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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은 저녁에 도착해서 정신이 혼미하고, 둘째날은 잠깐 델리 시내를 다녔을 뿐인데 인도인들에게 기까 빨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아빠가 가장 기대했던 타지마할을 가기 위해 전날 뉴델리역 외국인 전용창구에서 기차표를 예약했다. 외국인 전용창구로 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나야 이번이 두번째 인도 여행이니 뉴델리역 외국인 전용창구가 어디있는지 알기에 우리에게 사기 치려는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고 갈 수 있었지만, 처음 왔다면 아마 그런가?라는 생각을 하며 사기치는 아저씨들의 말을 믿었을 것 같다. 이 사람들이 대단한게 어디가 사기이고 어디가 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게 이야기를 한다. 진짜 구라의 경지를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그들의 거짓말에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였다.

 

 

 

뉴델리에서 아그라까지는 특급열차로 2시간 거리였다. 기차는 뉴델리에서 출발하는 열차라 플랫홈에 정시에 기차가 도착을 했다. 아그라까지 가는 기차표는 항상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구간이라 성수기에는 표를 구하기 어렵다. 다행히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시간대 및 날짜에 표를 살 수 있었다. 뉴델리역은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크고 정신이 없다. 플랫홈에서는 계속 힌디어와 영어로 안내 방송이 나오고 사람들도 시끌시끌하고,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갑자기 그때 그 느낌이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기차의 종류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가장 정거장 수가 적은 기차라는 것 밖에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말이다. 인도에서 여러번 기차를 탔지만 이것만큼 좋았던 기차는 없었던 것 같다. 리클라이닝이 되는 의자라는 것을 볼 수 없는 곳이다 보니 이렇게 에어콘이 나오고 리클라이닝 되는 좌석은 최고급에 해당하는 것 같았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을 했다.

 

 

앉아 있으니 아침 식사도 나왔다. 짜이나 차, 그리고 샌드위치인지 오믈렛인지 아무튼 조식을 먹지 못해서 배가 고팠는데 이렇게 공짜로 음식을 주니 기분이 좋았다. 아빠도 타지마할을 볼 생각을 하시니 기분이 좋으신 것 같았다. 인도에 온 이유의 90퍼센트 이상이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기차가 잘 달리다 한동안 달리지 않고 정차해 있었다. 기차역도 아니고 그냥 철길 위에서 말이다. 물어보니 안개가 심해서 갈 수가 없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2시간 거리를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원래는 오전 8시 무렵에 도착해야 하는데 오전 10시가 넘어서 아그라 칸트역에 도착했다. 인도인들은 일상이라는 듯이 별 불만없이 기차에서 내렸다. 연착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만 왠지 마음이 조급해 보였다.

 

아그라 칸트역에 내리니 기차역 앞에는 진짜 수많은 오토릭샤 운전하와 릭샤 운전사들이 초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여행객들을 유혹했다. 일단 사람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올바른 판단이 불가능 해서 착해보이는 릭샤꾼에게 타지마할까지 얼마냐고 물어 본 후 자전거 뒤에 앉았다. 지금이야 내가 살이 너무쪄서 아빠와 함께 앉을 수 없지만 그때만 해도 적당한 몸무게를 유지해서 릭샤꾼 뒷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가냘픈 릭샤꾼이 뒤에서 보니 너무 힘들어 보여서 괜히 내돈내고 타는데 눈치가 보였다. 릭샤꾼은 타지마할에 도착해서 우리에게 한국의 지폐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한국돈이 있으면 한국 지폐를 기념으로 줄 수 없냐고 물어봐서 천원을 주려고 하니, 다른 색깔로 달라고 해서 순간 당황했다. 이것도 사기인가 우리는 50루피에 팁으로 한국돈 1,000원을 주면 대략 100루피 한화로 2,000원을 준거닌까 괘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무튼 뭔가 뒤를 한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웃고 있지만 뒤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니 이때부터 사람의 친절함 뒤에 무엇인가 있는 것 같아서 뭔가 사람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타지마할은 입장료를 사서 안에 바로 들어가면 짜잔하고 타지마할이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 입장권을 사고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안으로 걸어가야 했다. 그런데 입장료가 인도여행하면서 다닌 유적지 중 가장 비쌌다. 대략 1000루피 정도로 그당시 환률로 하면 대략 인당 2만원 정도였다. 대신 인도 현지인들은 몇백원 정도로 외국인은 약간 호구가 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인도여행에서 타지마할은 뺄 수 없으니 울며겨자 먹기로 표를 살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인도정부도 미안한지, 외국인은 물한병과 봉지하나를 주었다. 타지마할 안에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하는데, 외국인들에게는 특별히 비닐봉지를 선물로 주었다.

 

뉴델리도 초미세먼지와 스모그가 심하지만 아그라는 강가에 있는 도시라 그런지 오전 내내 앞이 안 보일만큼 하늘이 뿌했다.

 

이곳을 지나면 타지마할이 짜잔하고 나타나야 했다. 그래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건물을 지나 타지마할을 보러갔다.

 

어!? 그런데 타지마할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많은 블로그에서 문을 지나면 타지마할이 나를 반길 것이라고 했는데, 분수대 끝에 분명히 있어야 할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이걸 보기 위해 한국에서 왔는데라는 별별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타지마할 쪽으로 걸어가니 타지마할의 윤곽이 드러났다. 너무 극심한 스모그로 인해서 바로 앞에 있는 타지마할이 보이지 않았다. 진짜 겨울엔 스모그와의 전쟁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수대 앞에 예전에 영국의 다이애나 왕비가 타지마할을 방문했을 때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찍었다는 의자가 있는데, 그 자리에 앉아서는 타지마할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진짜 가까이 가야 타지마할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계단에서 신발을 벗고 입장료를 살 때 받은 비닐봉투에 신발을 넣고 타지마할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미얀마 여행 때는 사원에 들어가려면 양말까지 벗어야 했는데,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이곳은 양말까지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대리석 바닥을 신발없이 밟고 다니니 기분이 찝찝하기도 하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였다.

 

멀리서 봤을 땐 흰 대리석의 느낌이였으나, 세월의 영향 때문일까, 대리석은 누런색을 띠고 있었다.

 

멀리서 봤을 때보다 규모도 훨씬 크고 웅장해서 건물에 약간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으로 본 타지마할의 모습은 그렇게 크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타지마할을 보게 된다면 그 규모에서 먼저 놀라게 될 것 이다.

 

정오에 가까워질 수록 스모그는 많이 사라졌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타지마할의 모습을 아침보다는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입장료가 비싼데 너무 빨리 나가면 너무 돈이 아까울 것 같아서 타지마할을 나가지 못하고 계속 봤던 곳을 또보고 또 보았다. 타지마할을 보면서 진짜 이곳은 평생 한번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평생 한번 밖에 오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장소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타지마할 같다. 그리고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과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도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일단 가는 과정 자체가 너무 힘들기에 다시 여행을 계획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젊을 때 아니면 체력적으로 너무 부담스러운 곳들이기에 젊을 때, 기운있을 때 딱 한번이면 족한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광객도 많아졌다. 점점 스모그가 거치게 되니 사진에서 보던 타지마할의 모습이 나타났다.

 

 

 

내가 생각했던 타지마할은 이 분수대에서 멋지게 사진을 찍는 것이였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 속으로 타지마할을 상상하며 사진을 찍었다. 아빠가 빨간색의 특이한 모자를 쓰고 다니셔서 그런지 사람들이 한번씩 모자를 쳐다보고 지나갔다.

 

타지마할이 안보인다고 그냥 있을 수 없지 않은가! 남들이 다하는 타지마할로 할 수 있는 착시효과 사진을 찍어 보았다.

 

몇 시간 동안 타지마할 앞에 있으면서 타지마할을 질리도록 보고 온 것 같다.

 

정오가 지나 오후 한시쯤 되었을까 완전히 타지마할의 모습을 영접할 수 있었다. 역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여기서 비비적 거리지 않고 다른데로 갔으면 이런 모습을 놓쳤을 것 같다.

 

타지마할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밖에 나가면 너무 정신이 없어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다음 장소로 이동을 위해 타지마할과 작별의 인사를 하고 타지마할 밖으로 나왔다.

 

정신이 다시 혼미해지는 것 같다. 지나만가도 이사람 저사람이 우리에게 호객행위를 했다. 여행을 하다보면서 알게된 점은 세워져 있는 오토릭샤나 릭샤를 타기보다는 지나가는 빈 오토릭샤나 릭샤를 타는게 사기도 덜 맞고 저렴한 것 같았다.

 

무섭게 달려드는 삐끼아저씨들을 피해 길가로 나와 오토릭샤를 잡아 탔다. 다음 목적지는 타지마할을 본 후 꼭 간다고 하는 아그라성이였다. 델리는 그래도 대도시라 그런지 인도를 걷거나 상점이 많아서 볼거리가 많아서 걸어다닐만 했다. 종종 횡단보도가 없어서 힘들 때도 있기는 했지만, 그런데 이곳은 구글 지도만 보고 왔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었다.

오토릭샤는 동남아 여행하며 타는 뚝뚝이 같은 것으로 운전석 뒤에 앉는데 전에 친구들과 왔을 땐 성인 남자 3명정도 까지 끼어서 탈 수 있었다. 저렴하고 인도의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교통수단이지만, 약간 목숨은 내 놓고 타고 다니는 느낌이였다.

 

 

타지마할 만큼 많은 방문자들로 북적이는 장소였다. 붉은색으로 된 성이 인상적이였다. 타지마할과 대조되는 느낌이 들었다.

 

입구는 정신없었지만, 성안으로 들어오니 역시 다시 평화가 찾아 왔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올 만한 이유가 있었다. 내 멘탈을 구하는 비용을 입장료로 대신한 것 같다. 아무튼 인도여행의 3일차 였지만, 적응이 잘 안되는 것 같다. 해외나오면 집생각이 잘 안나는데, 인도여행을 하는 내내 집이 그리웠다. 그래도 남은 일정이 있으니 정신 잘 잡고 다녀야 할 것 같았다.

 

 

아그라주변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기에 스모그만 아니였다면 풍경이 죽여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성을 만들어 무엇을 했을까? 지금은 시간이 오래 지났기에 사람의 흔적을 느낄 수 없겠지만, 과거에는 더 화려하고 아름답지 않았을까? 알라딘에 나오는 그런 풍경이였을까? 성의 전망대(?)에 서서 사람의 유한함과 권력의 무상함 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하루종일 아침에 기차에서 먹은 오믈렛인지 샌드위치 같은 것이 전부였다. 아그라성을 구경하고 나니 배가 고팠다. 그런데 식당을 찾기 힘들었다. 괜히 길거리 음식 먹었다가 장염에 걸리면 안될 것 같아서 구글지도에서 메인 쇼핑거리를 찾아 가보았다. 그런데 주말이라 그런가 문을 다 닫았다. 여기서 피자나 먹고 가려고 했다. 문연 상점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기차역으로 빨리 돌아갔다. 기차역에 가서 예약된 기차보다 빠른 기차가 있으면 델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모든 기차가 연착되어서 언제 기차가 올지 모른다고 한다. 다행히 기차역 안에 스낵코너가 있어서 점심겸 저녁을 대충 먹었다. 우리는 원래 오후 5인가 6시 기차를 타고 뉴델리로 돌아오면 저녁 8~9시 사이가 되어야 했다. 그런데 아그라 칸트역에서 6~7시간을 기다린 것 같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뉴델리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그 기차마저 연착이 되어 새벽 4시 무렵에 뉴델리 역에 도착을 했다. 인도에서 계획이란 무의미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착되었다고 그 누구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다.

 

인도여행에서 아그라는 뺄 수 없는 필수적인 장소이다. 대부분 당일치기고 타지마할을 보고 오려고 한다. 그런데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빼버려야 하는 여행지이기도 한다. 전에 친구와 1주일 북인도 여행을 할 때 타지마할을 가고 싶었지만, 우리 일정상 타지마할은 비행기 타는 마지막 날 밖에 시간이 되지 않았다. 비행기가 자정에 탑승이라 낮에 타지마할을 보고 오고 싶었지만, 역무원이 기차가 연착되면 비행기 시간에 못 돌아 올 수 있다는 말에 우리는 타지마할을 포기했다. 가끔 친구와 만나면 그때 타지마할을 보고 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이야기 한다. 한국과 같이 생각한다면 두시간 거리에 있는 타지마할을 당일치기로 충분히 가능할 것 이라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곳은 인도이다. 인도여행의 최고의 계획은 무계획이다. 계획은 단지 계획일 뿐이라는 것을 인도여행을 통해 매일매일 배우게 되었다.

A. Agra Railway Station Agra-Bikaner Road, Railway Station Colony, Agra, Uttar Pradesh 282001 인도

B. Agra Cantt Railway Station 인도 282001 우타르 프라데시 아그라 이드가 콜로니 아그라 캔트

C. Taj Mahal 인도 282001 우타르 프라데시 아그라 타즈간즈 포레스트 콜로니 다르마퓨리

D. Agra Fort 인도 282003 우타르 프라데시 아그라 라카간즈 아그라 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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