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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의 짧은 여행이라 하루가 금세 지나가 버렸다. 이럴 땐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하는데 오히려 이렇게 놀러 나오면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아침은 대충 호텔에서 전날 사 온 간단한 음식으로 해결한 후 체크아웃을 했다. 전주 라한호텔의 좋은 점은 체크아웃을 하고도 오후 3시까지 호텔 주차장에 주차를 해도 주차비가 청구되지 않는 점이었다. 일요일이라 아침부터 사람들이 한옥마을로 모여들었다. 길가엔 차들이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대로 옆은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샛노란 길거리를 보고 있으니 왜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이는지 알 수 있었다.

 

중부지방은 날이 이제는 많이 쌀쌀해졌지만 이곳은 따뜻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아침부터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데이션 ND 필터를 장착하고 사진을 찍으니 하늘은 파랗고 나무는 더 빨갛게 나왔다. 이래서 카메라 필터를 사는 것 같았다.

 
 

밤과 다른 낮의 한옥마을은 생기가 넘쳤다. 저녁엔 은은한 조명이 길거리를 밝혀주었지만 낮에는 알록달록한 단풍들이 길거리를 밝게 만들어 주었다.

 
 
 

두꺼운 외투가 번거롭게 느껴지는 날씨였다. 코로나만 아니면 더 많은 사람들이 2021년의 지나가는 가을 느끼기 위해 이곳으로 왔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풍으로 유명한 곳은 웬만한 곳은 다 다녀본 것 같은데 전주 한옥마을의 경기전은 그중 최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십여 년 전 다음 카페 모임 때문에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을 반추하며 경기전으로 향했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젊은 연인들끼리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주 어릴 적 유치원 장기자랑 시간에 한복을 입어본 후로 한복을 입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한국인의 전통복장이라고 말을 하지만 나부터 한복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다행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짧은 이벤트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한복을 입고 추억을 남기는 모습을 보니 우리 때와는 트렌드가 또 다르게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기전에 들어가기 위해 입장료를 구매했다. 당연히 아빠는 65세 이상이기에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셨다.

 
 

경기전에 들어서니 오래된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역사를 이곳의 세월을 나무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저번에 산 펜탁스 미러리스 카메라를 아빠에게 드렸다. 기종이 너무 오래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제법 사진이 잘 나왔다. 사진촬영용 소품으로 옆에 메고 다니니 가을 분위기가 느껴졌다.

 
 
 

나도 필터를 처음 사용하는 것이라 아직까지는 많이 어색했다. 가끔은 핸드폰 카메라로 찍는 게 편하기는 하지만 사진 찍는 재미가 없었다. 그렇게 핸드폰 카메라로 십 년 사진을 찍다가 다시 DSLR로 돌아왔다. 이제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구닥다리 같고, 트렌드에 맞는 사진을 찍기 어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찰칵할 때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필름카메라도 집에 있기에 사용하고 싶지만 필름 가격도 너무 비싸졌기에 필름 카메라까지는 손이 가지 않았다.

 
 

이곳에서 결혼 웨딩사진을 찍는 젊은 커플이 보였다. 이곳에서 찍은 웨딩사진은 어떻게 나올까? 평생 남는 사진이니 둘 다 이쁘게 나왔으면 했다. 예전에 부산에 사는 친구가 집 뒤에 있는 청사포 철길에서 웨딩사진을 찍은 것을 보았는데 그때 익숙한 청사포 철길이지만 웨딩사진으로 찍어 놓으니 특별한 장소처럼 느껴졌다.

 

성질 급한 단풍들은 벌써 땅으로 떨어져 낙엽이 되어 있었다. 밟을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눈으로 보는 재미도 있고 소리로 듣는 재미도 너무 좋았다.

 
 
 

가을 날이라고 하기엔 포근했다. 나는 오히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사진을 찍어야 했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특별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카메라의 셔터 버튼을 놓을 수 없었다.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은 아주 짧은 찰나이기에 이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하늘에서는 낙엽비가 내렸다. 봄날 벚꽃이 하늘에서 떨어지듯 낙엽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에 넋을 놓고 있었다.

 
 
 

파란 하늘을 수놓은 노랗고 빨간 나무들은 여행자의 가슴을 더욱더 설레게 만들었다.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불어왔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있으니 황홀했다.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이 되지 않았다. 그냥 아름답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 순간이 멈춰있는 것 같았다. 낙엽이 떨어지는 장면이 나에게 슬로 모션처럼 다가왔다.

 
 
 

지붕 위에 떨어진 낙엽들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한옥은 참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환경을 압도하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던 선조들의 모습을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감에 따라 느낄 수 있었다.

 

경기전 메인 공간에서 전통음악이 흘러나왔다. 무슨 대회를 준비한다는 것 같았다. 의복을 갖추지 않아서 어색하기는 했지만, 눈을 감고 들어보면 이 공간과 어울리는 소리였다.

 
 

이 공간은 무엇을 했던 곳일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아빠와 나 둘 다 학구적이진 않기에 이곳이 무엇으로 사용되었는지 안내판을 읽어 보지는 않았다. 그냥 이 공간의 느낌이 좋았다.

 
 
 

경기전 넘어 전동성당이 보였다. 보수 공사 중이라 전동성당은 철재 구조물로 아름다운 모습을 감추졌다. 다음에 오면 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위안을 삼아 보았지만 고풍스러운 성당을 보고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어디를 가든지 아름다운 사진이 찍혔다. 누가 아무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아름다운 사진을 선사했다.

 
 

한옥의 담장은 담장 너머로 보일 듯 말 듯 한 높이로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담이 낮지만 개인의 공간과 공적인 공간을 나누는 역할을 했다. 관계지향성을 중시 여기는 한국 사회에 맞는 딱 적당한 높이의 담장이였다. 담장에선 위압감보다는 정겨움이 느껴졌다. 현대인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담장일 수 있을 것 같다. 사생활이 중시되는 세상에서는 부담스러운 높이이지만 말이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세상과 담장 안으로 보이는 세상. 공간을 둘로 나누고 있지만 서로 이어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매력은 어디까지 일까?! 둘러보는 내내 힘들기는 했지만 수려한 풍광에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주말을 맞이해서 관광객들이 많았지만 이곳만은 경건하고 조용했다. 밖의 북적임은 느껴지지 않았다. 안과 밖의 온도 차이가 느껴졌다.

 
 
 
 

경기전 안에는 조선왕조의 어진을 모신 박물관이 있었다. 박물관은 쓰윽 하고 스치듯이 지나갔다.

 
 
 
 

두 시간 정도 경기전에 있었던 것 같다. 설렁설렁 보면 30분도 안 걸리는 크기이지만 이곳의 풍경에 흠뻑 빠져 사진을 찍다 보니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경기전에 들어가기 전보다 한옥마을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길거리는 관광객들로 활기를 띠었다.

 

몇 년 전 아빠와 함께 전주 한옥마을에 왔을 때 들렸던 찻집 앞을 지나갔다. 겨울과 가을 느낌의 온도차는 확연히 났다.

 
 

친구들끼리 한복을 맞춰 입은 20대들은 한 명씩 차가 없는 길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된다면 벽화마을까지 걸어가 보고 싶었으나 급 피로감이 밀려왔다.

 

전망이 좋은 카페가 보였다. 저런 곳에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상상을 해보았다.

 

한옥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라한호텔. 한옥마을에서 최고의 입지조건을 갖춘 호텔이 아닐까.

 
 

숙소 앞 성당으로 들어가는 길은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세우기 충분히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성당 입구는 처음인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성당까지는 걸어서 올라가지는 않았다. 들어가는 입구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이 가을의 정점을 전주에서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걷다 보니 배가 너무 고팠다.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기 불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배가 너무 고프기에 호텔 옆 식당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라 사람이 많았다.

 

육회 비빔밥을 주문했다. 육회 비빔밥과 함께 나온 고기는 허기진 배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뱃속으로 들어갔다.

 

코로나 때문에 후다닥 밥을 먹고 식당을 나섰다. 뱃속에 음식물이 들어가니 살 것 같았다.

 
 

호텔 뒤편의 길을 따라 점심 먹기 전 보았던 전망 좋은 카페로 갔다.

 

소방대원 분들께서 소방훈련을 하시기에 옆에서 지켜보다 소방대원 분이 한번 해보겠냐고 그래서 대원분들의 도움을 받아 길거리에 물도 한번 쏘아 보았다. 대원분들께서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이곳은 목재 건물들이 많아서 이렇게 주기적으로 점검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전망이라는 카페로 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카페로 올라갔다.

 

대통령께서도 방문하신 카페인가 보다. 계산대 앞에 사진이 놓여 있었다.

 
 

커피 빈 종류도 다양했다. 난 그냥 심플하게 주문하는 것이 좋은데, 아무튼 선택권이 넓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귀찮긴 하지만 좋은 것 같기는 하다.

 
 

커피만 마시기 심심하니 케이크도 하나같이 주문했다. 달달한 케이크를 먹으니 기분도 좋아졌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한옥마을의 모습이 아련하게 다가왔다.

 
 

왜 남의 자리가 더 탐이 날까? 우리 자리도 풍경이 멋졌지만 다른 사람들의 자리가 더 멋져 보였다.

 
 
 

한옥마을에서 어찌어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오후 3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었다. 서울로 올라가기엔 시간이 이르기에 한옥마을에서 나가서 어디로 갈까 생각을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아름다운 곳인 한옥마을이지만 가을의 한옥마을은 최고인 것 같다. 내년 가을을 기약하며 한옥마을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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