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비행은 김포-광주, 광주-제주, 제주-서울 비행이었다. 대신 광주에서 대기 시간이 거의 5시간이 되기에 광주에서 무엇인가를 해야 할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체크인 시간까지 계산하면 대략 4시간 정도 남는 시간이었다. 4시간을 뭐 할까? 광주 시내를 갔다 오면 왔다 갔다 한두 시간을 그냥 버릴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오늘도 아침 비행기다 보니 공항에 일찍 왔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아침 시간에 공항에 사람이 많았다. 보안검색을 기다리는 승객들이 많았다. 나는 체크인은 했으나 시간이 여유로워서 공항을 돌아다녔다. 평소에 잘 안 가게 되는 4층이 궁금해서 4층으로 올라갔다.
4층에 오르니 한쪽은 식당가가 있고 다른 한쪽엔 공항 전망대가 있었다. 김포공항 국내선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김포공항에 그렇게 많이 왔는데 이곳은 처음 온 곳이었다.
전망대에서 공항 활주로와 비행기들이 보였다. 비행기의 엔진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비행기 엔진 소리에서 활기참이 느껴졌다. 활주로에서는 비행기가 끊임없이 큰 소리를 내며 이륙을 하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와! 이렇게 좋은 곳을 처음 알았다는 것이 신기했다.
단지 아쉬운 점은 철망이 너무 촘촘하다 보니 비행기 사진을 찍고 싶은데 핸드폰 카메라가 초점을 못 잡고 철망에 맞춰줘서 사진을 찍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비행기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게 멋진 곳이었다. 그리고 전망대 한쪽 구석에 실내 흡연실이 있었다. 얼핏 보니 흡연을 하는 공항 직원들이 많았다. 아마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흡연실 같아 보였다. 코로나 시기만 아니라면 실내 흡연실을 이용하겠지만, 코로나 시기라 실내 공간은 조금 망설여졌다.
보안검색대의 줄이 줄어들어 보안검색을 받고 라운지로 갔다. 국내선 라운지는 국제선 라운지와는 달리 간식류만 있기 때문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카페인을 충전했다. 탑승시간 10분 전에 라운지에서 나와 게이트 앞으로 갔다. 전망대보다는 게이트 앞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더 멋있기는 하지만, 역시 소리가 주는 다이내믹함이 없어서 실감이 덜 나는 것 같다. 전망대는 철망이 있어 사진 찍기는 불편했지만, 비행기의 그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다.
원래는 탑승 10분 전에 라운지에서 나왔는데, 비행기 사진 찍는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탑승이 시작되서야 게이트 앞으로 부랴부랴 왔다.
부랴부랴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탑승을 서두르면서도 핸드폰 카메라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이번에 탑승하는 비행기도 작은 비행기로 A321-200 이었다. 비즈니스석이 없는 비행기로 전부 이코노미석으로 되어 있었다.
광주행 비행기에도 출장을 가는 회사원들이 많아 보였다. 승객들의 탑승이 완료된 후, 푸시 백이 시작되었다. 푸시 백을 하는데 옆에 대한항공의 비행기가 보였다. 이번 여행 동안 여러 번 비행기를 탑승했지만 한 번도 대형 기종을 타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런데 옆에 대형 기종이 활주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김포공항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은 소형 기종이 주를 이루는 반면 대한항공은 대형 기종과 소형 기종을 함께 운영하는 것 같았다. 아시아나항공의 중대형 비행기라고는 B767이나 A330 정도인데 생각보다 운행횟수가 적어 이용할 일이 많이 없었다. 거기다 B767은 너무 오래된 기종이다 보니 가끔 예약할 때 보이면 살짝 패스하는 편이다. 대신 A330의 경우는 시간만 맞으면 되도록 타고 싶은 비행기이기도 하다.
게이트를 출발한 비행기는 활주로를 향해 갔다. 이 시간이 가장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김포공항 활주로 중 하나를 건너서 다른 활주로로 갔다. 얼마나 많은 비행기 들이 이착륙을 했으면 바닥이 저렇게 까맣게 변했을까! 비행기가 착륙할 때 지면과 접지를 하면 마찰열 때문에 타이어가 녹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저런 마크가 생긴다고. 공항에서 비행기들이 착륙하는 장면을 보고 있을 때 가장 짜릿한 순간은 비행기가 땅에 닿을 때 지면에서 올라오는 연기였다. 그 순간을 사진으로 찍고 싶었지만 내 능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비행기는 드디어 활주로에 들어섰다. 활주로에서 비행기를 정렬한 후, 엔진에서는 우우웅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구구궁하는 소리를 내며 활주로를 달렸다. 어느 정도 활주로를 달렸을까? 비행기는 기수를 들어 이륙을 했다.
오늘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륙을 했다.
비행기는 서서히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저 아래로는 서울 외곽 순환도로가 보였다. 출근시간이 조금 지나서였는지 고속도로는 출근시간에 비해 한산해 보였다.
실안개 같은 것이 낀 하늘이었지만 오른쪽으로 한강이 보였다. 그리고 희미하게 일산 시내도 보이는 것 같았다.
비행기는 왼쪽으로 계속해서 턴을 했다. 아래로는 도시와 시골이 번갈아가며 보였다.
비행기는 계속해서 왼쪽으로 턴을 했다. 그리고 바다인가 보다. 붉은색의 땅은 갯벌 같아 보였다.
물이 빠진 갯벌일까? 서해안의 갯벌이 넓다고 하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니 더 넓어 보였다.
그리고 비행기는 인천공항 상공을 날고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전에는 김포보다는 인천공항이 익숙했지만, 이제는 인천이 더 어색해진 것 같다. 빨리 상황이 좋아져서 인천으로 기분 좋게 캐리어를 끌고 가고 싶다.
처음 보는 인천공항의 모습은 아니지만, 볼 때마다 마음이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멀어져 가는 인천공항의 모습을 보며 언제쯤 그곳에 갈 수 있을지. 코로나 때문에 보이지 않는 감옥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팬데믹 전에는 다음 주 도쿄나 가볼까 하면, 편하게 옆 도시를 다녀오듯 갔다 오곤 했는데, 이제는 해외를 한번 나간다는 것은 큰일이 되어 버렸다.
비행기는 서해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중부지방쯤 내려오니 구름층이 두껍게 깔려 있었다. 비행기는 구름과 구름층 사이를 날고 있었다. 광주행 비행도 구간이 길지 않기에 높은 고도로 날지는 않는 것 같았다.
구름층이 두껍기에 어디쯤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았다.
비행기가 착륙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승무원들은 분주히 돌아다니며 승객들의 안전벨트를 확인했다. 그리고 승무원은 안내방송으로 광주공항은 군사공항이기 때문에 사진촬영이 안된다는 안내까지 했다. 뒷자리 구석에 앉았다면 조용히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앉은 자리는 승무원이 바로 보이는 자리라 적당히 눈치껏 촬영을 해야 했었다.
비행기는 고도를 계속해서 낮추었다. 드넓은 평야지대가 보였다. 비가 많이 왔었는지 강물은 흙빛을 띠고 있었다.
광주 주변지역에서 계속해서 고도를 낮추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구름 사이로 바다가 보였다.
비행기는 빙글빙글 돌면서 계속해서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비행기가 계속해서 고도를 낮출수록 지상의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륙하고 착륙하는데 비행시간의 대부분이 사용되는 것 같다. 정작 순항하는 시간은 이십분이 될까?
바둑판같이 정렬된 논과 마을들, 그리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시원시원한 도로들까지. 미니어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그런 풍경이었다. 남도 지방의 광한한 벌판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언제쯤 착륙하는 것일까? 착륙 준비만 한참 한 것 같다. 그래도 이제 많이 내려온 것 같아 보였다. 다음 비행 때까지는 5시간이 남았는데 뭐 하면서 지내야 하나라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기 시작했다.
승무원이 이제 착륙한다고 촬영은 더 이상 하시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여 잽싸게 핸드폰 화면을 꺼두었다. 마지막 장면을 담지 못해서 아쉽지만, 이 기회에 눈에 담아 두어야 할 것 같았다. 비행기는 착륙을 했다. 광주공항이 크지 않다 보니 활주로에서 터미널까지는 멀지 않았다.
1층에 있는 도착층으로 나온 후 다시 위로 올라왔다. 1층에는 의자가 있기는 했지만 노트북을 놓고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2층에 올라오니 식당도 있고, 편의점 및 엔젤인어스 카페도 있었다. 다행히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어릴 때 이 공항에서 햄버거 13개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공항은 딱히 변한 것이 없어 보였다. 그때가 내 인생의 첫 비행기 탑승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최고로 햄버거를 많이 먹은 날이기도 했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한 후 자리로 돌아와서 블로그 작성을 했다. 광주 시내 구경을 갈까 고민도 해보긴 했지만, 돌아다니기엔 날이 더웠다. 그냥 공항에서 소소한 일을 하며 5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았다.
광주공항에서 광주공항역까지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 들었다. 광주지하철 노선도를 보니 시내에 한번 나갔어야 하나라는 약간의 후회가 들었다. 생각보다 공항에서 죽치고 있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 광주공항에서 나주로 가는 좌석버스도 있었다. 내가 알던 예전의 나주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여기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을 정도면 몇 십 년 사이 도시가 또 성장을 한 것 같았다. 친구가 나주에 살아서 얼굴이나 보고 올까 생각이 들었지만, 코로나 시국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바로 단념을 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못 만나고 가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광주공항 흡연실은 공항 옆에 있었는데, 계속해서 전투기가 날아다녀서 꽤 시끄러웠다. 좀 잠잠한가 싶으면 또 지나가고, 또 지나가고. 십 년 전에 친구가 군에서 전역하는 날 꼭 광주까지 마중 나오라고 해서 온 적이 있었다. 그때도 기다리면서 수없이 날아다니는 전투기 소리에 귀가 멀어버리는 것 같았다. 오늘도 전투기는 끝없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비행영상 김포-광주, OZ8703, 아시아나항공, Flight Log OZ8703 Gimpo-Kwangju by Asiana Airlines
비행영상 김포-광주, OZ8703, 아시아나항공, Flight Log OZ8703 Gimpo-Kwangju by Asiana Air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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