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얀마, 발리여행의 마지막 여행 후기이다. 뭔가 마지막이라 홀가분하면서도, 한동안 여행 후기를 적으면서 행복했다. 1월에 갔다온 여행이지만 여행 후기를 적으면서 지난 여행을 돌이켜 볼 수 있었다. 이 여행 이후로 코로나가 급격하게 퍼지기 시작하면서, 2020년은 예약해 놓은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환불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마 2020년 한해 동안 여행의 소중함과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한 해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숙소에서 공항까지는 10여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제 드디어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좋으면서도, 조금만 더 길게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 카트를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기분을 내보고 싶어서 카트에 캐리어 두개를 얹었다. 남들처럼 여행가는 느낌을 내보았다.
타이항공 비즈니스석과 일등석 체크인은 A구역에서 진행되었다. 공항의 가장 끝에 체크인 카운터가 있기 때문에 조금 걸어서 가야했다. 대신 A구역에 오니 공항의 복잡함은 어디 가고 여유로움만 남아 있었다. 솔직히 이런 분위기 적응이 잘 안된다. 비즈니스석을 여러번 타보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되는 부분이 이런 분위기이다. 역시 나는 이코노미석이 맞는가 보다. 그래도 일년에 한번 정도는 나를 위한 선물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어떤 사람은 몇 시간 타지도 않는거에 돈을 쓰냐고 말한다. 나는 그러면 비싼 소고기는 왜 먹냐고, 똥으로 나올 텐데, 먹는 동안의 즐거움이 있기에 먹지 않냐고! 비즈니스석 타는 것도 같은 거라고! 타는 동안의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아끼고 아껴서 타보는 거라고.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인정하는게 우선이 아닐까?!
체크인은 승객이 많지 않아서, 아예 없어서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출국과 보안검색은 바람과 같이 진행되었다. 확실히 비즈니스승객 이상만 이용하는 카운터에서 체크인하고, 별도의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를 받으니, 나오는데, 1~2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라운지는 보안검색을 나오자 마자 앞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니 바로 연결되었다.
라운지도 꽤 넓었다. 한쪽은 일등석, 한쪽은 비즈니스석 라운지였는데, 비즈니스석 라운지 크기도 아시아나항공 라운지의 몇 배가 되어 보였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고 왔기에, 음식을 가져다 먹기 편한 곳에 앉았다. 벽면은 상쾌한 느낌이 드는 풀이 가득했다. 이런 디자인은 전에 싱가폴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제 점점 전세계로 퍼지는 것 같다. 실내공기 정화작용과 가습작용, 그리고 심적인 면까지 좋은 영향을 주는 식물로 만든 벽이였다. 우리나라도 도시농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점점 이런 데코레이션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조금만 가져와야지 생각하지만, 막상 가져오면 접시가 넘치도록 퍼가지고 왔다.
먹어도 먹어도 왜 그렇게 배가 고픈지 이런 곳에서는 고상함을 떨어야 하는데, 그냥 본능에 충실하게 먹고 싶은만큼 계속 먹었다. 본능이 이성을 지배하는 시간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 먹고 올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게 국제선 라운지에서 먹은 마지막이 될거라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 2020년 3월 도쿄, 5월 하노이, 8월 아이슬란드, 9월 몽골, 10월 세부, 12월 홍콩, 2021년 1월 로마, 2월 팔라우까지 1년 동안 비행기표만 취소를 했다. 취소할 때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아쉬움도 너무 컸다.
이번에 탑승은 C4를 통해서 탑승했다. 방콕공항은 구역별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 구역에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공항을 돌아다니는게 좋을 것 같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탑승권 확인을 한 후, 대기실에서 앉아서 쉴 수 있었다. 설명절 이후라 그런지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행히 이번 비행까지 해서 탑승마일이 3만이 되어서 다이아몬드 유지를 할 수 있었다. 서울-방콕-발리-방콕-서울을 탑승하니 만마일이 조금 넘게 적립되었다. 가격은 150정도 준 것 같은데, 가격대비 마일리지 적립률이 나쁘지 않았다.
드디어 탑승이 시작되었다. 항상 한국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설레임과 아쉬움이 함께하는지. 여러번 여행을 해도 이런 느낌은 더욱더 심해지지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 딱한번 아쉽지 않은 여행은 아마 인도여행이 아니였을까 생각이 된다. 그냥 살아서 돌아간다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한달간의 인도여행을 좋았던 점도 많았지만, 나중에는 그냥 무기력과 피로감만 늘어나서 한국으로 빨리 가고 싶어졌다.
비즈니스 승객과 스얼골드의 탑승이 먼저 시작되었는데, 탑승객이 생각보다 많았다. 좌석은 한국에서 올 때와 같은 미끄럼틀 좌석이였다.
좌석이 미끄럼틀인 것만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만족스러웠다. 미끄럼틀 좌석은 화장실 갈 때, 불편한 것 같다. 다른 사람을 훌쩍 뛰어넘어 가야하기 때문이다.
삶은 거지 같지만, 이순간 만큼은 뭔가 플렉스, 플렉스 해보였다. 혼자서 비행기 창문을 3개 정도 이용했다.
겨울의 방콕이지만 밖의 온도는 겨울이 아니였다. 이제 방콕을 이륙해서 6시간 뒤면 한국에 도착한다. 만감이 교차했다.
구형 좌석이지만 이 좌석이 더 정겹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특히 일행이 있으면 대화하기도 편하고, 밥먹을 때도 서로 사진 찍어주기도 신형좌석보다 훨씬 더 좋았다. 신형좌석은 대화하기도 힘들고 서로 프라이버시는 보호되나 여행을 같이 공유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여행을 하는 것 같아 조금 매정한 느낌이 든다.
드디어 비행기는 활주로를 사뿐이 이륙했다. 고프로를 들고 이륙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저 멀리 파타야의 바다가 보였다.
어딘지 모르지만 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아빠는 비행기만 타면 취침모드로 변하신다.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대략 6시간의 비행이라 기내식이 기대가 되었다.
하늘의 온도는 영하 37도를 가리키고 있고 우리는 시속 980키로로 날고 있었다.
에피타이져가 제공되었다. 그리고 승무원이 돌아다니면서 오븐에서 나온 갓 구운 것 같은 빵을 승객들에게 주고 있었다.
비즈니스석에서 가장 인상 깊은 기내식은 아마 빵이 아닐까 싶다. 다른 메인 요리야 이코노미석과 다 비슷한데, 빵만은 이코노미석과 확실히 차별화 되어 있었다.
총 타이항공을 4번 타면서 3번의 스테이크와 1번의 불고기를 먹었다. 이번이 마지막으로 먹는 스테이크였다. 질릴만도 한데, 먹어도 먹어도 맛있었다. 평소에 소고기를 잘 안먹는 편이라 이렇게 가끔 먹으니 입속에서 고기가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후식으로는 치즈와 과일이 나왔다. 배가 불러서 먹을 수 있을까 아주 작은 걱정이 들었지만, 후식도 한눈에 없애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달달한 디져트는 각각 한가지씩 주문했다.
비행기는 뒷바람을 맞아서 시속 1000키로가 넘는 속도로 날고 있었다. 이제 기내식도 다 먹었으니, 사람들은 휴식모드로 들어갔다.
밖을 보고 싶었으나 창문을 열면 눈치가 보이기에 정신도 말똥말똥해서 가지고 온 책을 읽었다.
손을 닦을 때 사용하는 것이 티슈가 아닌 손수건같은 천으로 된 티슈라서 놀랬다. 사용한 후 다시 수거해서 재사용하겠으나, 사용한 수건을 휴지통에 넣으려니 왠지 마음에 찔렸다.
하늘 밖은 점점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비행기 뒤로는 노란색의 석양이 생기고 있었다.
뒤바람은 조금 더 세게 불고 있었다. 누군가 뒤에서 시속 200키로미터로 밀어준다면 느낌이 어떨지. 아무튼 점점 집과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비행기는 대만을 지나 남해바다를 향해 가고 있었다.
제주상공에 진입해서 밖을 보니 구름이 얇게 깔려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한국이 반갑게 느껴졌다.
우리가 다녀 온 곳이 감염병 지역인지 확인하고자 보았으나 해당되는 국가가 없었다. 전에 남미 다녀올 때 페루,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이 감염병 오염지역이라 건강상태 확인서를 제출했었다. 그리고 중국도 감염병 오염지역이기에 제출했던 기억이 났다.
착륙 준비를 한다는 사리가 들렸다. 그리고 비행기는 점점 고도를 낮췄다. 비행기 바퀴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 인천대교가 보였다. 드디어 집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는 사뿐히 착륙을 하고 게이트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짐을 찾아 공항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다행히 아빠는 바로 공항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실 수 있었다. 나는 다음날 출근해야 하기에 아빠랑 공항에서 헤어졌다. 나는 짐이 너무 무거워서 친한 쌤께 계양역까지 픽업을 부탁했더니, 흥쾌히 계양역까지 나와주셔서 집에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대략 20일간의 미얀마, 발리여행기를 마치고자 한다.
Suvarnabhumi Airport 999 Soi Mu Ban Nakhon Thong 1, Nong Prue, Bang Phli Distri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