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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성수기 시즌이라 웬만한 이름있는 호텔은 숙박비가 천정부지로 올라 있었다. 처음에는 협재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숙소로 예약을 했다가 숙박비를 조금 더 줄여보고자 하는 마음에 아고다를 뒤적거리다 코업 시티 호텔 하버뷰를 발견했다. 아직까지 1박에 5~6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 아마 위치가 애매한 곳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것 같았다. 앞에 바다를 조망할 수 있지만 수영을 할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숙소에 도착하기 전 숙소의 이곳저곳에 대해 미리 다른 블로거들이 올린 글을 보고 갔다.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말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 체크인 시간은 3시였다. 3시가 못되어 호텔에 도착했는데 지하주차장은 벌써 만차였고 우리는 호텔 주변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호텔로 걸어갔다. 이곳에서 5일 동안 있으면서 한 번도 지하주차장에는 주차를 못한 것 같다. 외부 주차장도 빨리 만차가 되기에 가끔은 해변가 앞에 있는 공터에 주차를 하기도 했다. 

 

체크인을 하면서 조식도 같이 추가했다. 1인 15,500원이었다. 아침에 따로 나가서 사 먹기 귀찮기도 했다. 첫날 호텔에 들어갈 때는 아침에도 부지런히 일찍 일어나서 맛집도 가고 해야지 생각하지만 막상 여행을 하다 보면 게을러져서 멍한 눈을 뜨고 조식을 먹으러 가는 것이 더 나았다. 

 
 

이 호텔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루프탑 수영장 때문이었다. 수영장이 있는 호텔은 대부분 가격이 비싼데 이곳은 5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인피니티 풀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우리는 9층 건물에서 8층으로 배정받았다. 체크인 시 가장 높은 층으로 배정해 달라고 했다. 예약할 때도 예약 메시지에 높은 층으로 배정 부탁한다는 글도 미리 남겨 두었다. 오션뷰의 객실이라 커튼 넘어 희미하게 푸른 바다가 보였다. 어떤 뷰를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화장실은 기본만 갖추고 있었다. 큰 수건 2장(가끔은 큰 수건을 안주는 경우도 있었음), 작은 수건 2장, 헤어드라이기, 다회용 샴푸, 린스, 바시 워시가 준비되어 있었다. 

 

방이 워낙 좁다 보니 화장실도 크지는 않았다. 욕조가 하나 있으면 딱 좋겠는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가격을 생각하니 이 정도면 최고라 생각되었다. 

 
 
 

캐리어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현관 앞에 작게 있었다. 다음날 지나가면서 다른 방을 봤는데 트윈룸은 더블룸과 방의 크기 및 구조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냉장고에는 물 두병이 있었고, 차나 라면을 먹을 수 있게 커피포트도 준비되어 있었다. 

 

다른 시설들은 어느 호텔이나 비슷하니 그냥 쓱 하며 한번 지나갔다. 가장 기대된 부분인 오션 뷰를 보기 위해 커튼을 열고 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다. 

 
 

바다에는 물이 빠져서 검은 현무암과 푸른 바다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가 보였다. 이 정도 뷰 면 5성급 호텔이어야 하는데 5만원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운 같이 느껴졌다. 숙소 예약을 하면서 이 숙소의 단점을 적은 글도 많이 보았기에 예약을 하고 나서도 망설였지만 이 풍경을 보고 나니 모든 단점이 커버가 되는 것 같았다. 

 
 

진짜 바다가 바로 보이는 오션뷰였다. 앞에 방파제가 있어서 살짝 시야를 가리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온 것 같은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다에는 하늘의 그림자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공터에는 많은 차들이 주차가 되어 있었다. 호텔의 규모는 꽤 큰 편이나 그에 맞게 주차장이 설계가 된 것 같지 않았다. 아마 지금이 성수기라 주차장이 부족한 것 같았다. 비수기에는 현재의 주차장으로 충분히 주차하는 차량을 수용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씻고 하다 보니 벌써 저녁시간이 되어 버렸다. 호텔 주변에 뭐가 있고 수영장은 어떻게 생긴지 궁금해서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8층이라 9층까지는 계단을 이용해 올라갔다. 우리 방과 반대쪽은 마운틴 뷰인데 한라산을 이렇게 볼 수 있다면 마운틴 뷰도 너무 좋은 것 같았다. 우리가 있는 4일 동안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한라산을 매일 볼 수 있었다.

 

창문 넘어 깨끗하게 보이는 한라산이 그림 같았다.

 
 

수영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층 더 올라가야 했다. 수영장으로 오르는 길 중간에 앉아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수영장은 크지 않았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크게 보였으나 실제로 보니 작은 풀장 정도라고 할까. 성인이 놀기보다는 아이들이 놀기에 더 좋을 것 같아 보였다. 

 
 
 

이날은 수영복을 입고 가지 않아서 물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아이들이 많아서 조금 정신이 없었다. 사방에서 소리 지르고 물을 튀겨서 정신은 없지만 풍경만은 끝내 주었다. 아마 투숙객의 대부분이 이 수영장에서 아이들과 놀기 위한 가족단위 여행객인 것 같았다. 

 
 

수영장 옆에는 주변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여름이라 해가 길어서 아직 한라산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끊임없이 에어컨 실외기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오긴 했지만 멍하게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도 멋지고 산도 멋지고 날씨만 조금 선선하다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제주도는 연일 폭염경보를 내보내고 있기에 풍경을 즐기기에는 날이 너무 더웠다. 해가 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곳은 열대야였기에 저녁이라고 시원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한쪽에는 한라산, 다른 한쪽에는 바다가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야외 테라스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해는 점점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먼바다의 구름들은 뭉게뭉게 떠있는 것이 아름다웠다. 

 
 

구름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데 구름이 몸을 늘려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 같이 느껴졌다. 

 
 

1층에는 레스토랑과 기념품 숍, 편의점이 있었다. 역시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곳은 기념품 가게였다. 다양한 기념품을 팔고 있었는데 시중보다 더 저렴한 것 같았다. 

 

진열되어 있는 물품 중 귤 모자가 눈에 들어와서 사고 싶었으나 아빠가 난색을 표시하셔서 이날을 모자를 구매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날 혼자 가게에 가서 귤 모자 하나를 구매해 왔다. 

 

1+1으로 판매되는 과자가 많아서 나중에 체크아웃 전날 주변 사람들에게 줄 과자를 이곳에서 왕창 구매했다. 1+1으로 판매하고 있는 과자가 많아서 선물용으로 구매하기 좋았다. 그리고 많이 구매할 경우 이곳에서 택배로 보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마트에서 65리터 쇼핑백을 구매해서 과자를 수화물로 보냈지만, 많이 구매하신다면 바로 택배로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행이 끝날 무렵 과자와 기념품도 같이 도착해 있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제주의 특급 호텔이 아니면 어미니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1층 구석진 공간에서 자판기를 통해 일회용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곳은 정문이 살짝 반지하처럼 들어가 있기 때문에 처음에 캐리어를 끌고 왔을 때 정문인지 후문인지 조금 헷갈렸다. 아무튼 반지하 같은 정문을 나와 계단을 올라오면 도로가 나왔다. 

 
 

바다로 가는 길 담쟁이가 너무 이뻐서 사진에 담아 보았다. 

 
 

그리스의 느낌이 나는 가게는 문은 닫은 것인지 문이 닫혀 있었다. 

 
 

제주 바다를 둘러싼 검은색 현무암은 매번 볼 때마다 익숙해지지 않았다. 

 

숙소 앞에 있는 붉은색 집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숙소의 구조가 조금 애매한 것 같았다. 숙소 앞에도 몇 채의 집이 있었는데 이 부분까지 호텔 부지로 사용했다면 호텔의 부대시설이 더 풍부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을 나서면 바로 제주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호텔을 벗어나면 제주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밤에 가끔 떠돌이 개가 돌아다녀서 개를 무서워하는 나는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것도 무서웠지만, 밤에 산책을 나가기도 좋은 곳이었다. 

 
 
 

바다이지만 앞의 방파제 때문에 호수같이 느껴졌다. 저 멀리 있는 방파제까지 한번 걸어가 볼까 생각했다. 너무 멀어서 관두었다. 그냥 보는 것으로만 만족했다. 

 
 
 

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어서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해안가에는 해초들이 말라죽어 약간 냄새가 나고 미관상 보기는 안 좋았지만 물만은 맑고 투명했다.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입구 부분도 물이 너무 맑아서 물속이 다 보였다. 물속을 자세히 보면 보말들이 보였다. 

 

아빠는 물에 들어가서 보말 몇 마리를 잡으셨다. 어떻게 해 먹을 수 없기에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다.

 
 
 
 

한라산에서 내려온 물과 바다가 만나는 이곳의 물은 시릴 만큼 차가웠다. 아빠는 오랫동안 물에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셨다. 

 
 

이제 숙소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데 바다 위에 달이 둥그렇게 떠 있었다. 하늘의 구름은 솜사탕같이 뭉게뭉게 피어있는 게 이 시간만큼은 동화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바닷가 근처에는 누군가 가꿔놓은 정원이 있었다. 

 

정원은 아주 작았다. 

 
 

돌밭 위에 핀 꽃들은 검은색 돌 때문에 더 원색으로 보였다. 

 
 
 

하늘도 이제 어느 정도 어두워졌다. 이렇게 제주 여행의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차를 가지고 음식점을 가면 주차를 다시는 못할 것 같아서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먹을 음식을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저녁을 먹고 발코니로 나가니 짙은 어둠이 찾아왔다. 항구의 불빛과 달빛이 어두운 바다를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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