 참았다.

 
 
 

딤섬 하나 주문했을 뿐인데 세팅은 정식을 먹는 것처럼 해주었다.

 

창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좋았다. 옆에 외국인들도 맥주만 앉아서 홀짝거렸다. 한국인들도 꽤 많이 찾는 곳 같았다. 우리 말고도 이곳에서 몇몇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에어컨 바람 밑에 있으니 옷도 싹 마르고 더 있기에는 눈치(?)가 조금 보여서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과 액자가 조화를 잘 이루었다. 음료 및 음식 가격은 저렴하지 않지만 분위기만은 충분히 좋았다. 한 끼 식사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인데 간단히 차 한 잔 마시기에는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붉은색 카펫이 깔린 계단을 내려가니 할리우드 시상식에 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다시 거리로 나오니 역시나 더웠다.

 
 

폐허 같은 느낌이 드는 골목이지만 사진으로 찍으니 힙하게 느껴졌다.

 
 

골목 끝으로 나오니 강가가 나왔다.

 
 

파타힐라 광장보다는 한적하고 조용했다. 이곳에서 자카르타 일대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는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몇 년 동안 얼마나 가라앉았는지를 표시해 둔 것이 신기했다.

 

강가를 다시 나와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갈 생각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와서 버스를 타려고 하니 버스카드가 있어야 탑승할 수 있다고 한다. 버스 티켓은 판매하지 않고 버스카드 충전만 되었다. 버스카드는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곳에서 버스 한 번만 타면 바로 숙소까지 갈 수 있는데 버스를 못 탄 것이 너무 아쉬웠다. 나중에 자카르타에 오면 지하철이 완공되어 파타힐라 광장까지 시내에서 쉽게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지하철이 반절만 개통해서 이곳에 오려면 택시를 타고 와야 했다.

 

막상 또 택시를 잡으려니 그 많던 택시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자카르타 코타 역까지 걸어가서 역 앞에서 택시를 잡았다.

 

운이 좋아서 쉽게 택시를 탔다. 실버 버드보다 블루버드 택시가 기본료도 훨씬 저렴했다. 그리고 기사님은 시내를 관통해서 가셨는데 5천원 정도 요금이 나왔다. 올 때는 2만원을 주고 택시를 탔는데 다시 숙소로 갈 땐 4분의 1밖에 돈이 들지 않았다. 우린 완전 호갱님이었던 것이다.

 

숙소 앞에 내리니 배가 고파서 쇼핑몰로 향했다.

 
 

오늘의 저녁은 일식으로 정했다.

 
 

난 라멘, 아빠는 볶음밥으로 주문했다. 더운 나라라 그런지 간이 셌다. 라멘이 짜기는 했지만 돌아다니며 땀을 많이 흘렸으니 나트륨 보충을 위해 국물까지 남김없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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