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체코,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국가인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날이다. 여행의 남은 날들을 이탈리아에서 보낼 예정이었다. 이제 두꺼운 점퍼는 잠시 넣어두고 가벼운 옷을 입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도 가벼워졌다.


남 알프스에 속하는 코모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표를 예매해야 했다. 루체른에 도착하는 날 미리 기차표를 예매해 두었다. 루체른에서 바로 코모로 가는 기차가 없어서 중간 지점에서 한번 갈아탄 후 코모로 갈 수 있었다.


물가 비싼 스위스여 안녕이라 속으로 외치고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플랫폼에 기차가 들어왔다. 이번에 타는 기차는 예약이 필요 없어서 1등석만 찾아서 타면 되었다.


1등석이라 그런지 공간도 넓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루체른에서 한 것은 많이 없지만 여기서 한번 에너지 충전을 하고 넘어가니 다음 여행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중간 역에서 기차를 갈아탔다. 우리가 탈 기차는 밀라노 중앙역까지 가는 열차였다.



2대의 열차가 붙어 있어서 앞뒤로 이동을 할 수 없기에 우리 칸을 찾아갔다.


이 열차도 스위스 열차였다. 공간이 널찍한 것이 장거리를 타더라도 그다지 불편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스위스는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다 보니 기차가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산골짜기를 굽이굽이 돌고 돌아가고 있었다.



어느 한 터널을 한참을 달렸다. 아마 이곳이 새로 스위스와 이탈리아가 뚫었다는 터널일까. 기차는 한동안 터널 안을 달렸다. 터널 밖으로 나오니 주변 풍경에서 뭔가 모를 따스함이 느껴졌다.


주변의 집들도 이탈리아 집에 가까웠다. 그리고 기차는 호수를 따라 달렸다. 이제 코모에 도착하려나 보다.


기차는 호수를 따라 달리고 있었고 기차에서는 우리가 이제 코모에 도착하니 내릴 손님은 짐을 정리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우리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짐을 꺼냈다.


코모 역에 내리니 공기가 따스했다. 이제 진짜 이탈리아에 들어오긴 한 것 같았다.


기차는 우리를 내려주고 다시 남쪽으로 향해 갔다.


우리는 역에서 호텔로 가기 전 다음 여정인 볼차노까지 가는 표를 예매했다. 요즘 돌로미티로 유명한 도시로 티브이에서 방영된 이후로 돌로미티 여행 붐이 일어서 우리도 이에 떠 밀려 돌로미티로 갈 예정이었다. 돌로미티가 크다 보니 전부 돌아 볼 수는 없고 볼차노에서 돌로미티의 일부만 볼 생각이었다.


숙소에서 조금 쉰 후 호숫가로 나왔다. 도시 자체는 평화로웠다. 호수 주변에는 고니며 비둘기며 다양한 새들이 사람이 주는 먹이를 먹고 있었다.


아빠는 여러 동물을 보니 신이 나셔서 가방에서 작은 빵을 꺼내 조금씩 새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코모는 작은 도시다. 그래서 반나절이면 도시를 다 둘러볼 수 있었다. 반나절도 아닌 한두 시간이면 다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작은 도시였다. 그러나 많은 셀럽들이 사랑하는 도시이기도 했다.


호수 주변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코모에 와서 하고 싶었던 것은 호수를 따라 걸으며 여유로움을 느끼는 것이었다. 솔직히 호수를 따라 걸으며 주변 풍광을 보는 것 외에는 따로 할 것이 없기도 했다.


코모에서 하루나 이틀 더 있는다면 배를 타고 다른 마을들을 구경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하루만 있다 갈 예정이었기에 코모의 느낌만 살짝 느끼고 갈 생각이었다.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길인 줄 알고 따라 걸어갔다.





길 끝에는 큰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거의 반대편이 다를 것 같은데 다시 되돌아와야 했다.



관광객이 많기는 했지만 요즘 유럽 여행을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의 수에 비하면 비교가 안될 정도로 관광객이 적었다. 관광객이 적기에 여유를 느끼기는 더 좋았다.




드디어 반대쪽으로 왔다. 호수를 따라 계속 걸어도 좋고 여기서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햇살이 너무 좋았다. 따스했다. 따스한 햇살을 받고 있으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아무것도 안 한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지만 그래도 여행인데 뭔가 하나라도 더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래서 계획에도 없던 푸니쿨라를 타러 갔다.


푸니쿨라는 왕복 6.6유로였다.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채로 푸니쿨라에 탑승했다. 여름에는 길이 길게 늘어선다고 하는데 지금은 비수기라 대기 없이 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빨간색의 푸니쿨라가 인상적이었다.


푸니쿨라는 역을 출발하자마자 급경사를 오르기 시작했다. 이거 안전한 걸까라는 의심이 마구 들었다. 급경사를 오르기 시작하니 코모 호수가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단번에 호수 아래에서 위로 올라왔다. 빨간색의 푸니쿨라는 다음 관광객을 싣기 위해 잠시 역에 정차하고 있었다.


높은 곳에 올라와서 그런지 숨이 조금 가팠다.


경사진 곳에 세워진 마을은 가팔랐다.


같은 스위스여도 이곳의 건물은 색이며 구조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와는 달랐다.


마을 높은 곳에 있는 교회에서 잠시 기도를 드렸다. 종교가 있지는 않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성당에 들어오면 이렇게 한 번씩 성당에 들려 기도를 하고 갔다.



성당은 단출했지만 경건한 분위기만큼은 큰 성당에 못지않았다.



오늘도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나 보다. 벌써 해는 서산 너머로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전망이 좋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 잔씩 주문했다. 먼저 선결제 하는지 몰라서 왜 주문이 안 오지 당황해했는데 옆에 있던 손님이 먼저 결제한 후 자리에 앉아 있으면 가져다준다고 알려주었다.



석양이 지는 전망대에 앉아 알프스를 바라보니 신기하면서도 아련했다.


이 풍경도 마음속에 한 장의 사진처럼 기억되겠지.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오늘 하루를 정리해 보았다.



해는 빠르게 서쪽 하늘로 도망가고 있었다.



푸니쿨라를 타고 산 아래로 내려오니 이곳은 완전히 밤이 되어 있었다. 호수는 주변 불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많은 관광객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호수에는 고요함만이 남아 있었다.


아까 봤던 그 고니일까. 아니면 다른 고니일까. 가방 속에서 또 작은 빵을 꺼내 조금 떼어 주었다.


이탈리아에 온 기념으로 오늘 저녁은 식당에서 먹었다. 피자에 파스타에 스테이크, 그리고 와인까지 오랜만에 먹는 거한 저녁식사였다. 매번 숙소에서 간단하게 먹었는데 오늘만큼은 배불리 먹고 싶은 것을 주문했다.



밤이 되니 날씨가 쌀쌀했지만 와인 한 잔을 마시니 몸이 따스했다. 이제 여행도 며칠 남지 않았다. 며칠 남지 않은 여행과 건강을 위해 건배를 했다. 이 맛에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닐까.

P.le S. Gottardo, 22100 Como CO, 이탈리아
V.le Innocenzo XI, 15, 22100 Como CO, 이탈리아
Funicolare Como-Brunate, Provincia di Como,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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