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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핸드폰이 이상해서 초기화를 시켰더니 기존에 있던 사진을 클라우드에서 다시 다운 받느라, 계속 사진 오류가 뜨는 것 같다. 원래는 현지 올린 사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사진이 많았는데, 열번정도 사진 올리려고 시도한 것 같다. 그런데 계속 오류가 나서 일단 이렇게라도 올라간 사진이라도 건지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이렇게 급하게 글을 쓴다. 못올린 사진들도 잘 나온 사진들인데, 글을 쓰기에 좋은 사진인데 올리지 못해서 아쉽기만하다.

뭐 여행이라고 맛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아침은 이렇게 집에서 가지고 간 떡과 편의점에서 산 사리곰탕으로 간단하게 먹었다. 그래도 멋진 풍경을 보면서 먹으니 나름 나쁘지 않은 아침식사였다.

아침은 심플하게 먹었지만, 그래도 아메리카노는 포기하지 못해서 호텔 1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찐한 아메리카노 한잔만 주문을 했다.

가격이 조금 비싼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메리카노가 투샷이 들어갔는지 찐한게, 아침부터 카페인 충전을 했다.

아침부터 숙소를 나와 산책하러 나온 것은, 전날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본 감자꽃을 보기 위해 숙소 아래에 있는 감자밭으로 왔다. 가는 길에 들꽃이 피어서 기분이 좋았다. 아침이지만 초여름이라 아침부터 햇살이 강렬했다. 조금만 걸었을 뿐인데, 씻고 나온게 무색하게 또 땀방울이 이마에 맺히기 시작했다.

조금 내려오니 감자밭이 나왔다. 눈으로 봤을 때는 새하얀 감자꽃이 이쁘게 보였는데, 막상 사진으로 찍으니 새하얀 밭이 찍히지 않았다.

그래도 최대한 새하얀 밭을 찍고 싶어서 노력한 결과 이렇게 똥마려운 자세를 한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역시 폰 카메라의 한계인지,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은거야 혼자서 체면을 걸었다.

감자꽃을 처음보는 나는 신기할 뿐이었다. 감자는 오늘 점심에도 먹었는데, 이렇게 꽃을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감자가 꽃이 핀다는 것 자체가 훨씬 더 신기했다.

처음보는 감자꽃이라 더 이쁘게 찍고 싶었는데, 뭔가 100퍼센트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어느날 부터인가 이런 거울이 있으면 아빠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나는 쑥스럽지만 못이기는척 투덜거리며 사진을 찍었다. 보통은 내가 사진을 찍어주는 편이기에 여행을 갔다와도 내사진은 채 10장이 안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셀카찍는 것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기에. 예전에 정상 체중일 때는 나름대로 그래도 셀카를 찍었는데, 살찐 후로는 외모에 대한 자신이 없어져서 그런지 사진 찍는 것이 싫고, 퍼져보이는 내모습이 싫었다.

호텔로 올라가기 전 빨간색이 인상적인 감자밭을 정원으로 가진 집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야 가끔 어쩌다 한번 보닌까 신가하겠지만, 매일 보는 사람은 지겨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가 도시에 살면서 매번 반복되는 일상을 지겨워하고, 다른 곳을 여행하는 것을 꿈꾸는 것 같이. 해외학교에서 근무하고 싶어서 한 때 준비를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여행으로 갔을 때 그곳이 즐거웠던 것이지, 생계를 위해서 가면 과연 즐거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과 한국보다 더 한정적인 인간관계의 사람들, 어떻게 보면 한국보다 더 폐쇄적인 구조일 것 같은, 목을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 뭐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지만, 어느날 갑자기 해외체류에 대한 매력이 확 떨어졌다. 그래서 이렇게 한국에 있지만, 기회를 놓친 부분들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미련이 남지는 않는다.

이날은 일요일이라 평소보다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을 나왔다. 바로 청옥산으로 가려다가, 드라마 '도깨비'에 월정사 전나무길이 나왔다는 것을 어디서 들어서 이곳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쳐 가기 아쉬워서 잠시 산책이나 할겸 월정사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 근처에 오니 매표소가 있었다. 성인 인원수와 차량 대수로 금액을 받았다. 원래는 우리는 성인2에 승용차 1대라 15,000원인데, 이곳도 경로 우대가 되는 곳이었다. 그래서 아빠는 무료로 입장을 해서 10,000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주차장을 빙글빙글 몇 번 돌았더니 빈자리가 생겨서 잽싸게 주차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월정사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전나무길만 돌고 갈 예정으로 이곳에 왔다. 그런데 한바퀴 다 도는데 생각보다 짧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바로 이렇게 전나무길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다. 다리를 건넌 후 돌아도 되고 아니면 이렇게 주차장 옆에 난 길로 들어가도 상관은 없다.

시계방향으로 도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보았다. 하늘이 너무 맑고 공기는 더욱더 깨끗했다.

옆에 주차장과 차도가 있지만 차가 다니는 길이 바로 옆에 있다는게 의심스러울 만큼 조용했다. 그리고 적당히 있는 그늘과 태양이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나무가 쭉쭉 하늘높이 뻗어 있어서 뭔가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시름들이 뻥하고 뚫리는 느낌이었다.

점점 포즈도 표정도 다양해지는 것 같다.

햇살이 렌즈에 정통으로 꽃혀서 나름 몽환적인 분위기의 사진으로 나왔다.

이곳에서도 점프 샷을 찍었다. 나도 그렇고 아빠도 점점 점프샷 찍을 때 시도하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 같다.

너무 아쉬워서 셀카를 한번 찍어 보았다. 역시 뚱뚱보 필터가 작용한건지 나는 펑퍼짐하게 아빠는 날씬하게 나온 것 같다.

개울소리도 너무 좋고, 스님붙들도 운동삼아 나오시는 것 같았다. 마음이 나도 모르게 경건해지고, 손도 공손해지는 것 같았다.

아침이지만 햇살이 강렬해서 더운 날이었는데, 나무가 많아서 시원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개울 옆에 앉아서 개울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난 고프로로 개울 소리를 녹화를 했다. 그런데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았더니 소리가 찢어지듯이 녹음이 되어 이걸 사용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 된다.

나무데크가 된 부분은 흙길과는 또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그리고 종종 나무에 이런 팻말이 붙여져 있다. 팻말을 읽으며 한번 더 내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본격적인 전나무길에 들어서니 쭉쭉 뻗은 전나무가 쫘악 펼쳐져 있었다. 여름도 멋지지만 겨울도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엄청 추울 것 같지만.

 

지나가는 길에 다람쥐가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구걸을 하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갔다 했다. 귀여우면서 무서웠다. 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다람쥐들은 사람이 무엇인가를 먹거나, 가방에 손이가면 눈치를 보면서 사람쪽으로 왔다.

아침 일찍 사람이 뜸한 시간에 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너무 좋아서 다음에는 사람이 뜸한 시간대에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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