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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섬에서의 첫날은 그레이마우스, 즉 회색 입이라는 뜻인데, 왜 회색입이라고 지명을 지었을까 궁금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회색과 검은색의 돌들이 많아서 그레이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이 도시의 이름에는 무엇인가 사연이 담겨져 있을 것만 같았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또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날씨가 좋지 않았다. 비가 올 것 같기도 한 회색빛의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프란츠 조셉 빙하를 보러 가는 길에 꽤 큰 마을이 보이기에 잠시 쉬었다 갔다. 마을의 해변으로 가보았다. 회색빛을 띠는 모래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파도가 끊임없이 해변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바람에 의해 물이 뒤집어 졌는지 물 또한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모든 것이 회색빛의 해변이였다.

 

 

마을을 나와 다시 빙하기 있는 곳으로 남으로 남으로 내려갔다. 북섬은 화창한 날이 많았는데, 이곳은 날이 왜 그렇게 궂은지 모르겠다. 물기를 잔뜩 품은 나무들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원시 밀림이 이런 느낌일까? 이런 분위기의 숲을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날씨 때문인지 엄청 스산하고 우중충한게 내스타일은 아닌 것 같았다. 영화 쥬라기 공원이 자연스럽게 생각이 났다. 저 나무, 풀 사이에서 공룡이 툭하고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스산한 숲을 그냥 지나쳐가기는 아쉬워서 공터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지나다니는 차도 많지 않았다. 그리고 길게 뻗은 도로는 길가의 나무들을 더욱더 크고 길게 보이게 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길게 뻗어 있는 길을 보면 마음 속도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남섬의 서쪽은 이렇게 습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일까? 지형적으로 이곳이 비가 많이 내리는 것 같았다.

 

 

 

길가에 어머어마하게 자라는 고사리를 만날 수 있었다. 평생 살면서 이렇게 고사리를 많이 복적이 있을까? 한국에서도 가끔 아빠가 산에 갈 때 저기 고사리 있다라고 말하신 적은 있어서 아주 작은 고사리들을 본적은 있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자라는 고사리는 처음이였다. 진짜 뉴질랜드의 상징이 고사리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환경보호를 위해 고속도로 건설을 자제하고, 터널을 되도록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다리도 폭이 좁게 건설되어 있었다. 그래서 다리로 진입할 때는 속도를 줄인 후 맞은 편에서 차가 오는지 확인한 후 다리를 통과해야 했다. 뉴질랜드를 여행 온 많은 사람들이 오염되지 않은 뉴질랜드의 풍경을 보러 오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불편하지만 최대한 자연을 보호하려는 것 같았다. 내생각에도 뉴질랜드까지 온 이유는 우리가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자연과 압도적인 풍경을 보기 위해서 였다. 발달된 대도시를 구경하러 갔다면 다른 나라를 선택했을 것 같다.

 

 

비가 부슬부슬 오다말다 날씨는 으스스한게 기분마저 묘하게 만들어주는 날씨였다. 밖에 있으면 비가 부슬부슬 내려 끈적거리고 그렇다고 안에만 있으면 답답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날이였다.

 

 

프란츠 조셉 빙하가 있는 마을에 거의 다 도착했다. 오전 내내 차만타고 이동한 것 같다. 여기서 빙하를 잠시 보고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빙하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이 보였다. 빙하가 산에서 밀려 내려가면서 주변 산을 깎아서 U자형 협곡을 만든다고 예전에 학교에서 배운 것 같다. 말로는 들어봤지 실제로 본 적이 없기에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강가(?)에서 주황색의 돌들을 볼 수 있었다.

 

주변 돌들은 전부 회색 빛을 띠고 있는데, 몇몇 돌은 짙은 오렌지빛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의 무채색 때문인지 돌들이 더욱더 선명하고 강하게 보였다.

 

서쪽 바다에서 온 공기는 이곳의 산들에 부딪혀서 구름을 만들고 있었다.

 

 

이 돌들은 과연 어디서 왔을까? 누가 일부러 가져다 놓은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다시 차를 타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걸어서 가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또 비가 퍼붓기에 우리는 차를 갓길에 세운 후 걸어가는 사람을 태워주었다. 기억에는 25살의 여학생인데 독일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다. 학교 졸업 후 입사 전까지 여행중이라고 했던 것 같다. 우리는 그 학생을 주차장에서 내려주고 헤어졌다. 혼자서 빗속을 걸어가는 모습이 엄청 씩씩해 보였다. 우리도 차를 세운 후 빙하를 보기 위해 간단히 물건을 챙긴 후 길을 나섰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다 산이라 그런지 추웠다. 그래서 캐리어에서 겨울 옷을 꺼내어 입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미처 신발은 갈아 신지 못하고 빙하로 향했다.

 

 

주차장에 내려서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야 했다. 비포장이기는 했지만 길이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걷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비가 부슬부슬 계속 내렸다. 날이 쌀쌀하다 보니 샌달을 신은 발가락이 너무 추웠다. 이러다 동상에 걸리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쉴세 없이 걸은 것 같다. 발가락이 얼음과 같이 차가웠다.

 

 

열대정글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원시 자연에 온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장면들이 계속 생각이 났다.

 

우리도 저렇게 고어택스로 된 옷을 입고 왔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후를 가진 곳에서 진짜로 고어택스나 등산복을 입어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숲을 지나니 회색의 자갈이 깔려있는 강이 보였다. 자세히 보면 U자 모양을 하고 있었다. 빙하를 보러 오기 전에 들렸던 주황색 돌이 있던 곳과 연관이 되어 있는 강 같아보였다.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곳이다 보니 절벽바위 위를 물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폭포가 만들어진 것 같아 보였다.

 

 

 

우리는 투어를 통해서 빙하를 보러가는 것이 아니였기에, 빙하를 온전히 느끼고 볼 수는 없었지만, 빙하를 멀리서 볼 수는 있었다. 만약 빙하를 좀더 가까이 보고 싶으면 투어를 통해서 빙하를 여행할 수 있는데, 우리는 잠시 이곳을 지나가는 일정이다 보니 이렇게 빙하를 맛만 보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지반이 단단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이 떨어질만한 곳에는 저렇게 떨어짐 주의 표지판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두갈래의 물줄기는 보는이로 하여금 마음 속까지 시원하게 해주었다. 마음도 시원했지만, 내 발가락은 꽁꽁 얼어가는 것 같았다. 예상하지 못한 추위였다.

 

 

 

 

험하지 하지 않은 길을 따라서 더욱더 산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곳은 맑은 날은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 장마철 같은 날씨가 하루종일 지속되었다

 

거대한 바위가 산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았다.

 

곳곳에 만들어진 폭포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산을 넘지 못한 구름들은 산허리에 모여 있었다.

 

 

이제는 평지길을 따라 걸었다. 저 산을 돌아 가면 빙하가 보이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이제는 한참을 걸은 것 같은데 보이지 않으니 약간의 짜증이 일었다. 아마 계속되는 비와 추위, 그리고 점심을 먹지 않아서 배고픔에서 오는 짜증이 아니였을까 생각이 된다.

 

 

그러나 진짜 이런 곳을 언제 한번 와볼까라는 생각이 드니 힘든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뉴질랜드 남섬에서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찍었다고 하니, 그 모습을 떠올리며 걸으니 그나마 힘이 솟았다.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이 진짜인가라는 의심이 들만큼 내 앞에 놓여 있는 풍경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 왔다.

 

 

합성사진같이 보였다. 우리를 이 풍경에 붙여 놓은 것 같은 느낌이였다.

 

 

이끼가 낀 바위들이며, U자형 협곡이며, 그리고 곳곳에 만들어진 폭포, 산의 모습이 어떤지 알 수 없게 짙게 깔린 구름까지 자연이 볼 수 있는 모든 기교를 이곳에 다 모은 후, 부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이끼지역을 지나니 이제는 잔돌이 무수히 많이 쌓여 있는 돌무더기 지역이 나왔다.

 

 

이건 뭐지? 채석장도 아닌데, 자잘한 돌부터 덩어리가 큰 돌까지, 다양한 크기의 돌들이 보였다. 이곳을 지나며 인터스텔라가 생각났다. 외계 행성에 첫발을 내딛는 것 같은 짜릿함이 있었다.

 

 

안개가 짙어서 멀리 있는 빙하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자세히 보면 푸르스름한 돌을 볼 수 있었다. 푸르스름한 돌이 빙하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주변지형을 긁고 지나가면서 협곡을 만들고 부스러기를 남겨 놓는다고 한다.

 

 

좀더 가까이서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안전 때문에 멀리서 봐야 했다.

 

 

 

 

자잘한 돌들이 사방에 널려 있기 때문에 조금 위험해 보이기는 했다. 지반이 약해서 돌들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장엄함을 품은 풍경을 보고 있으니, 그런 것 쯤은 문제가 아닌 것 같이 느껴졌다.

 

 

돌아가는 길 돌들 사이에 숨어 있던 빙하 조각이 보였다. 색이 희끄무레해서 처음에 돌인가 생각했는데, 얼음이 차가웠다. 조금씩 주변이 녹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도 이 빙하 조각을 보았으니 빙하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서 주차장까지 걸어 갔다. 뭔가 모를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래서 빙하마을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와나카로 이동하기로 했다.

 

 

아빠는 피쉬 앤 칩스로, 난 햄버거로 주문을 했다. 배가 너무 고파서였을까 나온 음식이 전부 맛있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배속으로 들어갔다.

 

프란츠 조셉 근처에 볼만한 것이 없을까 알아보다 어느 산길로 접어 들었다.

 

마을을 벗어나면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것 같다. 키가 엄청 큰 나무는 이 곳을 봉인한 것 같이 덮고 있었고, 이끼들과 작은 덩굴식물들이 이곳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으시시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풍경이였다.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지만, 떠나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디서 어떤 동물이 나올지 모를 것 같았다. 개 한마리만 어디선가 나와도 내 심장은 철렁 내려앉을 것 같았다.

 

뉴질랜드만의 자연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북섬은 들판에서 풀을 뜯어 먹는 소와 양이 북섬을 상징한다면, 축축하고 음습하지만 원시자연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것 같은 모습의 자연이 남섬을 대표하는 자연환경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남섬의 서쪽과 동쪽은 확연히 자연 풍경이 달랐다. 아마 남섬을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르는 산맥의 영향인 것 같았다.

 

 

프란츠 조셉 빙하지역을 벗어나 해안길을 따라 계속해서 남쪽으로 갔다. 날씨가 좋지 않았다.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차를 세웠는데,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쳤다.

 

 

 

심하게 몰아치는 비바람 때문에 머리는 푸석해지고 온몸은 끈적거렸다. 바다에서 전사들이 육지로 몰려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잠시 밖에 서있었을 뿐인데 안경은 물기로 가득했다.

 

 

 

또 다시 우리는 와나카로 향했다. 해안길은 끝나고 이제 끝이 보이지 않는 산길로 접어 들었다.

 

비가 많이 오기 때문일까 수량이 풍부하지만 물은 회색빛을 띠고 있는 것이 신기할 뿐이였다.

 

오늘은 하루종일 햇빛을 한번 못보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타고 산길을 넘는 길에 폭포라고 적힌 이정표가 보여서 차를 세운 후 폭포를 보러 갔다. 프란츠 조셉 빙하를 보러가면서도 폭포를 많이 보기는 했지만, 계속 차를 타서 쉬고 싶은 핑계를 찾고 싶었다.

 

짜리몽땅한 폭포가 숲을 벗어나니 보였다. 산 속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강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폭포는 맞는 것 같은데, 우리가 생각한 폭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폭포였다.

 

 

아무튼 잠시 폭포를 본다는 핑계로 이렇게 쉬었다 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폭포를 본 후 계속해서 내륙을 달렸다. 지금 몇 시인지 시계를 보니 8시를 갓 넘었다. 숙소까지는 아직도 한두시간은 더 가야할 것 같아 보였다. 어차피 늦은거 여유롭게 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수가 보였고 호수 주변은 높은 산들이 둘러싸서 호수를 보호하는 것 같이 보였다.

 

 

 

그냥 이런 풍경을 두고 지나쳐 갔으면 너무 아쉽지 않았을까? 잠시이지만 이런 풍경을 누리고 숙소로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우리의 여정상 한번 갔던 길을 다시 돌아올 일이 없기에 매 순간순간에 충실해야 했다.

 

 

 

방금전 내가 보아왔던 풍경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또 다른 장르의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이젠 고산지대 기후일까? 건좋나 기후일까? 남섬의 서쪽은 그렇게 비만 내리더니, 이곳은 해가 쨍쨍했다.

 

 

 

 

방금 전 내가 지나왔던 길은 뭐였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루종일 나는 비와 추위와 싸우다 왔는데, 이곳은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너무 평온했다.

 

 

낮인지 밤인지 모르는 하늘을 보며 숙소로 계속 갔다. 밤 10시가 다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하늘은 쨍했다. 밤이 오기는 오는 곳일까? 낮인지 밤인지 구분은 안되었지만, 하루종일 이동을 해서 그런지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A. Greymouth

B. Hōkitika Beach Hokitika 7810 뉴질랜드

C. Glacier François-Joseph 뉴질랜드 7886 웨스트 코스트 프란츠요제프 빙하

D. Wan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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