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모에서의 하루는 금방 지나가 버렸다. 잠깐 들리는 도시라 그런지 더 빨리 시간이 지나가 버린 것 같았다.


이곳에서 일박만 하기에 너무 아쉬웠다. 이틀, 삼일 정도 여유롭게 산책도 하고 작은 마을도 돌아다니면 좋을 것 같았다. 하루만 있다 가방을 싸려니 몸이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가방을 대강대강 싸은 후 코모 역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나와 기분 좋게 코모역에 왔는데 어제의 악몽이 떠올랐다. 어제는 가지고 내려오면 되지만 오늘은 캐리어 두 개를 가지고 올라가려니 앞이 아찔했다. 계단 대신 비탈진 경사로가 있기는 했지만 또 거기까지 가는 게 일이니 그냥 캐리어 두 개를 들고 올라갔다. 단거리 선수 마냥 숨을 참고 단번에 계단을 오르려고 했으나 그러기에는 너무 계단이 길었다. 중간에 한번 쉰 후 다시 계단을 따라 올랐다.


기차가 오려면 시간이 남았다. 이탈리아에 들어오니 전광판에는 이탈리아 열차가 많이 보였다. 우리가 탈 열차는 베네치아까지 가는 열차로 우리는 중간역인 베로나에서 내려서 기차를 갈아타야 했다.



반대편 승강장의 기차에서는 많은 승객들이 내려 코모 역으로 왔다.


오늘도 하루 종일 기차만 타고 이동하는 일정이라 또 하루를 날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이탈리아 열차라 생각했는데 기차는 스위스 열차였다. 우리 기차는 점점 남쪽으로 내려갔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건물에서 따스함이 느껴졌다.


밀라노에 도착한 기차는 이번에는 진행 방향을 바꾸어 베네치아로 향했다. 한 번에 가는 기차를 타고 싶었는데 코모에서 바로 볼차노까지 가는 기차를 검색하지 못했다.


우리는 전날 마트에서 산 과일로 점심 식사를 대신했다. 여행에 먹는 맛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동이 많다 보니 끼니를 챙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베로나에서 우리는 볼차노로 가는 열차로 갈아탔다. 정확히 볼차노 보젠 역이었다.


1등석을 타다 2등석 열차를 타니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방 기차를 타고 다시 알프스 산속으로 들어갔다.



기차를 타고 드디어 볼차노 보젠 역에 도착을 했다. 이번 볼차노 호텔은 엄청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 가보는 도시이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호텔 가격이 비싸다 보니 같은 가격이면 좋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 숙소에서 가깝다는 말을 듣고 호텔을 예약했는데 생각보다는 호텔이 기차역에서 멀었다. 그러나 숙소도 깨끗하고 이탈리아 치고는 방이 너무 넓어서 놀랬다. 거기다 욕실까지 있으니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서 체크인할 때 우리에게 무슨 카드 같은 것을 만들 거냐고 물어봤다. 공짜라고 하기에 만들겠다고 했다. 호텔에서 만든 카드는 숙박하는 동안 볼차노 지역 일대의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였다. 일정 기간 동안 케이블카, 버스, 기차의 일부 구간을 무료로 탑승할 수 있었다. 이 카드 덕분에 숙소 근처에 있는 케이블카를 마음 편하게 여러 번 탈 수 있었다.


숙소에서 짐을 정리한 후 밖으로 나오니 벌써 해가 져서 어두워지고 있었다. 우리는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기 위해 케이블카로 향했다.


이곳은 이탈리아어와 독일어를 함께 사용하는 지역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기 전 발급받은 카드(아이폰 월렛으로 저장함)를 스캔하고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갔다.


이 케이블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기적으로 다니는 것으로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조금 올라가니 볼차노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조금만 있으면 전망대에 도착하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케이블카는 점점 빛 한 점 없는 산속으로 올라갔다.


케이블카를 한참 타고 올라오니 어두컴컴한 동네에 우리를 내려 주었다. 너무 적막했다. 관광객이라고는 우리뿐이었다. 그리고 지대가 높은지 이곳은 눈이 내려 곳곳이 새하얬다.



내일 돌로미티를 구경하러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꼬마 기차를 타고 다시 또 가야 돌로미티를 볼 수 있었다.





돌아다니는 사람이라고는 우리뿐이라 무서웠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사이로 밤하늘의 별이 빛났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시내로 내려갔다. 한참 동안 어둠 속을 가다가 갑자기 산 너머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에 별이 있다면 땅에서도 별빛과 같이 빛이 나는 것 같아 보였다.


숙소의 위치가 좋았던 점은 기차역과 시내 중심까지는 5분이 넘게 걸리지만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는 1분이 채 안 걸렸다. 밤이 되니 이곳도 조용했다. 오늘 한 것이라고는 기차를 타고 케이블카에서 야경을 본 것뿐이라 아쉽기만 했다.


볼차노에서 이후 일정은 조금 긴 여정이었다. 볼차노를 출발해 로마까지 간 후 바로 시칠리아행 야간열차를 타는 것으로 거의 하루가 걸리는 일정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일정은 짰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안 가본 도시 위주로 계획을 세우다 보니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이탈리아를 횡단하는 여행으로 계획을 세운 것 같다. 아무튼 또 유럽여행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갔다.

39100 볼차노 이탈리아
Via Brennero, 11, 39100 Bolzano BZ, 이탈리아
Via Renon, 12, 39100 Bolzano BZ,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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