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테마로만 진득하니 올려야 하는데 금방 질리는 성격이라 해외편 올렸다가 국내편 올렸다가 왔다갔다 하네요. 저번에 서산, 태안여행 중 두군데 정도 남았는데 그중 한군데인 개심사를 다녀온 후기를 올리겠습니다.
서산여행의 핵심은 유기방가옥 수선화 축제와 개심가 방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개심사를 가야하는데 왠지 산을 조금 올라야 할 것 같아서 아침부터 절에 가는게 마음 속에 내키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곳까지 왔는데 안가면 왠지 서운할 것 같은 마음에 온김에 잠시 들려본다는 마음으로 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절이 있는 곳으로 갔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관광객이 줄었다고 뉴스에서 떠들어 대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아서, 점심을 먹은 후 주차장으로 가니 주차할 공간이 없었다. 한두달 간 사람들이 밖을 안나가서 봄이 되니 다들 몸이 근질근질 했을 것 같다. 나야 역마살이 껴서 발리여행 이후 어디를 못가고 있었는데도 죽을 것 같은데. 겨울내내 곰도 아니고 코로나 때문에 강제 동면에 들어갔다 이제 봄이 되니 슬슬 몸에서 반응을 하는 것 같다. 몸은 동굴을 나가서 햇빛을 보자고 하지만 머리 속의 이성은 나가면 안된다고, 내면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했다. 그래서 본능이 우선이었는지 따뜻한 햇살을 따라 봄바람 맞으러 나왔다. 그러나 마스크와 손소독제 사용은 필수였다.
어린 아이들도 오랜만에 집을 나와서 봄날의 햇살을 느끼니 기분이 좋아보였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은 봄을 느끼고 있었다. 2020년 봄만큼 아쉬움이 남는 봄이 어디 있을까? 계속되는 온라인수업과 재택근무, 그리고 외출자제 등 겨울동안 찌뿌둥했던 몸과 마음을 봄에 날려버려야 하는데 밖은 봄이지만 마음은 아직도 겨울이었다.
주차장에서 개심사까지는 꽤 오래 걸어야 했다. 운동을 한동안 안했더니 간단한 등산도 힘들게 느껴졌다. 수영을 좋아해서 운동삼아 수영장을 가는데 2월 말에 갑자기 확진자가 급증하는 바람에 수영장이 아직까지도 문을 닫고 있다. 역시 우리 몸은 조금만 소홀히 대해도 바로 반응을 보여주는 것 같다. 평소같으면 힘들지 않을 오르막 길인데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
바람은 아직은 차가웠기 때문에 땀을 식혀주기에는 충분했다.
한참을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몇 십미터를 더 걸어야 했다.
절에 들어서니 연못이 보였다. 불국사가 생각났다. 이 물을 건너면 이제 부처의 세상으로 들어가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연못을 건너는 다리를 건넜다. 그런데 넘어지면 어쩌지 물에 빠지면 어쩌지 별별 잡생각이 들었다.
연못에서 바라본 절의 모습은 아! 이래서 개심사 개심사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벚꽃과 절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또 다시 계단을 올라서 절에 들어갔다. 4월 초입이라 벚꽃과 다른 꽃들이 오늘이 주인공은 자기라는 듯이 미를 뽑내는 것 같았다.
흐늘어지듯 떨어지는 나뭇가지에 있는 분홍 꽃이 아름다웠다. 그런데 갑자기 화투가 생각나는 것은 왜그랬을까? 갑자기 화투그림들이 생각났다.
부처님오신 날까지는 날이 남아 있었지만 절은 벌써 부처님 오신날을 기리기 위한 준비로 바빠 보였다. 크리스마스 오기 한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범종이 있었는데 범종보다 누각의 기둥에 오히려 더 눈길이 갔다. 쭉쭉 뻗은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 불안해 보이지만 자연스럽게 휜 나무를 기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시각적인 신선함이 느껴졌다. 자연그대로를 가지고 와서 평범해 보이는 곳을 특별하고 한번 더 눈길이 가게 만들었다. 완전 마음에 들었다. 인위적인 건물이지만 최대한 자연의 멋을 살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꽃이 전국 곳곳 활짝 피던 시기라 어디를 가던지 대포사진기를 볼 수 있었다. 사진기가 렌즈에 매달려 있어서 너무 웃겼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꽃세상이었다. 아직은 황량한 것 같은 산에 분홍빛의 벚꽃들이 피어 있으니 더욱더 돋보였다.
그리고 사잇길을 지나서 갔다. 색이 바래서 다시 칠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바란 벽에서 느껴지는 빈티지한 느낌이 더 좋았다. 세월의 깊이를 빛바랜 벽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대웅전을 가운데 두고 다른 건물들이 마당을 감싸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마루바닥이 걸으면 삐걱거릴 것 같아서 조심히 걸어야 하지만 누우면 시원할 것 같았다. 그리고 아직은 겨울의 찬기운이 남아 있지만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기에 처마의 길이가 딱 적당했다.
그리고 스님들이 기거하는 건물이 보였다.
대웅전은 다른 절보다 작아 보였다. 그러나 위협적이지 않고 정겨움이 느껴졌다.
이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건물은 아마 대웅전 옆건물에 있는 건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그냥 특이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건물도 자세히 보니 자연 그대로를 건물에 옮겨 놓은 느낌이었다. 가우디의 건물이 곡선을 사용해서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면, 이 건물도 한국의 가우디가 만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가우디의 건물보다 먼저 지어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에 가우디가 이 건물을 따라서 만든게 아닐까 라는 착각이 들었다. 자연의 느낌을 그대로 건물에 살려 넣을 것 같았다. 곡선과 곡선이 만나서 건물을 지탱하고 있었다.
얼핏보면 그냥 건물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기둥을 보면 나무를 그대로 옮겨서 세운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다른 옆건물도 인상적이었다. 개심사는 청벛꽃이 유명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고 들었는데, 이런 디테일을 사람들이 느끼고 가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건물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건물들에 자연이 미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자연스러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낮은 담장은 주변 풍경을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개심사의 모든 것이 자연과의 조화를 생각해서 지어진게 아닐까!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실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느낌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개심사의 상징인 청벚꽃은 아직까지 꽃을 피지 않아서 아쉬웠다.
평범한 담장도 기와를 다른 방식으로 얹으므로서 멋들어지게 보였다.
그리고 담장너머 보이는 꽃이 아름다웠다.
이 곳을 설계한 사람은 멋을 아는 사람이 아닐까! 아니면 기본을 지키면서 자신이 개성을 절에 조금씩 녹여 낸 것이 아닐까! 평범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평범하지 않은 절이었다.
위어서 봤을 땐 낮은 담장이어서 주변 풍광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아래에 내려와서 절을 올려다 보니 절의 안쪽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안에서는 답답하지 않는 느낌을 주되, 밖에서는 사생활이 보호되는 구조였다.
내려갈 때는 차도로 내렸갔다. 간간히 지나가는 차 때문에 갓기롤 피해야 했지만 걸어가는 사람이 적어서 자연을 즐기면서 설렁설렁 내려갈 수 있었다.
짧은 시간 등산을 했더니 배가 고팠다. 그래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산채비빔밥과 감자전을 주문했다. 햇살이 따뜻해서 야외에서 식사를 했다. 상큼한 나물에서 봄을 느낄 수 있었다.
원래는 개심사 옆에 있는 서산현대농장을 가고 싶었는데 입구를 못찾아서 그냥 지나쳐 왔다. 간월암가는길 어느 향교에서 차를 세웠다. 향교로 들어가는 입구의 나무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향교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이 나무들은 이곳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을까? 나무의 정령이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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