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해미읍성으로 빠지는 톨게이트를 보고는 했었다. 한번 가보고 싶은데 막상 기회가 생기기 않아서 가봐야지 생각만 해봤지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 개심사로 향했다. 해미읍성이라는 말은 들어 봤지만, 해미읍성이 서산에 있는 것인지는 몰랐다. 개심사로 가는데, 갑자기 수원화성 같은 성곽이 나왔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이게 뭐지 시간도 많은데 한번 들렸다 가볼까?라는 생각에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나의 여행은 역시 즉흥성이 반이 넘는 것 같다. 개심사를 가다 갑자기 샛길로 나와 버렸으닌까.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잠시 화장실을 갔다왔다. 화장실 앞 관광지도를 뚫어지게 쳐다 봤다. 뭐가 있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1경부터 9경까지 천천히 지도에 나온 숫자를 따라 갔다. 그런데 1경이 해미읍성이다. 아빠는 항상 1경은 보고 가야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여기가 1경인 해미읍성이니 소 뒷걸음 치다 쥐잡은 꼴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가려던 개심사는 4경이고, 개심사 옆의 현대목장은 5경이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간월암은 무려 3경으로 이번 여행에서 서산 관광지 탑 1,3,4를 보고 왔다. 가장 아쉬운 것은 5경의 서산 현대목장에서 벚꽃을 보지 못하고 온게 아쉬웠다.
그리고 서산 여행 모바일 앱이 있다고 해서 다운을 받았는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로그인이 잘 안되서 몇번 시도해보고 바로 짜증나서 지워버렸다.
가죽자켓에 우람한 엔진소리를 내는 라이더들도 봄날의 따뜻함을 따라 해미읍성을 방문했다. 그냥 스쿠터 타는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그리고 운전매너도 라이더들은 좋은 편이라 운전할 때 길에서 덜 무서운 것 같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은 봄날의 따뜻한 바람을 따라 전국을 누비고 다닐꺼라 생각하니, 오타바이가 주는 자유로움이 부러웠다. 그리고 달릴 때 느껴지는 바람이, 내 몸이 살아 있음을 세포 하나하나가 느끼는 것 같아서 나도 한번 해볼까 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러다 아빠한테 또 욕먹었다.
성벽을 따라 걷는데 주변으로 높은 건물이 없어서 고즈넉한 맛을 더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이 마음 속 깊숙한 곳을 살랑살랑 간지럽히는 것 같았다. 적당히 쌀쌀하고 아직까지는 뜨겁지 않은 햇살이 여행객의 컨디션을 최고로 만들어 주었다.
성인데 이렇게 낮아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위협적이지 않은 성벽의 높이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성 안으로 들어올 때 아무런 제재가 없었지만, 나갈 때 보니 직원이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해 약간의 통제를 하고 있었다. 성 안으로 들어오니 성벽 안쪽으로 완만한 흙무더기가 보이고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한양의 성과는 달리 대부분은 성외곽에서 생활을 하다가 유사시에 성안으로 들어와서 관군을 도와 생활했기 때문인지 성 안에는 많은 가옥들이 없었다. 아니면 아직 복원을 다 안한건지는 모르지만, 성 안은 몇몇 건물들만 있을 뿐이었다. 아마 과거에는 이곳이 이 지역의 핫플레였을거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흔적만 간직한 관광지로 바뀌었다.
이때까지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게 너무 어색했다. 지금이야 어디를 가던지, 마스크 착용을 하는게 암묵적인 생활 규칙이 되었지만, 이때까지도 마스크를 착용하는게 익숙하지 않아서 마스크를 한 모습을 보면 웃펐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무가 아픈건지 건강하게 하기 위해 수액을 맞게 있는게, 신기했다. 그리고 생긴 것도 링겔같이 생긴게 웃겼다. 아빠는 나무의 안부를 물었지만, 나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뭐 나무와 대화를 하면 진짜 우리가 병원에 가있어야 하지만.
해미읍성 안은 넓은 빈 공터로 되어 있고, 몇몇 군데에 옛날의 가옥이 있고, 관청이 있었다. 아직 잔디는 노리끼리하지만 꽃만은 활짝 펴서 황량해 보이는 성을 화사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우물이 있었는데, 진짜 거대했다. 거대한 우물 주변으로는 꽃이 폈는데 이곳은 그냥 우물이 아닌 그당시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 카페가 아니었을까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물을 기르로 왔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잠시 담소도 나눌 수 있는 장소, 누군가를 험담하기도 하고, 신세를 한탄하기도 하던 스트레스 해소 장소 였을 것 같았다. 지금은 과거의 흔적만 남았서 더욱더 쓸쓸해 보였다.
그리고 새로 지어진 듯한 건물이 있었다. 기와와 돌담의 조화로 담장이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고 편안해 보였다.
그리고 우리같은 평민이 살던 집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곳에 사생활이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담장은 낮았다. 아마 이런 건축양식은 관계지향적인 문화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지나가는 사람과 허물없이 대화를 할 수 있는 담장은 나와 너를 구분 짓기 보다는, 나와 너의 공간을 공유하는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현대의 사람들은 아마 이곳에 살면 미쳐버릴지도 모를 것 같다. 개인의 사생활이 우선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더 남과 담을 높게 쌓고 자신만의 집, 방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이런 오픈된 공간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담장 너머로 집을 기웃기웃 하는게 재밌었다. 그리고 돌담대신 개나리가 담장의 역할을 하는 부분에서 이집의 엣지를 느낄 수 있었다. 돌로만 지으면 삭막할 수 있겠지만 개나리 담장을 통해 돌담장이 주는 삭막함을 개나리가 희석시켜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쪽에는 무궁화 동산이 있었는데 아직은 무궁화 철이 아니라서 나무만 앙상했다. 무궁화 동산하니 논산훈련소가 생각났다. 가끔 군생활이 기억 속에서 소환될 때가 있는데, 해안가에 갔을 때 제일 먼저 나도 모르게 생각난다. 그런데 이날은 무궁화를 보자마자 15년 전 훈련소에서 본 무궁화가 생각났다. 논산 훈련소의 무궁화 길은 꽤 인상적이었다. 특히 6월에 입대를 했기 때문에 항상 무궁화를 볼 수 있었는데, 군대가 아닌 여행으로 왔다면 인스타 성지라고 좋아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여름날의 그 느낌은 너무 좋다.
해미읍성은 볼거리는 많지 않지만, 천천히 아침시간에 산책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아직 더위가 오기 전의 4월이라 찬바람과 점점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걸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곳에 무궁화가 만개를 하면 더욱더 멋있을 것 같은데 나뭇가지만 남은 무궁화 동산은 너무 썰렁했다.
주변으로 높은 건물이 없어 시각적으로도 편안했다. 항상 높은 건물에 둘러 쌓여 있어서 뻥뚫린 공간을 보기 힘든데 이곳은 몇몇 건물이 있는 것을 빼고는 시야가 너무 시원했다.
그리고 읍성의 한쪽은 언덕으로 되어 있었다. 나홀로 피어있는 나무가 외로워 보였지만, 혼자 화사하게 꽃을 피우고 있기에 눈에 확 들어 왔다. 혼자만의 멋을 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돌탑도 있었는데 왠지 내가 돌을 하나 얹으면 기존에 쌓여 있던 돌마저 무너뜨릴 것 같아서 그냥 눈으로 구경만 했다. 왠지 돌탑에 돌을 하나하나 올릴 때마다 돌탑이 무너져서 저주받는 상상이 가끔 든다.
그리고 오래된 나무는 하늘 높이 자라지만 세상을 삐닥하게 보는지 살짝 삐딱하게 서 있었다. 그래서 피사의 사탑 컨셉으로 사진 찍는데 내 의도에 조금 못 미치는 사진이 나왔다.
그리고 성의 정가운데는 사또님이 계시는 관아가 있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때문에 입장이 불가능했다.
관아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에서 사진 몇 장만 찍었다.
그리고 관아 옆으로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어느 정도 올라간 후 뒤를 보니 전체적인 해미읍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소리가 일품인 대나무 숲이 나왔다.
그리고 읍성의 가장 높은 곳에서 더 높이 뛰어보았다. 그러나 아빠가 무거워서 하늘까지는 닿지 못했다. 역시 다이어트가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안내판을 하나 봤다. 이곳에서 바람이 파이터를 촬영했다고 한다. 어쩐지 그냥 대나무 숲이 평범해 보이지 않더라니. 역시 영화에 출연한 대나무들이어서 그런가 보다.
양동구리구리 형이 다녀갔던 곳에서 우리도 한번 사진을 찍어 봤다. 옛날에 동근이 형이 연극을 한적이 있었는데, 그때 극단에서 일하면서 매일 공연하는 모습을 보았었는데, 무대 위에서의 모습과 일상의 모습이 너무 달랐던 것 같다. 무대 위에서는 야수같이 강해진다면,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카리스마는 사라지고, 조용한 청년으로 변했었다. 역시 타고난 배우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나무 숲을 지나니 이번에는 소나무 숲이 펼쳐졌다. 각자 나름의 개성을 지닌 나무들이, 구불구불 지멋대로 자란 것 같지만, 또 이렇게 모아 놓으니 통일성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삼나무는 전부 쭉쭉 뻗어서 동일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있다면, 이곳은 각자 나름의 멋을 지니고 인생은 혼자 제멋에 사는 거야라고 나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삼나무숲의 안정감 있는 모습도 보기는 좋지만, 어떻게 보면 금방 질리지만, 이곳은 처음엔 정신 없는 것 같은 오합지졸 같아 보이지만,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보면 볼 수록 더욱더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 소나무는 자라던 방향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급하게 방향을 바꿔서 자란 것 같았다. 그냥 나무를 받쳐 놓아도 될 것 가은 곳에 지게를 놓아서 인상적이었다. 별거 아닌 버팀목이지만 여기에 멋을 하나 추가하니 특별해 보였다.
녹색과 갈색의 숲 사이에 자주빛으로 빛나는 꽃은 저의 눈을 사로 잡았어요.
소나무길을 걸으니 눈도 시원해지고 마음도 가벼워졌어요.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이곳의 분위기를 몽환적으로 바꿔 주었다.
이 소나무 숲은 향토숲으로 충남의 100대 소나무 숲이였다.
향토길을 나오니 국궁장이 나오고 반대쪽과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무 두그루 사이사이에 그네가 놓여 있는데, 뒤에서 본 그네의 모습은 정감있었다.
모래바닥이 아닌 잔디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네에 앉아서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리가 아파오던 참이었는데 잠시 쉬어가기 좋았다.
그리고 어르신께서 연을 날리고 계셨다. 그런데 엄청 높게 올라갔는지 육안으로는 쉽게 연을 찾기 힘들었다.
아빠는 유심히 연날리는 것을 보시더니, 어르신께 부탁을해서 연을 날렸다. 뭐 하늘에 떠있는 연의 줄을 푸는 정도였지만. 오랫만에 연날리기를 하니, 어릴 적 생각이 난다고 좋아하셨다.
그리고 해미읍성에서 천주교의 박해로 인해 순교한 분들이 계셔서 교황님께서도 방문하신 곳인가 보다. 빵을 먹고 싶었는데, 아침을 먹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아빠가 살찐다고 구박을 해서 그냥 사진만 찍어 보았다.
어디를 가나 코로나 코로나 뉴스밖에 없다. 이제는 코로나가 일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무섭기도 했다.
우연히 방문한 해미읍성, 잠시 복잡한 도시의 일상을 떠나 과거로 떠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변에 분위기 있는 카페도 있는 것 같았는데, 너무 알아보지 않고 갔기에 읍성만 구경하고 개심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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