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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간 가량 페리를 타고 쿡해협을 넘어오니 배멀미 때문인지 어질어질했다. 배에서 내리니 그래도 한결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픽톤을 출발해 그레이마우스로 향했다. 대략 거리가 350키로미터였다. 오늘도 하루종일 달려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웰링턴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는데 신기하게 이곳은 해가 쨍했다. 날이 맑으니 날도 따스했다.

 

도로를 달리다 드넓게 펼쳐진 포도농장이 보이기에 잠시 차를 세웠다. 넓이가 가늠이 되지 않을 만큼 포도 농장이 컸다. 처음 봤을 땐 내가 알던 포도나무와 너무 달라서 포도나무인지 몰랐다.

 

 

사람만 빼고는 소도 많고 양도 많고, 또 이제는 포도까지 많은 것 같다.

 

아빠도 많이 피곤하신지 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자주 차를 세웠다.

 

한국처럼 차를 타고 가면 휴게소나 편의점이 있지 않기에 차에 왠만큼 먹을 것을 꼭 가지고 다녀야했다. 종종 저녁 늦은 시간에 숙소에 도착하면 또 먹을 것이 없으면 쫄쫄 굶어야 하기에 여분의 음식을 차에 실고 다녔다.

 

 

하늘이 너무 파란게 아름다웠다. 하루종일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나중에 숙소에 도착하면 찍은 사진이 많이 없기에, 이렇게 중간중간 멋진 풍경이 보이는 곳에서 사진도 찍고 잠시 쉬었다 갔다.

 

 

남섬은 묘하게 북섬과 느낌이 다른 것 같았다.

 

북섬은 들판이 쭈욱 펼쳐져 있고 소나 양들이 풀을 뜯어 먹는 풍경이 흔했는데 남섬은 그런 풍경이 흔하지 않았다.

 

원시 자연의 모습을 더 지니고 있다고 해야할까?

 

 

중간중간 이렇게 쉬었다 가느라 350키로미터라는 긴 거리가 아주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보는 풍경은 뭔가 아쉽기에 잠시 내려서 느긋하게 즐기면서 그레이마우스로 향했다.

 

 

차를 타고 가는데 기찻길이 보였다. 하루에 아니 일주일에 기차가 몇 번이나 지나갈까? 아무것도 다니지 않는, 아니다 아직 기차가 오지 않는 기찻길에서 동심의 세계로 빠져 보았다.

 

 

이런 곳에서 이런 기찻길을 만날 것이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기차가 한대라도 지나갔으면 좋았으려만 이렇게 빈철길 위에서 사진만 찍었다.

 

 

남섬의 서쪽인 그레이마우스에 저녁 7시 무렵에 도착했다. 픽톤에 12시 반에 도착해서 차를 내내 타고 왔다. 하루종일 차를 타서 피곤하기는 했지만, 오면서 보았던 풍경들 때문이었을까? 힘이 더 나는 것 같았다.

 

 

숙소에 도착하니 주인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어떤 길을 통해서 왔나고 속사포 랩으로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그리고 오는 길에 왜 바닷길로 안오고 내륙길로 왔냐고 물어보시기에 네비(gps)를 이용해서 오다 보니 내륙길로 왔다고 말하니, 주인할아버지께서는 요즘은 네비따라서 오다보니 멋진 풍경을 못보고 오는 것 같다며, 그레이마우스 인근 관광지도를 꺼내시곤 가볼만한 곳을 장황하게 설명해 주셨다. 난 할아버지가 하시는 말에 계속 반응하랴 감탄사도 넣고, 또 물어보기도 하고, 내용도 들어야 해서 짧은 시간동안 너무 바빴다.

 

할아버지께서 설명해주신 곳이 내일가는 곳 반대방향에 있기에 배는 고팠지만 저녁먹는 것은 미루고 일단 해가 있을 때 다녀오기로 했다. 차로 20-30분 거리에 있기에 짧게 다녀올만 할 것 같았다.

 

약간 돌들이 제주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레이마우스에 오면 해안으로 난 6번 도로를 타고 와야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바다에 있는 바위들의 모습이 꼭 거대한 새들이 바다 위에 떠있는 것 같이 보였다.

 

푸른 바다는 어디로 갔을까? 바위도 검고, 파도는 회색빛이였다. 단지 푸르는 것을 풀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풀마저 검은 빛이 강해보였다.

 

 

바닷가를 따라 난 6번 국도는 드라이브하기 너무 좋은 길이였다.

 

 

짧게 중요 포인트만 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볼만한 것들이 왜 그리도 눈에 쏙쏙 들어오는지 조금가다 차를 세워 사진찍고, 다시 차를 타고가다 내려서 사진을 찍었다.

 

 

 

 

 

날이 흐려서 저녁시간 같이 보였지만, 아직 쨍하게 해가 떠있는 저녁 8시였다.

 

빗방울도 살짝 내리는 것 같기에 그냥 숙소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살포시 내린 비때문일까 도로의 아스팔트는 쫀득쫀득하게 보이게 짙고 검었고, 풀은 푸른빛이 아니 검푸른색을 보여주었다.

 

 

 

매순간 변화가 일어나는 풍경에 홀려서 또 차를 갓길에 세웠다. 지나다니는 차도 없기에 우리가 이도로를 전세낸 것 같았다.

 

분위기가 묘했다. 어디선가 공룡 한마리가 어디선가 뛰어나올 것 같았다.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는 우리들 차지였다.

 

 

놀다보니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짙게 깔린 구름만 없다면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저녁 9시가 되어서야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난 배고픔에 점점 내자신이 날카로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오늘은 뭐를 먹을까? 그냥 대충먹고 잘까? 아니면 배터지게 뭔가를 먹고 내몸 속 가득 탄수화물을 넣을지 고민이 되었다. 남섬은 북섬보다 훨씬 더 넓고 길도 험한 것 같았다. 내일도 내일모레도 기본 300키로 미터 이상을 매일 이동해야했다.

A. Greymouth 

B. Picton 

C. Motukiekie Beach 1711651/8 State Highway 2, Waipukurau 4200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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