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마일런 중이라 광주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에 대략 20번의 비행이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실행에 옮기니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 아침 비행 편은 항상 전날부터 긴장하게 만든다. 지금도 오늘 광주로 오는 비행이 있어서 전날 잠을 못 자고 왔더니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머리는 지끈지끈 아파온다.
여수에서 제주로 온 뒤 두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다. 3층으로 다시 올라가서 여수행 항공편의 체크인을 했다. 타고 온 비행기를 타고 다시 여수로 가는 것 같았다. 방금 보았던 승무원을 다시 볼 것 같아서 뭔가 부끄러웠다.
공항에서 혼자 딱히 할 게 없어서 라운지에 앉아서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바라보다, 블로그 사진을 편집했다. 국제선 비행기를 탈 때 2시간은 금방 가는 것 같은데 국내선 비행기의 경우 2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가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익숙해질만한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라운지에서 뭉그적 미적거리다 마지막으로 구름과자를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제주에 왔지만 제주공항에 발이 묶인 것 같은, 자유롭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도 광주공항에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뭔가 의욕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20대였을 땐 경유 시간 한 시간 두 시간만 있어도 부지런히 공항 밖을 나가서 이것저것 보고 왔을 텐데, 계속 똑같은 공항에 오게 되니 그냥 카페의 빈 테이블에 앉아서 글을 쓰거나 멍 때리고 있을 뿐이다.
보안검색을 받고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구매했다. 그리고 제주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계속 집에 갔기에 아빠 선물로 막걸리 세트를 구매했다. 다시 여수공항까지 가서 서울행 비행기에 들고 타야 하는 것이 걱정되었다. 플라이트 어웨어 앱으로 비행경로를 확인해 보았다. 비행기가 한라산을 끼고 제주를 한 바퀴 돌아서 여수로 가는 일정이었다. 막상 탔을 땐, 여수 시내를 지나서 여수공항에 착륙하지 않고 순천 쪽으로 비행기가 돌은 후 북쪽에서 남쪽으로 착륙을 했다. 내가 앉는 자리는 또 K 열이었다. 만약에 비행기가 한라산을 한 바퀴 돈 후 여수로 가는 것을 알았다면 A열에 앉았을 것 같다.
역시 또 11번 게이트였다. 이제 제주공항을 몇 번 이용하다 보니, 어느 게이트가 버스를 타고 가는지 알 것 같았다. 항상 11번 게이트가 걸리면 버스로 비행기까지 이동을 했다.
게이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비행기는 주기되어 있었다. 활주로에서는 굉음을 내며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착륙을 했다. 시끄럽다는 생각보다는 굉음들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 같았다.
사진을 찍느라 늦게 늦게 비행기에 탑승했다. 아시아나라는 글이 다 나오게 찍고 싶은데 스텝 카에 걸려서 아시아나항공이 아나항공이 되어 버렸다.
두 시간 전과 같은 자리에 앉았다. 주변에 확진자가 또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마일런을 하면서 항상 걱정되는 부분이 확진자가 있을까라는 불안감이었다. 다른 사람도 나를 보고 똑같은 생각을 하겠지만, 자가격리를 경험해본 바로는 그다지 유쾌한 경험이 아니기에 항상 이점이 불안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기는 했지만 델타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고 있기에 마음 한편에는 불안감을 가지고 비행기 좌석에 앉았다.
승객들이 버스로 이동해서 오다 보니 한 번에 승객이 몰려서 탑승을 했다. 한동안 조용했다. 다시 시끄러워졌다. 탑승인원이 많지 않아서 그래도 탑승은 빨리 이루어졌다.
제주에 와서 제주의 맑은 공기만 잔뜩 마시고 그냥 가는 것 같았다. 여러 번 오다 보니 이제는 설렘도 조금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디어진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요 며칠 동안 제주라는 공간이 나에게는 익숙한 공간이 된 것 같았다.
탑승이 완료된 후 비행기는 활주로로 향했다. 날이 맑아서 저 멀리 수평선이 보였다. 며칠 동안 계속 제주에 왔는데 처음으로 맑은 날을 보는 것 같았다.
비행기가 이륙을 했다. 내가 있는 쪽에서는 도두봉이 보였다. 도두봉 정상에서 비행기 이륙하는 장면을 찍었던 것이 생각났다.
비행기는 이호테우해수욕장을 지나고 있었다.
보통 서울로 가는 비행 편의 경우 기수를 북으로 돌려서 고도를 계속 높였을 텐데 비행기는 계속 오른쪽으로 꺾고 있었다. 해안 쪽은 날이 너무 좋아서 지상의 풍경이 잘 보였다.
비행기 아래로 비양도도 보였다. 비행기는 계속 한라산을 끼고 제주를 한 바퀴 돌려고 하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한라산 쪽, A열 좌석 쪽을 보니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해안 쪽은 너무 맑았는데, 한라산 쪽은 날이 좋지 않았다.
제주 구경 못한 것을 비행기에서 대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서귀포쯤 온 것 같았다. 비행기는 다시 방향을 꺾었다.
제주도 구경을 이번 여행을 하면서 제대로 해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제주도 투어를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관광투어도 나름 괜찮았다.
섭지코지 같아 보였다. 섭지코지를 지나면 바로 성산일충봉이 보일 것이라 생각되어 창문에 붙어서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사진 각도 상 성산 일출봉이 자세하게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성산 일출봉을 봤다는 것에 뭔가 뿌듯했다.
성산 일출봉은 창문 끝자락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우도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성산 일출봉을 지난 비행기는 남해바다 한가운데를 날고 있었다.
푸른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저 섬의 이름은 무엇일까? 궁금했지만 어떤 섬인지 알 길이 없었다. 아무튼 이렇게 망망대해에 저런 섬들이 보이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비행기가 구름보다 낮게 나는 것이 신기했다. 바다 한가운데를 고독하게 항해하고 있는 배도 보였다. 남해바다를 어느 정도 지나니 벌써 착륙 준비를 한다고 했다. 역시 구간이 짧기는 짧은 것 같았다. 아마 이륙 10분, 순항 10분, 착륙 2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았다.
얼마 높게 날지 않은 비행기는 착륙을 위해 고도를 서서히 낮추었다.
진짜 다도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을 만큼 바다에는 수많은 섬들이 보였다.
비행기는 여수 쪽으로 가지 않고 여수를 왼쪽에 두고 계속 북으로 올라갔다.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어느 곳은 붉은빛은 어느 곳은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순천만 갈대밭 위를 날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게 펼쳐진 붉은 갯벌이 인상적이었다. 땅에서 순천만 갯벌을 봤을 땐 넓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 크기가 가늠이 되지 않았으나, 위에서 내려보니 물 빠진 갯벌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다시 간다면 순천만 갯벌이 새롭게 보일 것 같았다.
비행기는 순천 외곽을 돌고 있었다.
순천 외곽을 돌면서 서서히 더 고도를 낮추었다. 오른쪽으로 턴을 할 때마다 땅과 닿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사람들도 이런 풍경이 생소한지 사진을 찍느라 바빠 보였다. 오늘의 비행은 관광 비행 같아 보였다.
아침에 여수공항에 올 때와 비슷한 루트로 착륙을 하고 있었다. 한번 봤던 풍경이라고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순천 시내를 벗어난 비행기는 고도가 더 낮아졌다. 이제는 지상 위로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의 움직임도 보일 정도로 고도를 많이 낮추었다.
낮아진 고도만큼 비행기의 속도가 느껴졌다.
공항 경계가 보이고 비행기는 사뿐히 활주로에 착륙을 했다. 그리고 역추진을 했다. 이때가 비행기를 타면서 가장 아쉬운 순간이 아닐까? 부웅하고 뜰 때는 설렘이 가득하지만, 속도를 줄이기 위한 역추진은 이 여행의 끝을 알리는 신호음 같았다.
짧은 택싱을 마친 후 비행기는 게이트에 도착했다. 오늘 총 4번의 비행 중 3번의 비행이 끝나게 되어 마음이 편하면서 몸은 너무 만신창이가 된 것 같았다.
여수에서 출발할 땐 가방 하나로 가볍게 출발을 했는데, 2시간 제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제주에서 산 선물들로 손이 무거웠다. 또 2시간을 기다렸다, 서울로 가기에 난 체크인 카운터로 갔다.
비행영상 아시아나항공 8198편 제주-여수, Flight Log OZ8198 Jeju-Yeosu
비행영상 아시아나항공 8198편 제주-여수, Flight Log OZ8198 Jeju-Yeosu
youtu.be
'Airlin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 Aug 1.9 등급유지비행 Day4 OZ8703, 김포-광주 (0) | 2021.09.10 |
---|---|
2021 Aug 1.8 등급유지비행 Day3 OZ8736, 여수-김포 (0) | 2021.09.09 |
2021 Aug 1.6 등급유지비행 Day3 OZ8197, 여수-제주 (0) | 2021.09.07 |
2021 Aug 1.5 등급유지비행 Day3 OZ8733, 김포-여수 (0) | 2021.09.06 |
2021 Aug 1.4 등급유지비행 Day2 OZ8996, 제주-김포 (0) | 2021.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