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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루루에서의 둘째 날에는 본격적인 울루루 탐방을 했다. 울루루를 여행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는 렌터카를 이용해 울루루와 주변지역을 구경했다.

 
 

오랜만에 조식이 포함된 숙박이기에 점심은 못 먹을 것 같아서 조식을 왕창 먹었다. 아침이지만 창문 넘어 들어오는 햇살이 강렬했다.

 

본격적인 울루루 관광을 위해 숙소에서 나왔다. 일단 아침에 렌터카를 픽업해야 했기에 메인 상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울루루는 햇볕이 강하고 뜨겁기에 대부분의 전기는 태양열로 얻는 것 같아 보였다. 울루루를 여행하며 마을을 벗어나서 나서는 전신주를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건조기후라 식물이 자랄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붉은색 토양을 자양분 삼아 건조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그리고 꽃을 피운 식물은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아시스가 이런 곳일까. 이곳을 벗어나면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야생의 자연이 나왔다.

 

차를 픽업한 후 울루루로 향했다. 구글로 거리를 찍으니 대략 30킬로미터였다. 마을에서 울루루가 보이지만 저곳까지 30킬로미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뿐이었다. 살면서 이런 광활한 대지와 지평선을 본 적이 없기에 자연이 나를 압도하는 것 같았다.

 

차를 타고 가다 울루루가 잘 보이는 곳에서 차를 세운 후 사진을 찍었다. 멀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울루루까지는 한참 멀었다. 내가 이때까지 살면서 느꼈던 거리감이라는 감각이 이곳에선 작동 오류를 일으켰다.

 
 

하나의 바윗덩어리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넓은 평지 위에 솟아난 바위는 충분히 지구의 배꼽이라 불릴만했다.

 

울루루 주변을 걷기 전 울루루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애보리진의 문화를 잠시 엿볼 수 있는 문화센터를 들렸다.

 
 

내가 보고 있는 풍경들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여기선 10킬로미터, 20킬로미터의 의미가 모호해졌다. 단지 걷는다면 단 100미터도 너무 크고 힘들게 다가올 테지만.

 

이곳에서 계속 살아왔던 애보리진. 호주를 신대륙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은 데서 바라본 시각이 아닐까. 대대손손 이곳에 거주하고 자신만의 문화를 유지하고 살았는데, 누군가 나타나서 새로운 대륙이라 부르니 아이러니해 보였다.

 

이곳의 흙과 잘 어울리는 붉은색의 흙벽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문화에서 아웃백의 거친 자연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곳 문화센터가 우리가 아웃백의 강한 햇살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장소였다. 밖의 온도가 아직은 30도가 조금 넘기에 그래도 충분히 걸을만했다.

 

본격적으로 울루루를 걷기 위한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울루루 위를 오르려면 햇살이 뜨거워지기 전인 오전 8시까지만 가능했다. 애보리진에게는 이곳이 신성한 장소이기 때문에 요즘은 울루루 위를 오르려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우리에게는 신기한 돌이지만 그들 문화에서는 영적인 공간이기에 문화를 존중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위에 올라도 안전바가 없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기에 울루루의 멋진 풍경은 비행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사람들이 오르는 길은 하얗게 바래있었다. 안전장치가 없기에 보기만 해도 아찔해 보였다.

 
 

울루루 주변을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있어서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일부 구역은 사진 촬영을 자제해 달라는 문구를 볼 수 있었다. 군사기밀 같은 것이 아닌 신성한 장소에 대한 예의를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울루루로 가기 전 가방에는 충분한 물과 과자 정도를 준비해 두었다. 건조한 지역이라 그늘에 있으면 그런대로 더위를 피할 수 있지만 나머지 지역은 땡볕에 그대로 노출되어야 했다.

 

원시적인 색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비가 오면 물이 어디론가 모여서 흐르나 보다. 물이 지나간 흔적을 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매끈하게만 보였는데 가까이 오니 울루루도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달걀 껍질같이 부서질 것 같은 바위들이 때론 무섭게 느껴졌다. 오래전 본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 조각들이 이곳저곳 흩어져 있었다.

 
 

바위 주변을 돌던 길은 다시 도로와 만났다. 지나다니는 차 하나 없는 외로운 길이었다. 시각적인 시원함이 있었지만 이 일대는 뜨거운 햇빛으로 지글지글 끓어올랐다.

 
 
 

캥거루가 있기는 한가 보다. 캥거루가 그려진 안내판을 보니 우리가 호주에 있는 것이 맞나 보다. 지나다니다 캥거루 한 마리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걸어 다니며 다큐에서 보던 야생 캥거루는 볼 수 없었다. 지나가다 딩고라도 볼까 무서웠다. 딩고를 만나도 누구 하나 도와줄 수 없는 곳이기에 사방이 오픈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쩌면 가장 고립된 공간이었다.

 

가까이에서 볼 때와 먼 곳에서 볼 때 느낌이 사뭇 달랐다.

 
 
 

누구 하나 지나가면 마음이 편하겠는데 우리처럼 울루루를 한 바퀴 돌아오는 사람은 없나 보다.

 
 

머리는 뜨거운 햇빛으로 타들어 갈 것 같았지만 그래도 경이로운 자연을 보고 있으면 꼭 한 바퀴 돌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루루의 다른 면으로 오니 또 기괴한 풍경이 보였다. 보는 방향에 따라 바위 표면에 뚫린 구멍들의 모양이 달라 보였다.

 
 
 

조금 더 걸으니 이제 보이는 무늬는 사람의 머리 같아 보였다.

 
 

그늘진 구역에 들어서니 조금 걷기가 수월했다. 역시 해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컸다.

 
 

중반을 넘어섰을까? 이제는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남은 거리와 시간만 생각했다. 정말 사람이라곤 아빠와 나밖에 없는 이곳이 신기하기도 하고 무서웠다.

 

길을 따라 걷는데 과연 내가 가야 하는 길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다른 길이 없으니 이 길이 맞기는 하겠지만.

 
 
 

중간에 여행자를 위한 비상용 식수대가 있어서 바닥난 물병을 채울 수 있었다. 살기 위해 저거라도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물을 더 충분히 챙겼어야 했는데 내 체력은 더운 날씨로 인해 급속히 피로감과 갈증을 느꼈다.

 

우린 덥다 덥다 그러면서도 남은 길을 계속 걸었다. 시작부터 무리였던 것일까? 걷다 보니 왜 사람이 없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날이 뜨거운데 주변이 돌이다 보니 돌에서 나오는 열도 만만 하치않았다.

 
 

특히 그늘 하나 없이 돌 옆을 걸을 때가 가장 힘든 구간같이 느껴졌다. 아빠랑 그래도 이야기하며 걸으니 힘든 부분은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

 
 

다른 블로거분이 올린 글을 보면 울루루에는 파리가 많아서 파리망을 쓰고 다녀야 파리를 안 먹는다고 하는 여러 글을 보았는데 다행히 우리가 갔을 땐 파리가 없었다. 아마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걸으며 파리 몇 마리를 나도 모르게 먹었을지 모르겠다.

 
 

보는 위치에 따라 울루루는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금 전은 서부영화에 나오는 건조한 들판만 보이다 갑자기 이곳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아 보였다.

 
 

풀도 무성하고 꽃도 피고 이곳만 보면 이곳이 건조지역인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구글로 위치를 계속 확인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더 걸어야 할 것 같아 보였다. 이제 좀 끝이 보였으면 좋겠는데 뭔가 끝이 없는 굴레의 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물이 고인 웅덩이에는 파란 하늘이 비쳤다. 그리고 우리를 잡아먹을 것 같이 생긴 바위의 부분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멀리서 보면 보드랍게 보일 뿐인데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울루루는 보는 위치에 따라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돌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큰 산 같았다. 그냥 돌산이라고 생각했다.

 

사람 소리가 나서 간 곳에는 물웅덩이가 있었다. 이곳의 원주민들 같은 사람들이 시원해 보이는 물속으로 다이빙을 했다. 보기만 해도 너무 시원해 보였다. 물이 전체적으로 검게 보이기에 그 깊이를 알 수 없었다.

 
 
 

아빠랑 나, 둘 다 지칠 대로 지친 것 같다. 많이 걸어 힘들기보다는 아웃백의 더위가 우리를 지치게 만들었다. 몸에서 열이 나는데 그렇다고 한국의 더위처럼 미친 듯이 땀이 나지는 않았다. 사람이 더위에 고사될 것 같았다.

 

드디어 한 바퀴를 다 돌았다. 울루루 한 바퀴를 다 도는 데 3시간이 걸렸다. 다음에 또 온다면 그냥 차 타고 포인트 포인트에서 사진만 찍고 갈 것 같았다. 그래도 한 바퀴를 돌았다는 것이 뿌듯했다.

 
 
 

아빠랑 나 너무 무모하게 도전했던 트레킹 같았다. 차의 온도계로 외부 온도를 확인하니 40도였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온도였다. 그렇지만 마음만은 뭔가 뿌듯했다.

A. Desert Gardens Hotel - Ayers Rock Resort 1 Yulara Drive, Yulara
B. Uluru Sunset Viewing Area 무팃주루
C. Uluṟu-Kata Tjuṯa National Park Lasseter Highway, Ulu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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