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몰디브는 우기로 언제 비가 내릴지 몰랐다. 하루에 한 번 비가 내릴 때도 있고 어쩔 땐 며칠 동안 비구름이 하늘에 꽉 끼어 흐린 하늘을 보였다.
날이 흐리기만 하면 다행이었다. 폭풍우가 불면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우린 이런 사실을 모르고 8월에 몰디브 여행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전날의 화창함은 어디로 가고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저 먼바다에는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도 뜨는 해를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고 일찍 일어났다. 그런데 오늘은 동쪽 하늘에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기에 다시 잠자리로 들기 싫어서 밖으로 나왔다. 마푸시 섬에서 고양이는 가끔 보았어도 개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사람의 손을 탔는지 고양이가 사람을 잘 따랐다.
이놈의 고양이는 도망도 안 가고 아빠가 만지는 대로 재롱을 피웠다. 나는 동물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이 고양이는 꽤 귀엽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가 해변으로 이동하니 고양이가 우리를 따라 해변으로 나왔다. 조용한 아침에 맞이한 소중한 만남이었다.
낮 시간과는 달리 아침 시간의 해변은 고요했다. 바람 소리, 파도 소리만이 이 고요함을 깼다.
숙소 주변을 걸어 보았다. 길가에는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어 있어서 걸어가는 사람의 시선을 붙잡았다.
이른 아침부터 학교가 운영되나 보다. 학생들이 줄을 지어 뛰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게 보였다.
현지인이 가는 해변에도 아직은 적막감이 돌았다.
아빠는 꽃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한걸음 옮길 때마다 보이는 꽃에 관심을 보이셨다. 열대 나라에는 어떤 꽃이 자라고 있는지 언제나 아빠의 관심사였다.
기념품 가게 앞에 보이는 코모도 도마뱀. 여기 왜 코모도 도마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번 겨울 코모도 섬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 아침 식사도 했다. 매일 비슷한 메뉴라 이젠 조금 식상했다. 조금 획기적인 메뉴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에서 조금 쉬다 밖으로 나왔다. 한차례 비가 내릴 것 같은데 내리지 않으니 답답했다.
아침보다 먹구름이 더욱더 짙게 깔리었다. 오늘도 수상 비행기는 열심히 관광객들을 섬으로 나르고 있었다.
날씨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해가 나지 않으니 오히려 춥게 느껴졌다. 물속에 들어가니 다른 날과는 달리 오늘따라 더욱더 춥게 느껴져서 오랫동안 물놀이를 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한국은 열대야로 걱정이라고 하는데 적도 지방인 몰디브는 오히려 선선했다. 오히려 추웠다.
평소라면 스노클링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 텐데 추워서 다시 숙소로 들어왔다. 이곳에 피트니스센터가 있다는 것을 들었기에 리셉션에 물어보니 가니 그랜드 호텔에 피트니스센터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물어물어 어떻게 헬스장에 왔다.
1층에서 키를 받고 카드 키를 꼽으니 에어컨이 작동되고 전기가 들어왔다. 두 시간가량 넷플릭스를 보면서 운동을 했다. 오랜만에 운동으로 땀을 흘리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이 좋았다.
늦은 오후 다시 바다에 나왔다. 평소보다 적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회색빛의 하늘과는 대조적으로 물은 에메랄드빛으로 빛이 났다.
바람이 거칠고 파도는 세졌다.
평소라면 사람들로 북적이던 해변, 빈자리가 없는 선베드도 오늘은 빈자리가 많았다.
우리는 오늘 하루만 이러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도 다음날도 며칠 뒤에도 짙은 구름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날은 점점 더 안 좋아져 갔다.
오늘은 내 생일이라 저녁식사를 호텔 1층에서 먹기로 했다. 카니 팜 비치 호텔의 저녁 뷔페는 어떨지 궁금했다.
아침 조식과는 정반대의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것저것 다 먹어 보고 싶은데 내 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
옛날 같으면 푸드파이터같이 이 음식 저 음식 먹느라 정신이 없었겠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먹지 못했다.
그래도 최대한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다. 본전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사진도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아빠는 오늘도 모히또로 나는 진저비어를 마셨다.
토털 가격은 대략 7만 원 정도가 나왔다. 뷔페 가격은 저렴한 편인데 음료와 세금이 생각보다 비쌌다.
저녁을 먹은 후 배가 빵빵해졌다. 이대로 자면 얼굴이 달덩이같이 부을 것 같아서 잠시 해변 산책을 했다.
이렇게 몰디브에서의 또 하루가 지나갔다. 생일도 이렇게 지나가 버렸다.
Ziyaaraiy Magu Road, Maafushi 08090 몰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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