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베트남의 무이네, 일본의 돗토리 같은 해안사구가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2019년 5월에 일본 돗도리에 갔을 때 보았던 해안사구와 동년 8월 베트남 무이네에서 보았던 레드듄과 화이트듄은 사막을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사막이란 이런 느낌이 아닐까를 간접적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던 곳이었다.
일단 신두리 해안사구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돌아보기로 했다. 일본의 돗토리 사구의 경우 해안가와 나란히 엄청 큰 사구가 형성되어 있기에, 그때를 생각해서 해안으로 나가 보았다. 그런데 일반적인 해안가랑 별반 차이가 없어서 이게 다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바람이 엄청 불어서 모래가 눈에 마구 들어오고 그냥 가야하는 것일까 고민이 들었다.
둘러보니 새로 지은 건물 같은게 보여서 일단 가보려고 하는데, 주차장 한쪽에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종합안내판이 있어서 보니 역시 주차장 근처는 사구가 아닌 그냥 해변이고 걸어서 조금더 들어가야 그때부터 사구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해안사구를 탐방하는데 최대 2시간 정도 걸리고, 짧게는 30분 만에 사구의 핵심지역만 탐방할 수 있다는 것 같다. 우리는 너무 이른 시간부터 여행을 시작해서 몸도 피곤해서 그냥 A코스로 아주 짧게 신두리 해안사구를 탐방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해안사구센터로 가는 길에 있는 쇠(소)똥구리 모형인데, 이곳에 소똥구리가 많았나보다. 아빠는 이런 것을 보면 항상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이 꼭 사진을 찍으셔야 한다. 그래서 소똥구리랑 대화하는 컨셉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에는 소똥구리랑 잘 소통이 되게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신두리 해안사구센터는 건물 외관부터 눈에 확 들어왔다. 모래사구를 형상화해서 지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4월 초인데 코로나의 영향으로 사구센터는 굳게 닫혀있었다. 대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막 퍼지기 시작할 무렵인 2월 23일 부터 안정시까지라는데 아마 영영 문을 열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6월인데도 아직도 안정될 기미가 안보이고, 동네 수영장도 2월 23일 문을 닫은 이후 4개월 가량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그래서 따로 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역시 수영만한게 없는지, 코로나 기간 중에 전 확진자는 아니지만 확찐자가 되어 버렸다.
신두리 해안사구를 가는 방향을 안내해주는안내안인데 모래색이 바래서 일까? 모래가 얼핏보면 꽃밭같이 보였다. 라벤더 꽃밭같이 사진이 보라색으로 물들은 느낌이다.
해안사구로 걸어가는데 앞에 있는 길이 공사중인 것 같아서 돌아가려고 해안가 쪽으로 돌아갔는데 결국에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서 공사하는 길을 지나서 해안사구로 갔어요. 해안가로 왔을 때 하트모양 조형물이 있었는데, 안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바람이 너무 쎄게 불어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눈 속으로 모래가 다 들어왔어요. 그래서 해안으로는 내려가지 않고 그냥 잽싸게 등을 돌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갔어요. 바람만 덜 분다면 여유롭게 봄바다를 보면서 우수에 젖어보고 허세샷도 찍어보고 그랬을 텐데, 바람과 모래의 위력 앞에 등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저분들도 모래가 너무 날리니 내려갔다가가 투덜투덜 거리면서 다시 위로 올라오는데, 발은 모래에 푹푹빠지지 뒤에선 모래가 날리지, 멀리서 봐도 표정이 좋아 보였다.
다시 원래의 길로 나와서 공사하는 지역을 지나서 계속 걸어갔다. 이 지역 자체가 모래가 많은 곳인지, 길자체도 모래가 많고, 포그레인으로 판 땅도 모래 땅 같아 보였다. 그러면 저 집들은 다 모래 위에 세워진 집들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 흙, 모래들은 어디서 왔을까라는 의문도 같이 들었다.
이렇게 생긴 곳부터가 신두리 해안사구가 시작된다. 다시 한번 지도를 확인하고 사구지역으로 들어갔다.
해안사구에 들어오니 밖에서 볼 때와는 180도 다른 느낌이었다. 돗토리의 사구는 거대한 사구를 올라가서 지는 해를 바라보는게 멋지고, 베트남은 새햐얀 사구가 진짜 사막의 모래언덕을 옮겨 놓은거락면, 이곳은 넓게 펼쳐진 평지 같은 모래가 압권이었다. 그리고 바람이 만들어 놓은 바닥의 물결무늬에 한번 더 시선을 빼앗기게 되었다.
바람이 얼마나 오랜 시간 이곳에 공을 들여 작품을 만들었는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냥 물결무늬 같아 보이지만 보고 있으니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러나 바람으로 인해 모래가 같이 날리기 때문에 바람방향을 볼 때면 입 속으로 눈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래도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입에 들어오는 모래는 적었다. 그러나 마스크 표면에는 자잘한 모래 입자들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래사구를 보호하기 위해서 나무데크가 설치 되어 있기 때문에 가볍게 산책하기 좋았다. 걸으면서 멋지긴한데 이게 다인가라는 약간의 실망감이 들었다.
두번의 해안 사구를 가봤기 때문에 은근히 기대가 컷던 것일까?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멋지기는 한데 뭔가 확 마음 속을 잡아끄는 한방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을 가진 채 계속 걸어서 갔다.
그런데 신두리 해안사구의 한방은 모래 언덕의 뒤편에 숨어 있었다. 뒤로 돌아서 오는 순간 오래 언덕이 눈을 사로 잡았다. 역시라는 말이 절로 흘러 나왔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모래 언덕의 완만한 경사 면이고 이곳이 우리가 생각하는 모래언덕의 급경사 면인 것 같았다. 새하얀 모래 언덕과 너무나 파래서 눈이 아픈 하늘이 두바이의 어느 사막을 한가운데를 연상하기 충분했다. 이 세상에는 두가지 색밖에 없다는 듯이 땅의 색과 하늘의 색이 뚜렸한 경계를 보이며 나뉘어 지는 것이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안사구의 뒤태에 흠뻑 빠진채로 나무길을 따라서 계속 걸었다. 다른 나라들은 해안사구에는 모래 밖에 없었는데 역시 한국은 모래와 주변의 나무가 자칫 쉽게 피로해지고 밋밋해 질 수 있는 곳을 편안하고 풍경을 극적으로 보이게 도와주는 것 같았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오니 이곳에서는 거대한 사구의 뒷면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저 사구도 바람의 도움으로 조금씩 우리가 있는 쪽으로 오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산책로가 너무 잘되어 있어서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자연을 그대로 즐길 수 있었다. 그러면서 모래 위에 살고 있는 식물이 있는게 신기했고, 식물들이 있고 없고의 차이에 따라 사막에 온 느낌, 또는 제주도의 어느 오름에 온 느낌 등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기분이 좋아서 이렇게 힘껏 뛰어보기도 했지만 아빠가 무거운데 나무가 부숴지는게 아닐까 라는 걱정도 들었다. 그리고 모래 위의 풀과 바다가 남미의 아타카마 사막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같은 해안사구지만 어느 곳에 가느냐에 따라 나는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추천 코스는 사구주변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나와 있으나 피곤하고 모래 때문에 꺼끌꺼끌해서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서 해안사구를 나갔다.
지나오면서 이곳에서도 점프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전세내고 사진찍는 커플 때문에 사진찍는거 방해하기 싫어서 기다리다 지쳐서 그냥 대강 사진찍고 지나갔는데, 막상 다시 가니 사람이 없어서 우리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한쪽 구석에 신두리 해안사구 비가 있는데 이런 곳에 세워두면 누가 와서 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럴꺼면 세우지를 말던가. 근데 모양이 똥같이 생겼는데, 만든사람의 의도가 뭔지 궁금했다. 내가 예술에 조예가 깊지 못해서 이해를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걸어왔던 길을 옆으로 두고 사구 밖 찻길로 걸었다. 이렇게 멀리서 보는 것도 좋았다. 안에서 느꼈던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건물을 보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세히 보니 건물을 뒤집어 놓은 모양이었다. 오! 완전 기발한데 아빠한테 설명을 했는데 이해를 못해서 하나씩 설명해 드리니 그때서야 이해를 하셨다. 누군가는 머리 속으로만 생각을 하지만, 어느 누군가는 이런 것을 실천하는 모습에 부러움과 존경이 갔다.
그리고 해안사구 센터 근처에 있는 곳으로 다시 와서 몸에 붙어 있는 온갓 자잘한 모래들어 털어냈다. 그런데 신발 속에 들어 있는 아주 작은 모래들 까지는 청소가 되지 않아서 신발 속이 뭔가 계속 불편했다.
우리나라 유일의 해안사구라 그런지 독특함을 많이 가지고 있고, 해외여행에 목마른 이들에게 나름 신선한 풍경을 제공해주는 곳이었다. 특히 다른 나라의 사구들과 우리 것을 비교하면서 구경하는 재미도 좋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한번쯤은 와보고 싶었던 곳인데 이렇게 와보게 되어 너무 기쁘고 세게 유명 사구는 왠지 클리어 한 것 같아서 나름 마음이 뿌듯했다.
'Love K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 Apr 1.6 자연스러움의 미를 느끼게한 서산 개심사 (0) | 2020.06.15 |
---|---|
2020 Apr 1.5 우연히 지나다 방문한 해미읍성 (0) | 2020.06.09 |
2020 Apr 1.3 물 위에 떠있는 탑보다, 꽃이 더 이뻤던 안면암 (0) | 2020.06.04 |
2020 Apr 1.2 이름이 너무나도 이쁜 꽃지해수욕장 (0) | 2020.06.03 |
2020 Apr 1.1 수선화 천국, 서산 유기방 가옥 (0) | 2020.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