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바람이 세서 울릉도를 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못 나가게 되면 포항에 1박 잡아 둔 것을 취소해야 하기 때문에 섬에서 못 나가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울릉도에서 나오는 날 아무런 지연 없이 배를 탈 수 있었다. 다행이라 생각된다. 섬 여행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언제 풍랑주의보가 내릴지 모르고, 또한 쾌속선의 경우 파고가 3미터를 넘는 경우 출항이 어려울 수 있기에 항상 마음을 졸이게 되는 것 같다. 전에 여수에서 거문도를 가려고 표를 예약했는데, 여수로 가는 날 배가 결항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일정이 틀어졌지만 일단 여수로 가서 플랜 B를 할 수밖에 없었다. 섬 여행을 갈 땐 항상 대안을 마련하고 출발해야 여행이 망가지지 않는 것 같다.
울릉도에서 포항까지는 4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출발할 때 지연이 없어서 오후 6시 무렵 포항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포항여객선 터미널에서 라한호텔 포항까지는 1킬로 남짓이었다. 영일대해수욕장 앞 공영주차장으로 가서 짐을 실었다. 차로 돌아오니 뭔가 익숙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걸어가면 1킬로 남짓밖에 안 걸리지만 차로 가니 거리가 좀 더 긴 것 같았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체크인을 하기 위해 1층으로 갔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니 한쪽은 웨딩홀 방면, 다른 한쪽은 호텔 방면이었다.
1층에 내려서 체크인을 했다. 직원이 조식을 추가할 것인지 물어보았으나, 조식은 추가하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되도록이면 조식을 먹지 않고 있다. 코로나가 무섭기보다는 코로나 때문에 자가격리를 하거나 확진자가 되었을 경우 사람들의 시선이 더 따갑고 무서웠다. 호텔 투숙객의 경우 체크인 시 차량번호를 등록해 두면 주차료는 무료였다.
총 16층 건물인데 10층을 배정받았다. 전망이 어떨지 궁금했다. 예약할 때만 이것저것 알아본 후,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대신 집에서 포항으로 출발하기 전 호텔에 면도기나 칫솔 등은 제공되는지만 한번 검색해 보기만 했다.
엘리베이터는 총 2대였다. 체크인 때는 그렇게 붐비지 않는데 체크아웃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전쟁이었다. 사람들이 11시 부근에 체크아웃을 한꺼번에 하기 때문에 체크아웃 때는 엘리베이터를 몇 번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다.
객실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깔끔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새로 지은 집에 들어간 느낌이랄까! 울릉도 호텔도 깔끔하고 좋았는데, 이곳에 오니 눈이 뿅뿅하고 돌아가는 것 같았다. 1박에 14만원 정도로 이것저것 할인을 받으니 13만원에 예약을 했다. 13만원도 비싼 감이 들어서 울릉도에 있을 때 다시 이 호텔을 조회해 봤더니, 그새 가격이 더 올라서 제일 싼 객실이 20만원 이상이었다. 갑자기 대체휴무일이 되면서 가격이 오른 것 같았다.
울릉도에서 지냈던 호텔보다는 더 호텔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가 호텔 하면 생각나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하얀색의 시트와 이불 베개 등이 깨끗해 보여서 기분마저 좋아졌다.
이호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영일대해수욕장이 보이는 전망이 아닐까?
날이 좋지 않아서 해수욕장 근처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서 커튼을 열면 확 트인 바다가 눈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대신 아래를 내려다보면 에어컨 실외기가 보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화장실과 욕실이 같은 공간에 있지만 유리 문으로 분리된 형태였다. 어미니티도 전부 준비가 되어 있어서 따로 가져간 샴푸라던가 면도기, 칫솔 등은 꺼낼 필요는 없었다.
컵은 단단한 종이컵으로 준비되어 있었는데, 컵이 짱짱해서 주스를 마시거나 커피를 마실 때 사용하기 좋았다.
전반적으로 깔끔하다는 인상이 들었다. 오랜만에 보디 타월 2장, 세면용 타월 2장이 있었다. 뽀송뽀송한 느낌이 너무 좋았었다.
차는 커피와 녹차가 있었으며 생수 2병은 무료로 제공되었다.
이런 호텔의 좋은 점은 충전기를 꽂을 콘센트를 찾기도 쉽고 꽂을 곳이 많았다. 특히 책상 위 부분에 콘센트가 있기 때문에 장비를 널브려 놓기도 좋았다. 옷장에는 캐리어용 받침대와 슬리퍼, 잠옷이 걸려 있었다.
이제 해가 많이 짧아진 것 같다. 벌써 해가 지기 시작했다. 저녁에 먹을 것도 살 겸 밖으로 나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날이 조금 쌀쌀해졌다.
첫날 포항에 왔을 땐 영일대해수욕장에 물이 빠져 넓어 보였는데, 물이 차니 해변이 거의 다 없어졌다.
숙소에서 봤을 때 바다 위에 놓여 있는 건물이 이뻐서 영일대전망대로 걸어가 보았다.
영일대전망대를 보고 있으니 칭다오에서 보았던 잔교가 생각났다.
영일대전망대 앞 다리의 이름은 영일교였다. 영일교 앞에는 금연다짐 종이 있었다. 아빠는 나한테 계속 벨을 한번 쳐보라고 하셨는데, 난 금연할 마음이 아직 없기에 안 칠 거라고 도망갔다. 대신 비흡연자인 아빠가 종을 한번 치셨다.
영일대전망대까지는 갈 수 없었다. 영일교 위에서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물이 찬 해수욕장의 모습과 빠진 모습이 너무나 달랐다. 물이 차오르니 해변이 답답해 보였다.
이 귀여운 동상(?)은 여기에 왜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영일교 앞에는 영일대장미원이 있었다. 장미가 만발하는 시기가 아니어서 조금 썰렁한 느낌이 있기는 했지만, 장미가 만발할 때 오면 사진 찍기 좋을 것 같았다.
해가 지니 장미원에는 불이 들어왔다. 빗물에 비친 조명 빛이 여행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숙소 앞에 이런 곳이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얼마 시간을 보내지 않았는데, 배가 너무 고팠다. 숙소로 가서 빨리 저녁을 먹고 싶었다.
코로나만 아니면 이런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가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멀리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뜨는 해를 보고 싶었으나, 새벽녘에 구름이 잔뜩 껴 있어서 일출을 보지 못하고 다시 잠들어 버렸다. 침대에 누워 밖을 바라보니 바다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울릉도로 향하는 쾌속선은 항구를 벗어나자마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가 타고 왔던 배도 저렇게 가지 않았을까!
하루 더 있고 싶었다. 항상 좋은 곳에 가면 하루만 더 하루만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아쉽지만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어 짐을 정리해서 방에서 나왔다. 체크아웃 시간이 되니 사람들이 몰려서 엘리베이터를 몇 대 그냥 보내야 했다. 조금 서둘러서 나왔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매번 편의점 음식으로 식사를 대신했다. 며칠 편의점 음식으로 식사를 때우니 약간 MSG 맛에 질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텔 조식도 먹고 싶기는 했지만, 코로나라는 녀석이 무서웠다. 무섭다기보다는 징글징글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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