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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진행된 투어는 해가 지는 일몰을 보아야 마무리가 되었다. 하루종일 알차게 보낸 하루였다. 새벽에 일어나서 일출을 보고 낮에는 바간의 사원과 탑을 보고, 이제 오늘 여행을 마무리할 일몰을 감상하는 것만 남았다.

 

오늘 하루종일 우리를 이곳저곳 데려다 주고 끊임 없는 수다로 심심하지 않게 해준 택시기사며 오늘의 가이드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하나를 물어보면 줄줄이 비엔나처럼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덕분에 미얀마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선셋타워 앞의 정원에 꽃이 이쁘게 피어 있었다. 하루종일 흙먼지 흩날리는 거리와 건조한 것 같은 사원을 보다 이렇게 살아 있는 꽃을 보니 내 마음도 다시 촉촉해 지는 것 같았다.

새로 지은 선셋타워는 바간의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받는 것 같았다. 사원돌계단에 앉아서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던 바간인데, 지진으로 인해 그런 낭만이 없어졌다. 대신 또 다른 시각에서 바간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직 해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타워 앞 정원에서 사진을 찍었다. 멀리 보이는 탑들이 이제는 익숙해 보였다. 처음에는 신기했다. 하루종일 진행된 투어로 인해 이제는 그냥 내 주변에 있는 하나의 탑이나 사원에 불과했다. 하루라는 시간동안 바간의 풍경을 보는 나의 시선은 처음엔 모든게 신기하고 신비스러웠다면, 몇 시간이 지난 지금 모든게 전경에서 풍경으로 바뀌었다. 이런 풍경이 하루동안 익숙해진 것 같다.

 

오히려 이렇게 건조한 곳에 꽃을 핀 꽃나무가 신기했다. 아마 사람이 열심히 가꾸었겠지만.

 

 

타워에 들어가는 입장료는 인당 5달러였다. 그런데 지갑에 있는 달러는 돈단위가 다 큰돈이었다. 100달러짜리를 내려고 하니 돈이 너무 크다고, 카드를 내려고 하니 카드는 안된다고, 아무튼 겨우 탈탈 털어서 10달라를 만들어서 돈을 지불했다.

 

 

 

계단을 통해 입구로 들어서니 다양한 조형물이 있었다. 목이 말랐었는데 다행히 시식용인지 웰컴드링크인지 음료 한잔을 주어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거대한 통나무를 깎은 것 같은 화가난 황소 조각이 인상적이였다. 아마 바간의 명소로 키우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해서 지은 건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마지막 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나선형의 계단을 또 걸었다. 좁은 폭의 계단을 빙글빙글 걸어서 올라갔다.

 

 

올라가는 순간 눈이 시원해졌다. 오늘 어디를 다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곳의 어딘가를 다녀왔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지려면 시간이 남았는데, 전망대에 미리와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다. 특히 이곳도 중국인 패키지가 많이 와 있었다. 점점 사람이 많아지니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은근 서로 밀치고 하는게 많아져서 짜증이 났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자기들 사진찍어야 한다고 우리를 밀기도 하고, 아무튼 사람이 많아지니 좋은 자리를 잡는게 제일 힘들었다.

 

바간의 대부분은 평지라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도 바간의 전경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곳은 바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보니, 보는 뷰가 남달랐다. 아침에 열기구 투어를 못한 점이 아쉬웠는데, 이곳에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니 아침에 느꼈던 아쉬움이 눈녹듯 다 녹아 없어져 버렸다.

 

 

저멀리 보이는 산은 더 멀게 느껴졌다. 그리고 길게 늘어선 산의 모습은 이곳을 감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아침의 햇살과 오후의 햇살은 다르게 느껴졌다. 아침이 선명한 주황색과 붉은색의 강렬하다면, 일몰의 하늘은 부드러운 주황색 그라데이션이 마음을 포근하게 하면서, 오늘하루가 이렇게 지나감을 아쉽게 느껴지게 했다.

 

 

사람에 치여서 힘들기는 했지만, 상상이상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해가 서쪽으로 내려가면 갈 수록 바간은 다시 미스테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사선으로 받은 햇살에 사원들은 다시 고대의 비밀을 가진 사원으로 바뀌어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간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의 가슴 뭉클함이 느껴졌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하루지만 이 순간만큼은 마음 속에 특별하게 남았다. 이카의 사막에서 본 하늘, 코타키나발루에서의 석양, 우유니 사막에서 본 황홀한 하늘 등, 여행을 하면서 전세계 다양한 곳에서 여러번의 지는 해를 보았다. 이 순간도 내 마음의 앨범에 잊지 못할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다행히 좋은 자리를 잡아서 해가 지는 과정을 전부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는데, 한무리의 새때가 앞으로 지나갔다. 오히려 지나가는 새들 때문에 사진이 더 갬성 돋게 되었다.

바간에서 하루밖에 돌아다니지 않았지만, 얼굴이 많이 타버렸다. 그리고 땀범벅 위에 먼지 범벅으로 몸은 끈적끈적 거렸지만, 오늘 하루를 너무 멋지게 마감할 수 있어서 기분만은 가벼웠다. 힘들다고 안봤으면 평생 후회할 뻔했다.

 

 

하늘이 점점 더 짙은 주황색으로 변했다. 내 앞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내 마음을 심쿵하게 했다.

 

 

 

 

 

 

 

 

 

해는 점점 산뒤로 사라지더니 드디어 우리의 시야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제 오늘 하루가 끝이구나 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다.

 

 

해가 지니 사람들이 슬슬 타워에서 내려갔다. 시간을 조금만 더 지체하면 엘리베이터 타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아쉽지만 발길을 재촉했다.

 

 

지는 해에 홀려서 가까운 곳의 풍경이 어떤지는 마지막에서야 볼 수 있었다.

 

아마 기억에 계단을 통해서 내려온 것 같다. 중간중간 이렇게 창문이 있어서 바간의 풍경을 마지막까지 볼 수 있었다. 점점 1층으로 갈수록 하루를 끝냈다는 안도감과 아쉬움이 느껴졌다. 하룻동안 고고학자가 되어, 역사학자가 되어, 관광객이 되어 이곳을 누볐던 것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Bagan Watching Tower

Unnamed Rd,, Nyaung-U,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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