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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특이하게 덥고 습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계절의 개념을 이제 서서히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홈쇼핑에서 전라남도 숙소 특가 상품을 판매하기에 홀리듯 상품을 구매했다. 화순에 있는 금호리조트로 예약을 했는데 서울에서 화순까지는 꽤 먼 거리라 중간에 어딜 들렀다 가면 좋을 것 같았다.

 
 

7월의 첫날,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새벽시간이지만 서울을 빠져나가려는 차가 많았다.

 
 

하지가 지났지만 해가 길었다. 오랜만에 타는 경부고속도로와 천안, 논산 고속도로였다.

 
 

알밤으로 유명한 정안휴게소에서 잠시 쉬며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다.

 

보성 수국이 유명하다고 해서 전라도로 바로 향하려다 공주 유구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몇 년 전 코로나가 한창 퍼질 때 처음 가본 이후 처음 가보는 유구였다. 길가에 화사하게 핀 꽃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일교차 때문인지 고속도로에는 옅게 안개가 끼어있었다.

 

충청도는 서울과 가깝기에 그다지 매력이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인가 충청도가 편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톨게이트를 통과해 유구 색동 수국 정원으로 갔다. 톨게이트에서 나와 얼마 멀지 않은 곳이었다.

 

예전 기억을 떠올려 전통시장 앞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전에는 주차할 곳이 없어서 유구 하나로 마트 주차장에 주차를 했었다.

 
 

차를 주차한 후 강가로 걸어갔다. 6월에 와야 절정의 수국꽃을 볼 수 있는데 절정을 지났기에 수국이 꽤 졌을 것 같았다.

 
 

수국꽃을 만나기 전 논가 옆 접시꽃을 만났다. 푸른 논 옆의 접시꽃의 색은 더 선명하고 이뻤다.

 
 

수국 정원에 들어서니 아직 지지 않은 수국이 피어있었다.

 

수국축제의 끝물이라 그런지 아직까지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다만 여유롭게 사진을 찍고자 하는 포토그래퍼들만이 많았다.

 

아빠는 수국의 절정이 지나서 너무 아쉽다고 하시는데 내 눈에는 이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선명한 분홍색이 아니라 꽃 사진이 조금 지저분하게 보일뿐 아직도 길가에는 수국꽃 세상이었다.

 
 

일단 사람이 없으니 너무 좋다.

 

카메라는 총 2대를 챙겨갔다. 하나는 팬택스 보디에 시그마 아트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 다른 카메라는 니콘 Zfc였다.

 

상황에 따라 펜탁스와 니콘을 번갈아 사용했다.

 

져가는 수국꽃이 그립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은 일찍 이곳을 방문했다.

 
 

아빠가 고프로로 촬영하고 싶다고 하셔서 내가 챙겨왔는데 목걸이 형태는 너무 폼이 안 난다고 하셨다. 그래서 조금 촬영하시다 어느 순간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작가들 삼각대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데 어떤 사진을 찍어 내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작가들의 열정이 멀리서도 느껴졌다. 무거운 가방에 삼각대, 그리고 카메라까지. 열정이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아트 렌즈로 찍으니 눈으로 보는 것보다 확실히 더 색이 진하게 나왔다.

 
 

아트 렌즈로 인물을 찍으면 얼굴이 너무 노랗거나 붉게 나오는데 꽃만 찍으니 실제보다 더 실감 나게 사진을 만들어 주었다.

 
 
 

맑은 하늘이 그리운 날이었다.

 

수국꽃 위로 걸린 가랜더의 글귀가 마음에 들어왔다. 꽃이 있는 곳에는 그 어떤 글을 가져다 놔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아빠는 처음에 수국이 많이 져서 아쉽다면서도 아름다운 꽃을 볼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셨다.

 
 
 

강길을 따라 계속 걷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수국이 있는 곳만 구경했다.

 
 

어떻게 찍으면 마음 속 깊이 꼭 박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이리저리 찍어봐도 내눈에는 다 비슷한 구도의 사진이었다. 사진은 내인생의 계륵이었다. 손을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잘 찍지도 못하니.

 

사람이 많다면 눈치껏 찍어야 할 가랜더의 글도 기다림없이 찍을 수 있었다.

 

포토 스팟도 비어 있어서 찍고 싶을 때 기다림없이 사진을 찍었다.

 
 
 
 

날이 조금만 더 시원하면 좋겠는데 아침 시간이었지만 습하고 더웠다. 이제 진짜 여름인가 보다.

 

오두막에 올라 잠시 쉬었다. 시원한 바람이 그리웠다.

 

아름다운 꽃에 취해 등이 다 젖도록 사진을 찍었다.

 
 

똑같은 사진도 미묘하게 다르게 보이기에 모델인 아빠에게 다양한 표정과 포즈를 주문했다.

 

수국을 보고 있으니 이 초여름이 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둑에 서면 수국 꽃 뒤로 유구 시내가 보였다.

 

논 내음이 좋았다.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향긋함이기에 이 냄새는 내가 여름 하면 떠오르는 향수였다.

 
 

이제 볼 만큼 본 것 같은데 뭔가 아쉬웠다.

 

다시 둑 아래로 내려가 사진을 찍기로 했다,

 
 

제2회 수국 정원 사진 공모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도 출품해 볼까 생각이 들었지만 작가분들이 많이 낼 것 같아 부러운 시선으로 플래카드만 바라보았다.

 

둑 아래로 내려왔다. 우리는 공원을 한 바퀴 돈 후 다시 원점으로 왔는데 아직도 공원은 조용했다.

비석 앞도 한산해서 어찌 보면 쓸쓸해 보였다.

 
 

같은 장소도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냐에 따라 전체적인 느낌이 달라진다. 펜탁스의 색감이 너무 좋아 20대 때부터 사용했다. 니콘은 촬영 당시의 색감보다는 보정했을 때의 느낌이 더 좋았다.

 
 

카메라를 바꾼 후 아빠랑 같이 셀카를 찍는 횟수도 더 늘었다.

 
 
 

아빠랑 나의 관심 시간은 딱 2시간이기에 점점 꽃에 질려가고 있었다.

 

함께 하기 때문에 좋고 그 시간이 소중하지 않을까. 가랜드의 글귀가 내 마음에 돌을 하나 던져주고 갔다.

 
 
 

이제는 무엇을 찍어도 비슷하게 보이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찍었다.

 
 

우리는 징검다리로 향했다. 큼직한 돌의 징검다리였다.

 

징검다리 사이사이로 맑은 물이 흘렀다.

 
 

완연히 여름이었다. 예년 같은 여름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름이라 좋았다.

 
 

징검다리에서 돌아와 벤치에 앉아 잠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시골 담장 어디를 둘러봐도 천사의 나팔 같은 능소화가 펴있었다.

 
 

창고에 그려진 수국 그림은 과하지 않고 단아했다.

 

전통시장 주차장에 다다르니 창고 같은 건물의 벽면에 베틀을 짜는 벽화를 볼 수 있었다.

 
 

건물 사이의 핑크빛 길은 꿈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두 번째로 온 유구였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다. 또 수국꽃이 필 때가 되면 유구가 생각날 것 같다. 수국 하면 유구가 아닐까.

https://youtu.be/g6R55vUDg9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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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튤립성산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한 후 해비치 제주로 체크인 하기까지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향한 곳이 일출랜드였다. 내가 동굴을 무서워하니 자연히 가기 꺼려지는 곳 중 하나였다.

 

체크아웃을 하고 일출랜드로 가는 길 오랜만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이번 여행 내내 비가 와서 걱정을 했는데 하루 남으니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이 오랜만에 설레게 했다.

 
 

오는 사람이 많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주차장은 렌터카도 많고 대형버스도 많았다.

 

금액도 제주 치고는 그렇게 비싸진 않았다. 역시 오랜 전통을 지닌 곳이라 다양한 드라마를 찍은 명소였다.

 
 
 
 

입구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여유로운 구경이 될 것 같았다.

 

들어서니 보이는 야자수와 정원에서 이곳이 최근에 지어진 곳이 아니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9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갑자기 맑아진 하늘에 기분도 가벼워졌다.

 
 

야자수가 곳곳에 있으니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와!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시절엔 확실히 독보적인 곳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보면 촌스러울 수 있는 곳이지만 오히려 이런 느낌이 훨씬 더 새롭게 느껴졌다.

 
 
 

바람이 세서 야자수가 미친 사람 머리처럼 흔들거렸다.

 
 
 

키가 다른 하루방들이 귀여웠다. 요즘 들어 제주에 자주 오게 되지만 하르방을 보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것이 하르방에서 제주의 카페들로 바뀐지 오래이지 않은가.

 
 

다양한 하르방들 사이에 서서 사진을 찍는 재미가 있었다. 역시 그래도 제주에서 하르방을 빼면 섭섭하지 않은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누구든 쉽고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무가 잘 가꿔져 강한 햇빛을 피하기에도 좋았다.

 

동선이 바닥에 표시되어 있기에 처음 오더라도 바닥만 보고 따라 걸으면 되었다.

 
 

한림공원과 느낌이 비슷했다. 서쪽 지역에는 한림공원이 있다면 동부에는 일출랜드가 있었다. 부지가 넓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와도 번잡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빠는 잘 정리된 정원과 다양한 나무들이 너무 마음에 드신다고 하셨다.

 
 
 

아빠가 젊었을 때는 제주도만 해도 최고의 명소였다고 한다. 지금이야 쉽게 해외로 나가니 이런 느낌이 그저 그럴 수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전보다 해외로 가는 것이 힘들어지니 야자수만 봐도 해외에 온 것 같이 느껴졌다.

 
 
 
 

저렇게 야자수가 높고 크게 자라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야자수가 한두 그루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십 그루 줄지어 있으니 지금 동남아의 어느 곳에 온 것 같았다.

 
 
 

걷는 코스 중간에 매점이 있었다. 밥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으로 구경만 하고 지나갔다.

 

이곳의 백미는 미천굴이 아닐까. 나는 동굴의 음습함과 어두움, 그리고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싫은데 그래도 큰 용기를 내어 동굴로 향했다. 이곳에서 미천굴 빼면 앙꼬 업는 찐빵을 먹은 거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

 
 

미천굴로 향하는 길에 포토 스폿이 있었다.

 

그리고 엉덩이가 매우 탐스럽게 찍히는 의자에 앉아서 익살스러운 사진도 찍었다.

 
 

이곳의 꽃인 미천굴을 보기 위해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지하공간으로 가기 때문에 지하에서 불어오는 습한 공기가 느껴졌다.

 

생각보다 동굴로 들어가는 길이 길었다.

 

동굴에 들어서니 생각했던 것보다 내부 조명이 화려했다. 갑자기 용암이 흘러나오지는 않겠지?! 별의별 잡생각이 가득했다.

 
 

다행히 동굴 안에는 아빠와 나 말고도 여러 팀이 있어서 덜 무서웠다.

 
 

내부는 밋밋하게 동굴만 보는 것이 아니었다.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서 동굴이 주는 묘한 느낌과 잘 어울렸다.

 
 

걷다보면 탐험대원이 되어 동굴을 탐험하는 것 같았다.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면 좁은 길이 나왔다.

 
 
 

어느 정도 걷다 보면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이 동굴의 끝은 어디일까. 관광객이 걸을 수 있는 길은 한계가 있었다.

 
 

갔던 길을 되돌아 다시 동굴 밖으로 나왔다.

 

다시 보이는 햇빛이 반가웠다. 계단을 오르는 게 싫기는 했지만.

미천굴을 나와 관람로를 다시 따라 걸었다. 조금 쉴 공간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제주의 과거를 느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제주의 날씨는 변화 무쌍한데 돌의 상태에 따라 날씨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돌이 없어지면 태풍이 부는 것이라는 말에 갑자기 폭소가 터졌다.

 
 

나무만 보고 산책만 하면 밋밋할 수 있는데 이런 곳의 방문도 꽤 좋았다.

 

제주 전통가옥을 본 후 갑자기 맑은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너무나 갑자기 내린 비라서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오두막이 있어서 비를 피할 수 있었다.

 

비가 십분 정도 퍼부은 것 같다. 그러더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파란 하늘이 보였다.

 

이곳은 참 정원이 잘 정리되고 가꿔지고 있는 것 같다.

 
 

초대형 하르방과 미니미니 한 하르방과 인사를 했다.

 
 
 
 

비가 와서 땅은 젖어 있었지만 푸른 숲과 어울려 운치가 났다.

 

어린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나 봤을 것 같은 기린 조형물도 있었다.

 
 

걷다 보니 어느덧 온실까지 왔다. 온실 안은 선인장이 주를 이루었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온몸에 가시가 박힐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 끔찍하기는 했지 만 그래도 동글동글한 선인장이 귀여웠다.

 
 
 
 

온실을 나오니 공기가 신선했다.

 
 
 
 

이제 일출랜드 여행이 끝나가는 것 같았다.

 
 
 

길게 늘어선 열대 식물 길을 지났다. 제주가 최고의 여행지인 시절에는 아마 이런 모습들 마저 신박하지 않았을까.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동남아의 감성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처음 들어갔던 장소로 돌아왔다. 한두 시간 걸린 것 같다.

 

입구에서 찍고 싶었던 화목석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일출랜드를 나와 코업시티 하버뷰로 향했다. 여름에 이곳에서 숙박을 했었다.

 
 

1층에 기념품 상점이 있는데 물건도 저렴하고 질도 좋아서 선물로 살 물건을 사기 위해 일부러 다시 방문했다. 그런데 평일엔 오픈 시간이 늦다고 한다.

 
 

그래서 주인께 전화를 해서 내가 직접 계산을 했다. 이곳의 좋은 점 중 하나는 택배로 배송도 할 수 있어서 택배로 보낼 상품을 계산대 옆에 두고 사진을 찍어 두었다. 코업시티를 나와 해비치 제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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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굼부리를 가는 길에 카페 글렌코가 보였다. 아빠가 요즘 카카오스토리에 카페 글렌코가 자주 올라오신다며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말씀을 계속하셨다. 그래서 산굼부리를 구경한 후 바로 숙소로 가지 않고 잠시 카페 글렌코로 향했다. 

 

해가 질 무렵이었지만 카페 주차장에는 주차된 차량이 많았다.

 

입장료를 사서 입장해도 되고 음료를 마시면 정원으로 입장이 가능했다.

 

우리는 커피를 주문한 후 팔찌로 된 입장권을 받았다. 커피 맛에 대한 호불호가 강해서 조금 망설여지기는 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근데 커피의 쓴맛이 강했다. 점심을 빵으로 대강 때운 상태라 쓴 커피에 속이 쓰렸다.

 
 

카페인이 몸속에 들어오니 아드레날린이 확 분비되는 것 같았다.

 
 

해가 더 지기 전에 정원으로 나갔다. 핑크 뮬리가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거렸다. 계속 이슬비가 내려서 땅이 질퍽거려서 불편했다.

 

내가 아는 꽃이 몇 개 없지만 아마 보라색의 꽃은 아스타인 것 같았다.

 
 
 

짙은 보라색은 흐린 하늘 때문인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여유롭게 정원을 돌아다녔다. 간간이 의자에 앉아서 주변과 꽃을 볼 수 있었다.

 
 
 

핑크 뮬리가 들판에는 피어 있었다. 아직 어린 핑크 뮬리는 초록빛을 띠었다.

 
 
 

역시 핑크 뮬리는 핑크색을 띨 때 가장 이쁜 것 같다.

 
 
 

하늘하늘하고 몽롱한 빛깔의 핑크 뮬리는 이곳만은 꿈속에 있는 것 같았다.

 
 
 

질퍽거리는 길이 있어서 매 순간 조심해야 했지만 그래도 멋진 풍경에 홀려 끊임없이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너무 정신이 팔렸는지 주머니에 들어있던 카메라 렌즈 뚜껑이 어디론가 빠져버렸다. 나중에 주머니에 카메라 캡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속상했다.

 
 

하루 종일 구름이 잔뜩 끼어서 흐릿했지만 핑크 뮬리는 무채색의 하늘과는 반대되게 오히려 더 화려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가을 정원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니 더욱더 운치가 느껴졌다.

구름 사이로 맑은 하늘이 잠시 보였다. 구름 위는 저렇게 밝은 세상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땅과 하늘은 서로 다른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빈백에 누워서 잠깐 쉴 수도 있었다. 빈백에 누워서 맑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싶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 조명이 들어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빠져서 카페의 정원은 더욱 한가로웠다.

 
 
 

어두워지니 사진 찍기는 더 힘들었지만 그래도 분위기만은 최고였다.

 
 

전구에 불이 들어오니 크리스마스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캠핑을 즐기진 않는 편인데 캠핑을 가면 이런 느낌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은은한 조명 불빛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며 미소가 지어졌다.

 
 

어두워 사진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을 찍어 보았다. 새로 산 중고 렌즈라 아직도 적응이 덜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전에 사용하던 가변 렌즈보다는 확실히 고정 조리개가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기 더 수월했다.

 
 

사람이 많이 빠진 카페는 한산하기도 하며 스산했다.

 
 

하루에 4군데나 갔더니 피로가 몰려왔다. 보통은 하루에 많아야 2군데 정도 가는 편인데 이곳 주변에 관광지가 몰려 있다 보니 조금 욕심을 내서 이곳저곳 갔었다.

 
 

이제는 이곳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 한두 팀이 카페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이곳을 떠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카페 직원들도 이제 마무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컵을 반납하고 컵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꽉 찼던 주차장은 이제 차량이 몇 대 남아 있지 않았다. 차를 타기 전 카메라 렌즈 뚜껑을 닫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렌즈 캡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래서 다시 카페로 들어가 앉았던 자리로 가서 찾아보았는데 눈에 보이지 않았다. 다시 꽃밭을 가서 찾기란 불가능할 것 같아서 찾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괜히 내 실수인데 아빠한테 심통이 나서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툴툴거렸다.

식당에 가서 뭐 먹는 것도 귀찮아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숙소로 왔다. 기분 좋았던 하루가 별거 아닌 카메라 렌즈 캡 때문에 망친 것 같았다. 별거 아닌 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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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녹차 한 잔의 녹차밭과 녹차 동굴을 구경하고 나니 숙소로 돌아가기에 시간이 많이 남았었다. 그래서 온 김에 보고 싶은 곳 다 보고 가자는 마음으로 다음 목적지인 산굼부리로 향했다. 

 
 

제주 서쪽은 산간도로를 타고 가며 보이는 바다 풍경이 멋지지만 동부 쪽은 길게 쭉쭉 뻗은 나무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제주 어느 곳이나 각각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녹차 한 잔에서 산굼부리까지는 십여 분 걸린 것 같다. 주차장에 차가 많이 없기에 관광객 없이 여유롭겠다 생각했는데 매표소로 가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역시 이름난 관광지라 그런지 세월이 흘러도 그 시절을 추억하는 중년의 관광객과 이곳이 처음인 나이 어린 관광객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65세 이상은 요금 할인이 되었다. 나는 역시 오늘도 정가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세월이 지나도 역시 이곳은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익숙함이 너무 좋다. 예전부터 있던 돌이 된 나무도 그대로 있었다. 

 

1981년, 나보다 나이가 많다. 건물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새 단장을 한 것 같지만 그래도 80년대의 느낌이 느껴졌다. 

 

한라산 중턱이라 그런지 날이 쌀쌀했다. 

 

쌀쌀한 날씨에 하늘은 아직도 구름이 낮고 짙게 깔려 있었다. 묘한 날씨다. 산굼부리는 이런 날 와야 되는 것 같다. 신선이 산다면 이런 분위기에 살고 있지 않을까. 

 
 
 

평소라면 촐랑거리면 이곳저곳 다니며 돌아다녔을 텐데 제주 여행 때 족저 근막염 때문에 발이 너무 아파서 평평한 바닥만 아주 조심조심 밟고 다녔다. 발이 아프니 빨리 걸을 수도 없고 울퉁불퉁한 바닥은 최악이었다. 

 

그래서 편안한 길을 따라 올라갔다. 온통 하얀 억새의 세상이었다. 원래는 새별 오름의 억새가 이쁘다고 해서 가려고 했으나 날도 좋지 않고 숙소인 성산에서 애월 쪽으로 가려면 한참을 걸리기에 산굼부리의 억새를 보며 새별 오름의 억새를 대신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살랑살랑 부는 억새가 가을을 타는 남자의 마음을 살랑살랑 간지럽히는 것 같았다. 

 
 

펜스에 가려 더 깊이는 억새밭으로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넓게 펼쳐진 억새는 우리가 지금 가을을 지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사진을 찍도 보니 다른 사람들에 비해 걷는 속도가 현저히 느렸다. 그래도 이 아름다움을 그냥 두고 휙 하고 지나가기에 너무 아깝지 않은가.

 
 

저 멀리 보이는 작은 오름들도 아름다웠다. 날이 맑았다면 한라산도 보였을 텐데 한라산은 구름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었ㄷ. 

 
 

나지막한 언덕길을 계속 걸어서 올라갔다. 관광객은 끊임없이 뒤에서 밀려들었다. 

 

조금 위로 올라오면 아래에서 봤던 풍경이 더 선명해지고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어도 찍어도 질리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더 이 모습들을 잘 담아낼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사진에 진심을 다했다. 

 
 
 
 

천천히 걸으니 발도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발만 아프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금 더 내가 발품을 팔았다면 더 좋은 사진을 찍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산굼부리 정상에는 기생화산의 분화구의 모습을 보기 위한 사람으로 붐볐다. 

 
 

산굼부리 정상도 억새꽃이 피어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산굼부리의 분화구는 분화구의 기능을 상실하고 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있었다. 

 

정상에 올라오니 주변 오름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제주에는 360여 개의 오름이 있다고 한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지형이기에 오름의 모습들이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종종 구름이 짙게 깔리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데 이날은 분화구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였다. 전망대의 난간이 높아서 까치발을 하고 밖을 봐야 했다.

 

우리가 올라왔던 길을 위에 올라와서 보니 억새밭이 더 넓게 보였다.

 

정상에 왔으니 정상을 알리는 비석 앞에서 사진 하나는 찍어야 하지 않을까. 사진을 찍는 줄이 길지 않기에 잠시 기다렸다. 사진을 찍었다. 

 
 
 

다른 오름에 비해 오르기 쉽고 관리가 잘되어 누구나 관광하기 좋은 장소였다. 

 
 

정상에서 주변을 바라보니 풍경이 시원했다. 

 
 

정상을 지나 돌담길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돌담 안쪽에는 무덤이 있었다. 누구의 무덤일까. 제주도 특유의 무덤을 볼 수 있었다. 

 
 
 

파란 초원 위의 무덤들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 이곳에 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무덤마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산굼부리라 적힌 조형물까지 내려가려다 발이 아파서 저 아래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위에서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웠다. 

 
 
 

지대가 높다 보니 같은 해안보다 이곳이 더 쌀쌀하고 으슬으슬했다. 몸살에 걸린 것 마냥 온몸이 으슬으슬함이 느껴졌다. 

 
 

이쁘다. 어디를 둘러봐도 이쁘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시시각각 변하는 한라산 중턱의 날씨. 변덕스러운 내 마음 같았다. 평소엔 2곳 정도 구경했으면 숙소로 돌아갔을 텐데 이날을 벌써 3군데나 돌아다녔다. 

 
 
 

또 안개에 휩싸이려는지 한 가닥의 구름이 산굼부리 분화구를 넘어오고 있었다.

 
 

왔던 길을 따라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다. 우리가 올라왔던 길이 완만했기에 왔던 길로 다시 걸었다. 

 
 
 
 

올라올 때와 내려갈 때 보이는 풍경이 다르게 느껴졌다. 올라올 때 보지 못했던 내가 놓쳤던 뒤로 보이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은 빨리 내려가고 싶은데 손은 계속해서 셔터를 누르느라 내려가는 속도가 느렸다. 

 
 
 
 

여러 번 왔던 곳이지만 오늘은 또 새로웠다. 왔던 곳도 언제 오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기에 처음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해가 많이 짧아져 조금씩 어둠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특히 구름이 짙게 깔려 있으니 더 빨리 어둠이 하늘을 덮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단체 관광객이 많아진 것이 이제는 확연히 느껴진다. 단체관광객이 많다 보니 가끔은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사람들이 단체로 사진 찍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졌다. 

 
 

우리의 인생도 여행일까. 가끔이 인생의 여행이 힘들어 여행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지만 그래도 살만한 가치가 있기에 오늘도 한 가닥의 희망의 줄을 잡고 지내는 것 같다. 

 
 

많은 관광객이 산굼부리를 구경하고 빠져나가고 있었다. 산굼부리라 적힌 의자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데, 눈치가 있으신(?) 분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산굼부리, 한 번쯤 다시 오고 싶었는데 이렇게 억새가 활짝 피어 있을 때 오니 기분이 좋았다. 날씨가 조금만 더 좋았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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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동산을 나와 요즘 제주에서 핫하다는 오늘은 녹차 한 잔으로 향했다. 녹차밭과 함께 동굴에서 실루엣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젊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허브동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제주 관광지는 대부분 모여있기에 동선만 맞으면 차로 이동하는 시간 소비가 많지 않았다. 이번에는 숙소를 동부 쪽으로 잡아서 그런지 구경하는 곳의 대부분이 제주 동부에 있었다. 

 

주차장이 넓었으나 버스와 승용차로 주차장은 가득했다. 

 

우리 옆에 한무리의 단체 관광객이 지나갔다.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관광지 같았다. 

 
 

건물 옆 잔디밭을 지나서 녹차밭으로 갈 수 있었다. 

 

녹차밭에 들어서니 광활한 녹차밭에 입이 벌어졌다.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었다.

 
 

녹차밭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녹차 동굴로 가기 위해선 녹차밭 가운데 길을 따라 걸어야 했다. 녹차밭 가운데 수풀이 우거진 곳이 녹차 동굴이 있는 곳이었다.

 
 
 

제주에서 여러 곳의 녹차밭을 다녀봤는데 이곳만큼 인상적이고 한적한 곳은 없었던 것 같다. 녹차밭 크기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컸고 사진을 찍을 때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찍을 수 있었다.

 
 
 

날이 흐려서 걱정이 되었는데 사진은 꽤 인상적이었다.

 
 

저 길의 끝에는 풍력발전기가 희미하게 보였다.

 
 
 

어떤 각도로 어떤 자세로 사진을 찍어도 그림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진을 찍다 보니 멀게만 느껴지던 나무들이 바로 앞에 있었다. 이 갈림길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있는 왼쪽 길로 꺾었다.

 
 
 

일렬로 뻗어 있는 녹차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했다. 통일감이 주는 편안함.

 
 

수풀을 끼고 살짝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갔다.

 

그러면 움푹 파인 지형이 눈앞에 보였다. 딱 봐도 여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동굴은 양쪽에 두 군데 있다. 한쪽은 깊지 않은 동굴이고 다른 한쪽은 그 끝을 모르겠는 깊은 굴이었다.

 

내가 동굴에 들어가는 것을 무서워하는데 심호흡을 거칠게 크게 하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실루엣 사진을 위해 큰 용기를 내었다. 동굴 안에 들어오니 왠지 동굴이 갑자기 무너질 것 같은 상상이 들었다.

 

그리고 진짜 더 무서운 동굴이 남아 있었다. 아빠는 입구에 서고 난 또다시 한숨을 쉬고 더 깊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카메라 화각이 안 나와 조금 더 깊이 들어가야 했다. 솔직히 무서웠다. 마음은 쪼리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무서운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무슨 정신으로 사진을 찍은 지도 모르겠다. 그냥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최대한 많이 찍고 확인은 나중에 하자는 생각으로.

 

아빠가 뭔가 아쉬우셨는지 점프샷을 찍고 싶다고 하셔서 다시 동굴 안에 들어가야 했다. 아무튼 남들도 다 오는 핫한 곳에 왔다는 만족감이 컸다.

 
 

동굴을 나와 왔던 길을 따라 걷는데 하늘의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조금 고개를 내밀었다.

 
 

녹차밭 사이로 걸어가는 사람들도 그림 같았다.

 
 
 
 

아빠도 처음엔 녹차밭에 가는 것을 내키지 않아 하셨지만 막상 오시니 너무 좋다고 하셨다.

 
 
 
 
 

은근 길이 길어서 돌아가는 길은 더 멀게만 느껴졌다.

 
 

다리가 슬슬 아파졌다. 오늘은 녹차 한 잔 건물 앞에는 미니 카트를 타는 곳이 있었다. 강한 휘발유 향기를 뿌리며 카트들은 신나게 달렸다.

 
 
 
 

족욕보다는 달달한 차 한 잔이 더 당기기에 2층으로 올라갔다.

 

탁 트인 전망이 너무 좋았다.

 
 

한라산 모양의 말차 케이크와 말차(?) 라테로 당 충전을 했다.

 

시원한 에어컨 밑에 앉아 밖을 보니 매일 이런 풍경을 보며 살고 싶었다.

 

흡연은 주차장 구석에 흡연실에서 가능했다.

 

카페를 나가면 3층 전망대로 오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이곳 주변 풍광을 편하게 조망할 수 있었다.

 
 
 

날이 개서 해살이 구름 사이로 내렸다. 참 좋다. 그냥 이런 곳에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의자가 젖어 있어 앉을 수 없었지만 서서 보아도 그냥 좋았다.

 

망설이다 안 왔으면 어쩔 뻔했을까. 걷는 게 귀찮기는 했지만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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