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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소르에서 하루가 비었다. 그래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을까 고민해 보았다. 나일강 위를 유유자적 가고 있는 펠루카를 타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선착장에 가서 흥정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왠지 덤터기를 쓸 것 같아서 가격이 조금 비쌌지만 클룩을 통해 펠루카 탑승을 예약했다. 펠루카 탑승은 오후 늦게 이뤄지기 때문에 오전 시간에는 호텔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

 

오늘도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갔다. 출근할 때는 아침에 일어나 밥 먹는 것도 귀찮은데 여행에서의 아침은 언제나 설레고 힘이 났다. 이게 여행의 힘일까. 치즈와 샐러드, 햄 몇 조각을 담아가지고 왔다.

 

아침을 먹은 후 소화를 시킬 겸 호텔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사막의 아침은 생각보다 쌀쌀했다. 얇은 옷만 챙겨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쌀쌀하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정원의 푸릇함이 너무 좋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삭막한 것 투성이인 이곳에서 이렇게 푸르름을 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행운 같기도 했다.

 
 

깨끗한 수영장의 물을 보면 첨벙하고 달려들고 싶지만 온수 풀이 아니기에 물속에 들어가기에는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나일강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강바람이 차가웠다.

 
 

우리나라의 가을 같은 느낌이랄까.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금세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여름이라면 사람들로 북적일 수영장은 텅텅 비어 스산한 느낌이 났다.

 

여름이었다면 유적지 구경은 안 하고 이곳에서 몇 날 며칠 시간을 보내며 놀 것 같았다.

 

늦은 오후 픽업 차량이 왔다. 오래된 택시였다. 굴러다니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그래도 올드 카라 그런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클룩에서 예약할 때는 모든 픽업 비용이 다 포함되어 있다고 했는데 픽업 및 드롭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호텔에서 선착장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아서 돌아갈 때는 걸어서 갔다.

 

픽업 나온 사람을 따라 선착장으로 갔다.

 
 

물 위에 떠있을 때는 멋져 보였는데 막상 선착장에 오니 우리가 상상했던 우아한 모습의 배가 아니었다.

 

우리를 데려다준 선장의 조카와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잠시 선착장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 많은 배 중 어떤 배를 배정받을지 궁금했다. 배 상태는 거의 비슷한 것 같아 보였다.

 

배를 배정받아 배 위에 올랐다. 배가 생각보다 컸다. 아빠와 나 둘이 타기에는 배가 너무 커서 부담스러웠다. 개별 투어로 하지 말고 조인 투어로 했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와 나, 선장, 선장의 조수 이렇게 4명이 선착장에서 출발했다.

 
 

나일강의 물 색이 묘했다. 녹색도 아닌 검은색도 아닌 그 중간색이었는데 물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배를 타고 거슬러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자리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지점에 도착하니 돛을 펼쳤다. 선장이 아빠에게 한번 돛을 펴보라고 했다. 아빠는 힘겹게 돛을 펼칠 수 있었다.

 
 

선장은 능수능란하게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줄을 정리하고 돛을 활짝 펼쳤다.

 
 

그리고 이곳에서 닻을 내리고 정박을 했다. 아빠는 펠루카가 신기하신지 배의 이곳저곳을 만져보셨다.

 

선장의 조수가 우리를 위해 차를 내왔다. 컵의 상태를 보니 마셔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손님이라고 이렇게 차까지 주는데 마시지 않을 수도 없고 고민이 되었다. 그래 팔팔 끓인 물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차를 홀짝홀짝 마셨다.

 
 

차를 마시며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배 뒤로는 크루즈도 지나가고 왕가의 계곡이 보였다.

 
 

이곳에 정박하면서 노을이 지기를 기다렸다.

 

너무 일찍 배를 타고 나온 것일까. 노을이 지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해는 서쪽으로 지고 있었지만 노을이 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배에서 시간을 보냈다. 비스듬히 쏟아지는 햇살이 따가웠다.

 

선장은 악기를 꺼내더니 노래를 했다.

 

선장이 노래를 하는 사이 다른 펠루카가 우리에게 오더니 다른 선장이 우리 배로 넘어왔다. 그리곤 신나는 노래를 한 곡 불렀다. 다른 배의 조수도 우리 배로 옮겨왔다. 넘어온 조수는 흥겨운 춤을 선보였다. 신나게 한바탕 놀고는 팁을 달라고 하더니 자신들의 배로 돌아갔다. 팁을 받는 방법도 참 다양한 것 같다.

 

해가 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은근 지루했다. 배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강바람을 맞는 것이 아니라 한곳에 정박해서 해가 지기를 기다리니 힘들었다.

 
 

조금씩 해는 서쪽으로 지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해가 떨어지지 않았다.

 
 

아빠도 힘드신지 이만큼 탔으면 충분히 탄 것 같다며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자고 하셨다.

 
 

돌아가기 전 아쉽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뭔가 지금 돌아가면 아쉬울 것 같기도 하고 본전 생각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했다.

 
 

선장에게 아빠와 함께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제 정말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을 것 같아서 선장에게 선착장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해는 어느새 더 많이 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선장은 후다닥 닻을 올린 후 선착장으로 갈 준비를 했다.

 

배는 서서히 선착장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해가 지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어느덧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땡볕 아래에서 펠루카를 타고 기다렸던 것이다.

 

붉은 노을을 등 뒤에 두고 우리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노을은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붉게 빛나는 하늘과 유적지, 모든 사물들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러나 현실은 전쟁터 같았다. 계속해서 따라오는 호객꾼과 삐끼들이 이곳의 운치를 쫓아냈다.

 
 

룩소르 신전을 한 바퀴 돈 후 숙소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호객행위를 하는지 몇 걸을 걸을 때마다 사람들이 붙어서 힘들었다. 처음에는 귀찮았는데 사람들이 계속 붙으니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룩소르 신전을 대강 본 후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뭔가 펠루카가 우리가 예상한 것과 느낌이 달랐다. 멀리서 봤을 때는 고고하고 우아해 보였는데, 현실은 그저 오래된 조각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곳에 와서 펠루카도 타보고 왕가의 계곡도 가봤으니 룩소르에서 할 일은 다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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