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이 강릉이나 평창을 가면 꼭 가봐야 한다고 평이 너무 좋은 안반데기를 늦은 오후시간에 갔다왔다. 평창하면 고랭지 채소가 유명한데, 고랭지 채소가 재배되는 곳이라고 하는데, 7월이 지나면 이곳에 배추가 심어지면 푸르른 채소밭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여행에 미치다'등에 계속 올라오는 사진 중 하나가 안반데기에서 차박을 하면서 찍은 은하수 사진이다. 한국에도 이렇게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직접 가서 보니 날이 맑으면 온 우주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안반데기 가는 길에 위치한 산골식당
라마다 평창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안반데기가 있다. 같이 동행한 분들이 미리 안반데기 가는 길목에 있는 식당을 알아보니 그중에 평이 좋다는 '산골식당'에 토종닭을 예약해 두었다고 해서 안반데기 가는 길에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들렸다. 식당으로 가는 길도 오리지나루 강원도 길을 체험할 수 있었다.
길가에 위치한 산골식당은 이런 곳에 사람이 살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산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살짝 주차장이 협소하기는 했지만 주차장도 있었다. 다 무너져 가는게 아닐까 의심이 드는 오래된 집이 있는데 그곳이 식당이었다. 너무 산골이라 나는 여기 살면 무서워서 밖에 못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뿐이었다.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더니 실가닥처럼 비가 아주 가늘게 내렸다.
토종닭 예약을 조금 늦게해서 음식이 준비될 때까지 시간이 남아서 식당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주인아저씨께서 이곳에 진짜 양이 있다고 하셔서 따라 갔더니 진짜 양이 있었다. 대관령이 양때목장으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집에서 이렇게 양을 키우는 모습은 처음 봤다. 애완동물로 양이라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고 한녀석은 털을 깍다가 말아서 반은 털복숭이 인데, 반은 털이 없어서 날씬해 보였다. 시크하게 잠시 우리를 구경하고 밥만 먹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양치기 개가 2마리 있었는데, 사진에 보이는 개는 너무 사람을 친근하게 대하는데, 다른 한마리는 약간 공격성을 보여서 무서웠다. 작년에 삼양목장에서 양몰이 개가 양몰이를 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 때는 너무 먼 곳에서 봐서 그냥 개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몸도 날렵하고 똑똑해 보였다.
식당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있으니 이것도 꽤 재미가 있었다. 고양이 사진을 가까이 가서 찍고 싶었는데, 고양이의 배를 보니 임신한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는 것 같았다. 그래서 거리를 두고 줌으로 고양이를 찍었다.
많지는 않지만 꽃도 피어 있었다.
그리고 어디에 사용되는 장작인지는 모르겠지만 집 한쪽에는 굵은 나무들이 쌓여 있었다. 겨울을 대비하는 것인지, 아무튼 나무의 두께가 장난이 아니었다.
가격은 어느 곳이나 비슷하겠지만 약간 비싼 편이었다. 솔직히 이런 토종닭 식당은 제 기억에 처음인 것 같다. 항상 가성비가 안 좋아서 이런 곳에 눈길을 한번도 준적이 없었다. 이 돈이면 치킨을 3~4마리 사먹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식전반찬으로 감자전과 샐러드 나물이 나왔다.
그리고 메인 음식인 토종닭이 나왔다. 식감은 우리가 평소에 먹는 음식과는 식간이 많이 달랐다. 질긴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기억하는 한 이런 닭을 먹어본적이 없기에 식감이 특이했다. 질긴 것 같지만 쫄깃한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같이 곁들여 먹는 채소 중 가운데 잡초같이 생긴 풀이 있었는데, 처음에 우리는 먹어도 되는건지 몰라서 망설였었다. 주인분께 물어보니, 먹어도 되는 풀이라고 했다. 왠지 느낌은 집에 있는 화초를 뽑아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전반적으로 가격에 대한 부담이 큰 부분이 있었으나, 건강한 음식을 먹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알프스 안반데기
저녁 식사도 했으니 다시 안반데기로 향했다. 평창군 평균 고도가 700미터 인데, 안반데기는 그보다 더 높은 1000미터에 위치해 있었다. 올라가는 길은 꽤 험한 편이었다. 올라가는 내내 아빠가 얼마나 투덜거렸는지, 꼭 이런데 가야겠냐고?!!! 가는 내내 욕을 먹어야 했다. 그러나 안반데기 주차장에 도착하는 순간 부정적인 생각은 눈 녹듯이 싹 사라져버렸다.
이곳에 차를 주차해도 되고, 차를 타고 더 위로 올라가도 주차장이 있다. 이곳에서 길이 갈라지는데, 한쪽은 일출을 보러 가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차박을 하면서 은하수를 보는 쪽이라고 매점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셨다.
해발 1000미터에 왔으니 잠쉬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곳을 구경하는 트레킹 코스가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 와보니 구름 위의 땅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았다. 어떤 구름은 이곳보다 낮게 떠있어서 신선이 사는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선에서 출발해서 안반덕을 지나서 대관령을 지나, 경포해변까지 닿을 수 있나보다. 딱봐도 쉬워보이지 않는 길이지만 한번 걸어 볼만하지 않을까? 산속을 굽이굽이 돌아서 예전 사람들이 가던 방법대로 가보는 여행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차박을 하는 장소, 은하수를 볼 수 있는 멍에전망대 쪽으로 걸어 갔다. 가는 길에 가지런하게 정리된 밭을 볼 수 있었다. 푸른 풀과 대조적인 황토색의 땅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언덕을 조금씩 올라갈 수록 맞은편에 보이는 언덕이 선명하게 보였다. 완만하게 펼쳐진 구릉지대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구릉지 사이로 난 길 하나마저도 감성적으로 보였다.
파노라마 모드로 시간차를 두고 사진을 찍었다. 역시 이런 곳은 파노라마 샷이 진리인 것 같다.
비는 오지 않지만, 노란색 우산을 소품으로 사용하니 꽤 괜찮게 사진이 찍혔다. 이정도 높이이면 바람도 심하게 불만한데 바람이 불지 않는게 신기했다. 날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곳을 오르면 이제 또다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왼쪽에는 주차장이 있었는데 차박을 하는 사람들로 빈자리가 많지 않았다.
언덕에 올라오니 푸른 들판이 펼쳐졌다. 그리고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었다.
길을 따라, 아니 사람을 따라서 갔다. 풍경에 취해 있다 싶었다. 알프스도 멋지지만 이 곳은 알프스와는 비교가 안되는 무엇인가 있는 것 같았다.
언덕에 올라와서 보니 이곳은 황토빛의 땅과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느낌을 주었다.
비슷한 사진이지만 핸드폰 사진기 버튼을 쉴세 없이 누를 수 밖에 없었다.
같은 길에서 파노라마로 찍으니 다른 길에서 찍은 것 같이 나왔다. 원래는 같은 길이다.
전망대는 바람때문인지 돌무더기가 무너져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옆으로 드나들고 있었다.
평소에 볼 수 있는 풍력발전이 아니기에 풍력발전기가 주는 이국적인 느낌에 풍력발전기를 계속 찍었다. 노을이 지는 하늘과 구름, 풍력발전기의 조화가 좋았다.
그리고 언제나 멋진 곳에서는 점프샷을 찍는다. 나도 함께 뛰고 싶었지만 이렇게 찍어 줄 수 밖에 없어서 항상 아쉬웠다.
구릉과 구릉 사이에 마을이 있고, 그리고 우리가 위치한 곳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구름이 잠시나마 현실의 시름을 잊게 해주었다.
무너지 돌담을 피해 전망대에 올라 왔다.
이곳에 텐트를 친 사람은 누구일까?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아직은 빈 밭만 있지만, 7월쯤되면 이곳이 배추밭으로 푸른 물결이 일렁이 곳으로 바뀐다고 한다.
조금 더 사진을 이쁘게 찍었어야 했는데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오히려 이런 곳에 오면 인물사진을 더욱더 못찍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구름 때문에 석양이 강하지 않게 보였다. 그러나 내 눈은 알어서 필터링을 했는지 강하게 느껴졌다.
파스텔 톤으로 하늘이 점점 물들어 갔다.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서로 어떤 마음일까? 모든 것이 비현실적인 이 공간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아무말 없이 풍경만 보고 있어도 좋았다. 그냥 앉아서 잠시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이곳까지 올라올 때는 꼭 이렇게 험한 길을 올라서 와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올라오고 나니, 그런 말이 쏘옥 들어 가버렸다. 지금의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서 이 순간이 없어지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완전히 붉게 하늘이 물들었다. 오늘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이 머리 속으로 지나갔다. 고성 라벤더와 송지호해수욕장, 그리고 토종닭, 마지막으로 안반데기. 하루지만 많은 것을 했었다. 그렇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힘든지도 몰랐다.
노을을 보고 있으니 마음 한쪽이 시린 아픈 느낌이 들었다. 너무 아름답기에 오히려 더 마음 한구석이 아파왔다.
그냥 서로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되는 것일까? 이곳에서 별을 보기 위해 왔을까? 날이 쌀쌀해지고 있었다.
저멀리 동해 바다가 보였다. 보였다기 보다는 내 머리 속의 관념이 바다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저 멀리에는 대관령이 보이고 강릉시내가 보이고, 동해바다가 보였다.
빠른 속도로 어둠이 찾아 왔다.
이제는 가야할 것 같아서 주차를 한 곳으로 다시 걸어서 갔다. 올 때는 설레임이 가득했다면, 떠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냥 아쉬웠다.
미리 챙겨온 긴팔을 입고 있었기에 오히려 나는 땀을 흘렸다. 그러나 땀이 식으니 빠른 속도로 추워지기 시작했다.
차박을 하는 곳은 더욱더 많은 사람들로 주차장이 붐볐다. 그리고 저 분들은 화장실 뒤, 안반데기가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명당이긴 한데, 화장실 뒤라 조금 기분은 그럴 것 같았다.
안반데기에 있는 마을에도 서서히 불이 들어 왔다. 은하수를 볼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하늘이었지만, 차가 이곳으로 계속 올라왔다.
산길을 내려와서 숙소로 오는 길이 무서웠다. 넓지 않은 도로도 무서웠지만, 약간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주변이 으스스 해졌다. 왠지 창문을 열만 뭔가 숲에서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살아서 숙소까지 왔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기에 편의점에서 저렴한 술과 안주를 사가지고 왔다. 다음날은 요즘 핫하다는 청옥산을 갈 예정이다. 얼마나 많은 구절초를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난 술을 먹으면 두통이 올 것 같아서 오란씨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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