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전날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전전날 동문시장에서 이것저것 샀더니 캐리어가 벌써 터질 것 같다. 면세품을 살 수도 있는데 걱정이 되었다.
아침부터 맑은 하늘에 기분이 좋았다. 뉴스에서는 중부지방에 눈이 내린다고 하는데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제주만큼은 날씨가 좋았다. 그림처럼 떠있는 구름마저 이뻤다.
숙소 체크아웃 시간보다 조금 빨리 숙소에서 나왔다. 카카오택시를 부르니 1~2분만에 택시가 왔다. 역시 카카오 택시가 편한 것 같다. 탑승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일단 체크인부터 하고 라운지에 가 있을 생각이였다. 스얼골드라인의 줄이 길어서 사람이 없어 보이는 줄에 섰더니 수화물 드랍 전용이라고 해서 다시 스얼골드줄에 서서 체크인을 했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여유롭게 라운지에 앉아서 내리는 비행기를 구경했다. 체크인할 때 김포에 눈이 많이 내려서 비행기가 연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얼마나 연착될까? 원주, 청주 등 몇몇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들은 벌써 전광판에 빨간색 글씨로 결항, 캔슬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행히 김포에서 오고 가는 비행기는 결항은 피한 것 같았다. 제주에 있다보니,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벌써 눈내리는게 무엇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제주에 1년만 살았다가는 겨울이 뭐예요?라고 할 것 같았다.
국내선 라운지라 먹을 것이라고는 음료, 커피, 몇몇 과자류만 있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나왔기에 과자엔 그렇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서 얼마나 더 있어야 할 지 모르기에 먹을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먹어두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과자 몇 개와 커피를 가지고 왔다.
창문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평온해보였다. 그리고 쉼없이 비행기가 이곳으로 착륙을 했다.
잠시 구름과자를 먹고자 라운지에서 나왔다. 한라산이 보일듯 말듯 마지막날이라고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것 같았다.
다시 라운지로 돌아와 노트에 어제 본 한담해변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렸다기 보다는 끄적끄적 거렸다. 완성하고 나니 왜 해를 저렇게 검은색으로 칠했을까라는 후회가 들었다.
라운지에만 있다보니 답답해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방금 비행을 마쳤는지 조종사분들이 걸어가고 계셨다. 나도 어릴적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면 나도 저곳에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부러웠다. 아직도 조종사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동경이 남아 있다. 난 여행이 좋다기 보다는 여행을 할 때 타는 비행기나 기차가 좋다. 여행지에 가서는 약간 시큰둥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그냥 탈 것을 타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튼 제복을 입고 걸어가는 파일럿의 모습에 눈을 땔 수가 없었다.
한라산에게 다음 기회에 보자고 인사를 한 후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비행편이 지연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안에서 기다리면서 면세품도 찾고 뭐 살 것도 있는지 보기 위해 조금 빨리 면세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지인이 부탁한 면세품도 찾고, 홍삼도 하나 구매하고, 구름과자도 구매를 했다. 평일 낮인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을 자리가 없었다. 특히 여러편의 비행기가 지연되고 있어서 사람들이 더 많게 느껴졌다.
내가탈 OZ8950은 다행히 15분 밖에 지연되지 않았지만, 이래저래해서 30분 정도 지연된 후 탑승한 것 같다.
탑승이 시작되고 보딩브릿지를 통해 탑승하는 것이 아닌 버스를 타고 비행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왜 그렇게 바람이 강하게 부는지 사람이 서있을 수가 없었다. 다들 심하게 부는 바람에 머리가 엉망이 되었다. 비행기도 바람에 휘청휘청거리는 것이 보였다.
사진을 찍고 싶은데 바람에 핸드폰이 계속 밀렸다.
옆의 비행기의 날개도 출렁출렁, 휘청휘청 움직였다.
탑승 후 앉아 있는데 비행기가 바람이 심하게 불 때마다 기우뚱기우뚱 거렸다. 측면으로 부는 사람이 장난이 아니였다.
고프로를 단단히 유리창에 붙이고 이륙준비를 기다렸다. 오늘은 어떤 하늘을 만날 수 있을지 설레였다. 분명 아침에 출발할 때는 맑았는데, 어느덧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다.
비행기는 열심히 활주로를 향해 갔다. 비행기 몇 대를 착륙시킨 후 우리가 이륙할 차례가 되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는데 계속 바람에 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바퀴가 지면에서 떨어져 하늘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몇 십미터 하강을 했다. 이렇게 급하강과 급상승을 반복하며 비행기느 고도를 올렸다. 무슨 롤러코스터도 아니고 간만에 또 등에 땀이 주르륵 흘렀다. 이러다 죽을까? 아니야 이정도 높이면 추락은 안할거야 등 별별 생각이 들었다.
구름층을 벚어나 위로 올라오니 푸른 하늘에 눈이 부셨다. 간혹 터블런스에 비행기가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제주에서 이륙할 때 보다는 하늘이 잔잔했다.
나는 그냥 에어쇼나 보여주는 것이 좋은 것 같은데, 맨날 똑같은 개그 프로그램만 공용 모니터로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 비행기는 이제 막 육지로 들어섰다. 시속 730키로미터로 날고 있는데, 밖을 보고 있으면 그냥 떠있다는 느낌이외의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육지의 날씨도 좋지 않은지 구름이 깔려있어서 지상을 볼 수 없었다.
얼마 탄 것 같지도 않은데 착륙준비를 한다고 한다. 국내선은 뜨면 내리니 뭔가 비행기 탑승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감질맛 나는 느낌이 있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국내선만으로도 4~5시간씩 탈 수 있다면 어떻까? 우리나라는 길어야 1시간이 채 못되니 이점이 너무 아쉬운 것 같다.
비행기는 기수를 아래로 내렸다. 점점 비행기는 다시 구름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비행기의 탑승보다 공항에서의 기다림에 지쳐서 아빠와 나는 넋이 나가 있었다.
중부지방에 내린 폭설로 인해 산과 들, 계곡이 하얗게 보였다. 위에서 볼 때는 멋지지만, 밑에서 있는 사람에게는 힘들 수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위에서 본 눈쌓인 풍경은 장관이였다.
이제 비행기는 고도를 더 많이 낮추었다. 이제 왠만한 땅 위의 건물들이 눈에 쉽게 들어 왔다.
그러나 이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주공항에서 출발할 때는 저강도의 흔들림이였다면, 이곳에서는 중강도와 고강도의 흔들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평온해보이는 비행기밖 풍경들이지만, 비행기 안에서는 사람들이 비행기의 흔들거림과 오르락 내리락에 따라 오~, 우와~, 윽~이 노래처럼 반복되고 있었다. 비행기가 급강하할 때는 엉덩이가 의자에서 조금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이번 비행은 역대급이라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예전에 호주에서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공중부양을 경험한 이후 처음으로 무섭다, 죽겠다는 생각을 한 비행이였다. 그리고 서울 남부쪽을 통해 김포로 향하고 있었다.
강한 바람 때문일까 미세먼지 하나없는 서울을 볼 수 있었다. 배추흰나비알 같이 생긴 롯데타워도 보이고 N타워도 눈에 들어 왔다. 그리고 한강의 수많은 다리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북한산과 도봉산도 보였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국회의사당도 보였다. 풍경은 최고인데 바람은 최악인 날이였다. 비행기가 빌딩 또는 아파트 위를 날고 있을 때는 긴장이 되었다. 갑자기 부는 바람에 비행기가 밀려서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종실에서는 최대한 비행기가 가운데 활주로 선에 밀리지 않게 하기 위해 분주하게 하고 있을 것 같았다. 비행기는 플랩을 펼쳤다. 비행기의 날개는 새의 날개처럼 바람에 의해 파닥파닥거렸다. 비행기의 날개는 원래 움직이는게 정상이지만, 저러다 날개가 부러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보이는 비행기는 왜 꼬리쪽을 잘랐을까? 저 꼬리로 대한항공에서 마일리지로 판매하는 비행기 조각(?)을 만드는 것일까? 아무튼 비행기 꼬리를 저렇게 잘라 놓은 모습을 처음봐서 신기했다.
과연 착륙을 할 수 있을까? 다시 복행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었다. 다행히 비행기는 활주로와 자석처럼 쫙하고 접지를 했다. 그리고 역추진을 하며 속도를 줄였다.
고작 몇 분되지 않은 시간동안 온몸의 힘을 다 쏟은 것 같았다. 비행기에서 내리는데 왜 그렇게 온몸이 쑤시는지 모르겠다. 우리 앞에 탔던 꼬마는 아마 비행기 덕후인가 보다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끊임없이 비행기 이야기만 하더니, 내릴 때는 흔들리는거 너무 재밌다며 또 타고 싶다며 내렸다.
아침 일찍 나온 것 같은데 벌써 해는 조금씩 지고 있었다. 수화물은 5번에서 찾아야 했다.
국내여행에서 수화물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습관적으로 짐을 놓고 밖으로 나갈뻔했다. 제일 마지막에 내렸지만 제일 먼저 짐을 찾아서 공항철도 타는 곳으로 갔다. 이렇게 해서 제주여행이 아쉽지만 끝이 났다. 제주로 갈 때는 2주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는데 막상 여행을 시작하니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하루하루 있었던 일을 모두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제주에 갔다온지 벌써 2달이 지났다. 그 사이 또 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오랜만에 맞는 차가운 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또 며칠이 지나면 이런 풍경이 지겨워질 것 같지만, 다시 익숙한 곳으로 돌아온 것 같은 안도감과 아쉬움이 들었다.
철길에 뿌려진 눈, 63빌딩 등 익숙한 것들이지만 요며칠 잊고 지냈던 것 같다. 오히려 이런 풍경들이 더 낯설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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