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봄은 역시 서울보다 빨리 찾아오는 것 같다. 구례 산수유마을을 본 후 바로 하동에 가서 섬진강 벚꽃길을 보려고 했으나 중간에 지리산 치즈랜드에 가는 바람에 일정이 조금 늦어졌다.
부랴부랴 하동 섬진강 벚꽃길로 가기 위해 남쪽으로 향했다. 티맵은 십여 킬로미터를 가는데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알려주었다. 고작 30분이면 되는 길을 두 시간 넘게 걸린다는 안내를 보고는 좌절감이 왔다.
아직까지는 막히지 않는 도로를 달렸다. 길가에는 벚꽃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굳이 하동까지 가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동에 도착하기 전 벌써 아름다운 벚꽃을 보면서 가고 있기에 차가 막히는 그곳으로 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이번 여행의 첫날의 메인이 하동 섬진강 벚꽃인데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체구간에 들어섰는지 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커브길에서 앞에 있는 차들을 보니 한숨밖에 나지 않았다. 진짜 이곳에 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네비에서는 계속해서 도착시간이 늘어났다.
그래서 사거리에서 가던 길을 틀어서 막히는 도로에서 빠져나왔다.
막히는 도로를 빠져나오니 차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굳이 하동까지 내려가지 않더라도 길가의 벚꽃이 충분히 아름다웠다.
이야! 양길 가로 벚꽃이 활짝 펴서 눈꽃이 내리는 것 같았다.
차를 세운 후 벚꽃길을 걸었다. 그냥 스쳐 지나긴 기에는 이 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갓길엔 벚꽃을 보기 위해 주차된 차들이 있었다.
길가 옆으론 섬진강을 따라 난 길이 있었다.
많이는 걷지 않고 벚꽃의 분위기만 느끼고 싶었다.
걷다 보니 조금만 더 가볼까? 조금만 더 가볼까 하며 길을 걸었다.
아직 서울은 벚꽃이 필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이곳은 벚꽃이 만발해 있는 것이 신기했다.
차를 타고 가며 보는 풍경도 멋지지만 차 안에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았다.
하동까지 내려가지 않고 길을 틀어서 반대편 도로로 온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것 같다.
만약 그 순간 계속해서 하동으로 갔다면 아직도 차 안에서 짜증을 내고 있을 것 같았다.
흐드러진 벚꽃을 보고 있으니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플레이되는 노래 한 곡, 벚꽃엔딩.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역시 봄마다 생각나는 노래인 것 같다.
하동에서 보는 벚꽃은 아니지만 이곳도 섬진강을 따라 난 길이니 섬진강 벚꽃길이 아닐까.
산수유도 보고 수선화도 보고 이제는 벚꽃까지. 봄을 맞이하는 꽃들을 보고 있으니 봄날이 왔음을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파란 하늘 때문에 벚꽃 더 희고 핑크빛으로 보였다.
사람에 치이는 벚꽃 구경이 아니라서 더욱 좋았다. 사람에 밀려다니지 않고 산책하듯 꽃을 보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꿩 대신 닭을 선택했지만 오히려 닭을 선택한 것이 더 좋았던 것 같다. 하동의 벚꽃을 보지 못해서 언젠가 꼭 한번 보러 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이날의 선택은 후회가 되지 않았다.
한쪽엔 섬진강이 흘렀다. 섬진강이라는 말을 들으면 고등학생 때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나도 모르게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한가롭게 벚꽃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행복했다. 봄날 꽃놀이 인파로 전국이 떠들썩한데 이곳은 피해 간 것 같아 보였다.
우연히 지나다 내린 곳에서 봄날의 정취에 충분히 취할 수 있었다.
벚꽃을 구경한 후 오늘의 숙소가 있는 창원으로 향하는 중 갑자기 화엄사에 가고 싶어져서, 네비의 목적지를 수정했다. 우리는 계획에도 없는 구례 화엄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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