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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주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1주일이 어떻게 지나간지 모르게 너무 빨리 흘러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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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에 출발하는 싱가포르항공 SQ600을 타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씻고 간단하게 저녁에 사둔 라면을 먹은 후 오전 5시가 못되어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전날 체크인을 할 때 직원에게 새벽에 체크아웃이 되냐고 물어보니 카운터는 24시간 오픈이라고 했다. 그리고 새벽에 택시를 잡아 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직원이 체크아웃 때 말하면 콜택시를 불러준다고 해서 미리 픽업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다. 클룩에서 픽업 서비스를 신청하려고 했더니 거의 5만 원이기에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예약을 하지 않았다. 아무튼 새벽부터 일어나 체크아웃을 했다. 그리고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니 5분 정도 지나서 택시가 호텔 앞에 도착했다.

 

새벽 시간이라 도로에는 차가 없었다. 거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수준으로 주행을 했다.

 
 

대략 공항까지의 가격은 알고 있었지만 싱가포르 달러가 많지 않았기에 미터기의 금액이 올라갈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주행거리와 할증이 붙어서 거의 25달러 정도 나왔는데 기사 아저씨께 30달러를 주고 택시에서 내렸다. 아저씨께 쿨하게 '킵 더 체인지'라고 말하고.

 

새벽 시간이지만 이른 아침에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으로 공항 안은 분주했다.

 

우리는 따로 체크인을 할 필요가 없어서 탑승구만 확인하고 출국을 하러 갔다.

 

싱가포르 공항은 어디 가나 식물이 있어서 아빠가 좋아하셨다. 아빠는 여행 갔던 곳을 기억할 때 어떤 식물이 있었는 지로 기억을 하시는 편이기에 항상 식물을 유심히 살펴보셨다.

 
 

싱가포르로 입국할 때는 뭔가 분위기도 무겁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출국은 간단했다. 자동 출입국 심사만 마치면 바로 에어 사이드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보안 검색은 비행기 타기 전에 하기 때문에 언제나 여유시간을 두고 이동해야 했다.

 
 

다낭 갈 때 오랜 시간 있었던 크리스 플라이어 라운지로 갔다. 크리스 플라이어 라운지는 비즈니스 승객이 이용하는 곳과 스타얼라이언스 골드 멤버가 이용하는 라운지를 따로 운영하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오는 바람에 공항에 일찍 도착했기에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는 시간 여유가 많았다. 우리 비행기는 8시 출발인데 20분 늦어져 8시 20분에 출발한다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아빠는 라운지에서 쉬고 계시고 나는 친구가 부탁한 술을 사기 위해 면세점으로 갔다. 아직 오전 6시가 되기 전이라 문을 열은 상점이 많지 않았다.

 

10만 원 이내에서 양주를 살 생각이라 무엇을 살지 고민이 되었다. 고급스러운 것들은 왜 그렇게 눈에 잘 들어오는지 돈은 부족한데 눈은 계속 고급 양주만 보고 있었다.

 

한 병에 400만 원짜리 술을 보고는 입이 벌어졌다. 저 한 병에 400만 원이라. 한 병 마시고 나면 허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요기만 열심히 하다가 손님들이 많아지기에 빨리 결정을 해야 했다. 그래서 병이 이쁜 달모어와 시바스리갈 한 병을 구매했다.

 

분명히 타바코라고 쓰여있는데 담배가 보이지 않아 직원에게 물어보니 나를 상점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문을 열어 주었다. 골방 같은 곳에 담배가 진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얼핏 보면 표지가 다 똑같이 생겨서 뭐가 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일단 골방에 있다 보니 정신이 없어서 빨리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익숙한 이름의 담배 한 보루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표지가 꽤 무섭게 생겼었다. 며칠 지나니 익숙해서 괜찮았는데 우리나라처럼 담배 포장이 화려하지는 않았다.

라운지로 돌아가는 길에 싱가포르에 오면 꼭 산다는 바차 커피를 구매했다. 솔직히 맛이 좋은지는 모르겠다. 단지 커피를 내렸을 때 향은 맛에 비해 월등히 좋았다. 그러나 커피 가격이 사악하다고 할 정도로 비쌌다. 바차 커피보다는 그냥 TWG에서 홍차를 사는 게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많이 먹을까 고민이 되었다. 비행기에 타면 또 기내식을 먹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배고픔만 없앨 정도로 먹고 비행기를 타러 갔다.

 
 

싱가포르 공항의 경우 보딩 타임이 다른 공항에 비해 빠르게 되어 있기 때문에 보딩 시간을 살짝 지나서 게이트로 갔다. 그런데 벌써 많은 승객은 비행기에 탑승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 같이 늦게 게이트로 온 승객이 아직은 많이 있었다. 우리가 헐레벌떡 서두르닌까 직원분이 비행기 놓치지 않는다고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다낭에 갈 때는 너무 일찍 보안 검색을 지나서 한참을 대기장소에서 기다려야 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여유를 부리다 낭패를 볼 뻔했다.

 

많은 승객들이 벌써 탑승을 한 상태라 보딩을 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뭔가 늦게 탑승하니 민망할 뿐이었다.

 

아빠는 기분이 안 좋은지 표정이 안 좋으셨다. 내가 괜히 뭉그적 걸렸나라는 후회가 들었다.

 
 

우리 자리는 맨 뒷자리로 마지막 열은 2-3-2로 되어있었다. 아빠는 내가 계속 못마땅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도 웃지 않으셨다.

 
 

인천에서 싱가포르로 올 때는 A350을 이용했는데 싱가포르에서 인천으로 돌아갈 때는 B787을 타게 되었다.

 

비행기 꼬리 부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내 좌석과 창문까지는 여유 공간이 있어서 다리를 뻗거나 짐을 놓기에 좋았다. 단지 내릴 때 제일 늦게 내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나는 혼자 신나서 셀카도 찍고 풍경 사진도 찍었다. 아빠는 나랑 말을 하기 싫으신지 이어폰을 끼고서는 영화만 보시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에서 인천까지의 직선거리는 대략 5000킬로미터였다. 실제 비행거리는 이것보다는 더 길었던 것 같았다.

 

앞뒤 좌석은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었다.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는 내 키 기준으로 주먹 한두 개가 충분히 들어갈 만큼 좌석 간격이 넉넉한 편인데 이번 비행기는 겨우 앞좌석에 닿지 않는 정도였다. 그래도 앞좌석에 주머니가 많아서 이것저것 자잘한 것을 넣어두기가 좋았다.

 
 

보잉 787은 창문 덮개가 없고 창문 아래 버튼만 있었다. 버튼을 누름에 따라 창문의 농도가 짙어지고 옅어졌다.

 
 

우리가 탑승하고도 승객들이 계속 탑승을 했다. 그리고 도어가 닫히고 비행기는 출발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대략 6시간의 비행을 잘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를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점점 중장거리 비행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나이 드신 분들이 동남아 여행을 선호하는지 알 것 같았다.

 
 

비행기는 터미널을 벗어난 후 한참을 달렸다.

 
 
 

어디 가나 보이는 싱가포르 항공의 비행기들. 가격만 조금 저렴하면 마일리지도 쌓을 겸 자주 이용하겠는데 100% 마일리지 적립이 되는 티켓은 너무 비싸기에 이번에는 큰마음을 먹고 싱가포르 항공을 이용했다. 나중에 인천-싱가포르-뉴욕 노선을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복 마일리지가 거의 2만 마일이 넘게 적립되는데 가격은 200만 원 정도라 아시아나항공 다이아몬드 등급을 유지하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 같아 보였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꼭 한번 도전하고 싶은 루트이기도 하다.

 
 
 

한참을 달려서 드디어 활주로에 도착했다. 활주로에 들어선 비행기는 잠시 정차를 했다가 거대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 순간이 비행기를 타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떨어져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점점 작아지는 이 순간. 마음도 비행기와 같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아침에 날씨가 좋지 않아 하늘은 희뿌연 했다.

 
 

보잉 787의 아쉬운 점은 윙렛이 없기 때문에 비행기 날개 사진을 찍으면 너무 밋밋하게 찍혔다.

 

비행기는 순항고도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

 
 
 
 

구름층을 뚫고 높은 고도로 올라오니 눈이 시릴 정도의 파란 하늘이 보였다.

 

순항고도에 이르자 승무원들이 음료를 나누어 주었다. 나는 살짝 배가 고프기에 기내식을 주나 보다라고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물을 주는 것 끝이었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언제 기내식을 주지라는 생각만 했다. 내가 식충이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른쪽에 앉아 있다 보니 햇살이 강하게 비쳤다. 그래서 버튼을 눌러서 창문의 농도를 짙게 만들었다.

 
 

창문 농도는 버튼을 누른 대로 바로 변하지 않고 짙어지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이른 아침 비행기라 그런지 사람들이 피곤해 보였다. 창문 덮개가 없는 비행기는 너무 오랜만이라 신기했다. 창문의 농도를 짙게 바꾸었지만 밖의 풍경은 그대로 보였다.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풍경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도 기내식을 기다리다가 지쳐 쓰려졌다. 언제 기내식을 줄까. 주기는 할까?!

 
 

창문 덮개가 있는 비행기라면 창밖을 보고 싶을 때마다 힐끔힐끔 덮개를 조금 열어서 풍경을 보는데 보잉 787은 그대로 창밖을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우리 비행기는 이제 태국 부근을 날고 있었다. 앱인 디 에어 어플도 우리 비행기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표시해 주었다.

 
 
 

창밖을 보다 영화를 보다를 반복했다.

 

종종 심심하면 남은 거리를 에어쇼로 확인했다.

 
 

우리는 그냥 둥둥 떠있는 것 같은데 지금 비행기는 시속 900킬로미터의 속도로 날아가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비행기가 가고 있다는 것은 에어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맞바람이 시속 51킬로미터로 불고 있다는데 비행기 안에 있으니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마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이런 바람을 만나면 자전거가 뒤로 밀리지 않을까.

 
 
 
 
 

계속해서 바다만 나왔다. 창문 넘어의 세상은 너무 파랗기만 했다.

 
 

이렇게 높은 곳에도 구름이 있다는 것이 언제나 신기했다. 구름 옆을 지날 때서야 비행가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비행기는 최근 들어서 가장 많이 탄 여행이었던 것 같다. 아마 경우 시간이 있다 보니 더 길게 느껴진 여행이었다. 인천-싱가포르-다낭 구간을 타면서 대략 8000마일의 마일리지가 적립되었다. 인천-다낭 구간의 비행의 경우 이 비행의 반도 마일리지가 적립되지 않기에 몸은 힘들어도 가성비가 좋은 비행이었다. 그리고 추석 성수기라 국내 항공사의 티켓이 저렴하지가 않았다.

 
 

아빠는 한숨 잠을 주무시고 나니 기분이 다시 좋아지신 것 같았다.

 
 

그리고 기다리던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생선과 치킨 같았다. 난 메시 포테이토가 먹고 싶어서 생선으로 주문했다.

 

기내식 한 판을 다 먹었는데 허기가 졌다. 그래서 승무원에게 남는 기내식이 있으면 더 먹고 싶다고 부탁을 했다. 승무원이 확인을 해보고 갔다 준다고 했는데, 내 부탁을 잊어버렸는지 결국에는 입맛만 다시며 기내식 한 번으로 만족해야 했다.

 
 

기내식을 먹은 후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주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밥을 먹고 나니 몸도 노곤노곤 해지고 졸음이 조금씩 쏟아졌다.

 
 

밥을 먹었으니 화장실을 다녀온 후 문어처럼 온몸이 흘러내렸다.

 
 

비행기는 이제 대만 상공을 날고 있었다.

 

고구마의 꼬리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땅에서 돌아다닐 때는 세상이 넓어 보이는데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니 또 세상이 너무 작고 좁게 보였다.

 
 
 

대만을 따라 계속해서 날아갔다. 대만의 서쪽과 동쪽 끝이 한눈에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대만에는 해발 고도가 높은 산들이 많다. 서저동고 지형으로 서쪽은 넓은 평야가 동쪽에는 험준한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산 아래로는 구름이 짙게 깔려 있는데 산봉우리가 고개를 내밀 듯 구름 위로 솟아 있었다.

 
 
 

이제 대략 한국까지 두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어떻게 한국까지 가나 걱정을 했는데 시간은 바람과 같이 지나가 버렸다.

 
 
 

대만을 지났다. 그리고 또다시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구름이 너무 짙게 깔려 있어서 하늘에 두 가지 색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흰색과 파란색.

 
 
 
 
 
 

제주 상공을 지날 때 하늘에서 한라산을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했는데 구름이 한국까지 이어져 있었다. 에어쇼를 통해 우리가 지금 제주도를 지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길고 길었던 비행도 이제 거의 막바지에 다르고 있었다.

 

서로 평행하게 달리던 구름과 비행기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비행기는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었다.

 
 

어느덧 비행기는 두꺼운 구름층 속으로 들어갔다.

 
 
 

여러 번 구름 속을 뚫고 지나갔다. 우리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구름이 피해준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구름층을 뚫고 아래로 내려가니 땅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 그렇게 구름이 많았냐는 듯 지상의 사물들이 깨끗하게 보였다.

 
 
 

비행기의 고도가 낮아질수록 지상의 사물들은 더 선명하게 보였다.

 
 

서해 바다도 위에서 내려다보니 파란 바다같이 보였다.

 

우리는 인천공항을 비껴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갔다. 아마 북에서 남으로 착륙을 하려는 것 같았다.

 
 

비행기는 인천공항을 옆에 두고 선회를 하면서 속도를 줄였다.

 
 

비행기의 속도가 급속히 줄어들고 플랩은 더욱더 아래로 내려왔다.

 

푸른 산과 들판이 있는 열대지역에 있다 10월의 한국으로 오니 황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행기는 6시간 만에 지상에 사뿐히 착륙을 했다. 아쉬움과 안도감이 교차했다.

 
 

이번 여행은 뭔가 좋았으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었다. 점점 여행 세포가 죽어가는 것은 아닌지. 여행도 열정이 있을 때 체력이 있을 때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래도 꿈에 그리던 다낭에도 가보고 오랜만에 싱가포르에 가서 옛날 생각도 하게 된 뜻깊은 여행이었다.

https://youtu.be/dQhh2amN4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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