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항에서 제주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체크인 카운터로 갔다. 광주공항에서 5시간가량 대기를 해서 그런지 한 것도 없는데 몸이 축 처지는 것 같이 느껴졌다. 집에 빨리 가서 씻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제주공항 아시아나항공 라운지에 또 왔다. 복잡한 공항 안에서 그래도 이곳만은 조용했고, 더위로 지친 몸을 잠시 쉴 수 있었다. 몇 분에 비행기가 한대씩 착륙하는 것일까? 끊임없이 비행기가 제주공항으로 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구름과자도 먹을 겸 밖으로 나갔다. 공항 안의 공기와 밖이 너무 달랐다. 후텁지근하고 더운 이 느낌, 여름의 제주 느낌이었다.
이상하게도 이번에도 게이트가 11번이었다. 또 버스를 타고 가는 게이트였다. 몸이 피곤한 날은 보딩브리지를 통해 기내로 들어가고 싶은데, 이날은 또 버스로 이동해서 비행기를 타야 했다.
버스를 타고 비행기가 주기되어 있는 곳으로 갔다. 버스에서 내리니 비행기에서 나오는 열과 제주의 뜨거운 날씨가 그대로 느껴졌다. 그리고 주변 비행기의 엔진에서 나는 소음까지, 공항의 생기를 느낄 수 있었다. 뜨고 내리는 비행기의 엔진 소리가 생생함을 더 극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축 처진 내 몸은 비행기를 보자마자 다시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내 활기의 촉매가 되어 다시 몸에 에너지가 넘침이 느껴졌다.
비행기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멋지게 찍고 싶었지만 다른 승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며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비행기의 머리는 없어지고 뒷부분만 남는 고등어에서 머리만 없는 그런 모습의 사진이 되어 버렸다.
비즈니스 좌석이라면 좋겠지만 일반석 좌석만 가진 기종이었다. 예전이라면 무조건 비행기 좌석은 맨 뒷자리로 선택을 했을 텐데, 비행기에서 확진자가 주변에 있어서 자가격리를 한 후부터, 유료 좌석인 맨 앞줄을 선호하게 바뀌었다. 원래 사람들이 뒤에 앉아 있으면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꼈지만, 자가격리가 더 무섭기에 맨 앞자리로 선택을 했다. 앞 좌석은 아시아나항공 다이아몬드 이상 고객들에게는 무료이나, 일반 고객들에게는 유료이기 때문에 앞 좌석에는 빈 좌석이 꽤 많았다.
여러 번 버스가 왔다 갔다 하면서 승객들을 실어 날랐다.
여름이라 해가 느지막이 서쪽 하늘로 지고 있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이륙하는 비행기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혼자 괜히 마음이 센티멘털 해지는 것 같았다. 지는 노을을 보고 있으니 괜히 눈물이 났다.
승객들이 전부 탑승한 후 스텝 카가 비행기 동체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이륙을 위해 비행기는 활주로로 이동을 했다.
비행기가 이동하는 도중에도 활주로에는 비행기가 끊임없이 착륙하고 이륙을 했다.
누군가 내가 타고 있는 비행기를 저렇게 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몇 분이 흐르지 않았는데 노을은 더 색이 짙어지고 하늘은 조금씩 어두워졌다.
25번 활주로에 비행기가 정렬을 한 후 힘차게 서쪽으로 달려갔다.
하루 종일 비행기를 여러 번 탔지만 이륙하는 순간만큼은 가장 가슴 떨리고 긴장되고 기분 좋은 순간이 아닐까!
비행기가 이륙하니 신제주의 모습이 보였다. 특히 두 개의 탑같이 생긴 하얏트호텔은 제주 시내에서 가장 두드러진 건물이었다.
한라산 정상에는 짙게 구름이 깔려 있어 아쉽지만 정상을 보지 못했다.
비행기는 애월 쪽으로 날아가더니 비행기의 기수를 점점 북쪽으로 꺾기 시작했다.
서서히 비행기가 서쪽에서 북쪽으로 기수를 틀수록 내 창가에서 노을이 점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탑승에서 이륙까지 몇 분 밖에 흐르지 않았는데 벌써 하늘엔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구름이 짙게 깔렸기 때문에 노을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으나, 햇살이 강하지 않아서 창문을 닫지 않고 사라지는 노을을 계속해서 바라볼 수 있었다.
비행기는 어느덧 순항고도에 이르렀다. 순항고도에 도달하면 엔진 소리가 다르게 들렸다.
구름이 많이 없는 하늘에서 보는 노을도 멋지지만 구름에 의해 보일 듯 말 듯 한, 약간 노란색, 오렌지색 기운을 가진 하늘도 비행기를 자주 타지 않는 나 같은 승객들에게는 이런 장면들도 멋지게 느껴졌다.
몇 분이 흐른 것 같지 않은데 벌써 하늘엔 어두움이 찾아왔다.
서울로 갈수록 구름층은 점점 두터워졌다.
나중엔 비행기가 구름층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구름층과 구름층 사이에 살짝 보이는 햇살은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사우론의 눈같이 보였다.
충청도 이쯤 도착했을까! 비행기는 다시 서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고도를 낮추니 도시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구름 사이로 히끗히끗하게 보이는 도시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서울을 관통해서 착륙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김포 쪽으로 착륙하는 것일까?
비행기는 거대한 불빛의 물결을 따라 점점 고도를 낮추었다.
어느 순간 땅이 보일 만큼 비행기의 고도가 낮았다. 힘들었지만 또 그리워질 하루가 이렇게 끝나고 있었다.
제주-김포 구간은 역시 짧은 것 같다. 아쉽지만 비행기는 구 구 궁 소리를 내며 착륙을 했다. 하루 종일 힘들었지만 그래도 뭔가 뿌듯하며 아쉬운 하루가 끝났다. 내일은 김포-제주를 2번 왕복하는 비행이라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비행기를 질리도록 탈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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