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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프로그램에서 개화기 양복을 입고 사진 찍는 모습이 너무 부러워서 경주에서 뭐를 하면 좋을까 생각을 하다가 그때 그 사진관이라는 곳에서 흑백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우와당에서 걸어서 1분정도 거리에 사진관이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살이 급격히 쪘기에 과연 맞는 옷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 가보리고 했다. 사진관 입구에 아이들이 교련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교련복이 아이들에게 잘 어울렸다.

 문앞에서 망설이다 부끄러운 마음을 안고 사진관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관 안은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벽면을 채운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타임머신을 타고 추억여행을 온 것 같았다. 마음 속으로는 맞는 옷이 있으면 좋을텐데 생각을 했다.

사진찍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진관 안을 돌아다녔다. 오래된 흑백사진을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컬러사진과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예전에 사진을 배운다고 필카에 흑백필름을 넣고 찍었던 기억이 났다.

 스튜디오 한켠에는 개화기 양복과 의상이 있었다. 주인분께서 너무 바쁘셔서 그냥 뭐가 있나 한번 훑어 보았다.

 현대적인 느낌과는 조금 다르지만 멋이 있어 보였다. 빨리 맞는 사이즈를 찾아서 입고 사진 찍고 싶었다. 양복을 입기에 일부러 내가 좋아하는 난쟁이 신발도 챙겨서 신고 왔었다. 특히 멜빵을 메고 오랜만에 자켓을 걸치고 싶었다. 머리 속으로 온갓 상상의 날개를 혼자서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맞는 양복이 없었다. 개화기 양복이 슬림핏이라 그런지 양복자켓을 입으니 팔에 걸리고, 바지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나같은 통통한 사람에게는 개화기 양복은 무리였던 것 같다. 아무튼 낙담하고 있는데, 맞는 사이즈의 옷이 있다고 해서 입어 보았다. 교련복이었다. 그래도 이거라도 맞으니 다행이랄까?!

 아빠는 교련복을 오랜만에 입으니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고, 어랜애처럼 들뜨셨다.

 학창시절로 돌아간 아빠는 갑자기 학생 때가 생각난다면서, 기차에서 친구들과 장난치던 모습을 재현해 주셨다.

 경주라는 곳. 장소가 주는 느낌이랄까. 경주의 거리를 보고 있으면, 뭔가 시간여행을 하러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현대인들인데, 분위기는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리고 사진관에는 작은 사물함이 있어서 옷을 갈아 입을 후 가방이나, 입었던 옷을 사물함에 보관할 수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우리 촬영일 때가지 기다렸다. 기다리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손님이 들어 오고 나갔다. 촬영은 스튜디오 안에 있는 촬영장소에서 진행되었다. 사진기사분께서 여러가지 포즈를 말해주면 그에 맞춰서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올드 메모리를 떠올리게 하는 소품들을 이용해서 사진도 촬영을 했다.

 촬영이 끝나고 촬영된 사진을 확인할 때까지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옷을 입은 김에 사진관 앞에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관 주인아주머니께서 사진을 찍어주시기도 했다. 나는 모자쓰는게 너무 어색해서 모자를 벗고 사진을 찍었다. 아빠는 모자쓰고 선글래스를 착용하니 70년 군인같아 보였다.

 그리고 주인 아주머니의 팁으로 사진을 흑백으로 찍어 보니 컬러로 찍을 때와는 분위기가 확바뀌었다. 흑백의 느낌, 말로는 표현 못하겠지만 흑백의 느낌이 확 느껴졌다. 

 그래서 컬러로 다시 찍어 보니, 확실히 교련복에는 흑백이 더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오랜만에 흑백모드를. 아니 아마 처음으로 핸드폰 카메라의 흑백모드를 사용한 것 같다.

 대충대충 느낌만 살려서 찍어도 나름 퀄리티가 높게 느껴졌다.

 

 

 교련복을 입고 찍은 흑백사진이 우리가 입고 간 옷으로 갈아 입고 찍은 사진보다 나은 것 같았다. 스튜디오에 탈의실이 같이 있기 때문에 옷을 쉽게 갈아 입을 수 있었다.

 드디어 우리 사진이 나왔다. 이 사진 중 마음에 드는 사진 4장을 고르면 되었다. 다 비슷비슷해보이는 것 같은데, 그래도 그중에 제일 나은 것을 찾아야 했다.

사진관에서는 의상도 대여했다. 개화기 의상을 입기 위해서는 최소 20키로는 빼고 가야할 것 같다. 우리는 원래 가족요금으로 받아야 하는데, 두명이라서 연인, 우정 요금인 3만원과 의상비 각각 5,000원식 40,000원을 지불했다.

사진은 학교다닐 때 자주 보던 똥색 봉투에 담아서 주었다. 각각 잘나온 것 같은 사진 4장이 담겨져 있었다. 가격은 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하나의 추억이 생겼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인생의 위시리스트에서 하나의 항목을 지울 수 있었다. 가족사진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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