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여정은 다른 곳에 비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갈까말까 말설였던 곳 중 하나였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남섬의 대표적인 볼거리인 밀포드 사운드를 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거리가 멀고 가는 길이 쉽지 않지만 일단 밀포드 사운드로 가기로 했다. 사운드라는 말이 뭘까 고민이 해보았다. 기본적으로 소리라는 뜻이지만 건강한 이라는 의미도 있으며, 또 다른 의미는 해협, 하구, 만이라는 의미가 있다. 밀포드 사운드는 밀포드 해협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알듯말듯한 영어의 세계 항상 너무 힘들다.

 

 

전날 퀸즈타운을 갈 때 지났던 산길을 따라 와나카를 나와 퀸즈타운쪽으로 향했다. 퀸즈타운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외곽을 돌아 다시 산길로 접어들었다. 전날과는 다르게 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두껍게 깔려 있었다.

 

 

퀸즈타운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갔다. 점점 하늘의 구름이 더 두껍게 깔려 있는 것 같았다. 장마같은 분위기 이지만 밖은 쌀쌀했다. 여름이라고 하기엔 조금 추운 날씨였다.

 

 

비가 내릴듯 말듯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비가 시원스럽게 내리면 좋으련만 이 꾸물꾸물한 날씨는 한국의 장마를 연상시켰다. 여기서 차가 고장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차량의 통행이 많지 않은 진짜 깡시골이였다. 대신 주변의 풍경은 사람의 통행이 적을수록 더 멋져지는 것 같다.

 

 

구름이 산에 걸려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구름이 걸려있을 수 있을까? 누가 일부러 저렇게 만들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뉴질랜드의 풍경은 다른 어느 나라의 풍경과 비교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각각의 나라마다 특징적인 자연이 있기는 하지만 이곳은 역시 자연으로 먹고 산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관광지 하나를 보기 위해서는 하루가 걸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은 관광지의 풍경 못지 않게 멋있었다. 어쩔 땐 그냥 지나가다 보는 풍경이 관광지의 풍경보다 빼어난 경우도 많았다.

 

 

얼마나 달렸다고 벌써 기름을 넣을 때가 되었다. 일단 반절이상 기름을 사용하면 불안했다. 특히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은 험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차도 빵빵하게 밥을 먹였다. 칼텍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는데, 미국에 사는 친구가 한때 일했던 회사라 뭔가 정감이 갔갔다.

 

 

가는 길이 멀지만 지나는 길에 이것저것 보면서 가니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차를 타고가다 갓길에 주차된 차가 많으면 관광지 같아 보이기에 우리도 차를 세운 후 주변을 구경했다. 따로 휴게소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주유하면서 간단한 먹을 것도 사고, 쉬기도 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이런 명소들을 걸으며 오랜 시간 운전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날이 맑았으면 맑은 호수를 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물 속을 빤히 보고 있는데 왜 골룸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뉴질랜드가 반지의 제왕, 호빗의 촬영지라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물 속을 보고 있는 골룸이 생각났다.

 

골룸이 물 속에 있는 물고기를 손으로 잡으며 먹는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고, 왠지 물 속을 보고 있는 것이 무서워져서 다시 차로 돌아갔다. 뉴질랜드 렌트카 여행을 하며 사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다. 이렇게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내가 무슨 사고를 당해도 누구하나 도와줄 사람이 없어 보였다.

 

 

지나다 풍경이 멋진 곳이 있으면 이렇게 잠시나마 차에서 나와 사진을 찍었다. 겹겹히 중첩되어 있는 산들이 원근법의 정석을 보는 것 같았다. 앞에 있는 산은 진하고 점점 뒤고 갈 수록 흐릿해지는 것이 저게 원근법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남쪽으로 운전을 하다 다시 서쪽을 향해 갔다. 호수의 이름은 미러레이크, 거울 호수라고 불리우는데, 우리가 갔을 땐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미러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호수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호수를 춤추게 하는 것 같았다.

 

 

 

호수가 주변 풍경을 담은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소리가 너무 좋았다.

 

뉴질랜드에 오니 왜 사람들이 야외에 갈 때 고어택스의 등산복을 입고 다니는지 알 수 있었다. 진짜 날씨를 예측할 수 없었다. 어쩔 땐 비가 오고, 또 해가 나고, 바람이 불고, 또 춥고 뭐 이런 날씨가 있을까? 뭔가 날씨가 영국스러운 느낌이 났다. 그래서 영국사람들이 이곳을 식민지로 삼았을까? 자신들의 본토와 날씨가 비슷해서? 남섬의 날씨는 매시간 알 수가 없었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경계가 모호한 구름이 아주 낮게 깔려있었다. 이순간 산신령이 나타난다면 최고이겠지만, 이곳은 한국의 정반대에 있는 뉴질랜드이기에 산신령들도 출장비가 비싸니 이런 곳에는 안나타는 것 같다.

 

 

서쪽으로 갈 수록 산이 험했다. 산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돌같은 느낌이였다. 나무가 자라기 보다는 풀이 자라는 산이 도로 양옆으로 있었다. 비가 얼만나 많이 내렸으면 산에는 곳곳에 폭포가 만들어져 산아래로 흘렸다.

 

 

그냥 돌산이였다. 뉴질랜드에 있는 유일한 터널앞에 섰다. 호머터널로 길이는 대략 400미터 정도이다 그러나 터널 안에서는 30키로로 서행을 해야해서 시간이 꽤 걸리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차선이 한개였다. 그래서 다른 차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린 후 우리쪽에 파란불이 들어와야 터널로 들어갈 수 있었다.

 

차옆에 있는 돌산은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저 돌들이 우리쪽으로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었다. 물을 머금어 더 검게 보이는 돌들이 나에게 돌진하는 것 같았다.

 

 

우리쪽 불이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터널로 들어갔다. 무서웠다. 불빛마저 많지 않은 터널은 밀포드 사운드 쪽으로 내리막 길이였다. 앞차를 놓치면 안될 것 같았다. 이 터널이 없었다면 아마 몇 시간을 또 돌아서 밀포드 사운드로 가야했을지 모르겠다. 아니면 못가던지. 아무튼 뉴질랜드 여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 터널이 호머터널이였다.

 

우리차는 암흑 속을 달렸다. 빨리 나가고 싶었다. 여행책자에는 직접 사람이 터널을 팠다고 했던 것 같다. 천정을 자세히 보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하게 되어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이 터널이 만들어 졌을까?

 

터널을 나와 심하게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오면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도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돌산 위로는 곳곳에 폭포가 만들어져 흐르고 있었다.

 

 

주차를 한 후 주시크루즈로 갔다. 우리는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했다. 주시 크루즈의 경우 주시렌트카를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 경우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주시 이외에도 다른 크루즈 회사가 있었다. 자신에게 맞는 시간을 선택하면 될 것 같다. 금액은 회사마다 비슷했다. 대신 얼마나 할인을 받을 수 있느냐의 차이 같았다.

 

밀포드 사운드는 피오르드로, 빙하가 깎아서 만든 협곡, 해협이였다. 그래서 둥근 U자 모양의 협곡이 만들어졌고, 이곳에 물이 차면서 만이 되었다. 크루즈를 타고 가까이서 산을 보면 몇 만년 전 빙하기 지나가면서 긁으면서 지나갔던 흔적들은 발견한 수 있었다. 진짜 교과서에서 보았던 것을 눈앞에서 학인할 수 있었다.

 

 

배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터미널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비가 계속 내려서 조금만 구경했다. 우산을 쓰기도 애매한 날씨였다.

 

 

안개가 자욱한 바다는 신비스러우면서도 무서웠다.

 

맑은날 왔으면 어땠을까? 저 높은 산들이 어떻게 보일까? 구름과 안개에 가려진 산들은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어서 그 웅장함이 가려져 있었다.

 

 

탑승시간이 되어 배로 갔다.

 

좌석이 정해져 있지 않고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으면 되었다. 배가 출발하면 밖의 풍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대부분 밖으로 나갔다.

 

배는 항구를 나가 해안절벽을 따라 한바퀴 도는 일정이었다. 산 곳곳엔 폭포가 만들어져 보는 사람들마다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배가 항구에서 멀어질 수록 항구는 희미하게 보였다.

 

 

 

책으로만 보던 U자모양의 협곡이 내앞에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책으로 볼땐 그저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빙하가 어떻게 이곳을 만들었는지 상상이 되었다.

 

역시 책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것 같다. 우린 남위 44도 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매번 북위에 익숙했는데 남위라는 말은 너무 어색했다. 좀더 가면 남극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점점 남으로 내려갈 수록 추웠다.

 

 

 

자욱한 구름과 안개가 피오르드를 덮었다. 이젠 우리배만 이곳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배는 다시 절벽쪽으로 붙었다. 하늘에서 내린 비는 절벽을 타고 가늘고 긴 폭포를 만들었다. 하나가 아니 여러개의 폭포가 장관을 이루었다.

 

 

배가 넓다란 돌쪽으로 가까이 갔다. 거기엔 일광욕(?)을 즐기는 물개인지 바다표범인지 약간 구분이 안되는 바다동물이 있었다.

 

우리배 말고 다른 배도 관광 중이였다.

 

 

 

 

 

맑은날 왔으면 너무 좋았겠지만, 맑은날 온 사람들은 이런 풍경을 못보고 갔을거라 생각하니 서로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배는 절벽쪽 큰 폭포가 있는 곳으로 갔다.

 

 

 

 

밖은 쌀쌀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갑판에 나와 한순간이라도 이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쉴새 없이 사진을 찍었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미지의 세계를 보기 위해 탐험하는 것 같았다. 항상 자욱한 안개 속에 같혀 있는 이곳은 뉴질랜드에서 늦게 발견된 지역 중 하나라고 한다. 짙게 깔린 안개 때문에 이곳은 누군가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며 미지의 세계가 아니였을까?!

 

 

 

폭포쪽으로 배를 서서히 붙였다. 완전히 폭포에 붙이지는 못하고 안전상 이유로 적당히 거리를 두고 배는 멈췄다. 갑판에 나와있던 사람들은 배가 폭포에 가까워질 수록 물이 심하게 튀었다. 기분이 나쁘기 보다는 너무 상쾌했다. 추웠지만 폭포에서 튕겨 날아오는 물을 맞고 있으니 마음 속까지 시원했다.

 

 

아빠는 주씨 크루즈의 마스코트와 사진을 찍으셨다. 시시가각 변하는 구름과 안개는 보는 사람들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었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이 점점 끝나가고 있어서 아쉬웠다. 뉴질랜드 여행은 매순간마다 처음 보는 풍경을 보여주었다. 지루할 것이라 생각한 여행이였지만, 순간순간 보이는 풍경들은 관광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루종일 운전하고 또 투어를 해서 엄청 힘이든 하루이기에 숙소는 밀포드 사운드에서 그나마 가까운 테아나우라는 도시에서 숙박을 했다.

 

여름이지만 여름같지 않은 날씨라 한국에서 가져온 긴팔을 요긴하게 사용했다. 뉴질랜드 남섬은 여름이지만 쌀쌀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이동하고 또 투어를 했더니 무지 피곤했다. 힘들긴했지만 뭔가 뿌듯한 하루였다.

A. Milford Sound 

B. Wanaka 뉴질랜드 와나카

C. Te Anau 뉴질랜드 테아나우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