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날도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보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매일매일 어디론가 떠났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오면 우리집 같이 편안했다. 숙소 근처의 풍경들이 많이 익숙해졌다. 터미널로 갈 때 가끔은 다른 샛길을 이용해 가기도 했다. 그런데 벌써 집에 가야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컸다.
제주도에서 매일매일 적응이 안되는 것은 아마 날씨가 아닐까? 어제는 날이 그래도 좋았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오늘따라 빗방울이 조금 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일단 집근처에 있는 삼성혈에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도 안걸렸다. 큰길로 걸어갈까 고민을 하다가, 골목길을 통해서 가보았다.
제주 신시가지와는 다른 구시가지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 오래 전 우리가 살던 곳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것이 또다른 제주의 감성이 아닐까!
아마 삼성혈은 초등학교 그당시는 국민학교였다. 국민학교 6학년때 부모님한테 엄청 땡깡부려서 아람단이라는 단체를 통해서 왔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한번도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몇 십년만에 다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비가오기도 하고 워낙 요즘은 이런 곳이 인기가 없다보니 방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비가 내리니 마음은 한결 다운되었다. 이곳 분위기의 영향인 것 같기도 하다. 이곳은 아마 정부에서 운영되는 곳이 아닌지 65세 이상은 무료입장이 아니였다. 그래도 입장료가 비싸지는 않았다. 사람도 많이 없고 아빠와 나 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관람동선을 따라 삼성혈 안을 걸었다. 오래된 나무들에서 이곳이 얼마나 오래된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오래된 느낌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경주의 계림같은 느낌이랄까? 이곳은 제주의 계림인 것 같았다. 전시관에는 딱히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비가 생각 이상으로 많이 내려서 비도 피할겸 전시관 쪽으로 걸어 갔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붐비지 않기에 더욱더 좋았던 것 같다.
겨울비인지 봄비인지 모르겠는 비를 맞으며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했다.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역시 비올 때는 들이치는 빗방울 때문에 사진촬영이며 고프로 촬영이 쉽지 않았다.
전시관에서 잠시 비를 피한 후 다시 밖으로 나왔다. 전시관에서 이곳에 대한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열심히 보고 읽었던 것 같은데 전시관을 나오고 나니 머리 속이 하얗게 지워져 버렸다.
예전에도 이렇게 길이 좋았던가? 예전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이곳에 대해서는 한가지 기억나는 것 밖에 없다.
천천히 산책한다고 생각하고 걷다보니 이곳의 차분한 분위기에 취하는 것 같았다. 매번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가다 보니 어떻게 보면 사람에 치여서 질렸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곳은 너무 고요했다. 아빠와 나의 대화소리와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뿐이였다.
숲길을 지나 사당같은 곳을 지났다. 빨갛게 매달려 있는 열매가 이곳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냈다.
기와건물의 붉은 기둥과 나무의 열매가 매치되는 것 같았다.
드디어 걷다보니 오랜 기억 속에 잊혀져 있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몇 십년 전의 기억이라 그런가, 또렸하게 기억나는 곳은 이곳 뿐이였던 것 같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이곳만큼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더 깔끔해진 것 같다.
가까이서 바라 볼 수 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아빠도 멀리서 보기만 해야하는 점이 아쉽다고 하셨다.
이제 볼 것도 다 봤으니 삼성혈에서 나왔다. 이제 또 어디로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오니 숙소로 돌아갈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가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제주여행이기에 제주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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