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봄이 왔다. 코로나가 생긴 이후 세 번째 맞이하는 봄이다. 이번 봄을 그냥 보내기 싫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년 일본으로 벚꽃을 보러 갔었다. 이제는 국내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것 같다.
지나가는 봄이 아쉬워 1박2일로 봄나들이 여행 계획을 세웠다. 남부 지방에는 벌써 벚꽃이 활짝 폈다고 하기에 우리는 토요일 새벽 전라도로 향했다.
새벽 2~3시쯤 집에서 떠난 것 같다. 봄나들이 여행객이 많을 것 같아서 남들이 자는 시간에 출발을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새벽에 출발했다. 이렇게 일찍 여행을 시작하면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이번 여행은 남도 벚꽃 여행으로 구례를 거쳐 하동 벚꽃길을 지나 창원으로 이동해서 벚꽃을 보는 것이다. 구례에 도착해서 살짝 갈등이 되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산수유마을을 아주 살짝 본 후 하동으로 이동하고 싶어졌다.
일교차가 심한 내륙이라 봄 안개가 살짝 끼어서 몽환적이었다.
산수유마을에 도착했다. 예년에는 산수유가 만개한 시기에 와서 주차할 곳이 없어서 길가에 주차를 했었다. 너무 이른 시간에 온 것 때문인지 아니면 꽃의 절정이 지나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관광객이 없기에 마을은 조용했다. 우리의 방문이 주민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행동하나 대화 소리 하나에도 신경이 쓰였다.
일주일에서 이 주일 정도, 산수유꽃의 절정이 지난 때에 이곳을 방문했지만 아직은 나무마다 노란 산수유 꽃이 매달려 있었다.
노란 꽃이 하늘에서 봄비처럼 쏟아지는 것 같았다. 아침 햇살을 받은 꽃은 아름다웠다.
개나리의 노란색과는 또 다른 느낌의 노란색 꽃. 하늘에서 바람을 따라 흩날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봄이지만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장시간 운전을 하고 와서 졸리고 몸이 무겁게 느껴졌으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상쾌한 공기가 무거운 몸을 조금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싱그러운 공기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높지 않은 담장엔 봄꽃이 활짝 피었다. 남도는 벌써 봄꽃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개울물은 졸졸졸 소리를 내며 마을 앞을 흘렀다. 징검다리를 보니 아빠는 동심으로 돌아가신 것 같았다.
관광지에서는 항상 사람에 치이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마음이 편해서 그런가 하늘도 보이고 물에 비친 산도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차가운 물에 손도 담가 보았다. 낮에는 초여름처럼 더웠지만 아침에 모든 것이 차가웠다. 찬물에 손을 담그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맑은 시내는 아름다운 봄날을 머금고 있었다. 물속에 물감을 풀어 놓았나 보다. 자연이 만든 또 다른 자연의 작품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것 같았다.
개울을 건너 산수유가 휘늘어진 길을 걸었다. 벚꽃길과는 다른 노란 산수유 꽃길.
절정을 지났다고 생각해서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할뻔했다. 산수유마을을 들린 이유 중 하나는 하동 벚꽃길을 가기에 너무 이른 것 같아서 잠시 들렸는데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많이 아쉬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수유 꽃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렀다.
산수유나무 뒤로 보이는 산에는 안개가 걸려 있었다.
산 너머로는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해가 떠오르니 노란빛의 꽃은 개나리꽃과 같이 진한 노란색을 띠었다.
햇살에 비친 꽃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었다.
멀리서 주므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산책길이 노란 꽃비가 내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어느 누가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아름답게 찍히는 풍경이었다.
아침의 몽환적인 느낌. 봄날 아침의 차가움과 꽃이 만발한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아내고 싶었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들이 새롭고 신선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한 감정이었다. 봄날, 사계절 중 가장 짧은 시기이기에 이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몇 분, 몇 시간을 보기 위해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매 순간이 소중했다.
그리고 해가 산 위로 조금씩 떠오를 때마다 우리가 보는 풍경이 조금씩 바뀌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샛노란 색으로 바뀌어 갔다. 빛이 만들어낸 예술이었다.
희미한 노란색이 점점 짙은 노란색으로. 잠시 스쳐 지나갔다면 색이 변화하는 과정을 놓치지 않았을까.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몇몇 관광객도 볼 수 있었다.
이제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할 것 같아서 가던 길을 돌아갔다.
널따란 바위에 앉아서 사진도 찍었다.
바위 위에 앉으니 바위가 아직은 차가웠다.
아빠는 널따란 바위에 누워 사진도 찍어 보았다. 사람이 없다 보니 이런 여유로운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가끔은 한 템포 늦게 방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번엔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짝 늦게 이곳에 방문해서 좋은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붉은 벽돌 앞의 산수유 꽃은 회화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마을 길을 걸어서 차로 돌아가는 길. 집집마다 티브이 소리며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분 좋은 소리였다. 어릴 적 시골에 갔을 때 들을 수 있었던 정겨운 소리였다.
낮은 담장 위로 핀 붉은 꽃.
담장에 기대어 사진을 찍었다.
이젠 사진을 그만 찍고 싶었는데 마을을 벗어날 때까지 사진기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수유 꽃을 보며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이제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풀리면 또다시 해외로 나갈 수 있겠지만 2022년 봄날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마을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우리가 한 시간 전 걸어서 들어왔던 그 길로 다시 돌아왔다.
차를 주차한 곳으로 돌아왔다. 어느덧 도로에는 군내버스가 다니고 조금씩 관광객이 산수유 마을로 오고 있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는 아침 햇살을 받아서 조금씩 따스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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