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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리 여행을 하면서 딱 투어를 두 개 신청했다. 요즘 핫하다는 발리의 명소만 다니는 인스타그램 투어와 바투르 화산에서 일출 보기 투어, 2개만 신청했다. 전부 프라이빗 투어로 신청했더니 투어 비용만 얼추 30만원이 나갔다. 포스트 코로나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단체로 하는 여행은 부담스러웠기에 투어는 개인 투어로 신청했다. 클룩에서 검색을 하다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면 투어 이름이 인스타그램 포토 스폿 여행일까.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핫하다는 곳만 꼭 찍어서 떠나는 여행이기에 이 투어만 갔다 오면 발리의 핫스폿은 다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누군가 발리 어디가 좋다고 물어본다면 어깨에 힘을 주고 대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나도 거기 가봤다고. 

 
 

인스타그램 투어는 새벽에 시작되었다. 투어 출발 며칠 전 기사에게 왓츠앱으로 문자가 왔다. 그래서 지내고 있는 숙소와 시간을 확인한 후 당일 새벽 3~4시 사이 숙소로 픽업을 왔다. 새벽부터 시작하는 투어라 부담이 되었다. 아빠와 나는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밤새 잠을 설치다 일어나서 투어를 나갈 준비를 했다. 이번 투어는 한국어가 가능한 기사를 선택했는데 가격은 영어 투어보다 조금 더 비쌌지만 완전히 만족스러웠다. 

 
 

쿠타에서 렘푸양 사원까지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기사가 최대한 빨리 가야 한다고 해서 중간에 한번 쉬고 어둠 속을 달렸다. 무슨 투어를 3~4시에 시작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원에 빨리 도착해야 했다. 렘푸양 사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가이드가 잽싸게 입장권을 사러 갔다. 입장권과 함께 번호표를 주었는데 이 번호표가 제일 중요했다. 이 번호표 대로 인생 샷을 찍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입장권을 늦게 받을수록 사진 찍는 순서가 밀리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곱절로 늘었다. 

 

서두른 탓에 11번을 받을 수 있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아궁산이 어슴푸레 보였다. 렘푸양 사원 주차장에서 셔틀 카를 타고 렘푸양 사원 입구까지 와서 나머지는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오르막길을 오르다 뒤를 돌아 보았는데 순간 아궁산의 위엄에 나 자신이 압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순간적인 느낌이었지만 마음속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 산을 보고 멋지다 크다는 느낌은 가끔 받지만 이렇게 마음을 짓누르듯 훅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가이드가 한국말을 엄청 잘했다. 어디서 한국말을 배웠냐고 물어보니 한국어 학원 1년을 다녔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가이드 일을 하면서 한국어 연습을 계속할 수 있어서 한국어가 계속 늘었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 한국어 연습을 많이 못 해서 많이 잊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하루 종일 가이드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한국어를 구사했다. 운전하면서 설명도 해주고 잠시 담배를 피우면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하루 종일 한국어를 사용해서 이야기하는데 너무 편했다. 

 
 

아궁산은 항상 멀리서 보기만 했지 이렇게 가까이 바라본 것은 처음이었다. 가이드도 딱 한 번 아궁산 위에 올라가 봤다고 한다. 위에 올라가면 멋진데 올라가기 힘들고 춥다고 했다. 그렇게 맑은 날만 가득하다 투어를 간 날 구름이 잔뜩 끼었는지는 모르겠다. 구름은 아궁산 정상 부분만 살짝 가렸다. 

 
 

해가 뜨기 전이라 사원은 어두컴컴했지만 조명을 받은 사원의 조형물은 신비스럽게 보였다. 

 

가이드는 사람이 없을 때 빨리 사진을 찍자며 빨리 포즈를 취하라고 했다. 사람이 많아지면 찍고 싶어도 독사진을 못 찍는다며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을 인도네시아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약간의 조잡함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곳의 풍경이 주는 느낌 때문에 조잡함마저 신비하게 느껴졌다. 

 
 
 
 

계단 위 문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사원의 스님께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스님께 사진 한 장을 부탁하니 흔쾌히 같이 사진을 찍어 주셨다. 계단 위로 올라오면 사원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고소 공포증이 있으면 내려다보기 조금 무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절내도 다 보이고 아직 사람도 많지 않아서 좋은데 아궁산의 정상만 구름이 끼어서 보이지 않았다. 가이드는 우기에 저 정도만 보여도 나쁘지 않은 거라고 했다. 어떤 경우에는 사진 찍기 전까지는 날씨가 맑았다가 사진 찍기 시작하니 아궁산이 안 보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인지. 우리가 사진 찍을 때는 짠하고 아궁산의 정상이 보였으면 했다. 

 
 

매번 아빠와 함께 찍는 사진이 없는데 이번에는 가이드가 옆에 붙어 있으면서 계속 사진을 찍어주었다. 가이드와 같이 다녀서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항상 우리가 필요할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서 도와주어서 고맙기도 했다. 

 

전날 블로그를 검색하면서 다양한 포즈를 생각하고 연습하고 오기는 했는데 막상 사진을 찍으려니 생각이 나지 않고, 그리고 어색했다. 

 
 

가이드와도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말소리만 들으면 거의 한국인이나 다름없는 가이드였다. 오히려 대화를 하는데 나보다 더 어려운 한자어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듣고는 깜짝 놀라기도 했다. 

 

가이드는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바닥에는 딱정벌레(?)가 지나가기에 사진을 찍었다. 곤충을 보니 뭔가 조금 더 정글에 온 느낌이랄까. 발리에서 도마뱀은 너무 흔하게 볼 수 있기에 이제 벽에 붙어 있는 도마뱀은 그저 친구 같았다. 곤충은 정말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사원의 촬영 명소에서는 사진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해가 떠올랐지만 아궁산에 걸쳐있는 구름은 전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순번이 불리기 전까지 사원의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한무리의 단체관광객이 올 때마다 사원이 북적였다. 우리는 대기번호 11번인데도 대략 4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사람들마다 인스타 핫스폿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기대감과 함께 새벽잠을 설쳐가며 이곳에 왔기에 피로감이 보였다. 사진은 사진 기사 둘에 의해 촬영이 이루어지는데 두 분이 번갈아가면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사진 촬영 요금은 따로 없고 마음에 들면 팁 박스에 팁을 넣으면 되는 것 같았다. 대부분은 팁 박스에 1,000원~2,000원 정도의 돈을 넣었다. 

 

아침잠을 못 자고 와서 그런지 조금 돌아다녔는데 피곤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이게 뭔 짓인가라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발리에 왔다면 한 번쯤은 와봐야 발리 여행 좀 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피곤함을 나중에 찍게 될 사진을 생각하며 참았다. 

 

이곳은 힌두교 사원이기에 사롱을 걸쳐야 했다. 너무 무난한 색보다는 원색이 강한 게 사진을 찍었을 때 이쁘게 나온다는 글을 보아서 보색의 느낌이 강한 사롱을 선택했다. 

 

사원 곳곳에 떠돌이 개들이 많았다. 개들이 사납지는 않지만 만지려고 하면 문다고 가이드가 알려주었다. 난 이런 떠돌이 개들이 무섭기에 눈도 마주칠 수 없었다. 그저 개들이 무서워 개들과 눈이 마주칠까 무서워 땅만 바라보았다. 

 

드디어 방송으로 '넘버 일레븐'이라는 말이 들렸다. 팁 박스에 팁을 넣으며 핸드폰을 촬영기사에게 넘겼다. 그리고 문까지 걸어가는 장면은 녹화해 달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아빠와 내가 같이 나오는 단체 사진을 찍었다. 

 

한 컷 한 컷 찍을 때마다 촬영기사가 '어나더 포즈'라고 말해주었다. 생각보다 이곳에 서서 어떤 포즈를 취해야지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블로그에서 사람들이 사전에 포즈를 몇 개 정해 놓으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막상 이곳에 서는 순간 머리가 하애졌다. 

 
 

이것저것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으니 촬영기사가 이번에는 점프샷을 찍자고 했다. 난 무릎 수술 이후 뛸 수 없기에 폴짝 뛰는 흉내만 했다.

 

단체사진을 찍은 후 다음에는 개인 사진 촬영을 했다. 아빠는 평소대로 이 포즈 저 포즈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으셨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사진을 생각보다 꽤 멀리서 찍기에 얼굴 표정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나 포즈, 색감이 중요했다. 여기서는 내가 눈을 감았는지 찡그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풍경과 내가 어떻게 어우러져 보이느냐가 제일 중요했다. 

 
 

내 사진 촬영 차례가 되었는데 사진을 찍기만 했진 내가 찍힌 적이 많이 없었기에 이 순간이 민망하고 어색했다. 포즈를 취하는데 이 순간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포즈 하나하나 왜 그렇게 어색하고 이상한지 모르겠다. 아무튼 포즈 3~4개를 하고 나니 우리의 차례가 끝나고 12번 사람들이 나와서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을 찍고 나니 왜 그렇게 후련한지. 숙제를 하나 마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과물의 좋고 나쁨보다는 이곳에 와서 사진을 찍어봤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남들보다 빨리 이곳에 도착해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더 만족스러웠다. 가이드도 생각보다 빠른 순번으로 받아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고 했다. 

 

천국의 문 뒤쪽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천국의 문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사진 찍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사원의 문에 서서 찍는 것보다는 느낌은 덜하지만 아궁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산을 덮은 구름은 아궁산의 정상을 보여줬다 감췄다를 반복했다. 오늘은 정상을 못 보겠다 생각하면 아주 조금 보여주다 다시 구름으로 산 정상을 덮어 버렸다. 

 
 

사원에는 점점 사람들이 많아져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없었는데 천국의 문 아래쪽에서는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어디 가나 이곳도 개판이었다. 천국의 문에도 개가 많고 아래에도 많았다. 아마 발리 어디를 가나 개가 있었던 것 같다.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조금 움찔움찔하며 발리를 여행할 것 같다. 

 
 

다른 여행객을 배경으로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계단 아래에서 찍으면 다른 사람의 사진촬영에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 

 

계단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없으면 멍하니 아궁산을 바라볼 수 있을 텐데 워낙 유명 관광지다 보니 그렇게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다. 

 
 

모닝커피 한 잔을 마시고자 렘푸양 사원 아래쪽에 있는 또 다른 발리 명소로 갔다. 천국의 문에서 걸어서 2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입장료가 있지만 한화로 1,000원 정도였다. 

 
 

대신 1,000원을 내면 아궁산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오히려 렘푸양사원보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더 사진이 이쁜 것 같았다. 

 
 

촬영해 주시는 분이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취하라고 하는데 난 어색하기만 했다. 

 

렘푸양 사원에서보다 아궁산을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이곳도 렘푸양 사원처럼 거울을 이용해 반영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단순히 거울 하나만 카메라 밑에 두었을 뿐인데 다른 느낌의 사진으로 촬영되었다. 

 

아궁산과 인물을 둘 다 잡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렘푸양 사원에서 대기시간이 길다면 이곳에서 먼저 사진을 찍고 천국의 문에서 사진을 찍으면 좋을 것 같았다.

 
 
 

세 군데의 포토 스폿이 있는데 반영을 이용한 사진과 일반적인 사진 두 가지로 찍어 주었다. 

 
 

반영을 이용하게 되면 분위기가 묘해지며 물 위에 떠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원래는 이렇게 아래쪽이 지저분한데 거울을 카메라 밑에 놓는 순간 마법 장면으로 찍혔다. 

 
 
 

이곳엔 작은 가게가 있어서 커피도 마실 수 있었다. 아빠는 인스턴트 믹스 커피를 주문하고 나는 발리식 커피를 주문했다. 

 
 

가이드가 있으니 내가 직접 해야 할 부분이 없어서 너무 편했다. 특히 현지어와 한국어를 둘 다 구사할 수 있으니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청할 수 있어서 편했다. 렘푸양 사원의 천국의 문에서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어서 이곳에 앉아서 편하게 모닝커피를 즐길 수 있었던 점이 너무 좋았다. 

 
 

아궁산도 제주도의 한라산같이 화산 주변으로 기생화산들이 보였다. 멀리서 보았을 땐 아궁산만 눈에 들어왔는데 가까이서 아궁을 바라보니 아궁산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너무 투어를 새벽부터 시작해서 처음에 엄청 투덜거리고 투어를 신청해야 하나 망설였는데 투어를 신청해서 오기를 잘한 것 같았다. 딱 한 번이었기에 힘들었지만 참을 수 있었고 딱 한 번이었기에 이 시간과 순간이 소중했다. 이곳에서 잠심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물의 정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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